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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어떤 여자를 구하려다 내가 당할 뻔한 이야기

해뤼뽀러 |2010.05.22 23:32
조회 2,728 |추천 6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살고 있는 27살 청년입니다.^^

네이트 판에 처음으로 오늘 제가 있었던 일을 쓰고 싶네요.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알고 싶은데...

여러분들은 요즘 세상에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모르는 젊은 사람들에게 대뜸 훈계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어떠한 경우라도 정도가 지나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나이가 아무리 많은 어르신이라 할지라도.

 

오늘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오후에 학원 가는 날이라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날씨도 하필이면 비가 잔뜩 내려서 기분까지 축 처지게 만드는지...

그러다가 제가 타는 현충로 역에 도착해서는 지하철 타는 플랫폼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플랫폼에 있는 벤치 쪽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때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벤치에 앉아 있었고, 그 벤치 옆 큰 거울 앞에는 어떤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서 있었습니다.

전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는 지하철 올 때까지 노래를 듣고 있었지요.

근데 갑자기 할아버지께서 옆에 서 있는 여자를 향해

"학생, 이리로 와봐" 라고 외치시더군요. 멘트는 저 멘트였지만 말투는 완전 시비조.

그 상황에서 누가 냉큼 다가 올까요? 당연히 여자는 당황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여자가 안오자 할아버지는 "어른이 부르는 데 왜 안와" 이러면서 성큼성큼 그 여자한테 다가가더군요.

옆에서 지켜보던 제가 당황스러운데, 그 여자는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그래서 전 이어폰을 즉시 빼고 할아버지의 행동을 잠시 지켜봤죠.

할아버지는 그 여자한테 치마가 왜 이리 짧냐며 어쩌구저쩌구 젊은 것들이 완전 빤스차림에 다닌다는 둥 어쩌구저쩌구...

얼핏얼핏 들려오는 말이 여자 옷차림에 대한 훈계인 것 같은데...그 상황은 절대 건전한 훈계상황이 아니었죠. 적어도 제가 판단하기엔.

그때 지하철 플랫폼엔 저, 할아버지, 여자 이렇게 세 명만 있었고, 여자는 어찌할 줄 몰라 저를 힐끔힐끔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전 이러다 뭔 일이 날까 싶어서 그 할아버지한테 다가가서

"할아버지, 왜 이러세요, 그만 하시죠." 이랬더니 할아버지는,

"비켜봐, 어른이 젊은 것들한테 훈계를 하는데 왜 이러냐" 하길래 저는 그 할아버지를 여자한테서 떼어놓으려고 그 여자한테 그냥 가시라고 말한 다음 그 할아버지 팔을 잡고 여자 반대방향으로 살짝 당겼죠.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난데없이

"니가 뭐 저 여자 남친이라도 돼냐, 니가 무슨 자격으로 이러느냐" 등등 막 말을 퍼부으시길래, 저도 할아버지한테

"그럼 할아버지는 무슨 자격으로 그러십니까" 등등 맞받아 쳤죠.

그순간 지하철이 와서 저는 할아버지랑 더이상 말 섞기 싫어서 그냥 지하철에 탔는데...

할아버지가 제가 타는 칸으로 따라 들어와서는 지하철 안에서도 막 큰소리 치는게 아닙니까.

"내가 나이가 팔십을 먹었는데, 요즘 젊은 것들한테 훈계도 못하냐. 요즘 젊은 것들 데모만 할 줄 알지 나라가 시끄러운데 빤스차림에 다니질 않나 어쩌구저쩌구..."

그 순간 깨달았죠. 저 할아버지는 완전 보수수구꼴통...(참고로 제 갠적으로는 보수수구꼴통은 나이를 불문하고 가장 싫어하는 스탈입니다.)

그러더니 제가 좀 전에 잡은 팔 쪽에 진단서를 끊어서 나를 고소하겠다며, 다음 정류장에 내리라는 겁니다. 그 말에 저는 어이가 없어서 그냥 무시했지만 계속 내리라는 말에 저도 살짝 열이 받아 오히려 제가 할아버지를 데리고 반월당 역에 내렸죠. 그리고 할아버지를 이끌고 역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사무실 직원들이 무슨 일로 오셨냐길래, 저는 일단 "이 할아버지 말씀부터 들어봐주세요." 라고 하고 가만히 앉아있었죠. 근데 그 할아버지 성격이 어디 갑니까. 상황을 설명하다가 단 1분만에 역무실 담당자로 보이시는 분과도 언쟁이 붙었죠. 그 직원분(그 분도 나이가 한 50이상은 되어보이던데..)에게도 내가 나이가 팔십인데 요즘 젊은 것들 운운하면서...그 할아버지는 나이만 믿고 남의 말을 전혀 안듣는 스타일. ;;;

그때서야 그 직원분도 무슨 일인지 대충 눈치 챈 듯하더군요. 결국 자기가 맞은 것도 아니고,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깐 경찰불러 조사하면 다 나온다고...얘기를 하니깐 혼자 투덜투덜 거리며 요즘 젊은 것들(진짜 할아버지한테서 나온 말의 반 이상은 '젊은 것들'이랑 '내 나이 팔십' 밖에 없었다는;;;) 운운하며 나가더군요. 그래서 직원이 어디가시냐고, 경찰부르자고 말하니깐 그 할아버지는 됐다면서 그냥 가버렸습니다. 저도 그 직원한테 "그냥 놔두세요"이런 후 상황은 끝이 났습니다.

 

그런 후 저는 다시 지하철을 탈 상황이었지만...그 할아버지가 먼저 지하철 플랫폼으로 내려간 상황이라...괜히 또 일 생길까봐 지하철 역무실에서 커피 한 잔 대접받고 아까운 지하철비 새로 찍으며 내려갔답니다 ㅠㅠ

그때 역무실 직원분과 얘기를 잠시 나눴는데...저런 분들이 생각 외로 많다고 하더군요. 단지 대부분은 술 취한 상태인데...저 할아버지는 맨정신이었다는...;;;;;

 

여튼...여자분 구하려다 잘못하면 제가 당할 뻔했네요. 비록 저도 저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께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할아버지 상태(?)가 저래서인지 몰라도 전혀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드네요. 담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그렇게 할 듯.

 

참 세상이 각박하고 예의범절이 많이 무너졌다고 하지만...정도를 지키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한 듯하네요.

저도 지금 교사 임용고시 준비하는 사람으로...그런 쪽에서는 더더욱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튼 글이 길었네요..읽어주신 분들 모두 행복하실꺼에요~^^

 

p.s 1 지하철 직원 분께서말씀해주시던데...지하철 CCTV는 주로 안전선 근방만 찍히기 때문에 그 안쪽 플랫폼은 안찍히는 곳이 더 많다네요. 오늘 제가 있었던 사건 위치도 실제로는 안찍힌 곳이었다는..;;;직원분께서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하시더군요. 잘못하면 덤탱이 쓸 수 있다면서. 여러분들도 다들 조심하세요^^

 

p.s 2 노무현 대통령님. 너무 보고싶네요 ㅠㅠ

추천수6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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