ㅜ..ㅜ
이렇게 게시판 도배를 해도 되는걸까요?ㅠ..ㅠ
※ 20 편 ※
오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는 아파트 입구 앞에서 다시 나가봐야된다며
날 내려주고는 가버렸다. 오빠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보다가 엘레베이터를 타러
들어왔다.
그런데 어두워서 몰랐었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윤환이가 앉아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윤환이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윤환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가 윤환이에게로 다가가서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 윤환아?"
윤환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윤환이의 입술 끝에 피가 맺혀 굳어있었다.
아까 오빠한테 맞아서 이렇게 된 것 같다. 난 내 소매로 윤환이의 얼굴에
묻어있는 피를 조금씩 닦아주었다. 굳어서 그런지 잘 닦이지 않았다.
내가 더 닦으려고 소매를 갖다 대려는 순간 윤환이가 내 손목을 잡았다.
놀란 나머지 윤환이를 쳐다보았다. 윤환이의 눈가가 촉촉했다.
"윤환아..."
내가 윤환이의 이름을 조심스레 부르자, 윤환이가 내 손목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난 윤환이의 뒤에 따라서 섰다.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윤환이가 올라섰다. 타지도 않고 멀뚱멀뚱 가만히 있는 나를
윤환이가 보면서 말했다.
"얼른 타."
윤환이의 말에 냉큼 올라탔다. 윤환이가 20층 버튼을 눌렀다.
내가 5층을 누르려고 하자, 윤환이가 내 손목을 다시 잡더니 말했다.
"너 내리는 거 보고 내려갈거야."
"...아.. 안그래도 되는데..."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는 윤환이.
엘레베이터가 지금 이 순간만은 정말 천천히 올라가는 것 같았다.
"아까 많이 아팠지?"
정적을 깨는 내 목소리. 윤환이는 아무 말도 안하더니, 결국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한숨을 쉬고 윤환이에게 말했다.
"오빠가 많이 오해를 했었나봐. 우리 오빠가 좀 세게 때렸지?"
내 말에 윤환이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아주 조용히...
한마디를 꺼냈다.
"우리....오빠..."
윤환이의 말과 동시에 엘레베이터가 멈춰섰다.
내가 문 앞으로 갔고, 윤환이는 여전히 나보다 한발짝 뒤에 서 있었다.
문이 열리고, 엘레베이터 밖으로 나가서 윤환이를 보며 말했다.
"윤환아. 오늘은 정말 미안했어. 집에 가서 약 꼭 발라. 알았지?
나 이만 가볼게."
그리고 뒤돌아서서 집에 들어가려는데 어느새 윤환이가 내려서
나를 불렀다.
"연은수."
내가 뒤돌아섰고, 윤환이는 주먹을 꽉 쥔 채, 나에게 말했다.
"나... 오늘 정말 많이 아팠다."
"....응? 아.. 그치.. 미안해. 내가 내일 약 사줄게. 정말 미안..."
"그게 아니라...."
"응...?"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다...."
"........"
윤환이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오늘처럼 비참한 기분 들었던 날은 없었을거야."
"윤환아..."
"붙잡으려고 했는데... 왠지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거 같더라."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윤환아. 나랑 오빠 사이에 니가 낄 자리는 없어.
나 내 마음 변하지 않을거야. 지금 이 마음 그대로 평생 간직하며 살거야.
그러니깐 나 힘들게 하지 말아줘.. 부탁할게.."
내 말에 힘없이 꽉 쥔 주먹을 펴는 윤환이.
그리고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고,
윤환이가 엘레베이터에서 타려고 하면서 멈추더니 나에게 말했다.
"당분간은 포기 못할 거 같아..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잖냐..."
그리고 엘레베이터를 타는 윤환이.
엘레베이터가 한층씩 내려갈 때마다 내 마음도 한층씩 무너져내려갔다.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잖냐...
라는 윤환이의 말에 내 마음이 더 아파왔다.
나와 같은 처지...
나와 같은 상황...
...........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지도 모를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거야.
난 오빠 옆에 평생 있을 수 있지만... 윤환인 그렇지 않잖아.
윤환인 내 옆에 있어도 많이 힘들테니깐...
벨을 누르고 집에 들어왔다. 이모께서는 조금 화가나셨는지 나에게 말씀하셨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어? 오랜만에 맛있게 차렸는데..."
"이모 죄송해요..."
"그런데 윤환이는 어디갔어? 같이 왜 안왔어?"
"윤환이요...?"
"응. 아까 윤환이 엄마하고 통화했는데 윤환이한테 열쇠를 안줬다고
올때까지 우리 집에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던데...
은수야. 윤환이 좀 불러서와. 우리 쪽 5층이니깐 알았지?
이모가 다시 밥 차려놓고 있을게."
어쩔 수 없이 다시 현관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렸다.
윤환인 없었다. 아마도 문이 잠겨서 밖으로 나가버렸나보다.
다시 올라가려다가 혹시나해서 놀이터엘 가볼려고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에 내려와 놀이터에 가보니, 역시나 윤환이가 있었다.
미끄럼틀쪽 기둥에 기대서 있는 윤환이. 조용히 윤환이 쪽으로 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깐 윤환이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조금은 의외의 모습에 놀랐지만, 난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윤환이를 불렀다.
"윤환아.."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담배를 떨어트린 윤환이.
그리고는 재빨리 담배를 모래에 덮어버리는 윤환이.
다 봤는데... 이미...
"저기.. 우리 집에 밥 먹으러 가자. 이모께서 너 데리구 오래서..."
"...안가."
"너 집 열쇠도 없다면서 그러지말고 같이 가자. 응?"
내가 윤환이에게 조르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자 마지못해 날 따라나서는 윤환이.
난 윤환이의 팔을 붙잡고 윤환이를 끌고가다시피 데리고 갔다.
그러면서 아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윤환이에게 말했다.
"치~ 튕기기는~ 니가 우리 집 안가면 어디 있을라구... 요새 날씨도 추운데..."
"내가 갈데가 왜 없냐."
윤환이가 삐진듯 말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럼 어딜갈려고 했는데!?"
"아씨. 나 그냥 간다?"
"아냐아냐~ 이왕 여기까지 온거 우리집 가서 밥먹자. 이모께서 정성들여서
만드셨는데 우리가 맛있게 먹어야지."
그러자 어쩔수 없다는 듯이 따라나서는 윤환이.
어느새 엘레베이터는 20층에 도착했고, 나와 윤환이는 집으로 들어섰다.
이모께서 활짝 웃으시면서 우릴 반기셨다.
"어머~ 둘이 왔어? 윤환아. 밖이 좀 추웠지? 이제 곧 4월인데도 날씨가 여전히 춥더라구.
그런데 어? 윤환아. 얼굴이 왜 그래? 누구랑 싸웠어?"
이모의 말에 곧바로 입가를 가리는 윤환이.
이모께서 음식을 차리시다 말고 윤환이 앞으로 오셨다.
그리고는 말씀하셨다.
"이구~ 너 누구랑 또 싸웠구나? 중3되서는 안싸우는 줄 알았더니 벌써부터 싸우고.
은수야. 이모 방에 가면 구급상자 있거든~ 그거 꺼내서 윤환이 약좀 발라줘.
이모는 식탁 차리고 있을게."
"네. 알았어요. 윤환아. 저기 소파에 앉아있어."
그리고 이모방에 가서 구급상자를 가지고왔다. 쇼파에 앉아있는 윤환이.
난 소독약을 꺼내 솜에 묻힌 다음 윤환이의 입가에 톡톡 두드려주었다.
그러자 윤환이가 조금 따가운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가 비웃듯이 윤환이에게 말했다.
"으구~ 아픈가 보구나!? 엄살은~~"
"아냐. 하나도 안아파."
"그러면서 표정이 왜그래! 너 아프지?"
"안아프다니깐. 줘봐. 내가 하게."
그리고 나에게서 솜을 뺏으려는 윤환이. 싫다고 손을 뒤로 하다가
결국은 두 손목 다 윤환이에게 잡혔다.
어라..? 그런데 몸이 뒤로 쏠린다.
우당쾅쾅쾅 이라는 소리와 함께 나는 뒤로 넘어졌고..
내 손목을 잡고 있던 윤환인 내 위로 넘어졌다.
윤환이의 얼굴이 바로 코 앞이다. 깜짝 놀라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윤환일 쳐다봤다.
윤환인 조금 아팠는지 다시 한번 표정을 찡그리다가 눈을 떴다.
그리고는 바로 코 앞에 있는 날 보더니 놀라서 벌떡 일어서버린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이상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