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들어 네톤톡에 아주 제대로 빠져버린
21년산 영계(?)입니다.
평소에 가족관련 판을 즐겨보는데요
어제 동생분의 첫월급으로 즐겁게 쇼핑하셧다는 28년 누님의 글을 보고
오늘 오랜만에 함께놀았던 둘째누이가 생각나서
과거에 꽤나 제속좀 썩이게 했던 둘째누이 험담 겸
자랑도 좀 하고싶은 용기가 생기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저, 그리고 저 위로 누나가 둘 있습니다
26살 29살 묵은 잘 익은 것들입죠.. 네..
큰누나와 작은누나 들 사이로 제가 나이차이가 좀 나서 집에서는
거의 막내 귀염둥이로 취급받겠네!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냥 머슴입니다. 막내는개뿔이...
설거지 빨래 청소 요리 이런 기본적인거
유치원에서 꿀빨때부터 터득한 스킬입니다.
그래도 큰누나랑은 나이차가 좀 나다보니
제가 철이없을땐 큰누나가 이미 다 철이 들어있어서 그다지 트러블은 없었던것같습니다.
그냥 자질구리한 시다바리만 잘해주면 무사히 지나갔죠.
근데 작은누나 이건 뭐....답도 없었드랬죠...
우리 작은누나는 어려서부터 여장군감이였습니다.
전 누나들이 많다보니 어렸을때부터 어머니가 겨울에 춥다고
바지안에 흰색 타이즈를 신겨서 학교를 보낸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근데 하루는 6학년 형님들이 어떻게 귀신같이 눈치를깠는지
절 붙잡고 타이즈 신었다고 놀리기 시작하더군요.
이제 초딩1학년이 뭘 반항하겠습니까. 그냥 짜져서 울고있었죠
그런데 어디서 많이보던 얼굴이 하나 오더군요
와서 많이도 말 안했습니다.
'야 걔 내 동생이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와....... 아직 코찔찔이 암것도 몰랐던 시기이지만
누나에게서 그당시에 줄기차게 봤던
그레이트다간,썬가드, K캅스... 등등의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한순간에 절 놀려대던 6학년들이 말이 험담에서 칭찬으로 바뀌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작은누나는 한놈씩 떡실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궁금한건.. 보통 초딩 남자랑 여자가 싸우면 남자몸에 손톱자국이 나지않나요?
우리누나랑 싸우는 남자들은 왜 하나같이 쌍코피가 터졌는지;;;
조선시대였으면 진짜 진심 다모했을겁니다 이사람...
무튼! 지금도 제 뇌리에 박혀있는 한마디가 아마 그때 박힌것같습니다.
'이사람은 건드리면 내가 피본다'
그때이후로 전 아주 착실하게 우리누나의 똘마니 노릇을 했습니다.
그렇게 초딩을 지나 중딩을 넘어 고딩까지 왔습니다
그동안에 우리누나도 제법 처녀티가 날만큼 자라서 남자친구'들'도 생기고 직장도 얻고 할때였죠.
(얼굴은 못생겻지만 성격이 워낙 털털하여 나름 매력이 있었었나봅니다 남자들한테...허허)
슬슬 이쯤대면 질풍노도의 시기라 하여
머리좀 굵어졌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한번쯤은 하극상을 일으킬만한 발상을 하게됩니다.
'아 슈발 내가 이거 왜해야함?'
뭐 이런식으로 말이죠.
저도 사람이라서 그런맘이 없었던것이 아닙니다 절대.
뭐 찌질한거 시킬때 거센 반항도 한두번쯤은 해보았습죠.
뭐... 좀 성격있는 누나가 있는분들은 다 아실만한 결과가 보이겠죠?
처절하리만큼 깨졌습니다. 먼지밖에 안남을정도로 ...
고3때 제가 제일 싫어했던 브랜드가 아디다스입니다.
nothing is impossible?
개뿔이.....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
그렇게 암울한 10대생활을 벗어나 드디어 20살 청춘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대학도 작은누나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타지로 가게되었고
여자학우들도 제법 되는 좋은 학과에 들어갔습니다
스무살이 되어서 이제 정말 성인이 되자 누나도 조금은 날 이해해주는지
짜잘한 심부름같은건 시키지 않더군요.
학점 4.5 받아도 이것보단 기쁘지 않았을겁니다 정말..
그러던 그해 어느날 여름저녁에 갑자기 누나가 저와 가족에게 이런소리를 하더군요
'나 내년에 결혼할겁니다, 추석때 소개하러 올껍니다'
이전부터 사내커플로 가족들에게 공개하고 연애해오던 사실은 알았습니다만
정말 실제로 결혼할줄은 몰랐던터라 상당히 충격이였죠.
성격이 너무 털털해서 갑자기 그런 진지한말을 꺼내니까 어색하기도했구요.
그래도 치고박은것(사실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았습니다)도 다 정이라고
막상 간다니까 서글픈맘은 정말 컸습니다.
그렇게 추석때 지금의 매형과 술자리를 하는데.. 참 기분이 묘합디다
기분이 좋은것도 아닌것이.. 나쁜것도 아닌것이... ㅋㅋㅋ 찜찜하이 ㅋㅋㅋ
그날이 있고 얼마안있어 양가에서 상견례를 한후, 결혼식날이 3월7일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다음부턴 정말 일들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더군요..혼수...집장만.. 등등등
하루하루가 수능치기 100일전보다 더 빨리 가는것 같았습니다
'내일도아닌데 허세는 많네' 라고 하신다면 할말없습니다만
님들도 형제자매 시집보내보시면 알겁니다..
그렇게 준비를 이러쿵 저러쿵 하여 드디어 3월7일 결혼식전날
뭐 이받이상? 이런거라고 하며 제가 매형집에 잔치음식과 상을 들고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전 전혀 모르고있다가 전날 어머니의 일방적인 통보로 깨닫게되어
헐레벌떡 있던양복 다리고, 가서 무슨말을 드릴지 하는 생각에 머리통이 터지면서
미처 맘의 준비도 못하고 간 상태였지만
딱 한가지 맘만은 또렷하게 생기더군요
'아. 드디어 누나가 가는구나'
워낙에 말주변도없고 소심한데다 그런감정까지 겹치니 뭐 어르신들한테 말은 고사하고
눈도한번 못마주치고 일어날 상황이 연출될수밖에 없더군요.
그렇게 조용하게 있다가 일어날려고 하는데.. 어르신께서 뭐 할말없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정말 그말아니였으면 용기내서 말 못했을겁니다
'어르신, 누나 잘 부탁드립니다. 누나에게 시아버지가 아닌 새아버지가 되어주세요'
내가 미쳤지.. 새아버지라니.... 아이고....
속으로 눈물을 흩뿌리며 집을 나왔습니다
그렇게 3월 7일이 되어 누나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창피하지만 누나가 입장할때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같이 입장하는 아버지도 안우시는데 나보고 운다고 욕 딥따 얻어먹고....
무튼 지금은 매형과 함께 오손도손 알콩달콩 이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들어 느끼는건 누나가 시집을가길 잘했다는겁니다.
제게 없던 형이 하나 생겨서 그런건지.. 아니면 시다바리를 안해도되서 그런건지
아직 맘이 갈피는 못잡고 있습니다만...ㅋㅋㅋㅋㅋ
글쓰다보니 재밋어서 이렇게 장문이 됬네요 ㅋㅋ
어디서 못털어놨던 둘째누이 험담 잔뜩해서 시원하면서도
아련햇던 추억들이 생각나서 섭섭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사내자슥이 되가지고...허허 ㅋㅋ 낯간지럽네요
새벽에 글쓰고 전 이만 자러갑니다. 긋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