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묘약
“앉아”
걸어오는 강민한을 보며 신은준이 나의 팔을 잡아 당겼다
난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고 강민한은 이내 우리 곁으로 왔다
나를 보며 잠시 놀란 듯 보였으나 곧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줌마 여기 잔 한잔만 더 주시고 소주 3병 더 주세요”
“.........”
“.........”
우린 예상대로 아무 말이 없었다
“지금 뭐하자는 플레이인가? 두 사람 인사도 안해?”
두 사람은 아무 대답도 말도 하지 않은 채 술만 훌쩍 거리고 있었다
“입은 안 열고 술은 잘도 들이키시네”
“.......”
“얼씨구 끝까지 침묵시위를 하시겠다? 그래 좋다 나도 침묵시위 한다 이거야”
아무말도 없이 술만 먹는 강민한과 나를 보며 답답해 하던 신은준 역시 아무말 없이
술만 마시게 되었다
언제나 그랬다
처음이 어렵고 힘이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내는 것도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벌고
처음 사랑을 하고
처음 이별을 하고
나에게 처음이란 항상 어려운 존재였다
소주를 얼마나 마신 뒤 일까
난 기나긴 침묵을 깨버렸다
“신은준”
“오 드디어 입을 여시는군”
“너”
“또 왜 이러실까”
“너 저리로 가있어 워이워이”
참견하기 좋아하는 신은준은 왠일인지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강민한과 나 둘만 남았다
강민한은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마시던 술을 중단하고 잠시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내가 예뻐요? 내가 그렇게 예쁜가”
강민한은 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이봐요 강민한”
나의 반말에 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째려보았다
괜히 .. 오바 한 모양이다 후회가 밀려왔다
“강민한씨”
“말하세요 한지유씨”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
“어쩜 사람이 그날 이후로 한번 도 연락을 하지 않을 수가 있냐고요”
“우리가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였습니까?”
“이봐이봐 이럴 줄 알았어 사람이 말이야 정이없어 정이”
“........”
“강민한씨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죠 3번이상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서로 어려운 일도 도와주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구도 되고 연락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저랑 지금 친구 하자는 말입니까?”
“어머머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내말은 그 뭐지 .. 그니까 사람이 그 ..”
“도대체 한지유씨가 말하고 싶은 그 가 뭡니까”
“그니까 그게 뭐냐면.. 여튼 그런게 있잖아요 그런데 말이지 사람이 정이 너무 없으셔”
“그렇게 말하는 한지유씨도 연락을 안한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아니죠”
“뭐가 아니라는 겁니까”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나는 버림받은 쪽이고 강민한씨는 버린 쪽이니까 강민한씨가
연락하기 더 편하죠 안그래요?“
“도대체 누가 버렸다는 겁니까”
“누구긴요 잘나신 io의 황태자 강민한씨가 지지리궁상 한지유를 버렸단 말이죠”
그는 도대체 이여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강민한씨가 그랬잖아요 다시는 마주치는 일 없으면 좋겠다고”
“그건 그때 제가 화가 나서 한 말 같습니다”
“봐봐봐 화가 나서 한 말이래..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맞아서 우는 개구리는
안보이는가보지”
“그래서 속상했습니까?”
“속상? 아니요 아니거든요 근데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이 말은 너무 심한거 아닌가요?
사람인연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들었더라 아아아아 혜진이 언니 노래다! 다시는 마주치지말자~
다시는 마주치지말자아아아~ 캬 명곡이야 명곡”
소음에 가까운 노래소리에 멀리 떨어져 있던 신은준이 쳐다보았다
“뭘봐”
나의 행동에 강민한은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작은 미소를 보였다
“웃지마요”
“그럼 울까요?”
“나 볼때 마다 어이없다는 식으로 쳐다보면서 웃기도 하다가 갑자기 차가운 표정으로
변하고 자기가 뭐 지킬박사와 하이드인가 .. 도대체 그 쪽 정체가 뭡니까”
“한지유씨 지금 내 말투 따라 하는 겁니까”
“네 따라하는 겁니다 매일 딱딱한 말투에 차가운표정 , 이러니 사람이 정이 없지”
“아까부터 계속 정 정 거리는데 한지유씨는 얼마나 정이 많습니까”
“저는 말이죠 초코파이 밖에 안먹어요”
센스 없는 그는 나의 하이개그에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지유씨”
“왜요”
“말투가 왜 그렇게 까칠 합니까”
“나 원래 이래요 원래 이렇게 막 자랐어요 왜요”
“아직 기분이 나쁜 겁니까?”
“저요? 하찮은 저에 기분까지 관심을 가져다주시고 감사합니다”
잘못은 분명 내가 했었다
마음속으로 100번도 넘게 했던 ‘미안합니다’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심통만 내고 있었다
잘못은 분명 내가 했는데 말이다.
“한지유씨는 어떤 사람입니까”
어떤사람..?
난 캔디다
“난 말이죠 캔디 캔디예요”
“들장미소녀 캔디 말하는 겁니까?”
“땡 틀렸어요 저는요 잡초소녀캔디랍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안울겠다는 캔디 말입니까?”
“땡 틀렸어요 저는요 외로우면 울고 슬프면 울고 아파도 울고 화나도 울고 속상해도 울어요”
“그렇게 많이 우는 사람이 무슨 캔디 입니까”
“결론은 캔디처럼 결국엔 씩씩하게 일어난 다는 말이죠
그런데 우리의 캔디는 아직 어려서 너무 바보 같다는 말이죠
아프면 울어야지 그걸 왜 참아? 계속 참으면 속병나고 스트레스 쌓이면 피부나빠져
술 찾게 되고 그러다보면 살도 찌고 그럼 인생이 더 고달파 지는 거 잖아요
안그래요? 내말이 틀렸어요?“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네요”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난 오늘도 술이라는 묘약을 빌렸다
나는 힘이 들 때 또는 기쁠 때 가끔 이 마법의 묘약을 나는 찾게 된다
그리고 지금처럼 용기가 필요할 때 이 묘약은 나에게 마법을 부른다
해결 되지 못한 일이 있으면 해결될 때 까지 생각 하는 무서운 고질병을 가지고 있는 나였기에
강민한과의 오해가 풀린 뒤 마음이 한 층 가벼워졌다
찝찝한 기분이 사라지니 커피 맛도 더 향긋 한 듯 하였다
“휴 벌써 3일이 지났네 오늘이 마지막으로 프리준에서 일 하는 날 이구나..”
프리준 식구들이 열어 준 송별회를 하고 난 뒤 처음으로 프리준 사무실에 출근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출근이기도 하였다
“한기자님 커피 드시면서 하세요”
“어어 고마워요 은혜씨, 은혜씨 커피 맛은 잊을 수 없을 꺼야”
“그럼 또 놀러 오시면 되지요”
“그래 그래야지”
그래 마지막 우정의미를 확실히 거두자
오늘 하루 프리준을 위하여 열심히 일을 하는 거야 한지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프리준의 대표는 나의 책상 위에 잡지책 한권을 던졌다
“이거 너냐”
“응? 이게 뭐야”
잊고 있었다
그와의 스캔들.. 드디어 터지고 말았는 것이다
“이거 너 맞지?”
“응? 이게머야 나 아닌데”
“너 맞잖아”
“속고만 살았니 나 아니라고, 얼굴도 모자이크처리 돼서 누군지도 모르겠네”
다행이다 모자이크 처리가 확실히 되어 있었다
“한지유 니 눈엔 내가 바보로 보이냐”
“응 바보로 보여”
“재미없어, 유치한 장난 그만하고 자랑이든 변명이든 얘기 좀 해보시죠 한기자님”
“자랑? 왠 자랑 .. ”
“당연히 자랑해야하는거 아닌가 기사 제목 봐봐”
제목은 이러하였다
‘I.O 후계자 강민한의 숨겨둔 신데렐라 그녀는 누구인가‘
제목이 창피할 정도로 유치했다
“한지유 이 정도면 자랑할 만 하지않아?”
“그래 그래 나 맞아 나야 어쩔래”
“..............”
나의 예상과 달리 신은준의 표정에서는 웃음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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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방황하다가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