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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얘깁니다. 중복 아니구요 ^^

푼군 |2010.05.19 00:27
조회 2,614 |추천 9

밑에도 몇 개 썼었는데, 제가 글솜씨가 부족해서 그런지, 그닥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얘긴 여럿이 알면 더 재밌으니까요 ^^

 

2005년도 입소 당시 훈련소 동기한테 들은 얘기 입니다.

 

입소 3주차 토요일밤에, (당연히)TV도 못보고 심심하고 점호도 시간 남고 하길래 무서운 얘기 하다가 한 동기가 해 준 얘기 입니다.

 

 

쫌 길어도 상황설명이 필요한거니 참고 읽어 주세요 ^^;

 

동기의 사촌형이 목포에 있는 무슨 해양전문학교에 다녔답니다. 몇 살인진 모르므로, 어느정도 년도인지는 모르겠네요. 대학은 아니었던것 같고, 고등학교 레벨인 것 같습니다.

 

학교 자체가 특수목적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전원 기숙사 생활이며, 교내 규율이 군대의 그것과 같았다고 합니다.

교복도 장교복 비스무리하고, 머리도 짧게 깎고.

뭐 하여튼 그곳도 학교이니 '교내금연'이라는 교칙이 있었답니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그런건 어기라고 있는거란 불량학생이 있기 마련이죠 ^^

 

동기의 사촌형이 그랬답니다.

 

그 학교 건물이 일제시대에 지어진 것이었는지, 지하벙커같은것도 있고, 송유관같은 지하 파이프도 여럿 있었다고 합니다.

 

동기의 사촌형은 동기 4명과 함께 방과후면 항상 그 지하파이프에 숨어 들어가서 담배를 피우곤 했답니다.

 

지상에서 맨홀 뚜껑같은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간이 사다리를 타고 6미터 정도 내려가면 사람이 반 정도 일어날 수 있는 높이의 좁고 긴 파이프였답니다.

 

그 안은 어두우니까, 사촌형은 항상 친구들과 앞 뒤로 한 손씩 잡고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한 10미터 정도 어기적 어기적 걸어 들어가서 담배를 피우곤 다시 반대 순서로 나오곤 했답니다.

 

항상 처음 앞은 사촌형이었고, 그 뒤로 친구 A B C D가 순서대로 손을 앞 뒤로 잡고 들어갔다가, 나올땐 반대로 맨 앞이 D이고 순서대로 C B A 사촌형 순서대로 나왔던거죠.

 

아무튼.

 

그렇게 한동안 담배의 맛을 알아가고 있던 불량 청소년이었던 사촌형님을 포함한 모두에게 불만스러운 학교측의 통고가 있었답니다.

 

무슨 사건인가가 있었는지, 그 당시 사촌형의 기억으로도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 했고, 학교측에서는 모든 학생은 방과후 숙소와 도서관, 식당 외에는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몇 주 쯤은 참았지만, 이제 막 담배의 마력에 지배당하기 시작한 사촌형님과 친구 ABCD는 참기가 짜증 났겠죠.

 

저녘이 되어 어두울 즈음에 관리교사의 눈을 피해 지하 파이프로 향했답니다.

 

입구의 뚜껑을 열고 항상 해오던 대로 형님이 먼저 내려가고 그 후로 친구들이 내려와서, 역시나 순서대로 사촌형, 친구 A, B, C, D가 앞 뒤로 손에 손을 잡고 들어가서 담배를 맛나게 피웠답니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맛있게 다 피우고 이제 들어가서 쉬어볼까~ 하며 일어나서 다시 역순으로 앞 뒤로 손을 잡았답니다. 무서우니까.

 

맨 마지막에 있던 사촌형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뒤에 있을 줄 알았던 친구에게 내밀었답니다.

 

탁! 하고 손가락 네 개를 마주 잡았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중간까지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답니다.

 

저 앞에 위로 올라가는 간이 사다리가 보일 쯤 해서 '아! 이건 아니구나...' 싶더랍니다.

 

자기 뒤로 없을 텐데 잡았으니까요.

 

그래도 남자인지라, 바보는 아닌지라 소리 안지르고 꾹 참았답니다. 그냥 점잖게 앞 친구들에게 조금 빨리 가라고만 했답니다.

 

친구 D, C, B, A가 순서대로 간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걸 보면서 정말 울고 싶었답니다. 눈물이 맺히더랍니다.

 

마지막 앞 친구 A가 사다리 중간쯤 올라가고 자기가 올라가려고 뒷 손을 놓자 툭! 떨어지는 느낌이 나더랍니다.

 

이 악물고 간이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면서 속으로 '제발 제발 제발' 했답니다.

 

사람 본능이란게 참 이상한거겠죠. 그래도 확인을 해 보고 싶더랍니다. 한 1미터 남겨 놓고 아래를 봤답니다.

 

아. 보지말걸 참 후회 했답니다.

 

자신과 똑같은 교복? 제복?을 입은 사람이, 짧은 머리를 하고, 퀭 한 눈동자없는 눈으로 굉장히 무언가 슬프고 아쉽고 처량한 표정을 하고 쭈그리고 앉아서 발가락만으로 버티고 서서 올라가는 사촌형을 올려다 보고 있었답니다.

 

사촌형은 참았던 감정이 폭발해서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졌고, 정신을 잃진 않았지만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어서 그냥 아픈것도 모르고 눈 꼭 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답니다.

 

위에 먼저 올라갔던 친구들이, 사촌형이 소리지르면서 떨어지자 놀래서 우왕좌왕 하다가 근처에 있던 선생님한테 들켰답니다. 달려온 선생님께 발견 되어서 친구들과 다같이 내려와 구출(?) 됐답니다.

 

사촌형은 큰 부상 없이 떨어질 때 잘못 짚은 손목만 부러졌고, 교칙 위반으로 정학 처분을 받았답니다.

 

교무실을 오가며 학교 선생님들이 말씀 하시는걸 들었는데, 누군가 학교 학생이 그 파이프 터널에서, 자살인지 모르지만 외상 없이 죽은체로 발견되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학생이동금지령이 내렸던 거구요.

 

하여간 그랬답니다. 얘기는 여기까지구요.

 

동기에게 이야기 잘 듣고 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소대장님 덕분에 비명 질렀다가 얼차려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초소 근무 때 나가서 사수한테 얘기 했다가, 밤에 근무서는것도 무섭고 억울한데, 안그래도 여기 귀신 많다고 하는데, 니 얘기 듣고 이따가 잠이 오겠냐며 졸라 갈굼당한, 저에겐 결과가 좋지 않았던 얘기였네요...-ㅅ-

 

재미없게 보셨어도 나중에 다른거 또 써야지~

추천수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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