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 한마디가 바로 국격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세계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상당한 수에 이르러 세계 여러 언어 가운데 사용 인구로 보면 12위쯤 된다. 그리고 영향력으로 보면 9위쯤 된다고 한다. 한국어 능력 시험에 응시하는 외국인의 수가 처음 실시한 1997년에 2천여 명이던 것이 작년에는 20만 명 가까이로 늘어난 것을 보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정말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07년 9월 제43차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총회에서 한국어가 포르투갈어와 함께 국제 공개어로 채택되어, 한국어로 특허를 제출할 수도 있고 특허 내용을 열람할 수도 있게 되었다. 우리말이 국제어로 한 걸음 다가가게 되었다.
우리말인 한국어뿐만 아니라 우리 글자인 한글의 위상도 대단하다. 온 국민이 잘 알다시피 작년에 훈민정음학회가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민족 언어인 찌아찌아말을 한글로 표기하도록 한 일은 우리말이 아닌 다른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함께 기뻐할 일이다.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글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우리만의 글자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던 한글이 드디어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로 진출한 것이다. 바로 한글 해외 보급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지속된다면 장차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 한글을 지구촌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쓰는 길이 열릴 것이며 또한 문맹 타파라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념을 널리 펼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처럼 나라 밖에서는 우리말과 우리글이 그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데, 나라 안에서는 어떠한가? 그러나 언론, 인터넷은 물론 공공기관, 기업까지도 한글파괴에 앞장서는 느낌이다. 저마다 영어표현을 즐기다 보니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 도무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같은 말인데도 이렇게 변할수 있나며 푸념한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는 요즘 국격에 대해 자주 말하곤 한다. 우리나라가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세계 속에서 우뚝 솟아 있고 스포츠 분야에서도 세계인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몫이다. 주시경 선생께서 일찍이 말씀하신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는 말에서 나라가 오르는 것이 바로 국격이라 하겠다. 국격을 높이는 데는 여러 가지 할 일이 있지만, 그 가운데 우리는 말글 생활을 통해서도 국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더욱 품격 있는 말을 사용하고 특히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바르고, 쉽고, 정확한 말을 사용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말이 올라 나라가 오르는, 그러한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작년부터 정부에서는 한국어와 한글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세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사업’에는 나라 밖으로는 한국어 교육기관을 ‘세종학당’으로 지정하여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보급하는 정책이 들어 있고, 나라 안으로는 공공언어를 쉽고 정확하게 쓰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들어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국어 대사전 편찬 사업도 함께 들어 있다. 이렇게 하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우리말과 우리글의 가치를 세계인이 함께 누리는 날을 우리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권재일 국립국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