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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타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얀손 |2010.04.21 09:30
조회 417 |추천 1

코리안 타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확히 ‘약속을 위한 약속 시간’으로 해야만 정확한 제목이 될 것만 같다. 어제 나는 광화문에서 지인들과 오후 7시에 약속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약속 시간을 정확히 맞춰서 오는 사람이 있고, 뒤늦게 오는 사람도 있었다. 약속시간 불이행자들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30분 동안 기다리는데, 비록 꽃이 활짝 핀 봄날이었지만 저녁 무렵부터 바람도 강하게 불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날씨는 쌀쌀했다.


  대충 생일 축하의 분위기가 정리되고, 소위 ‘코리안 타임’을 여전히 고수하는 약속시간 불이행자들에 대한 성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어떤 단체나 개인에 대한 신뢰와 신용의 문제라는 공격성 발언으로 시작해서,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상종하기 싫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와 달리 여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더욱 끔찍이 여긴다는 선언과 감정 섞인 발언도 튀어나온다.


  이에 공격을 받은 사람들은, 인간이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약속시간에 늦을 수 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상대의 입장도 생각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다시 습관적인 약속시간 불이행자들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공격이 다시 시작된다. 나는 양진영의 공격과 방어의 포탄이 날아드는 전쟁터에서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다.


  우선, 원칙적으로 약속시간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약속시간에 충실하지 못했다. 그런 과거의 ‘나’를 친구들은 많이 질타했다. ‘너 때문에 모두들 이 고생을 하고 기다렸다.’, ‘너 때문에 버스를 놓쳤다. 어쩔 테냐? 점심식사는 네가 책임져라!’ 등등의 비난과 질타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항상 나는 약속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가장 큰 나의 문제는 상대보다 ‘나’를 우선했기 때문에 대부분 약속시간 불이행이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부터 나는 약속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가량 일찍 출발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약속장소에서 책을 읽으며 그들을 기다렸다. 역시 약속시간을 정확히 지켜서 오는 사람도 있고, 과거의 나처럼 약속시간을 훌쩍 넘겨서 오는 사람도 있었다. 두 그룹이 약속시간을 놓고 언쟁이 시작되었다. 항상 나는 그 그룹의 사이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약속불이행 전과가 너무도 화려(?)했기 때문이었다.  


  ‘코리안 타임’도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유구한 전통을 지닌 습성이란 말을 들었다. 서구와 달리 시간에 대한 여유를 갖고 살아오던 선조들의 몸에 밴 습성이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유전자처럼 남아 있는 모양이다. 약속시간에 대해서, 앞으로 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면,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으로 ‘코리안 타임’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항상 나는 무겁고 번거롭다고 해도 책을 지니고 다닌다. 막연히 사람을 기다리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부족한 독서 시간을 채우기 위한 방편이기도 한다. 상대가 약속 시간에 늦으면, 그 만큼 나는 많은 독서를 하게 된다. 나에게 많은 독서를 하게 만든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도 지닌다. 과거 나의 약속시간불이행 전과(?)과 없었다면, 아마도 나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무척 원망하고, 시계를 확인하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초초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읽을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데, 더 주력을 한다. 어차피, 한국의 ‘코리안 타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오늘 나는 아침에 ‘약속’과 관련해서 수필을 쓰기로, 어제 만난 사람들과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고 나니, 마음이 쇄락해져 온다. 역시 약속은 안 지키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마음이 편안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융통성을 발휘하면 더욱 행복하고 편안한 만남과 친목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모두들 행복한 시간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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