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낙태에 대해서 말이 많지 않습니까? 불법이니, 저출산 문제도 겹치고 생명의 존엄성, 이런 것이랑도 연결이 되어 의견이 분분합니다.
낙태를 하면 애를 잘라서 끄집어낸다더라, 살아있는 생명을 어떻게 죽이느냐..
낙태 사진이나 동영상.. 그런 것들 보시고 낙태 반대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전 지금 임신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실하진 않구요..
관계 열흘 정도 후 착상혈이라고 생각할만한 하혈이 있었고, 현재 생리 예정일인데 생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불안해서 사흘전 쯤에 테스트를 해봤는데 그땐 한 줄이었구요.
임신 호르몬은 생리 예정일 이후 급격히 늘어난다고 하므로 다시 해 볼 생각입니다.
덜컥 내가 임신했다, 생각하니 굉장히 불안하더군요. 남자친구에게도 당장 알렸습니다. 낙태, 낙태 비용, (지역이름) 낙태 가능 병원 등등 검색도 많이 해봤습니다. 혹시 당장 오늘에라도 생리를 해서, 아, 다행이다 하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런데 모든 답변은 올해 들어서 낙태 근절 운동을 하고 있다, 어딜 가도 힘들 것이다 등등.. 거의 그렇더군요. 매크로로 복사 붙여넣기 해서 저딴엔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한 분도 계속 눈에 띄구요ㅡㅡ;
지금 글을 보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막연하게, 우리나라 요즘 인구도 적어지고 그게 사람이면 살인인데 안된다. 잔인하다.
그렇게 생각하시고 안된다고 몰고 계시지는 않나요?
저는 이제 대학에 들어갑니다. 만약 제가 대학만 다니지 않는다면, 또는 휴학을 할 수 있는 학년이었다면 낳기로 결정했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입양을 해야 한다고 해도요.
만약 자신이, 또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원치 않는 임신을 덜컥 해버렸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 아이를 낳으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당장 집에 사실을 말하고, 그 아이를 낳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현실이 되면 그것은 엄청난 부담감이 됩니다. 당장 내가 계획했던 근미래, 또는 인생에 장애물이 되는 겁니다.
물론 아기에게도 생명이 있습니다.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을겁니다.
하지만 산모에게도 선택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모성애라는 단어로 덮을 수 없는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원치 않은 임신이라도 책임은 누군가가 져야 한다, 무조건 낳아야 한다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지금 낙태를 원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기들은 싫다고 하는 모양이니 그 다음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국가입니다.
저출산이라고 낙태를 금지시킨 건 국가니까요.
그렇다면 국가가 경제적 사정, 또는 피치못할 이유로 낙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출산에 대한 배려 또는 혜택을 주고 있느냐? ...그런 것 같아 보이십니까?
낙태를 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 2가지는 원하지 않는 아기여서, 낳더라도 키우기가 어려워서 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생명 존중을 기본으로 하여, 전자는 피임 등에 대한 교육 같은 것들일테고, 후자는 정부의 육아 지원이지요. 저출산과 낙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 정부의 육아 지원입니다. 이런 식으로 중간 결론이 나야할텐데, 엉뚱하게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낙태를 금지한다? 이딴 나라 조까.
사회에서는 그런 미혼모에 대한 배려를 해주고 있습니까?
당장 만약 고등학교/중학교 재학중인데 누가 임신했다더라~ 그러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습니까?
제 생각으로는 더러운 x... 이런 말이 나올 것 같은데요. 원래 친구가 아니라 한다리, 두다리 걸쳐 아는 사이라면 더 그럴겁니다. 옆집 앞집 아줌마들은 뒤에서 쑥덕거리겠지요. 그런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도 특히 학생에게는 큰 고문입니다.
제가 뭘 말하는지 횡설수설하네요...
요약하자면
낙태를 무조건 금지할 것은 아니다. 또는 그렇게 하려면 제대로 된 사회적 기반과 배려, 법이 있어야 한다.
물론 남아선호사상 등 어이없는 이유로 하는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맞지만, 그저 잔인하다, 불쌍하다는 이유로 '어떤 이유든 무조건 낙태는 안된다'라고 흘러가는 것은 위험하다
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무엇을 하든 피치못할 사정은 생깁니다. 피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피임을 제대로 하는 것이 제일 우선이겠지만, 그렇게 해도 일은 터집니다. 모두에겐 1%의 가능성일지라도, 자신에게 일어나면 그 일은 100%가 됩니다.
저는 제 목전에 이 일이 닥쳐서야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일 싫어하는 건 프로라이프 의사회구요(뼈는 있지만 농담입니다;).
현 정부는 낙태 금지를 저출산 문제와 연계하여 더 단속할 생각인 모양입니다. 정말 저 놈의 쥐새퀴는... 그렇게 인구를 늘리고 싶으면 피임 금지 낙태 금지를 시키지 그랬어요.
낙태 반대하시는 분들의 생각, 이해합니다. 생명이 소중한 것도 압니다.
하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보다는, 저와 제 선택을 지키고 싶은 것은 잘못된 것입니까?
만약 어느 날 테스트기에 두 줄의 선이 나타난다면, 저는 저와 제 아기를 위해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이별하기 위해서 노력할 겁니다.
원하지 않는 생명을 받아줄 여력 없는 더러운 세상엔, 저 혼자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