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2000선을 뚫고 2004.22로 마감하던 날.
두려운 맘에 이날 주식형 펀드 환매를 신청했던 투자자는 내심 쾌재를 불렀을지 모른다.
다음날 주가는 40포인트 넘게 하락하고 이어 터진 서브프라임 사태에 1638까지 폭락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국내 증시가 2000선을 재돌파하던 10월 2일(2014.09). 글로벌 증시 회복을 예견하고 기쁜 맘으로 다시 펀드에 가입했을 수 있다.
2000에서 2000으로 회귀. 차익실현했던 돈까지 합쳐 새롭게 펀드에 가입했기에 맘도 뿌듯하다.
또 벌써 주가는 2050선까지 상승도 했다.
그러나 과연 이 투자자의 '환매-재가입'은 얼마만큼 적절한 선택이었을까.
◆ 최고 10% 이상 손실 가능성
= 결론부터 말하면 이 투자자는 '평균적으로'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주가가 2000에서 다시 2000으로 오는 시기였던 7월 26일부터 10월 4일(기준일 기준)까지 406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3.05%로 조사됐다. 분명 지수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주식형 펀드는 3%가 넘는 수익률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주식K-1'은 이 기간에 9.57% 수익을 냈다.
이어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9.45%) '미래에셋드림타겟주식형'(7.78%) '템플턴그로스주식5'(5.4%) 등은 5%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 25일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주식K-1'을 환매했다기 지난 2일 재가입한 투자자라면 고스란히 9% 수익을 날린 셈이다. 지수는 정확히 맞췄을지 몰라도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10%대 손실을 기록했다.
◆ 대형주 약진, 중소형주 부진
= 이처럼 국내 주식형 펀드가 지수 대비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이 기간에 대형주 주가가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보통 주식형 펀드는 운용의 안정성을 위해 대형주를 많이 편입시켜 놓는데 2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대형주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반면 중소형주 펀드는 같은 기간 최악의 상황을 보냈다. 1600대까지 떨어진 주가가 다시 2000선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중소형주들은 거의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1년 수익률(10일 기준) 86.14%를 기록하고 있는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은 이 기간에 -6.89%라는 저조한 성과를 나타냈다. 이어 '미래에셋3억만들기중소형주식1 클래스 A'(-4.01%) '유리스몰뷰티플러스주식'(-3.23%) 등 중소형주 펀드는 성과가 모두 부진했다.
◆ 최근 환매 증가…후회할 수도
= 최근 코스피가 2000선을 재돌파하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다시 환매가 몰리고 있다.
11일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9일 기준으로 전일 대비 224억원 줄어든(재투자 감안) 49조8501억원으로 집계됐다. 나흘 연속 순유출이 발생해 벌써 2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간 상태다.
7월 2000 돌파 후 급락했던 경험이 환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그러나 펀드전문가들은 최근 2000 재돌파 과정에서 알 수 있듯 시황을 예측하는 펀드 단타는 오히려 손실을 가져온다고 경고한다.
이원기 KB자산운용사장은 "지난 7월 주가가 2000선을 넘었을 때 환매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이번 2000 돌파 때 펀드를 재가입하기가 더 힘들 수도 있다"면서 "주가가 오르면 환매하고 떨어지면 가입한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강조했다.
중소형주 펀드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성급하다는 판단이다. 허진영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지금 중소형주 펀드를 환매하고 대형주 펀드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이라면서 "오히려 중소형주와 대형주 펀드를 포트폴리오에 함께 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