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을 통해 힘든 시기를 보낸 염기훈과 오범석, 이동국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건 어떨까. 불특정 대다수에게 ‘쓰레기’ 운운하는 비난을 받아본 적이 있나. 이런 비난의 절반도 안 되는 욕을 먹더라도 잠 못자고 밥도 못 먹는다. 그런데 ‘잘못’이 아닌 ‘실수’를 했다고 해서 필요 이상의 비난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인생이 걸린 경기에 나서야하는 선수들의 마음도 헤아리자. 그들도 박지성처럼 우리의 소중한 국가대표 23명 중의 일부다.
또한 경기에는 단 1분도 나서지 못한 이운재, 김영광, 안정환, 김형일, 강민수, 김보경에게도 격려를 보내자. 이들이 없었다면 대표팀은 제대로 된 훈련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벤치에서 동료들에게 목이 쉬어라 파이팅을 외쳐주고 함께 울고 웃은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16강 진출도 가능했다. 특히 세 경기 내내 벤치만 지킨 이운재가 경기가 끝난 뒤 정성룡을 위로하는 모습은 가슴 뭉클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그들이 있었기에 이정수도 골을 넣었고 이청용도 골을 넣었다.
우리의 월드컵은 이제 막을 내렸다. 비록 우루과이에 패하면서 16강에 만족해야 하지만 우리는 아시아 팀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걸 누가 변방의 아시아 축구라고 생각하겠는가. 우리는 축구 선진국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싸웠고 세계도 우리의 멋진 경기력에 감탄했다. 우루과이에 졌지만 원 없이 공격하고 무릎 꿇었으니 이걸로 됐다. 후회할 것도, 일말의 아쉬움도 없다.
태극 전사들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보였다. 그 차가워 보이던 허정무 감독도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오히려 눈물이 보이지 않도록 뿌려준 비가 고마웠다.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이 그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하지만 죄송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물도 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명심하자. 우리는 8강 진출에 실패한 팀이 아니라 16강 진출에 성공한 팀이다. 새로운 역사를 쓴 한국 축구여, 울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