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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때문에 결혼 반대하는 부모님, 너무 속상합니다.

당나귀귀 |2009.12.30 12:17
조회 4,979 |추천 1

경기도 거주하는 27살 먹은 처자입니다. 내년 결혼을 해볼까하며 남자친구와는 얘기가 끝났고 부모님을 만나고 있는 단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돈"때문에 결혼을 반대하는 우리 아버지 때문에 속상하고 그런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실망스러우며 남자친구 쳐다보기 부끄러운 상황입니다.

 

남자친구와 저는 13살 차이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차이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괜찮고 저랑 잘맞고 절 끔찍히도 사랑해주며 무엇보다 제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남자친구와 1년정도 교제하며 이사람이다 싶은 확신이 들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지금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이 있으며 조만간 찾아가 인사하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전화상으로 얘기할 땐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던 아버지였습니다. 인사하기 하루 전날 남자친구보다 먼저 내려가 아버지 눈치를 살피니 썩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남자친구를 만나면 괜찮을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남자친구와 만나 얘기하며 아버지는 "이 결혼 말린다고 안할 것도 아니고 나는 아무 말도 않을테니 둘이 알아서 해라"고 했습니다. 이에 남자친구는 그렇다며 내년 봄에 결혼할 것이며 결혼 준비는 둘이서 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딸을 주셔서 고맙다고 큰절까지 하며 얘기가 끝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한 달 후 아버지가 돌변하셨습니다. 저도 남자친구도 그 때 아버지는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포기하다시피 승낙을 한 거라 받아들였습니다. 툴툴거림은 이혼 후 어머니가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애지중지 키워온 맏딸을 시집보내는 섭섭함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좀 가진 후 아버지도 스스로 정리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정 연휴에 다시 찾아가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후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를 때마침 몸이 안좋아 약먹고 자고 있는 터라 받지 못했습니다. 확인 후 연락했어야 하나 그렇게 자주 통화하던 사이도 아니었고 매번 전화해봤자 안좋은 얘기만 듣는 터라 전화하기가 왠지 꺼려지는 때였습니다.

 

이틀 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온 고모와 큰어머니는 저녁 식사 후 다짜고짜 우리 집으로 가자고 합니다. 아무래도 둘이서 같이 살고 있을거라 의심하고 현장을 확인 후 머리채라도 붙들어서 부산으로 끌고갈 생각이었나 봅니다.

 

물론 동거도 하지 않았거니와 지역에서 아는 여자선배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투룸이긴 하지만 제 방이 무척이나 좁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으며 방청소도 제대로 안되있어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밤중에 무조건 제 방으로 가야한다는 고모와 숙소를 잡아드릴테니 거기서 얘기하자며 의견이 갈라졌습니다. 그러자 이미 의심을 하고 올라왔던 고모와 큰어머니는 제가 뭔가 숨기는 것 같다며 집을 보여주지 않는게 이상하다며 몰고 가십니다.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했던 막무가내 행동에 '우리 집안이 이런 무식한 집안이었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같이 사는 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좁은 방에 고모, 큰어머니, 남동생, 남자친구, 저 5명이 함께 앉았습니다. 일단 살림을 합치지 않은 것에 아무 말 없습니다. 그리고 본론을 꺼냅니다.

 

아버지가 어머니 없이 혼자서 자식 둘 키우며 그렇게 고생했는데 니가 이럴 수 있냐. 결혼은 미루고 직장생활 한 3년 정도 하면서 집에다 돈을 좀 벌어다 주고 시집을 가라.

 

아버지가 그렇게 훌륭하게 고생하며 키운 제가 선택한 사람이다, 제 선택을 믿어달라, 결혼은 손벌리지 않고 하겠다.. 등등 얘기하다 고모와 제가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어른이 얘기하는에 어지간히 '똑똑해서' 또박또박 말대꾸한다고 하십니다. 집버리고 나간 엄마와 똑같다고 몰아치십니다;; 그날 나왔던 막말들을 입데 담기도 힘듭니다.

 

나이차 13살이나 남자친구의 됨됨이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습니다. 제가 내년에 시집을 가는 것이 마치 아버지와 남동생을 버리고 가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마치, 10년 전 아버지와 이혼 후 아버지와 남동생과 저를 버리고 떠난 엄마처럼 얘기합니다.

 

우리집이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닙니다. 페인트를 칠하는 험한 일을 하긴 하지만 우리 남매에게도 인색하게 키우면서 재산을 어느 정도 모아놓았고 몇해 전에는 땅도 샀습니다. 비록 효자 효녀처럼 돈 벌어서 아버지에게 건네주진 못했지만 일을 하시면 아버지 혼자 정도는 충분히 생활할 수 있으며 일을 안해도 굶어죽진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내년에 결혼을 할거면 이제부터 부모 자식간에 연을 끊고 대학 때부터 자취해왔던 보증금과 취업됐다고 사줬던 차를 당장 돌려달랍니다. 차는 다음날 남동생 편으로 당장 돌려보냈습니다. 보증금은 집 계약기간 끝나면 돌려드리겠다 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다 지켜봤던 남자친구에게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못들겠습니다. 차라리 남자친구가 나이가 많아서 안된다고 하면 무릎꿇고라도 설득시키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 술먹고 전화해서 그동안 키워준거 어떻게 보상할거냐고 합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저렇게 나오시니 무슨 막장 드라마속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계속 욕을 반튼 섞어 인연을 끊자고 전화하시고 저는 그냥 듣고만 있습니다. 아버지가 이런 사람인줄 미리 알았더라면 10년 전 부모님 이혼할 때 엄마를 따라갈걸 처음으로 후회했습니다.

 

명절날 찾아뵈면 인자하게 웃으며 슬그머니 용돈 쥐어주시던 고모와 이런 식으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일하고 있다가도 저 생각이 들면 제가 너무 처량하고 비참해 계속 눈물이 납니다. 그저 남들처럼 부모한테 손 안벌리고 결혼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주면 안되는 건지, 너무 속이 상합니다.

 

어제는 친척들 줄줄이 전화와서 아버지에게 아무말도 않고 무조건 싹싹 빌어라고 합니다. 전 절 그렇게 의심하며 다짜고짜 집으로 쳐들어온 고모도 이해할 수 없거니와 이런 식으로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구걸하듯 빌어서 결혼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또 빌어야 할까요...;;

 

댓글 다신 분들의 따끔한 충고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괜히 좋지도 않은 집안 내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워 삭제를 할까 싶었지만 어떻게 보면 제3자 입자에서 더 객관적으로 충고해 줄 것 같아 글을 몇자 더 남깁니다.

 

제가 글을 쓴 것이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 같네요.

 

아버지도 고모도, 함께 올라오신 큰어머니와 남동생도 그리고 다른 친척들도 분명하게 말합니다. "그 남자와 결혼을 말리는 것이 아니다. 시기를 2,3년만 늦춰라. 혼자 사는 아버지를 위해 자식된 도리로 크게 출세못할 바엔 차라리 아버지 옆에서 따뜻한 밥이라도 차려라"라고 말합니다.

 

남자친구는 객관적 조건으로서도 그리고 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서도 나이가 많다는 것 말고는 오히려 저보다 훨씬 좋습니다. 물론 나이로 이뤄놓은 성과겠지요. 그렇다고 이혼남이거나, 유부남도 아닙니다. 학력도 뛰어나고 집안도 화목한 분위기입니다.

 

젊은 시절 연애보다는 일과 사회생활을 더 열심히 했을 뿐이지요. 이여자 저여자 만나며 이것저것 재지 않고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중시하며 지금의 연애도 진솔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두 번의 연애경험이 있는 제가 미안할 정도지요.

 

아버지와 인사 후 남자친구는 어머니와 이모도 만났지요. 처음엔 나이차 많이 난다고 펄펄 뛰었지만 만나서 얘기나눠본 후 태도가 금방 바꼈습니다. 지금은 "다 좋은데 나이가 많은게 조금 아쉽다"고 말하지만 제 결혼상대로 결사반대하진 않습니다.

 

차라리 아버지가 그 사람의 조건을 문제삼아 반대를 한다면 충분히 이해하며 위에도 밝혔듯이 무릎꿇어서라도 그리고 몇 번을 찾아가서라도 설득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걱정은 내년에 대학에 들어갈 남동생의 학비입니다. 제가 처음 취직할 때부터 요즘 사회 초년생의 월급 실정은 상관없이 백만원을 요구했습니다. 자동차를 사줬던 것은 지금은 작은 직장이지만 경력 쌓아 월급이 더 많은 곳으로 옮길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버지에게 나이차 적당하고 대기업 다니며 외모 건실한 그런 사람을 데려가도 아버지는 반대했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불만은 남자친구가 아닌 바로 저를 향한 화살입니다.

 

부모가 자식 인생을 조정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가부장적 사고방식, 항상 다른 자식들과 비교하며 1등 자식 노릇을 해야 한다는 제가 감당하기 힘든 효도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버지와 사는 동안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기를 쓰고 도를 넘어 타지역으로 취직한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집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홀가분했습니다. 아버지 옆에서 사람 피말리는 잔소리를 받으며 밥하고 청소하고 살만큼 제 꿈이 소박하지 않습니다. 

 

저도 아버지 품에서 살며 아버지를 만족시키고 싶었으나 생각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잘나가는 성적, 커트라인 높은 대학, 높은 연봉. 저도 최선을 다했으나 못한 부분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것조차 인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너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너는 왜 그것밖에 못하냐." 결혼도 연장선상입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이런 식으로 갚느냐. 아버지에게 돈을 벌어다 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시집을 가느냐. 돈이 안된다면 옆에서 따뜻한 밥이라도 챙겨줘야 자식된 도리다"

 

아버지가 저의 결혼에 대해 이런 식으로 사업 대하듯 생각하는 줄 알았다면 저도 인사하는 과정을 조금 다르게 했을 것입니다. 고모는 그 사람을 소개시키기 전에 아버지에게 제가 이쯤에서 결혼해도 되겠는지 허락을 맡았냐고 제게 호통쳤습니다. 집에 손 안벌리고 제 힘으로 결혼하겠다는데도 결혼의 시기에 대해 허락을 맡았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아버지가 제게 거는 기대가 제가 능력을 쌓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 아닌 돈을 벌어다 줄 기대인줄 정확히 몰랐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말인줄 알았습니다.

 

항상 욱하고 자기 기분이 우선인 아버지이지만 또 자식에게는 마음이 여려 제가 내려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면 마음이 풀릴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다른 친척들은 일단 빌고 보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러기 싫습니다. 한 사람을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이 잘못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더이상 "예예"하긴 싫습니다.

 

남자친구와 남동생은 아버지가 혼자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합니다. 한 두어 달 연락말고 기다리라고 합디다. 그 시간동안 마음 졸이며 아버지가 언제 올라올지 불안감에 시달리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려가 무릎꿇고 아버지 마음을 풀어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반대의 이유가 나이차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려다 글이 또 길어졌네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님들의 현명한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추천수1
반대수0
베플솔직히...|2009.12.30 13:08
솔직히 어떤 아빠가 13살 차이나는 남자한테 딸 시집보내고 싶겠어요.. 그리고 엄마없이 힘들게 키우셔서 섭섭함이 더 크실듯합니다. 결혼하면서 아빠랑 평생 안보고 살 생각아니시면 반대하는 아빠 마음도 이해하시는게.. 글쓴님 정말 냉정한 사람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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