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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아시아 부르짖는 일본 축구의 아이러니

조의선인 |2010.06.25 00:08
조회 945 |추천 0

[데일리안 2010-06-24]

 

일본은 1999년 세계 청소년 월드컵에서 다카하라-오노-엔도 등 자칭 ´황금 세대´를 앞세워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후 일본 축구의 구호는 '탈아시아'였다. 일본인들은 일본 축구가 아시아를 넘어섰다고 섣불리 판단했다. 때문에 일본 축구의 '영원한 형님' 격인 한국도 더는 배울 상대가 아니라고 여겼다. 스스로 기량과 환경도 모두 유럽 수준에 버금간다고 생각했다.

반면 한국은 달랐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아시아 역사상 첫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뒤 영광을 전 아시아인들에게 돌렸다. 태극전사 공식 응원단 붉은 악마가 ´프라이드 오브 아시아´, 즉 아시아의 자존심이자 자랑거리로 내세우면서 한국인들의 기쁨을 전 아시아인과 함께 공유한 것이다.

붉은 악마는 아시아 축구협회가 있기에 한국 축구가 성장할 수 있었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아시아 자랑거리라는 문구 덕분에 한국은 2002년 후반기부터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축구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다.

´한국-북한-호주가 창피하다고?´

아시아를 대하는 자세의 차이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일부 재현되고 있다.
일본은 원정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불굴의 사자´ 카메룬을 상대로 역사적인 1승을 거두자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급기야 지난 19일 '우승후보' 네덜란드를 상대로 선전한 끝에 0-1 석패, 다시 한 번 '탈아시아'를 외치고 있다.

일본이 기세등등한 이유는 분명하다. 월드컵에 함께 출전한 한국, 북한, 호주 모두 한 번씩 세계 축구 강국들 앞에 굴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한국이 아르헨티나전에서 1-4 대패하고, 북한이 포르투갈에 0-7, 호주가 독일에 0-4로 무너지면서 뜬금없이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진출권 축소 가능성을 우려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22일 "일본을 제외한 한국, 북한, 호주 모두 참패를 맛봤다"면서 "아시아에 남겨진 월드컵 출전권 4.5장을 지키기 위해서 아시아 팀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도했다.

정작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 결과에 따라 아시아대륙 진출권 축소를 논의하기로 한 바 없다. 25일 덴마크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르는 일본 대표팀의 선전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아시아를 깔보고 군림하려는 그릇된 자세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일본매체 스포니치는 같은 날 북한의 참패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과 북한이 역대 월드컵에서 나란히 0-7로 대패한 기록을 남겼다"고 전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도 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터키에 0-7로 대패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이 아시아대표로 월드컵 본선에 등장했을 때 일본축구는 번번이 한국에 막혀 세계무대 문턱도 밟지 못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5월 24일 사이타마현 대첩 깜빡했나?

이처럼 일본 언론의 탈아시아적 움직임은 월드컵 개막전 당시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일본은 남아공월드컵 개막 직전인 지난 5월 24일 사이타마현서 가진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0-2 완패하며 자신감이 바닥에 떨어졌다. 특히, 한국의 수준을 극찬하면서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 할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이어 자국 대표팀 오카다 다케시 감독에 대해서는 반대로 비난의 날을 세웠다.
오카다는 한국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년에 두 번이나 한국에 패배해 일본 국민께 죄송하다"면서 "당연히 책임 문제가 거론될 것 같아서 이누카이 축구협회장에게 진퇴 문제를 물어봤다. 회장은 월드컵까지 팀을 계속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오카다 감독이 일본 언론과 축구팬들의 월드컵 3전 전패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아공에서 선전하자 이들의 태도는 바뀌었다. 일본 언론은 앞을 다투어 급조된 오카나치오(이탈리아 빗장수비 카테나치오를 빗댄 표현)에 찬사를 보내면서 "일본 국민 모두 오카다 사마(극존칭)를 칭송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탈아시아'를 주장하는 일본 대표팀 오카다 감독의 빗장수비와 역습, 압박 전술 방법에 대한 힌트는 정작 한국에서 얻고 있다. 오카다 감독은 지난 12일 한국이 원정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유럽팀(그리스)를 격파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오카다 감독은 카메룬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 일본도 한국축구를 본받아 카메룬전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일본은 이제 조별리그 최종전인 덴마크와의 게임을 앞두고 있는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른다. 그렇다면 일본 축구팬들의 탈아시아적 움직임은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벤치마킹 중인 오카다 재팬을 보면서도 일본은 탈아시아 축구라고 부르짖고 있다. 이런 우스꽝스런 아이러니를 어떻게 봐야 할까?

 

〔데일리안 이충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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