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싸우는 상대를 알긴 쉽지만,
네가 왜 싸우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명대사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 데이미언이 사형을 당하기전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독백하는 내용이다.
난, 이 말이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우리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독백을 끄집어 내기 위한 영화적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형과 아우는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함께 싸운다.
그러다가 아일랜드가 영국의 자치주라는 협정을 맺게 되고
형은 자치주에 찬성하여 그 쪽에 서게 되고, 동생은 완전한 독립을 외치며 재무장을 한다.
이제, 영국이 행한 아일랜드 저항 세력과의 대립을 아일랜드 자치정부군이 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형과 아우는 서로 총을 겨누게 되고 결국 형은 동생을 죽게 한다.
동생인 주인공 데이미언의 의식의 혼돈은 여기서 오는 것이다.
분명, 독립을 위해 함께 싸우던 형과 자신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
어제까지 동료였던 전우가 이제는 적이 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
도대체 무엇을 위해 내가 싸웠는가?
영화는 위의 단순한 구조를 참, 설득력있고 사실적으로 그려 나간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독립운동을 위해 피 흘리는 전사라는 점에서 참으로 무거운 내용이기도 하다.
카메라는 계속 들린 상태에서 흔들리는 장면을 담아낸다.
다큐같은 리얼리티를 염두하지 않았을까 싶다.
흔히, 싸우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분명, 싸울 때는 입장이 달랐고 정당한 이유가 있지만
싸우다 보면 어느새 동기는 없어지고 싸움 자체에 몰두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비단, 싸움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흔한 일상에서 쉽게 벌어지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아일랜드의 역사는 우리와 많이 닮았다.
흡사, 일제하의 우리 민족과 남북 분단 상황에서 이념대립을 겪고 있는 민족의 갈등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만약, 이 영화가 우리 영화였다면 훨씬 감정이입이 더 컸을 것도 같다.
아마, 감독의 연출 탓인 것도 같다.
철저하게 감정이 절제된 연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매마른 느낌으로 담담하게 장면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네가 싸우는 상대를 알긴 쉽지만,
네가 왜 싸우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여전히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