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낼모레 이십대를 마치는 건장한 사내입니다라고 다들 시작하시더라구요. ㅎㅎ
전부터 톡에 올려야지 싶었던 얘기가 있었는데 잠도 안오고 해서 올려 봅니다. ^^
때는 3년전 한 참 유학 준비를 하기 위해서 친구들과 알바를 하던 때였습니다.
XX박스 영화관 주차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유학을 같이 가려던 친구 2명과 번갈아 가면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어느 정도 나이가 있었던지라 부모님에게 손벌리지 말자 하여 시작한 일이지만 그 당시 학교와 일을 같이 하기엔 많이 힘들었습니다.
돈도 생각만큼 많이 모이지도 않았고, 출국 시기는 점점 다가오고..
저와 친구들의 유일한 희망은 토요일 오후 '로또' 밖에 없었어요.
매주 1000원 2000원 로또를 사고
"이것만 걸리면 니들 돈은 내가 다 낸다!!" 라고 늘 호기지게 소리쳤고
결과는 늘 "다음 주에는 꼭..."으로 미뤄지고...
그러던 어느 토요일,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친구와 같이 주차장박스안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잠깐 화장실을 갔다 오겠다는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다리다가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친구의 로또종이!!
음........
음........
제 또래 남자애들이야 뭐 다 그렇지만 다들 장난도 심하고 개구지기 때문에 친구 녀석 골탕 좀 먹여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후다닥 친구 번호 중 한개를 쓱싹 해서 주머니에 넣고..
시간은 흘러흘러 저녁 9시경
나 " 야, 나 가서 로또 번호 좀 확인 하고 올께"
친구 "오냐~ 빨랑 갔다오고 이번에 나 1등되면 너 안락한 유학 보내주마 자식아"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
가서 로또 번호를 확인하고 번호를 적어서 다른 주머니에 넣고 (전 늘 그렇듯 꽝이었습니다. ㅠㅠ) 아까 적은 친구 번호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나 "야놔!! 이번에 번호 왜이러냐!"
친구 "왜? 번호가 이상하냐??"
나 "뭔 번호가 이렇게 연속으로 나와"
그 때 친구 번호가 13,14 25,26 이런식으로 연속으로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친구 얼굴 굳기 시작
친구 "(로또 종이 주섬주섬 펴서 보더니) 어?? 나도 숫자 연속으로 된거 있는데"
나 "얌마 그게 퍽이나 같은 숫자겠다. 나는 이번에 하나도 맞은게 없다 어디 보자.. .첫 번호가 4 다"
친구 "어??? 야! 나 첫 번호 맞았어!!!"
나 "오~ 재수 좋은데 다음 숫자가 13,14. 어떻게 여기서 연속으로 숫자가 나오냐"
친구 "야 야 야!! 나 그 숫자 있어!!"
친구 급 흥분
난 속으로 실실 쪼갰지만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나 "오~! 너 그럼 5000원이네! 좋겠다! 술한잔 쏴라"
친구 "다음 숫자는??"
나 "다음? 또 연속숫자야 25, 26"
친구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고 말이 없어짐)
나 "왜? 그 번호 있어? (속으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좀 보여주바바
친구 "(로또 종이 감추며)야.... 마지막 번호 뭐냐?"
나 "마지막 번호? 35 왜? 너 뭐 맞은거 있어?
그 순간 1초간의 정적이 흐른후...........
친구 "아아아아아아앙아악!!!!!!!!!!!
ㄸㅁㅉㄴ4ㅓㅂ쟈03ㅐㅓ4ㅐㅔㅅㅁ저ㅣ;랴머ㅑ효뫼;ㅓㄷㄹㅇㅁ내;겋ㅁ;ㅋㄴ덜ㄴ;ㅣㅇ곻ㅁㄴ;ㅣ넏ㄹ;ㅣㅓㅁㄷ4ㅑㅐ;ㅑㅓㅁㅈㄹ"
그 좁은 주차박스 안이 무너질정도의 괴성과 몸부림을 치면서 친구는 기쁨의 포효를 했습니다.
친구 눈은 반쯤 뒤집힌 채 한 손에는 로또 종이를 들고 거세 당하는 소마냥 발광을 하고 있었고 저는 완전히 속였다는 기쁨보다는
'이제 x 됐다...'
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어요.
10초정도의 기쁨의 함성이 가신 후 친구는 촉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이 친구와는 친하진 않았지만 초,중,고 그리고 졸업하고 7년을 더 같이 있었는데
앉아서 자기를 바라보는 불안한 나의 시선처리를 보자
"너 뻥쳤냐??"
저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
솔직히 화를 내고 때릴 줄 알았는데 친구녀석 갑자기 털썩 주저 앉더라구요.
그리고 정줄을 놓기 시작. 그 때부터 저는 미친듯이 웃기 시작하고 친구는 미동도 안하고...
5분쯤 지났을까 친구가 울먹울먹 거리면서
자기는 진짜 된 줄 알았다고,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 새로운 인생의 파노라마가 그 짧은 순간 머리속에 쫙 스쳐지나갔었다고..
그 친구에게 저는
세상 어느 친구가 로또 1등 맞은 기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냐고, 남들은 평생 느끼지 못할 쾌감을 너는 좋은 친구 덕에 느껴 본 거라고, 비록 매우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무튼 정신 차린 친구녀석에게 욕+구타를 선물 받았지만 그 이후 이 일로 저와 친구는
로또 1등의 기쁨을 잠깐(?) 맛보게 된 놈, 그 기쁨을 선사해준(?) 놈이 되었습니다. ㅋㅋ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지만 무사히 출발하였고, 3년의 공부 끝에 둘 다 이번에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새 경기가 안좋아 미국이건, 한국이건 취직하기가 어렵지만 고생한 만큼 꼭 좋은 성과가 다들 있기를 바래봅니다.
다들 남은 2009년 잘 보내시고 좋은일 가득한 새해 맞이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