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네에서 본 사건 때문에 제 경험이 떠올라 , 딱히 하고 싶은 얘기는 아니지만 이야기 꺼내봅니다.
저희 동네가 밤이되면 껄렁껄렁한 차림의 학생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그런 동넵니다.
근처에 그런 고등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좀 더한것같아요. 이사 온지는 1-2년쯤 되었는데말입니다...
얼마전 일입니다. 마을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는데 남학생 여럿이서( 학생이라곤 하지만 탈색된 머리에 피어싱에, 창문으로 얼핏봐도 상당~하더군요) 소리를 지르며 여자애 하나의 머리채를 붙잡고 골목으로 질질 끌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놀랐죠, 원래 저희 집까지는 두어정거장을 더 올라가야했지만 놀란 마음에 버스를 세우고 내렸습니다. 제가 버스에서 뭐하러 내린거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주변에 사람은 많았는데 아무도 그 여학생을 도와줄 생각을 하질 않더군요. 사정이야 어찌됐건 누가보더라도 여자애 하나가 남학생 대여섯명에게 린치당하는 그런 상황으로 보였는데도 말입니다.
많이 늦은 시간도 아니고, 저녁 9시쯤되는 때였습니다. 버스가 다니는 만큼, 그리 외지지도 않은 길이었구요. 사실 제가 놀라 뛰어내려가는 와중에도 동네아저씨들, 많이 마주쳤습니다. 청년들도 간간히 있었고 아줌마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웅성거리고, 외면할뿐 그 여학생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는 것같더라구요.
다행히 내리막이라 꽤 빨리 뛰어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여학생과 남학생의 한무리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경찰이라도 불렀나 싶어서 두리번 거려봤지만 경찰의 흔적(경찰차라던지 사이렌소리라던지...등등)은 전혀보이지 않더라구요.
사람들은 웅성거리는 것도 멈추고 다들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냥 집에 돌아와야했습니다.
그리고 벌써 8년전 일이된.. 제 경험이 떠오르더군요.
전 8년전에 집 앞에서 성폭행, 혹은 추행? 혹은 납치 될뻔했던 적이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희 집을 며칠간 두고 지켜봤던 모양입니다.
저희 부모님이 맞벌이를 나가시고 제가 피아노 학원을 가기위해 집밖으로 나서는데, 전혀 모르는 젊은 남자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어렸고 의심을 잘못하는 둔한 성격이었던지라, 몇마디 붙이기에 대꾸를 했었죠.
그 남자의 말은 대충 '저기 저 집 지하에 내 여자친구가 사는데 여자친구 부모님이 나를 안좋아해. 대신 좀 여자친구좀 불러주면 안되겠니'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러마 하고 어느정도 따라가다가, 그 빌라에 들어서려는 순간 왠지 이건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발을 도로 빼고 안되겠다고 학원가봐야 된다고 몸을 돌리는데,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목에 식칼을 들이대더군요. 그리곤 , 뭐 뻔한겁니다. 소리지르면 죽인다. 조용히 눈감고 따라와라. 뭐 그런거였죠.
몇번 반항도 해봤습니다만, 꼬맹이가 반항을 하면 얼마나 할것이며, 성인 남자의 힘은 좀 쎄겠습니까. 반항하다가 얼굴만 더 얻어맞고,..심지어 목을 슬쩍 그으면서 위협까지 하더군요.
결국 이렇게 죽는 건가 하고 자포자기하면서 따라가는데, 눈에 익은 집이 보이는 겁니다.
저희 어머니와 좀 친하게 지내시는 아주머니께서 사시는 집 대문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 아주머니가 평소 그시간대에 늘 집에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죠.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목에 상처가 나는 것도 모르고 남자를 밀치고 무조건 뛰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문을 두드리면서 벨을 눌러대고 아줌마를 불러제끼면서 아주 쌩 난리를 쳤죠. 살려달라고.
다행인 것은 그 남자가 초보였던 모양입니다, 원래 그러면 오히려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데, 남자는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더군요.
사실, 마지막까지 그 아주머니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알고지내는)여자애가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그 동네 주민 아무도 나와보지 않더군요. 그 집에 아주머니가 안계셨다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전 창문에 비친 아주머니를 분명히 봤습니다. 저희 어머니하고 친하셔서 제 목소리를 모를 분도 아니셨구요.
전 그날이후로 동네 사람들이 더 무섭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치를 떨정도로 남자와 단둘이있는 상황을 싫어합니다.
물론 그 아주머니와 저희 어머니는 연을 끊으셨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요.
전 운좋게 목에 칼자국만 좀 나고, 얼굴 전체가 멍들고 붓는 정도로 끝났습니다만, 저의 사례는 사실 약한 편입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많이들 접하셨겠지만.. 주위사람들이 방관적인 태도를 취해서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정도는 아실겁니다.
무심코 지나치지마세요.
당신의 자식이 그런 상황에 처했더라도 외면하실수 있으십니까?
우리들의 무관심은 대체 어디까지일까요?
가끔 제가 그날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할때면 섬칫합니다.
그 의문의 남자보다도, 전 주위 사람들이 더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