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을 즐겨보는 올해로 갓 24살이 된 건장한 청년입니다.
처음 톡을 쓰는거네요.
제가 이렇게 톡을 쓰는 것은 너무 답답해서 톡을 씁니다.
저는 간질이라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0.5%가 가지고 있는 비교적 흔한 질병입니다.
제가 처음 발병한건 군대 제대하기 바로 전날 말년휴가 복귀해서입니다.
저희 부대가 거제도의 격오지(큰 부대와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부대)였는데
제대 전날 간부들과 마지막으로 인사도 할 겸 기다리다가 발작증세가 나타나
절벽에서 떨어져 제대신고도 얼굴에 붕대를 감고 했습니다.
그 후로 정확히 3개월 단위로 소발작이 일어납니다.
눈 앞이 흐려지고 말이 어눌해 지면서 1~2분 안에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입에는 거품을 물고 토를 하고.. 정신을 차리면 언제나 119구급차 안이나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죠..
저는 군대를 제대하기 전부터(말년 휴가 나와서)일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대형 할인마트에 아웃소싱으로 들어가는 회사였죠..
매장에서 판매를 하는 것은 아니고 외부에서 서비스를 하는 것이죠.
처음에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간질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너무 요즘에 힘들어서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그래서 쓰러졌나보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09년 1월 또 한번 쓰러졌습니다. 그때 또 한번 검사를 받았죠..
하지만 역시나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4월에도 회식자리에서 발작을 일으켜(단언코 술 한잔도 안 마셨습니다)
십분 십오분 정도 차에서 누워있다가 일어났습니다.
MRI나 CT 뇌파검사 모두 정상으로 나오고 저도 발작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모든게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운전도 하고 다녔고 가볍게 친구들과 술도 한잔씩 하고 담배는 물론 줄였지만 조금씩
폈습니다.
회사에서도 남들보다 인정도 받았었고 부상도 받을 정도로 누가 봐도 환자라고 생각이 안들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저도 저를 환자라고 생각을 안했습니다.
7월에 들어 또 한번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는데 검사를 안받았습니다. 매번 똑같은 검사만 하고 이상없다는 얘기만 하는데 이해가 안됫습니다. 이상이 없으면 왜 내가 주기적으로 쓰러지고 하는지..
그래서 솔직히 많이 망설였지만 신경정신과에 찾아갔습니다.
신경정신과에서는 그냥 증상만 듣더니 간질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틀려졌습니다. 부모님께 간질을 얘기하니 절대 사회 나가서는 니가 간질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말라고 하시고.. 회사에 팀장한테 얘기하니 무조건 숨기라고 하고.. 하지만 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말 내가 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한데 숨길 필요까지 있습니까.. 하지만 윗사람들이 알고 난 후 환자 취급을 하는데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간질은 스트레스를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10월 회사에선 저를 경기도 쪽으로 발령을 내주었습니다(부모님이 사시는 곳)
어찌보면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와서 바뀐 사업장 바뀐 업무 스타일에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나 봅니다 그래서 발령 2주정도만에 다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죠. 이때까지만 해도 간질이라는 걸 팀장에게만 알렸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고 하지만 부담스럽고 사람들이 날 환자 취급하는거 같아 싫더라고요
그리고 며칠전 불과 3일전 퇴근을 하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 버스 정류장에서 쓰러졌습니다. 버스 정류장은 회사 앞에 있거든요..
회사 사람들이 뛰어나와서 구급차를 부르고 저를 병원까지 데리고 갔습니다.
경기도 쪽으로 발령이 나서 쓰러진게 벌써 두번째 입니다.
간질이 흔한 병은 아니지만 또 따지면 비교적 흔한 질병중 하나입니다.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이고요..
회사에서는 이 병을 가지고 상부에 보고를 하였고 저는 지금 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도 아닌 저희 도급업체 팀장(저희 회사의 인사고과는 전혀 관계없는 팀장)은 저를 데리고 일을 못하겟다는 식으로 말을 합니다. 그래서 그만 두라는 식으로..
제가 간질 환자라는게 사회에서 일을 못할 정도의 정도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속이 상합니다. 0.5%가 가지고 있는 질병인데.
그럼 우리나라의 0.5%의 간질환자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한단 말인가요.
하소연 할 데가 없어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앞뒤 문맥도 안맞고 글도 많이 길었지만 읽어주신 톡커님들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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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을 다 읽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글이 많은 힘도 되고 또 가르침도 되네요
제가 쓰러졌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건 제가 미쳐 생각을 못했네요
약은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 이제 회사를 그만 두지만 또한번 이런 발작이 일어난다면
서울로 올라가서 치료를 받아야 겠네요...
회사의 입장도 많이 이해가 갑니다. 분위기도 많이 틀려졌겠구요.
하지만 그동안 저희 본사 사장님이나 다른 간부님들 팀장님들이 아시면서도
이해해주시고 오히려 더 감싸 주셔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그만두게 되는 이유는 저희 회사가 아닌 타 회사의 간섭이 들어온 거구요.
솔직히 월급도 적고 하지만 이 병만 아니라면 계속 일하고 싶을만큼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더욱 완벽해 보일려고 더욱 잘하려고 하다가 병이 심해진게 아닌 가 싶네요
아 그리고 우리나라 솔직한것도 좋지만 가려서 해야겠네요
사회생활 5년을 했지만 아직도 사회 초년생보다 더욱 모르는게 많네요
너무 솔직하게 생활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거..
물론 지금회사에서는 그런 것 못 느꼇지만 앞으로 다른 회사를 간다면
그냥 아무렇지 안은 듯 해야겠습니다..
솔직하면 안되는 대한민국에 또 한번 실망하게 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