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자르기
글/筆峰/許明
구부정한 길목 만날 때마다
도드라진 마음 무참하게 깎이고
이월의 닭살스런 꽃샘 추위에
외로운 까치감 하나
달밤에 얼굴 내어 밀고
멀리서 가랍나모 움트는 소리에
지천은 황혼에 눈발 날립니다
지난 아픔을 낙엽처럼 떨치고
겨울땅 위에 사랑 하나, 빛 하나
가슴에 이름 한 줄 남기기 위해
잠시 멈춰서 풍경을 담을 수 있다면
새로운 날들을 희망과 환희로
얼굴 가득 담아 말갛게 태어 낳겠습니다
생의 중년을 달리는 도심에
신호등 하나 없이 질주한다면
숨 가쁘게 밀려오는 목마름
다 삭히기에는 중년의 무게가
마음 한켠 가혹한 바람이 불어 와
곧은 심지로 곰삭여 불태워봅니다
이월의 막바지 봄이 오는 길목
하늘에 마음 한쪽 걸기 위해서
가슴에 따스한 불 지피기 위해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일상
도심의 먼지와 허욕 가득함을 털고
속살 아린 추위 노을 속으로 떨치고
눈꽃 위에 동여맨 겨울을 벗어 놓습니다
코트깃에 묻은 겨울을 장농속에 걸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