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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의 비밀

리얼충박 |2010.01.20 09:50
조회 74,694 |추천 9

지금 오전 업무 잠깐 끝내고 한마디 적어 봅니다.

 

저는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출근합니다.

 

무려 17정거장이나 서서 가기 때문에 무척이나 힘듭니다.

 

그러면서 쭉~ 지켜봐 온 결과 지하철 무려 8~9개 노선을 통틀어..

 

1호선이 가장 특이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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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 들어 섭니다. 서울역과 종로3가 종각 등 몇개의 정거장을 제외 하고는

 

모두 지상으로만 이루어진 1호선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른 여느 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몇 겹은 더 껴입어야 합니다.  특히나 지하철 스토어에서 이용하는

 

따뜻한 캔커피 하나 정도는 사줘야 손 쯤은 따스해 질 수 있습니다.

 

보통 지하철 한 대가 지나간 후에 30초 안에 번호 발판에 서 있어야 선두 그룹에 껴서

 

서있을 수 있습니다. 그 후로는 뒤처져 먼 발치서 서 있어야 하죠..

 

붐비는 인파들로 인해 한 두대 거르는 건 일도 아니죠.

 

지하철 안에 들어 섭니다.

 

빼곡히 빈 공간 없이 사람들로 채워져 발 디딜 곳 하나 없습니다.

 

지하철의 미동에 따라 사람의 미간도 움직입니다.

 

설령 꽁치 대가리를 신은 여성이 버스 신은 남성의 발을 밟았을 경우(악!!)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상만 찌푸릴 뿐.. 조용합니다.

 

잠시 후 깻잎 한장 낄 틈도 없는 지하철 안을 스키 타듯이

 

휘집고 다니는 정체 모를 노인들이 다가옵니다.

 

그 분들은 일일 신문(메트X, 포X스, 6+1=? 등)을 샅샅히 이 잡듯이 뒤져서

 

솥꾸리만한 가방에 챙깁니다.

 

간혹 바퀴있는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직접 끌고 다니시는 분도 보입니다.

 

(아마 ONE고 일 듯..)

 

확실한 건 모르지만 그 분들은 아침에만 정체를 드러내시고,

 

신문이 있는 곳이며 언제든 슈퍼맨 처럼 나타나 배트맨처럼 사라지십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분들을 보려면 서울역 근처로

 

가야 한다고 들은 것도 같습니다.

 

 

 

잠시 후 환승 정거장이 다가 옵니다.

 

우르르 빠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몰립니다.

 

이 순간 만큼은 움츠렸던 어깨를 잠시나마 폈다가 다시 접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한 몇몇 운 좋은 양반들은 앉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 받습니다.

 

 

 

여기서 잠깐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팁을 드립니다.

 

 

 

1. 지하철 안에 들어서면 반드시 열리는 문이 아닌 양 옆 의자가 있는

 

    중간에 비집고 들어선다.

 

 이왕이면 앉아 있는 사람들 바로 앞에 손잡이를 잡고 떡하니

 

 자기 영역을 차지할 수록 좋다.

 

 

 

2. 사람들의 얼굴을 주시한다. 그들 중 이미 블랙홀에 빠지듯

 

    깊게 잠든 사람들 앞은 무조건 피한다.

 

    그들은 이미 종점을 갈 생각으로 대책없이 자는 분들이다.

 

    절대 일어서지 않음이 분명하다.

 

 

 

3. 신문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방금 잡아온 싱싱한 활어회 마냥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 앞을 노린다.

 

    그 분들은 곧 내릴 사람이 분명하다. 그 분들의 목표는 환승 정거장인 것이다.

 

    (가산 디지털단지, 구로, 신도림 등)

 

 

 

4. 위에서 본 두 종류의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 분들은 마치 "난 자고 있다, 내 자릴 넘볼 생각마라" 라는 식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하지만 우린 알 수 있다.

 

   눈을 감은 상태로 현란하게 꿈틀꿈틀   거리는 그 들의 눈동자를....

 

   눈동자를 주시해라! 꿈틀거리는 눈동자들의 그들은 눈만 죽어있을 뿐.. 

 

   쫑긋히 귀를 세우고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다.

 

   간혹 젊은 이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어.공.개(어른 공경 개무시)소속의 사람들로써,

 

    눈만 안마주치면 된다는 생각만 지니고 있다.

 

 

 

여러 환승 정거장을 거친 후 이제 비로소 지하철 안에 칙칙하고

 

 퀘캐묵은 냄새들이 환기 됩니다.

 

이 쯤 에서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노인 한 분이 구리색 NICE 크로스 백을 메고,

 

지팡이 두 개를 짚으시면서 "백원만 도와주세요" 라며..

 

마치 도서관에서 옆 친구에게 "밥 언제먹을래?" 처럼 속삭이듯 말하며 걷습니다.

 

이를 불쌍히 여긴 몇몇 사람들은 비밀번호(?)로 잠궈 뒀던 가방 문을 열어

 

깊은 곳에서 지갑을 꺼냅니다. 평소 패밀리 레스토랑을 간식 먹듯이 가는 그들도

 

이때 만큼은..

 

화폐 단위가 동전과 파란색의 1과 0 X 3로만 있는 줄 압니다.

 

돈을 서서히 꺼내려던 찰라.. 노약자 석에 계신 비슷한 차림의

 

근엄하게(?) 수염을 기르신 분이 "한달에 100만원이나 받아 먹었으면서,

 

 적당히 해라잉?" 이라며 크게 외칩니다. 눈 감은 채 눈알을 뱀 혓바닥 굴리듯이 했던

 

분들과 지갑을 만지작 거리는 척 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근엄하신 분을 주시합니다.

 

갑자기 지팡이 두 개를 짚으시며 개미 기어가는 듯한 소리로 외치시던 노인은

 

대통령 지역예선 출마에 나가는 듯한 큰 목소리로

 

 "100만원이 어딨어? 알지도 못하면서!!

 

말만 하지말고 도와줘! 도와줘! "라며..

 

한 쪽 손의 지팡이를 지하철 천장 높이 불끈 쥐으며 선거유세를 펼칩니다.

 

 

 

잠깐 사이 두 분의 30초 막장 토론이 이어진 후 ..

 

 눈 감은 채 눈알을 뱀 혓바닥 굴리듯이 했던 분들과 지갑을 만지작 거리는 척 하던

 

사람들은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임무에 충실합니다.

 

 

이렇게 지하철 안의 소동이 벌어진 후 .. 어느 덧 목적지에 다다릅니다.

 

주 5회 같은 경험을 반복하며 겪는 아침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 자연스럽습니다.

 

 

간혹 예기 했던 일상들이 달라질 때면 .. 혼란 스럽곤 합니다. ..

 

Written by cwp

추천수9
반대수0
베플.|2010.01.22 11:11
아 근데 진짜 꼭 일찍일어날거 같은 분위기땜에 그 앞에 서있어도 징허게 안일어나는사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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