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하기 전에 친구랑 네이트온으로 대화를 하다가 암 생각없이 판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읽다가 한번 글을 남겨봐요.
한국 유학생이 드물고 한인 사회도 매우 좁은 유럽의 한 나라에서 유학 하는 중인데, 별로 좋게 남지 않은 일들을 포스팅 하는 거라. 어느 나라인지는 살짝 비밀로 할게요.
사실 이미 2년정도 지난 일이고, 그 당시 절 좀 괴롭게 했던 분들은 다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가끔 그 때 일들이 떠오르면 지금도 썩 유쾌하지는 않아요.
약 3년전 저는 이곳으로 유학을 왔는데, 정말 유학에 관한 정보를 구하기 힘든 나라라 (워낙에 한국 유학생이 적어서)
그 쪽 교민이나 몇없는 유학생들에 얻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어쩌다 보니 한국인 가정집에서 방하나를 빌려 살게 되었지요.
그 때 역시 잠시 체류중인 다른 한국 사람도 있었고
저처럼 유학을 온 다른 학생도 방을 하나 빌려서 살고 있었어요.
단기체류하는 사람은 저랑 동갑이었고 다른 유학생은 저보다 한 10살 많았습니다.
셋다 술을 좋아해서 같이 술을 마셨는데
이 곳으로 유학오게 된 이야기 부터 시작하다가 넌 대체 여기 왜왔냐로
둘이 저를 몰아 부치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 10살 많은 분이 갑자기 이곳 유학의 어려움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하는데
진짜 웃겼던건 그 분은 저보다 딱 한달 먼저 그 곳에 왔다는 겁니다.
그 한달 먼저 와서 여기저기 들은 이야기로 여기서 공부해봤자 힘들기만 하고
전망도 없고 어쩌고 저쩌고... 시작도 안했는데 의욕빠지는 이야기만 잔뜩 하더군요.
자기는 이러저러한 경제적 사정 때문에 여기 왔지만 넌 집안도 여유있으니
지금이라도 다른 나라로 가라는 둥,
둘이 합심해서 작심하고 절 쫓아내려는 듯 난리더군요.
제가 이 나라를 선택한 이유가 원하는 학교가 있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부담을 좀 덜어드리고 싶어서도 있었거든요.
한국에서 대학교도 장학금 받고 다녀서 돈 안들었고
(용돈도 학교에서 장학금 명목으로 나왔어요)
유학도 그 만큼 돈이 덜 드는 곳을 선택하고 싶었죠.
하여간 그런 얘기를 했더니 자기네들 집안이 얼마나 가난한지를
연설하면서 둘이 더욱 거품 물더군요.
정말 웃겼습니다, 서로 얼마나 가난한지 자랑하려는 듯이 -_-;;;
결국 너는 우리보다 잘 먹고 잘사니까 더 편하고 비싼 나라로 가라 이런 결론이 나더군요.
그 곳 유학 결정전에 저도 그 나라와 다른 유럽(선진국)을 두고 고민을 한참 하다가
간 거였는데, 시작도 전에 막 진짜 기운이 쭉 빠지더라고요.
한국의 친구들과 부모님은 이미 결정한 일이니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 말 듣지말고
열심히 살라고 응원해 주어서 원하던 학교 입학해서 잘 지내고 있어요.
하여간 그 일 후로 단기 체류하는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저보다 10살 많은 분은 따로 나가서 살고 그러고는 한참 더 알고 지냈는데,
나중에 그 때 일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인이 그 집 주인 아주머니 였다는 걸 곧 알게 되었죠.
주인 아주머니가 일때문에 잠시 집에 안계시다가 나중에 돌아오셔서
같이 술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10살 많은 분이 저한테 일장 연설했던 이야기가 고대로 쭉 나오는 겁니다.
이 나라는 아무리 해봤자 선진국 못되고 여기서 공부하는 너도 가망없다는 식으로
이미 한번 들었던 이야기라 그냥 전 웃으면서 네 네 하고는 그래도 해보려고요 하고 말았죠.
이 일은 그냥 이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고
그 후로 같이 살면서 스트레스받는 일이 팍팍 생겨 살이 쭉쭉 빠지더군요.
그 아주머니가 일 하시느라 바쁘시긴 했는데,
그 것 치고도 집안이 상당히 지저분 했습니다.
딸이 둘이 있었는데 그 딸 둘도 잘 안치우기는 마찬가지 였고요.
하여간 저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청소기 돌려야겠다 싶어서 제방 청소하면서
거실이랑 부엌 다 청소기 돌렸습니다.
아주머니가 고맙다고 하시더니 계속 그러니깐 신경 쓰이셨는지 제방에 따로
청소기를 하나 주시더군요.
그러고 나니 거실과 부엌은 진짜 한달에 한번 정도만 청소기를 돌리시더군요.
어차피 저는 방에 주로 있으니 그냥 신경을 끄기로 했습니다만...
저도 함께 쓰는 냉장고에서 썩은내 나는건 진짜 못참겠더군요.
냉장고를 열만 뭔가 썩는내가 항상 진동했습니다.
근데 그 집 아주머니나 딸들은 항상 그렇게 살아서인지 냄새나는 지도 모르더군요.
제가 못참고 주기적으로 썩어가는 음식들 꺼내서 버렸습니다.
집에는 항상 큰 파리들이 여기 저기 날아다니고
아주머니가 음식물 쓰레기 싱크대옆에 따로 모아놓고는 제때 안버려서
거기 구대기가 막 끓고 있더군요.
그 것도 다 제가 내다 버리고, 설거지 쌓이면 설거지 해놓고
아주머니가 빨래 해놓고 다 말랐는대도 안걷고 일주일 이상 방치해 놓길래
제가 다 개놓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제 빨래도 해야하는데 건조대를 쓸 수가 없길래)
아주머니가 바쁘면 딸들이라도 좀 알아서 해주면 좋을텐데
보고 배운게 그래서 인지 어지럽혀 놓고 안치우는 건 마찬가지 더군요
아주머니가 일이 없을 땐 종일 집에만 계시는데
쉬는 날에는 그냥 하루종일 컴퓨터 붙들고 인터넷 소설만 읽으시더군요....
그 집 딸들도 엄마랑 똑같이 인터넷 소설 아니면 인터넷으로 만화만 읽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집 딸들이 한번도 안펴본 구석의 세계 문학전집 그 집에서 지내면서
제가 다 읽었내요...
그 집 둘째 딸 방에 뭔가 빌리러 들어간적이 있는데 방바닥에 입고 벗어놓은 옷들이
한가득이길래
옷 입고 개서 넣어놓지 왜 바닥에 다 놨어? 라고 물으니까
한번 입었던 옷인데 깨끗한 옷이랑 어떻게 같이 놓으냐고 -_-;;;
그리고 나중에 다시 입을 거라고 하면서 그대로 내버려 두더군요....
첫째 딸도 지저분 하긴 했는데 그나마 밥이라도 알아서 해먹었거든요
근데 얘가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버리니 둘째 딸은 진짜 아무것도 못하더라고요.
아직 고등학생이고 그래서 제가 밥먹을때 종종 챙겨 먹였습니다.
제가 별로 싫다는 말 없이 고등학생 여자애가 놀아달라면 가끔 놀아주고
좋은 공연이나 전시회 같은데도 같이 가고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신나서 저한테 애를 더 맡기시는 분위기더군요.
가끔 놀아주는 건 괜찮았는데, 아무리 같은 집에서 산다고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제 방 문을 두드리는 건 참 피곤했습니다. 게다가 방음이 전혀 안되는 집이라
더더욱 프라이버시는 없었고요. 거실에 대화는 물론 거실 건너편에서 나는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었거든요, 벽하나 두고 있는 옆집하고는 아예 같이 사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번은 크리스마스쯤 한국에서 온 친구들과 여행갔다가 돌아오니
집안에 그 아주머니 일가 친척이 가득하고
제 방에 말도 없이 온갖 짐짝 다 넣어놔서 엉망진창이더군요.
아주머니 남편분이 그냥 껄껄 웃으면서 아 둘 데가 없어서 미안
이러고 말더군요.
그래서 그냥 대충 넘어갔는데
제가 군말없이 그 집에서 잘 지내는 것 같으니까
아주머니는 아예 그 둘째 딸을 저랑 같이 살게 해놓고
한국으로 돌아가실 계획을 세우시더군요... -_-
제가 무슨 애보려고 거기 간것도 아니고, 그 동안 그 집의 소음과
(그집 딸들 엄청나게 소리지르고 뛰어다닙니다... 밤에도 아침에도)
지저분함에 스트레스로 불면증 생기고 살이 쭉쭉 빠지니 이 것 참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체로 거기 음식 때문에 다들 살이 찌던데 전 거기가서 몇달만에 5키로가
절로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슬슬 따로 나가 살려고 부동산 사이트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는 즈음 이었습니다.
어느 날 다른 유학생분과 그 아주머니와 제가 함께 저녁먹으면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외국인과 사귀는 한국 여자애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한마디로 한국여자와 사귀는 외국인들 (백인들)은 백인 여자 사귀기 힘든 찌질이들 이어서
손쉬운 한국 여자들 만난다. 그리고 한국 여자들은 백인애들이 자기들 무슨 공주 취급
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웃기지도 않는다... 이런 식의 이야기.
둘이서 신나게 맞장구 치면서 이야기 하는데. 정말 황당했던게
그 얼마전에 저한테 외국인 남자친구(백인)가 생겼고 아주머니도 그걸 알고 계셨거든요.
더 웃긴건 그 아주머니가 친하게 지내면서 저녁도 대접했던 부부가
한국여자 + 백인남자 커플이었던 겁니다. 기가 막혀서 듣고 있다가 저는 그냥 피곤하다고
먼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가 화끈하게 그 집에서 나가게 된 계기가
일년이 넘게 안씻은 설거지 받침통을 발견했을 때 였어요.
제가 플랫메이트이라고 해도 부엌은 대체로 아줌마 권한이라
쓰레기나 분리수거, 설거지 정도는 제가 해드려도, 그 외 부엌 청소는
아주머니가 알아서 하실거라고 생각했던 제가 바보였죠. -_-
아무래도 설거지하면서 더러워 보이는게 신경이 쓰여서 하루는 제가 꺼내다가 씻었는데
정말 1년동안 안씻어서 누런 물때가 두껍게 붙어있더군요.
욕조에 넣고 진짜 미친듯이 수세미로 닦고 또 닦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머니에게 말씀드렸죠
오늘 제가 그 설거지 받침대 다 닦았어요 너무 지저분 해서요
그랬더니 아 그래? 잘했네~ 이러고 마십니다.
근데요 저는 좀 더 자주 치우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라고 정말 딱 한 마디 했더니
그 다음날 부터 진짜 인사도 제대로 안받더라고요.
말도 안걸고 눈길도 피하고 완전 모르는 사람 취급하더라고요.
그 한마디 한게 그렇게 화날일이었나 해서 아주머니 딸이랑 얘기해봤더니 뭐
그 동안에 아주머니 일하는데서 한국인들과 여러가지 분쟁이 생겨서
아주머니 입장이 곤란하게 된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정말 웃겼던게, 그 동안 자기는 중립을 유지한다고 하시면서
정말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들 온갖 뒷담화를 저한테 해줬는데.... 인과응보다 싶었습니다.
하여간 그런 상황에 제가 그 한마디 했다고 저한테도 상처를 받았다 그러더군요.
그래도 전 그 상황에서 아주머니랑 기분나쁘게 헤어지기 싫어서
나름 좋은 와인도 사와보고 말도 걸어보고 그랬는데 소용없더라고요.
그래서 괜찮은 집 찾자마자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 쪽지하나 남겨두고 싹 나왔습니다.
그 후로는 절대 왕래 없었고요.
뭐 전형적인 한국 아주머니 답게 자식들 공부엔 욕심이 많았는데
솔직히 그 둘째딸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별로 공부에 취미도 없었고
놀기 좋아했거든요.
이 나라 대학은 한국 돌아가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프랑스로 유학보낸다 어쩐다고 난리를 치더니
(생각하는 대학도 어이없이 제일 유명한 대학들이더군요)
결국엔 여기서 국립대 원서를 썼더라고요. (근데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대인 곳이라
아무리 봐도 걔가 가기는 불가능했는데요.)
이 곳 국립대들이 절대 만만하게 볼만한 곳이 아니거든요. 하여간 미국이니 프랑스니
하더니 결국 한국으로 아주 들어가신다고 한 것 보면 뭐 잘 안되었나 봅니다.
(한국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갑자기 연락 하시더니 처치 곤란한 다른 유학생 짐을 저한테 맡기고 가시더군요.)
하여간 여기 살면서 한국인들과 좋은 경험보다는 안좋은 경험만 있어서
점점 한국 사람들을 피하게 되네요. (사실 한인 교회 나가지 않는한 한국인과
교류는 거의 할일 없는 곳이죠.)
그냥 왠지 푸념 한번 해보고 싶어서
쓰다보니 매우 길어진 글한번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