벌써 이쁜 우리 애기가 태어난지 한달이 넘었군요.
나름대로 맘고생 많이 하며 태어난 아기라 와이프에게도 저에게도 정말 각별한 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기의 탄생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과 별도로 요즘 심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출산 후 우울증은 여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결혼 한지는 이제 거의 3년 정도...
와이프가 잘 챙겨주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물론 맞벌이가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성향이 남을 잘 챙겨주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워낙에 장모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만 주면서 자라서 그런지 오로지 받기만 하고 남을 잘 챙겨주는 건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신혼초부터 소위 `내조'라는 걸 별로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출근이 엄청 빠릅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6시 30분쯤 나갑니다.
반면 와이프는 직장이 가까워서 8시 반쯤에 집에서 나가죠.
그러다보니 제가 일어나는 시간에 와이프는 당연히 자고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런 것 가지고 와이프에게 섭섭함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만...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출근 준비하느라고 좀 부산스러웠더니만
시끄러워서 잠 못잔다고 짜증을 내더군요.
또 한번은 야근하고 밤 12시가 넘어서 들어와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쇼파에 그대로 쓰러져 있는데...와이프가 싱크대에 있는 그릇들 설겆이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대충 와이프는 이런 스타일입니다.
이런 와이프가 애를 낳았으니 어떻겠습니까?
물론 애기를 키우는게 얼마나 힘듭니까? 하루종일 애기와 씨름하느라 정말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저는 편하게 있을까요?
요즘 제 생활이 이렇습니다.
저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출근했다가 집에 들어오면 빠르면 8~9시...대부분 10시~12시에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에 오면 싱크대에 와이프가 밥먹고 넣어둔 그릇들 설겆이 하고...또 와이프가 밥을 안먹은 날이면 밥 차려주고, 또 먹은 것 다 치워야 하고...세탁기 돌려서 빨래하고...그 빨래들 다 널고...진공청소기 돌리고, 스팀 청소기로 집안 전체 다 닦고...침구류들 다 먼지 털고...음식물 쓰레기 버리고...이러고 나면 새벽 1~2시가 넘습니다.
정말 집에 들어와서 잠시라도 앉아서 물마실 시간조차 없습니다.
와이프는 하루종일 애를 보느라고 집안 일은 완전히 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저를 기다렸다는 듯이 집에 들어오면 옷 갈아입고 숨돌릴 틈도 없이 `이거 해, 저거 해'..대충 이런 상황입니다.
다음날 6시에 일어나야 하니 새벽 1~2시라도 자면 다행이지요.
애기가 잠이라도 안자면 3시에 잘때도 있고, 4시에 잘때도 있고...
어쨋든 다음날 또 6시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회사에서 하루종일 졸림과 피곤함으로 시달리다가 집에 오면 또 엄청난 집안 일에 시달리고...
하지만 애기를 키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면 이정도 힘든 것을 충분히 감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를 우울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와이프의 태도입니다.
남자들은 흔히 그럽니다. `여자는 만족을 모른다고...' 이 정도면 저로서는 최선입니다. 하지만 와이프는 이게 안되니 저게 안되니 늘 불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엄마들이 그렇듯이 모든 신경이 다 애기에게만 가죠. 남편은 더 이상 신경쓸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애기를 울린다든지...애기 목욕을 잘 못시킨다든지...기저귀를 빨리 못갈아준다든지...이러면 매번 심한 짜증을 낸다는 것이죠.
제가 언제 애기를 키워봤겠습니까? 와이프야 매일 같이 이런 일을 하다가 한달이 넘어가니 익숙해졌는지 모르지만 저는 아직도 생초짜 아빠인데...이런걸로 무진장 짜증을 내는 걸 보면 저도 좀 참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동시에 제가 어디가 아프건, 밥을 안먹었건, 얼마나 피곤하건...그건 와이프의 관심 밖의 일입니다. 몸살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어도, 다리를 좀 다쳐서 쩔뚝 거리고 있어도, 저녁을 걸러서 집안일 다하고 늦은 시간에 밥을 먹어도...`어디가 아프냐?', `밥을 안먹었냐?'...말 한마디도 없는 와이프입니다.
그리고 제일 견디기 힘든 것은 항상 `자기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하고 `남편은 늘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애기 보는 것이 당연히 힘들지요. 그걸 왜 모르겠습니까? 와이프가 힘들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면 편하게 손놓고 있습니까? 저도 직장이 끝나고 오면 새벽 1~2시까지 빡빡한 집안일을 맡고, 기껏해야 2~3시간 자고 출근하는 일상입니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놉니까? 저도 당연히 힘듭니다.
하지만 매번 와이프는 자기 혼자 너무 힘들고, 저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지요.
이런 제가 직장 생활은 제대로 할까요?
우리나라 직장들...어디 애기 태어낳다고 상사가 봐준답니까?
며칠 전에 회식 자리에서 제 상사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와이프도 중요하고, 애기도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좀 넓고 크게 봐'
이 말을 듣고 굉장히 심난함에 빠졌습니다.
정말 요즘 직장..소위 가정을 버려야만 출세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 역시 직장에서 인정받고 잘 되고 싶은 목표가 강합니다.
물론 이건 제가 일을 좋아해서가 아니기 제 가정을 위해서죠. 맞벌이 한다고 하지만 와이프가 직장 생활을 더해봐야 2~3년 밖에 안될 듯 하고...둘째라도 태어난다면...정말 요즘 같이 애 키우기 힘든 세상에 일 잘되서 직장에서 잘 풀리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년간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해와서 나름 직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습니다만...매일매일 집에서는 집안일에 시달리고, 와이프에 시달리고,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이러니 당연히 직장일도 잘 안되겠지요.
제 상사가 이런 저를 보고 애기를 낳고 나니 회사일에 좀 소홀해졌다고 느껴서 한소리 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회사에서는 상사가 눈치주고, 집에 들어오면 집안 일에 시달리면서도 와이프 짜증 다 받아줘야 하고...
결국 저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애기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지만
애기가 태어난 후 부부 사이에 서로 잘 못해서 굉장히 부부 사이가 멀어질 듯 합니다.
결국 우리 부부도 애 때문에 살지...부부 사이의 애정이나 배려는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살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사실 출산 후에 여자에게 잘해주어야 한다는 걸 알기에...그냥 이런 제 불만도 와이프에게 얘기안하고 참고는 있는데...결국 이게 저를 심각한 우울증으로 빠져들게 하는군요.
집에 있으면 요즘은 마음이 엄청 불편합니다. 더구나 오늘같이 주말이 되면 주말 내내 와이프의 눈치를 보고 짜증을 받아주면 지내야 하는 시간이 엄청 괴롭습니다.
저도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마치 제가 힘들다고 하는 건 죄악인 듯 하고...와이프가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라...무조건 받아줘야 하고...
이런 와중에 계속 우울해지고, 와이프와의 관계가 점점 소홀해지는 건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