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합시다" 시리즈 두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감성마을 촌장님, 트위터계의 간달프 작가 이외수 선생님입니다. 인생에 대해 사랑에 대해 던지는 말씀이 대중에게 항상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설명이 필요없는 분이죠.
평소 트위터 등을 통해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열심히 권유하시고 계셔서 인터뷰를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신간 '아불류 시불류'의 막바지 출간준비로 여러모로 바쁘신 가운데 허락해주신 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
인터뷰는 감성마을의 이외수 선생님 자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보슬비가 뿌리는 감성마을은 입구부터 감성을 촉촉히 적시는 글귀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인터뷰 내내 이외수선생님이 투표와 정치에 대해, 인생과 예술에 대해 하시는 말씀들은 머리로 들어오는 것뿐만 아니라 가슴에 적셔지는 듯 느껴졌습니다.
다음은 이외수 선생님과의 인터뷰 요약입니다. 얼마나 투표 안 하는 사람들을 선생님께서 걱정하시는지 들어볼까요? ^^ 풀버전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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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함 (이하 투): 진짜 미인분들만 문하생으로 두신다는 소문이 사실이네요 (웃음)
이외수 선생님 (이하 외): 아, 그럼요. 일, 인물. 이, 인물. 삼, 인물. (일동 폭소)
투: 선생님께서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선생님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언제 처음 투표를 하셨는지에 대해서 또는 인상적이셨던 선거참여의 기억이 있으신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외: 초등학교때부터 줄반장선거라도 투표를 했으니까 선거는 일찍 한 셈이죠. 우리 대학 때는 학생회장 선거 때 쉬었습니다. 수업을 안 하고 투표를 하고 난 다음에 쉬었죠.
당시 교육대학이 2년제이다보니 학생회장 선거도 자주 있었는데, 학생들이 학교 왔다가 다 놀러가려고 빠져나갔어요. 학생회장 선거 참석이 학점과 관련있었기 때문에 선거날 일단 출석은 해야했었는데, 다들 출석체크만 하구 선거는 안 하고 놀러나갔단 말이죠.
이렇게 학생들이 투표 안하고 놀러가려니까 당시 학장님께서 동전 한 자루를 가지고 오셨어요. 그리고 빠져나가는 학생들마다 불러서 손바닥을 펴보라고 하시고는 20원을 주셨습니다. 20원을 주시면서, “너는 너의 주권을 20원에 팔고 나가는 놈이다. 그러니까 네 주권은 20원짜리밖에 안되는 거다. 너의 주권이 그렇다면 너의 가치는 20원짜리다” 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 말씀을 듣고는 다 못나갔습니다. 받은 20원 반납하고 다시 들어가서 투표하고 나갔어요.
그 일이 굉장히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그 이후 단 한번도 투표에 빠진 적이 없어요. 국회의원 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단체장 선거든 다 투표를 했었죠.
투: 잘 아시겠지만 유권자들 - 특히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소수고 대다수가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거부감을 느끼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을 주실 수 있을까요?
외: 대개의 경우, 동물은 대장을 뽑을 때 물고 뜯고 해서 뽑습니다. 투표해서 뽑지 않죠. 그러니 사실 투표는 인간만이 하는 겁니다. 다른 생명체가 투표하는 생명체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투표를 포기하는 건 인간이길 포기하는 거랑 똑같은 겁니다. ‘투표를 안하면 너희는 인간이 아니다’, 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투표를 안 하면 정치가들이 정치를 잘 못했다고 말할 자격조차 없는 거에요.
투: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의 변명이랄까 항변을 들어보면, “투표를 해봐야 바뀌는 것이 없다”고 하거나 또는 “기권도 투표에 대한 권리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분들에게는 뭐라고 말씀해주시겠어요?
외: 핑계와 변명이 많이 늘어나면, 발전이 말할 기회를 잃어버리죠. 그러니까, 투표 안 하는 것이 핑계인지, 변명인지, 아니면 정말 정당한 것인지 따져봐야죠. 그런 변명들이 투표하는 것보다 정당하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핑계를 대며 투표하지 않는 건 진짜 소신이 아니죠.
솔직하게 말해서, 투표 안 하는 건 귀차니즘이죠. 그냥 그 시간에 놀고 싶은 거지.
투: 투표하고 놀아도 얼마든지 노는데....
외: 그럼요. 투표하고 놀면 개운하잖아요. 투표를 안 하는 건 할 일도 안하고 노는 거라구요.
사실 투표 안하고 노는 사람은 연애든 뭐든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래서 지난 번에 트위터에 “남친이나 여친이 투표를 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계속 남친으로 여친으로 삼을 것인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했었죠.
자기 할 일을 해놓고 노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많은 거지, 민주주의를 포기하구, 국가적인 문제를 외면해 가면서까지 놀고 싶어하고, 투표를 귀찮아하는 사람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거죠.
민지 (이하 민): 그렇게 말해도 모르는 사람들은요? (폭소)
외: 그런 사람은 무식한 거니까, 원자폭탄보다도 더 무서운 사람이지. 그런 사람하고 살 생각하면 소름끼치죠. (웃음)
투: 오래 활동하시면서 종종 사회비판적인 말씀을 해주셨는데, 선거 끝나고서 정치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씀하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외: 어느 한 쪽, 특정정당에만 적용되는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양쪽 다 참고삼을만한 이야기는 할 겁니다.
투: 정치가들에게 가장 해주시고 싶은 말씀은 어떤 것일까요?
외: 양심 좀 지키라는 거지. 양심이 있으면 되는 거에요. (웃음)
투: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시거나,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일까요?
외: 투표에 참여하자라는 얘기는 선거 당일까지 수시로 할 겁니다. 투표율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고 싶어요.
근년에 투표율이 저조한 편이었기 때문에, 올해는 좀 많이 투표를 해줬으면 합니다. 이게 주권행사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불만이 많은 젊은 층이 제일 투표를 안 해요. (폭소) 그러니까 젊은 층이 투표를 안 하면, 그건 불만가질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불만을 가진다는 말이랑 같아요.
투: 투표나 선거 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해야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올라갈 텐데요. 만약 선생님께서 중앙선관위 위원장이시라고 한다면 관심없는 사람들을 투표장까지 끌어들이기 위해서 어떤 아이디어를 내실 수 있을까요?
외: 가급적이면 가족단위로 투표를 하자고 제의하고 싶습니다. 우리집은 늘 가족이 모두 같이 가서 투표를 합니다. 투표하고 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겠죠. 또 선거일은 쉬는 날이니까, 투표하고 나서 정다운 약속들 같이 하면서 보내면 좋죠. 대신 투표 안하고 약속에 나온 사람들은 욕해주고 꾸짖어주기,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폭소)
사실 학교교육을 통해서나 캠페인을 통해 투표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고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거 다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 배워서 알고 투표할 수 있는데도 잠깐의 귀찮음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삶에 대해 비굴하고 굴욕적인 것이죠. 자기 스스로를 비열하고 굴욕적인 존재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짦은 시간이면 할 수 있고 크게 중노동도 아닌데.
가장 가까운 지역에다가 투표소를 설치해놓고, 투표하기 편리하게 해놨는데 투표를 안 하는 건 문제에요. 그래서 저는 월드컵 축구할 때만 열광하지 말고, 진정으로 나라 잘 되길 바란다고 하면 투표에서도 애국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투표독려 메시지를 쓰시는 이외수 선생님
투: 투표 당일날 제자분들, 가족분들과 함께 어디서 투표를 하시게 되나요?
외: 다목초등학교에서 합니다. 선거와 관련해 하나 얘기하고 싶은 것이, 사실은 제가 트위터 팔로워 10만 돌파 기념행사를 하게 됐어요. 마침 제가 화천군 홍보대사라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화천군 특산물을 나눠드리면서 화천군 관광홍보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선관위에 물어봤더니 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못하게 됐죠.
투: 홍보대사가 지역의 홍보를 위해 외지인에게 특산물 나눠주는 것도 문제를 삼는 건 이상하네요.
외: 아마 선관위에서는 내가 현 정부의 하는 일에 대해서 수시로 지적을 하니까 내가 특정 정당쪽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 경우는 예술가로서 그렇게 하는 것뿐이거든요. 예전 정부 때에도 그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는 글을 통해서, 매스컴을 통해서 언제나 발언을 신랄하게 했었죠. 그런데 유독 현 정부는 제 발이 저린가봐요? (웃음) 예민한 반응, 특히 인터넷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입니다.
투: 투표캠페인 관련해서 시민단체분들을 만나면 선관위나 정부에서 그 분들의 투표캠페인을 제약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외: 투표를 하자는 거잖아요, 투표를~ (혀를 차며) 투표 많이 참여하면 캥기나? 투표에 많이 참여하면 캥기는 쪽은 어느 쪽일까? (웃음)
투: 선생님께서 감성마을 촌장님이신데, 앞으로 출마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웃음)
외: 저는 감성마을에서 피선거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민들이 다 자연이라... 잣 나무, 소나무, 개구리, 도룡뇽, 여치가 주민이구. 두꺼비 장관, 멧돼지 장관 등이 임명돼 있구, 가끔 계곡이나 봉우리가 대통령이 되고 그러니까....수시로 내각이 바뀌고, 저는 그냥 중간자, 통역관으로만 일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투표권도 없어요. (웃음)
원래 조상 때부터 정치에 뜻이 없습니다. 우리 조상이 양녕대군이신데, 왕하기가 싫어서 미친 척 하고 산 분이죠. 제가 그 분과 많이 닮은 듯 해요. 그래서 정치 자체에 대해서 사실 알레르기가 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투: 그러신 선생님께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한 마디씩 해주시고 싶으실 정도면, 요새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던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외: 당장 피해가 돌아오거든. 기본적으로 예술하는 사람은 의식이 자유로와야 하거든요. 도덕이야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키는 거니까, 도덕을 지킨다면 그 다음에는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죠. 만약 자유가 위축되면 예술을 못해요. 그러니 이런 자유가 위축되거나 압박받으면 나는 저항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심지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당연히 한 마디씩 해야되는 거구요.
저항을 안 하면 내 자식세대들이라든가 내 후배세대들이 내가 겪었던 고통을 겪어야 하니까. 어쩌면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죠. 민주주의는 수많은 목숨과 피를 댓가로 쟁취된 것인데, 거꾸로 독재시대로 되돌아가면 안되죠. 그런 역주행을 경계하는 건 당연히 예술가의 몫이죠.
민: 어른들은 당신들의 생각이 완고하셔서 젊은 세대들과 소통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과 소통이 가능하신가요?
외: 어른들만 그런 게 아니고, 만물이 다 그렇습니다. 만물이 자기가 가진 형태를 영속시키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예컨대 컵은 컵인 채로 있고 싶어 하고, 깨지거나, 변형되거나 하는 걸 두려워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태도를 취하다보면 ‘창조’를 못합니다. 현재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만 있으면, 창조적 삶도 못살고 작품을 창조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조화해야 합니다. 변화하더라도 조화 못하면 안 되거든요. 조화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소통을 해야 하는 거죠.
민: 그런데 왜 많은 정치인들은 소통이 잘 안될까요?
외: 많은 정치인들은 이기적인 사고에 갇혀있는 사람들입니다. 현재에서 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은 표를 위해서만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지 그와 관계없는 일은 관심없는 사람들이죠. (웃음)
내가 독자와 소통을 하고 유연한 의식을 가지는 것은 보다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작가의 유일한 관심은 좋은 작품을 쓰는 거니까. 그런데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이 즐겁기 위해서 예술을 하지 않거든요. 예술가는 작품에 자신의 고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습니다.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표를 획득하고 나면 자기 만족이 되는 거죠. 바로 이 점이 예술가와 정치인의 차이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사는 직업이 정치인하고 종교인이라고 합니다. 종교인은 믿는 구석이 있어 근심걱정이 없으니까, 스트레스가 안 쌓여 오래 사는 거죠.
반면 직업 가운데 가장 수명이 짧은 게 작가라는데... 이건 작가들이 남의 아픔도 내 아픔으로 느껴서겠죠. 물론 남의 기쁨도 내 기쁨이지만, 사실 인생살이 중에서 기쁨보다 슬픔이 훨씬 많아요. 생로병사 희로애락 가운데서 나쁜 것만 다섯 가지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보통 사람보다 몇 배나 고통스럽고 괴로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정치가는 남의 슬픔은 남의 슬픔이거든. 내 기쁨만 내 기쁨이고. 심지어는 돈까지도 남의 돈이 내 돈이야. (폭소) 그러니까 차떼기두 하구, 막 그러잖아요. 이게 나랏돈이든 국민의 돈이든 자기가 써버리구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오래 살 수 밖에 없는 거 같은데... 다들 좀 소설을 가르칠까? (폭소) 정치가를 위한 문학교실을 차려볼까요? (폭소)
투: 그렇게 되면 정치가들이 심성도 다듬고 좋겠는데요. (웃음)
이외수 선생님과의 유쾌한 대화는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어서까지 이어졌습니다. 문학과 삶, 연극 등 다양한 주제로 좋은 말씀 많이 들었지요. 인터뷰 내내 편안한 웃음과 눈빛으로 이야기하시던 선생님의 눈빛이 단 한 번 번쩍였는데요. 바로 투표함이 부탁드린 투표독려 친필 메시지를 생각하실 때였습니다. 역시 최고의 작가는 다르구나 싶을 정도로 한 마디를 생각하시는데 짧지 않은 시간을 숙고하시더군요. 그래서 주신 말씀, "투표만복래" 입니다.
이외수 선생님의 친필 투표독려 메시지
메시지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아이디어까지 주신 덕분에 투표함닷컴의 이외수 스페셜 에디션 '투표만복래' 티셔츠도 만들어졌습니다. 과분하게 격려를 받아서 투표함닷컴은 정말 힘이 났지요.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시는 이외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왜 오랜 시간동안 이외수 이름 석 자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어왔는지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사람에 대한, 인생에 대한, 자연에 대한 선생님의 충만한 애정이 있기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거죠.
자, 투표않고 놀 생각부터 했던 분들, 투표 귀찮다고 할 생각이 없었던 분들, "투표 안하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이외수 선생님 말씀에 뜨끔하시죠? ^^ 모두들 꼬~옥 투표하세요~!!! 선거일은 6월 2일 수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