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 Milan: Dida, Bonera, Nesta, Thiago Silva, Antonini, Beckham, Pirlo, Ambrosini, Ronaldinho, Alexandre Pato, Huntelaar.
Subs: Abbiati, Gattuso, Inzaghi, Seedorf, Flamini, Favalli, Abate.
Man Utd: Van der Sar, Rafael Da Silva, Ferdinand, Jonathan Evans, Evra, Nani, Carrick, Scholes, Fletcher, Park, Rooney.
Subs: Kuszczak, Neville, Brown, Owen, Berbatov, Valencia, Gibson.
더 이상은 없었던 징크스.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리우던 AC밀란의 홈 구장 San Siro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번 경기 이전까지 산 시로 구장에 4번 찾아왔다. 결과는 4전 전패.
밀란에게 10점을 내주는 동안 맨유는 단 한득점도 올리지 못했다. 비단 맨유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었고 산시로는 언제나 원정팀의 무덤이었다. 적어도 전반 30분 중반 경 스콜스의 행운의 동점골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산 시로는 맨유의 무덤이 될 것만 같았다.
후반이 시작되고 맨유는 산 시로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기 시작했고 결과는 2-3. 맨유의 산 시로 원정 첫 승리.
밀란의 패배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감독의 역량 차이가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예상외로 빨리 터진 호나우딩요의 선제골

전반 3분 호나우딩요의 선제골이 터지는 순간 산 시로는 불이 붙었다. 06-07 시절 3-0으로 맨유를 박살냈던 추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4-3-3 전술을 들고 나온 레오나르도 감독은 3명의 미드필더로 암브로시니, 피를로, 베컴을 내세운다.
4-5-1 전술을 들고 나온 퍼거슨 감독은 5명의 미드필더를 세움으로서 중원 장악을 위해 노력한다.
전반은 밀란의 완벽 페이스였다. 스콜스의 동점골이 터지기 전까지. 밀란 선수들의 압박의 정도는 엄청났고 맨유의 선수들은 번번히 패스가 끊기고 실수를 연발하며, 밀란에게 많은 골 찬스를 내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밀란은 결정적 찬스들을 살려내지 못했고 스콜스의 행운의 동점골이 터진다.

동점 상태에서 시작하는 후반전. 사라진 중원의 압박. 퍼거슨은 명장이다.
전반에 너무 힘을 빼논 탓일까. 밀란은 후반 시작부터 삐그덕대기 시작한다. 전반에 보여주었던 압박과 커팅이 사라졌다. 특히 피를로, 암브로시니, 베컴의 미들라인과 호나우딩요, 훈텔라르, 파투의 공격라인 간의 거리가 너무 벌어져 있었다.
이 넓은 간격에서 5명의 미드필더를 세워놓았던 맨유 선수들은 그들의 장기인 짧은 패스웍을 통해 수많은 찬스를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안토니니의 부상으로 교체된 파발리가 맡은 오른쪽 측면은 맨유의 주 공략대상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후반이 시작하기 전 박지성을 따로 불러 자신의 전술을 설명한다.
맨유의 후반 공격 패턴은 이러하였다. 미드필더의 압박을 통해 밀란의 공을 끊어내면 캐릭이나 스콜스가 박지성, 또는 플레처에게 연결한다. 박지성은 루니나 윙(나니, 발렌시아)에 공을 연결한 후 전방으로 침투한다. 상대적으로 노장 선수가 많았던 밀란의 미들라인은 체력적인 문제였는지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이는 맨유 선수들에게 수많은 찬스를 내주고 많다.
딩요, 훈텔라르, 파투의 공격라인은 거의 수비 가담을 위해 내려오지 않았다. 수비를 위해서라면 루니까지 후방으로 내려오던 맨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맨유는 4-5-1에서 박지성과 루니를 톱으로 세우는 4-4-2로 변형시킨다. 이를 통해 맨유가 얻었던 장점은 루니에게만 몰려있던 수비를 박지성에게도 분산시킬 수 있었으며 양 윙쪽 공격수들에게도 공간을 열어줄 수 있었다. 역전골과 쐐기골 모두 양 윙에 의한 크로스에 의한 득점이었으며 네스타와 티아고 실바는 각각 루니와 박지성을 막기 위해 센터백 사이의 간격을 벌려두고 있었다.
그리고 퍼거슨은 하파엘에겐 공격 가담을 거의 시키지 않았고, 에브라에게는 활발한 공격 가담을 주문했는데 왼쪽 공격을 플레처에게 맡기고 오른쪽을 발렌시아에게 맡긴 것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퍼거슨의 나니의 발렌시아 교체는 주효했다. 잦은 패스미스와 돌파 저지를 당한 나니를 후반 초반부터 교체시킨 퍼거슨의 선택은 바로 역전골로 연결되었다. 발렌시아가 올린 크로스를 루니가 헤딩으로 마무리지었다. 그 후에도 발렌시아는 날카로운 돌파를 보여준다.

희망을 보여주었던 시도르프의 동점골. 밀란의 ACE는 역시 호나우딩요.

3-1로 패색이 짙던 산시로. 떠나가는 관중들도 다시 자리에 앉히게 한 시도르프의 동점골.
이 골도 역시나 호나우딩요의 발끝에서 시작되었다. 오른쪽으로 벌려주는 피를로의 패스를 받은 호나우딩요는 3명의 수비수 사이에서 시도르프에게 연결했고 네덜란드의 천재 미드필더는 이를 힐킥으로 연결시켜 반 데 사르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추격의 골을 성공시킨다.
추격 골 성공 이후 다시 페이스는 밀란에게 돌아온다. 훈텔라르를 빼고 관록의 인자기를 투입시킨 레오나르두 감독. 인자기는 경기 중 단 한번의 찬스를 맞는다. 퍼디난드를 달고 페널티 박스 왼편에 있던 인자기는 급히 페널티 박스 오른편으로 뛰어간다. 이를 포착한 피를로는 인자기에게 스루패스를 연결해주었고 인자기에겐 슈팅 공간이 생긴다. 논스톱으로 때린 그의 슛은 골대 위를 살짝 비껴간다.
가장 아쉬웠던 동점골의 순간이었다.
밀란에서 이 날 눈에 띈 선수는 외계인 호나우딩요 뿐이었다.
맨유 승리의 수훈갑 : 루니 , 박지성 , 에브라 그리고 감독 퍼거슨

밀란의 답답했던 후반 경기 운영은 조율의 피를로가 완벽히 박지성에 의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경기 내내 피를로를 쫓아다녔고 페이스를 완전히 내주었던 전반과는 다르게 후반에는 피를로의 패스 공간과 진로를 완벽히 차단하며 약 20분간 밀란의 공격 시작 전체를 틀어막았다. 어쩔 수 없이 밀란은 네스타나 티아구 실바, 베컴의 롱패스에 의존한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었다.

박지성의 활동량이 어느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통계 자료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루니는 2년 전 자신과 지금의 자신의 플레이는 완벽히 다름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클래스는 한 단계 높아졌고 순도높은 골결정력과 슈팅찬스를 만드는 그의 능력은 가히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에브라이다.
AC밀란의 문제점 중 하나가 확실한 스코어러가 없다는 점이다. 그 스코어러가 될 수 있는 한 선수가 오른쪽 윙포워드 파투이다. 파투는 이날 경기에서 에브라에 의해 완벽히 지워졌다. 몇번의 돌파를 내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에브라는 수비면 수비, 공격가담이면 공격가담 등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호나우딩요에게 몇차례의 기회를 내주던 하파엘과 비교하면 에브라의 플레이는 완벽했다.
그리고 퍼거슨은 정말 명장이다. 후반 전술 변화도 주효했고 특히 나니의 교체 타이밍은 완벽했다. 후반 막판 무렵 밀리던 맨유의 시간끌기를 위한 웨스 브라운의 교체 등 선수들을 적재 적소에 투입시키는 그의 능력은 정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밀란 패배의 원인: 노장, 양 풀백, 그리고 신임감독 레오나르도.

노장이 대체적으로 많은 밀란은 후반에 압박이란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끌려다녔다. 상대방의 압박에 오히려 밀리다보니 패스미스가 매우 많았고, 롱패스 위주 경기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센터백에 비해 클래스가 떨어지는 양 풀백의 문제를 들고 싶다. 선발로 나왔던 안토니니와 보네라. 레오나르두 감독은 아바테 대신 경험의 보네라를 선택했고, 오른쪽 풀백은 그럭저럭 좋은 모습을 보여준건 사실이다. 하지만 왼쪽 안토니니는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스콜스 골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뿐더러, 교체로 들어온 파발리는 발렌시아에게 연속 찬스를 허용하였고 공격가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물론 맨유도 하파엘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에브라라는 걸출한 풀백을 보유하고 그 덕을 톡톡히 봤다는 점은 맨유와 밀란의 큰 차이점 중 하나다.
그리고 레오나르두 감독은 선수 교체를 적절히 하지 못했다.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훈텔라르는 조기 교체 시켜주어야 했다. 그리고 너무 베컴에만 의존하는 오른쪽 플레이 등, 전술적인 변화를 거의 주지 못한 점도 퍼거슨과의 차이다. 아직 그에게 챔피언스리그란 산은 넘기 힘든 높이일지도 모른다.
2차전을 기대하며
이로써 AC밀란은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2-0 이상의 승리를 거두어야만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과연 OT원정에서 저 점수차의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팀이 몇이나 될까?
AC밀란의 8강 진출 가능성은 냉정히 따져보아도 20% 미만이다. 세리에A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 몇년 째 EPL팀만 만나면 약해지던 이탈리아 클럽 팀들이다. 2000년 초반의 황금기는 사라진지 오래.
개인적으로 인터밀란과 첼시의 경기도 인터 밀란에게 상당히 위험하다.
맨유는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밀란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과연 이들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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