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성남에 살고있는 21살 여자 입니다.
제목에 쓴 것 처럼 참 많이 뚱뚱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제가 예전부터 이렇게 뚱뚱했던 건 아닙니다.
서울에서 벤처사업을 하시던 아빠가,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쯤 부도를 맞으셨고,
결국 우리가족은 우리집에서 쫓겨남과 빚더미에 오른것은 물론,
온 가족이 전국으로 흩어져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 일로 너무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저는,
활발하던 성격이었지만 학교에서 누구와도 어울리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차에 걸린것이 폭식증입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친구에 대한 그리움에,
따뜻한 집에 대한 그리움에,
예전의 나에 대한 그리움에,
학교에서 나를 찾는 사람들이라고는 친구가 아닌
나를 찾아온 빚쟁이들로 아이들이 수군거리고
남의 집에서 이눈치 저눈치보며 살기 급급했던 그때의 저에겐
먹는 것 만이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먹고싶건 먹고싶지않건 계속 음식을 입에넣고 씹어먹고있는 나를 보았고,
음식이 쌓여져있지 않으면 불안하기도했고,
지금 입안에 한가득 무언가를 먹고있으면서도,
이 다음에 무얼먹을지 생각하고 있었고,
스스로 생각해도 정신질환수준의 집착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2년사이에 몸무게는 성인여성 한명의 몸무게인 45kg가량 불어났고,
저는 더욱더 주눅들어가고, 그러면서도 음식을 놓지는 못하는 생활을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고3 수능시험이 끝나고 12월 성적표가 나온 날.
엄마에게 대학진학을 포기하겠다고, 학교에가서 적응할 자신도없고,
등록금 대출받고 또 벌어서 갚을 자신도 없다며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우리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어도,
방 한칸이 없어 거리에 나앉게 된 신세가 되었어도,
우리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은행빚더미에 앉았어도,
그때도 본 적 없던 저희 엄마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식당에서 하루하루 파출로 일하시며
손이 항상 물에 젖어있어 부르트도록 고생만 하는 저희엄마가
저에게 눈물을 흘리시며 제 손을잡고 부탁하셨습니다.
대학만은 꼭 가야한다고,
이제 먹을것도 그만먹고 남들처럼 살빼서 보란듯이 열심히 살자고.
엄마의 눈물을 보고, 저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철없는 나 자신을 탓하며 다짐했습니다.
그래 나도 살 빼서, 예전처럼 다시 돌아가는 거다.
대학도가서 친구도 사귀고, 다시 활발했던 나로 돌아가는 거다.
하지만 당장에 모든것이 바뀌기에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께 약속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딱 2년만 저에게 시간을 달라고.
그러면 살도빼고, 돈도벌어서, 대학진학 꼭 하겠다고.
엄마는 허락해주셨고,
작년부터 나의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졸업하고 20살 한해동안은 음식자제하는 버릇도 기르고, 살도빼고, 돈도좀 벌고싶었고,
그 다음해에는 살도 빼면서, 공부하고 수능을 쳐서 대학에 가고싶었습니다.
그게 저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살이었던 작년 3월부터
밖에나가서 사람들을 대하기위해 정신과에도 다녔고,
음식을 절제하기위해 고도비만 사람들의 모임에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정서적으로 안정을 조금씩 되찾고,
작년 여름부터는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도 시작하고
작은 회사에서 일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100kg에 육박했던 몸은 현재 7개월 동안 20kg을 감량할수 있었고,
회사에서 일을 하며 등록금도 조금씩 모아뒀습니다.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2월까지만 일을하고
3월부터는 도서관에 다니면서 수능준비를 하며 다이어트를 계속 하는 것 이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는 것이 기뻐서.
이렇게 열심히 살면 나같은사람도 재기할 수 있구나 라는것에 감동받아서.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20kg을 감량했다고해도 80kg에 육박하는 몸매로
지하철이나 거리를 걸어다닐때면, 언제나 나에게 꽂히는 시선들.
내가 힘든건 일하고 다이어트하느라 힘든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나를보며 웃을지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뚱뚱한사람은 자기관리 못해서 그런거니까 비웃어도되.
라는 사람들의 의식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습니다.
일을 마치고, 저녁에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분당선 지하철 안에서 말입니다.
퇴근시간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지하철안에서
저는 한 대학생 커플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커플중 남자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귓속말로
저를 비하하는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여서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저의 몸에대해서 비웃고 자기들끼리 웃고, 그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여자아이도 저를 훑어봤고,
저는 흔히 겪는 일이었지만, 대할때마다 담담하지 못해서
참 마음이 상해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자 그 둘의 대화는 이어졌습니다.
살찐거 꼴보기 싫다느니, 너도 빨리 살빼라느니, 걘 너무 얼굴이 크고 살쪄서 보기 싫다느니, 나 지금 48키론데 살빼겠다느니,
말로 할수도 없을정도로 심한 모멸감을 느끼던 찰나,
회사 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늦게끝났는데 집도 머니까 잘 들어가라고.
근데 기분이 안좋아보인다고.
그래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옆에있는 사람들이 나 자꾸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웃어서 좀 짜증나서 그래."
이렇게 말을하고 조금 더 통화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자 둘이 하는말이 더 가관이었습니다.
여자 : 야 쟤가 니가한말 들었어.
남자 : 그래서 어쩌라고? 어쩌라고?
여자 : ㅋㅋㅋ
남자 : (토나온듯한 제스추어와 웃음)
정말 눈물이 날것같은것을 꾹참고 가고있는데,
갑자기 여자가 정말 화난다는 식으로, 자꾸 성질을 냈습니다.
여자 : (나를 쳐다보며) 아 짜증나. 화나.
남자 : 쫓아내려서 뭐라고 해줄까?
여자 : 아 화나 진짜.
남자 : 내려서 말해줄께.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화날사람이 누구고, 쫓아내려서 뭐라고 할 사람이 누군데,
자기들이 한 말을 내가 엿들어서 화난건가요?
자기들끼리 나 놀리며 재밌게 대화한건데,
그걸내가듣고 싫은티좀 냈다고 그게 그렇게 화났나요?
정말 그 둘을 보고있자니,
화도 화지만,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모든걸 다 내려놓고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집에오는길에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런소리,저런취급 당하려고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하며 산건지,
내가 저들무리에 끼고싶어서, 사회에 나가고싶어서,
이렇게 발버둥을 치고 있는건지.
정말 너무 서글프고, 엄마생각이 정말 많이 났습니다.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프고, 다쳤지만,
그래도 내 탓이니 생각하고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솔직히말해서 두사람 얼굴도 만만치 않았거든요.^^;
그냥 살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보다더 막 살고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내가 자기보다 더 힘들게 노력하고 죽을만큼 발버둥치며 살고있는것도 모르면서
나를 보며 자기들끼리 웃고,
대놓고 욕하고 놀리고,
길거리에서 쳐다보며 손가락질하고,
이러는통에 저 정말 못살겠습니다.
뚱뚱한거 저도 참 많이 보기 싫습니다.
제가 살찌기 전에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몸으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힘듭니다.
그럼 살빼면되잖아. 라고 말하시는 분들 계실텐데요,
이렇게 안살아보면 모릅니다..
정말 죽어버리고 싶을만큼 수치스러운 모멸감을
하루에 열두번도 더 겪은적도 많습니다.
제가 원래 판을 잘 안보는 사람이지만,
이 글을 마땅히 쓸곳이 여기밖에 생각이 나질 않아서 이렇게 길게 썼습니다.
아..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이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제발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뚱뚱한사람들을 싸잡아서 욕하거나 놀리지 말아주세요.
당신들은 한번웃고 지나치면 그만이지만,
그들은 그 상황이 꿈에도 나올정도로
하루종일 메아리처럼 머릿속에 한번, 마음속에 한번, 눈물로 한번,
수도없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