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국내에서도 영화 <공기인형>을 볼 수 있다. 2009년 배두나가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외국 배우로는 최초로 일본의 여우주연상 3관왕을 석권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영화 ‘공기인형’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했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영화, 공기인형이 공개되는 순간 일본 언론이 극찬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는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대용품으로 주인 히데오(이타오 이츠지)와 함께 산다. 어느날 갑자기 생명이 생기고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된 노조미는 낮엔 외출을 하고 밤엔 집으로 돌아가 인형의 모습을 한다. 우연히 찾게 된 비디오 가게에서 점원 준이치(아라타)를 보고 한눈에 반하면서 사랑을 배우고, 슬픔과 괴로움을 배우면서 인간이 되어간다.
공기인형을 소재로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속이 텅 빈 공기인형을 통해 마음이 텅 빈 현대인들의 쓸쓸한 자화상을 그려낸다. 인간이 아닌 인형과 친구가 된 히데오부터 세상과 단절한 거식증 환자, 늙는게 두려운 노처녀,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오타쿠 등 공기인형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타인을 통해 채워야하는 자신의 빈 곳을 채우지 못한다. 화려한 도시 언저리에 있는 이들을 그리며 아름다운 판타지멜로 이면에 있는 슬픔을 그려낸다. 또한 관객들은 여느 로봇이나 사물이 아니라 공기인형이기에 연출 가능했던 대사와 장면들로 마음이 아려온다. “나는 공기인형,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대용품.”이라는 대사가 반복되면서 감정을 숨기고 주인에게 순응해야하는 고통,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기가 빠져나가 인형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아픔, 공기인형의 시선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러한 섬세한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스케치했다. 남자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여성적 감수성이 물씬 묻어난다. 주연인 배두나의 공도 혁혁하다. 배두나는 올 누드로 등장할 때조차 정말 인형을 보는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연기하였다. 진짜 공기인형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기인형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완벽한 캐스팅에 완벽한 연기를 자랑한다. 일찍이 배두나의 작품은 모두 다 보았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감정표현방식이 섬세하고 과장되지 않은 배두나를 눈여겨보고 꼭 함께 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공기인형은 일본영화 특유의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이질감이나 거부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나 감정전달에 있어서 한국영화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 정도로 한국적 정서에 잘 맞아떨어진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노조미의 생각을 읽고 노조미처럼 느낀다. 일본 톱스타 들의 출연보다, 세계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것보다, 한국배우가 등장하여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 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이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순수한 아이의 시선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공기인형이 국내 작품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분명 탐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