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범한 인문계고등학교를 다니는 고3 남자 입니다.
마땅히 어느판에 써야할지 몰라 고민을 조금 했지만, 이곳이 제일 어울릴것 같아 써봅니다.
저보다 더 힘든일을 겪은 사람들이 많은거 압니다만 저는 조금 힘들게 자랐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두분 다 고졸 이시구요.
형편이 안돼서 대학을 못갔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실업계에 나와서 전기를 다루시구요.
어머니는 호프집에서 요리하고 설거지하시며 돈을 버십니다.
아버지는 중소기업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그런 작은 회사에 다니십니다.
컨테이너박스로 된 공간. 그곳에서 아버지께서 있으시고.
회사에서 아버지 퇴직금 안주려고 아버지 소속(?)을 이곳 저곳 계속 옮기고 있어
경력이란게 안쌓인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주로 공사현장에 가서 전기를 다루시는데요.
제가 초등학생때 아버지께서 전기를 다루신다고 전봇대에 오르셨는데.
그 전봇대가 부실한 전봇대였습니다. 결국 전봇대는 땅으로 떨어지고.
아버지도 같이 떨어지셨습니다.
아버지는 바로 응급실에 실려가셨고.
결국 아버지의 다리는 짝이 안맞으셔서 신발에 깔창을 한쪽에만 넣어야 하는 수준이며
기억상실증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이 아버지를 반기셨지요.
처음엔 가족도 못알아보고 부모님도 못알아보셨습니다.
수년간 수차례의 수술로 다리도 많이 좋아지셨고, 기억도 많이 돌아오셨습니다.
유치원에 다닐때 빌라로 이사왔는데. 그때 빚을 조금 낸 상태였고.
아버지의 수술비로 빚이 더 늘어났지요.
어머니는 옷에 관심이 많으셔서 동네에 옷가게를 하나 차리셨지만.
2~3년 하시고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으셨습니다. 그러면서 빚이 더 늘어났구요..
어머니의 친구분이 한분 계셨는데. 이혼을 한 상태였지요.
그 친구분이 호프집을 하나 차리자고 해서 어머니와 같이 차리셨어요.
막상 가게를 오픈하니 장사도 안되구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친구분이 재혼을 하신다고 호프집에 일을 안하신다고 해서 또 문을 닫았지요.
호프집에 모든 비용은 어머니가 부담 했었구요.
그렇게 또 문을 닫으면서 집안이 휘청거렸습니다.
호프집 차리기전부터 그랬었지요..
어린나이에 부모님들이 이혼을 한다고 그러시고 어머니나 아버지 둘중 하나 골라라.
각자 부모님집에서 자식들 데리고 갈거라고. 그런말씀을 하셨었고.
밤에 자다가 잠에서 깨면 부모님이 진지하게 이혼에 대해서,. 파산신고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시고 또 서럽게 우시는날도 많았지요.
그러면 제몸은 돌덩이처럼 무거워지고 소리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매일매일 힘들게 살았구.
어머니는 원형탈모까지 일어났지요.
빚은 많은데 아버지는 작은회사에서 월급도 얼마 못받으시고. 어머니도 저녁에 나가셔서 새벽에 돌아오시는데 돈도 얼마 못받으시고..
그러다보니 저는 고1때부터 학원을 못다녔고. 밥도 맨밥에 김 간장 이렇게 매일 밥을 먹은적도 있고. 라면만 먹은적도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웃음이란 없었고 매일 암울한 분위기.
결국 아버지는 가족들을 모아 중대발표를 하셨습니다.
빌라를 팔자.
빌라를 팔아서 새롭게 시작하자. 정말 작은방 한칸짜리 집에서 살아도.
다시 시작하자. 이 빚 다 갚고 다시 시작해보자.. 라고 하셨습니다.
9년간 살아온 빌라를 떠나야한다는 마음에 조금 시원섭섭했지만.
집안형편이 이러니 어쩔수 없다고 생각을 했지요.
사촌형이 한명 있었는데 빌라를 파는일을 도와준다고 하셨어요.
사촌형이 이런쪽에 일을한다고해서 사촌형에게 부탁을 했지요.
사촌형이 준비해달라던 서류들과 도장등등을 구비하고 사촌형에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몇일동안 많은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오셨고.
몇일안돼 집이 팔렸습니다
.
물론... 이중계약으로요..
사촌형이 이중계약을 해서 돈을 2명에게 떼먹고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먹고 날았지요..
그 소식을 듣고 정말 앞이 막막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계약이 끝난거니.. 가족에게는 돈10원도 오지 않고 집을 내놓게 생겼지요.
이전보다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우리가족이 가진거라곤 빌라 하나뿐이였는데.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촌형은.
죽었습니다. 몇일뒤 호텔화장실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촌형은 쪽지를 남기셨는데 나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과 우리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그런 쪽지를 남기셨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들어도 돈은 10원도 못받고..
작은 주택에 세들어서 살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장애인 이십니다.
다리가 불편하셔요. 걸으실순 있는데 다리에 힘이 없으세요.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드시고 누워있으신상태에서 일어서기도 힘드시고
요즘은 쟁반드는거도 버거워 하시더군요..
아버지는 회사에서 일이 없으니 집에서 쉬라고..
일 있으면 부른다고 했는데 한달넘게 부르지 않고...
아버지께서는 집안에서 뒹굴거리기만 하시고..
술먹고 오시면 저와 동생을 불러 미안하다고..
형편이 이래서 미안하다고..
해주고싶은거 다 못해주게해서 미안하다고 그러시고..
저는 고1때 연극을 했습니다.
학교 동아리에서 연극을 했는데요.
친구들과 재밌게 힘들게 연습을 해서 지역대회에서 1등을 하고.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도 연극을 했었습니다.
정말 재밌었지만.. 그만뒀습니다.
연극쟁이들은 돈 많이 버는거도 아니고..
예술이니깐요... 두려웠습니다..
집안이 이런데 계속 연극을 해도 될까.. 하는 그 두려움에 연극을 그만두고.
그 다음 내가 하고싶은게 뭔지 찾아봤는데. 상담이였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친구들 고민을 잘 들어주고 얘기하는것을 좋아해서
상담을 많이 했습니다. 아. 상담사가 되자. 청소년 상담사가 되자.. 하는 마음에
학교 선생님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도 나눠보고 천소년상담사를 만나서 얘기도 해보고
인터넷검색도 하루종일 하고.. 인터넷 채팅에서 고민상담도 들어주고 그랬었지요.
그러다보니 목표는 심리학과 였습니다.
허나 성적은 낮았었고. 또 걱정거리가 하나하나씩 늘어났지요.
상담사 자격증. 국가에서 인정해주는건 딱 하나인데.
3 2 1 급이 있는데 그것을 따는데 . 적어도 6~9년이 걸린다는거지요.
공부를 잘해도. 일정기간동안 상담계열에서 일을 해야 자격증을 딸수있는 자격이 주어지거든요.
심리학과를 가서 상담계열로 가고.. 군대 갔다오고 또 자격증 따려고 준비하면..
30중반이나 될까? 중후반..? 그동안 뭘먹고 살지.. 형편이 어려운데 이게 버텨질까..
하는 마음들이 있었지요...
어느세 저는 돈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되더군요..
그러다 고2 겨울. 부모님은 저에게 이런말씀들을 합니다.
고졸을 해라. 대학 못보낸다. 형편이 안된다. 많이 어렵다.
집안이 어려운건 알았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요즘 학자금대출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그것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는사람이
많고, 군대갔다오고 4년동안 학교다녀야하는데. 1년만해도 돈이 장난아니게 나가는데 4년.. 그걸 갚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릴것 같고 또 신용불량자가 되면 어쩌나.. 대학 나온다고 취직이 보장되는거도 아니고... 하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시대에 대학은 나와야겠다고 생각해서 부모님과 소리지르고 싸우고
말이 아니였지요.. 크리스마스날에 어머님께 대학은 안된다고 미안하다고 포기하라는 장문의 문자도 오고.. 그냥 고졸해라.. 기술배워서 노가다나 해라.. 회사들 하청에 들어가라.. 라는식으로만 얘기 하십니다...
부모님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거도 아니지만.. 가족의 영향이 너무 큰거 같아요.
저는 울산에 삽니다. 친구 부모님들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미포조선 등등
대기업에 다녀서 자식들 대학비 다 나오고 그러는데 아버지는 명절이라고 돈 만원받으면 잘받는 그런 작은회사에 다니고 있고..
부모님이 자식 대학 못보낸다고 할정도면 얼마나 힘든건지..
부모님도 많이 생각하고 말한거 아는데 정말 이래야할지..
요즘은 지잡대라도 대학은 기본이고.. 대학 나와서도 취직이 바늘구멍이라던데...
고졸로 먹고 살수있을지...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여자들의 눈은 높아만져서 살기 힘들어지고 있는데.. 하는 고민들이 있네요...
정말 말을 많이 한것 같습니다.. 저같은 학생에게 충고나 조언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