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기력이 많이 쇠해져서 그런지, 요 근래들어 좋지않은 일들만 발생되고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지층으로 올라오는 통로 및 계단에서 섬뜩한
느낌에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느낌이 싫어 일부로 아파트內 통로가 아닌 외부 주차장 출입구로 돌아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일이 적지 않으니 쉽게 웃어 넘길일은 아닌 듯 싶다.
사람이 기력이 쇠해졌을때 귀신을 보거나 가위에 눌릴 확률이 그만큼 높다 하니,
나 역시도 이러한 문제로 필요 이상으로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적 여름 또는 겨울방학만 되면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부모님 또는 삼촌의
손에 이끌려 시골 외가로 내려가는 일이 연중 행사처럼 자주 있었다.
아빠, 엄마와 같이 안가면 안갈거라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나에게 외가댁에 내려가면
갖고싶은건 다 사주겠다는 어른들의 달콤한 유혹에 하도 울어 퉁퉁부은 눈에 고인 눈물을
연신 옷 소매로 훔쳐가며 겨우겨우 울음을 참아가며 삼촌 손에 이끌려 내려갔던 외갓댁
지금이야 저동차전용도로를 비롯한 고속도로가 새로히 뚫려 한시간이면 갈 거리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뭐~ 자가용도 없었거니와, KTX 같은 고속열차도 없었기에 청량리에서 기차
를 타고 두어시간을 가서 다시 금 버스로 갈아타서 한 참을 구비구비 돌아 가야만 했던 곳
에 외갓댁이 있었기에 어린 나이에 난~ 그 곳이 너무 싫었다.
가장 가까운 인근에 있는 마을도 한, 두시간을 꼬박 걸어야만 마을이 나오기에 흔히 얘기
하는 첩첩산중에 떵그러니 우리 외갓댁만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더욱이 그 당시 내 외할아버지는 말단직이지만 나름 오랜 공직생활을 하고 계시다 정년쯤
되어 화장장관리자로 자리를 옯겨 공직생활을 이어서 하고 계셨던 것으로 난 기억하고
있다.
화장장을 운영하고 계셨기에 부득이 사람이 북적한 도시에서도 한 참을 벗어난 산골에
화장터가 들어서게 된 것이고 이로 인해 인근에 있는 마을사람들과의 교류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장장 또는 화장터를 찾는 사람들 대게 집안에 큰 경조사가 있어 이를 찾는것이고, 이 곳
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크게 슬퍼하고 안타까움에 말 그대로 대성통곡을 하는 곳이기에
내 기억으로는 거의 매일매일 이러한 곡소리를 듣고 사람들의 슬픈 모습들을 봐 왔던것으
로 기억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어린 나이에 난 이러한 주변의 상황이 너무 싫었고 무서웠다. 또한
사람들 마다 하얀소복 또는 검정색의 상복을 입고 침통한 표정에서 나오는 그 분위기란...
직접 겪지 않은 분들은 그때 당시의 기분이랄까? 이찌 되었든 말로 표언하기 모호한 그런
두려움이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나 보다.
솔직히 그 때 그일이 지금도 생각을 해보면 잠결에 들은것이라? 내가 꿈을 꾼것인지? 아니
면 정말 그러한 일이 정말 있었던것인지 지금에서도 정확하게 뭐라 결론을 짖기 뭐한것은
사실이다.
다만 중요한것은 지금에도 그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타인에게 얘기를 할 수 있다
는 것이다.
내가 9살 때쯤일 것이다. 대게 화장터는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업무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그 날의 일정에 따라 고인이 된 사람을 화장하게 되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도
꽤 늦은 시간 즉 이미 해는 떨어지고 산골짝에 어둠이 깔리는 시간에 운구행렬이 온 것이
었다.
난 집안 마루에 누워 있었기에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슬퍼하는 소리와 인기척
소리가 방안까지 들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고인을 떠나보내기 위한 마지막 발걸음에
많은 사람들이 왔음을 이내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잠시후 누군가 닫아 놓은 마루문을 살며시 여는 소리가 들려 그 방향으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그 곳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 당시의 내 나이 정도 아니면 한, 두살 어린듯
한 소년이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체크무늬 남방에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허리에 상을 알리는 무명천을 두루고 있던 그 사내
아이는 반듯한 표정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어린소년...
외할아버님 외할머님은 외할아버지의 일로 인해 외부에서 손님이 오게 될때, 마루문을 다 닫아 놓고 내가 이를 보지 못하도록 하였다.
나쁜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어린 나에게 혹 해가 될까! 걱정스런 마음에 나름 이를 내가 알
지 못하도록 어린 손자를 보살피는 할아버님의 마음이랄까!
그 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그랬던지라 누군가 마루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을때 난 당연
히 외할아버지 또는 외할머니가 어린 손자를 홀로 집에 두고 온것이 걱정되어 잘 있는지
이를 확인하고자 온 것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내 나이 또래의 사내아이가 나를 보고 있으니
조금은 놀랐지만 이내 이런 두매산골에 내 또래의 사내아이를 만났다는것에 반가움으로
금방 바뀌고 말았다.
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조심히 그 사내아이에게 말을 건내어 보았다.
'너 누구니?'
'이름이 뭐야?'
그러나 사내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 볼 뿐이지 말이 없다. 난 다시 그 사내
아이에게 말을 건네 본다.
'지금 있는 사람들하고 같이 온거니?'
'..................................'
'여기 우리 할아버지 집인데, 같이 놀자?'
'..............................'
여전히 그 사내아이는 말이 없다.
'너 내가 싫어?'
'..........................................'
'나랑 놀기 싫으면 그냥 가! 나도 너 싫어!'
그 사내아이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나 혼자 놀기 싫어, 너랑 같이 놀고 싶은데 여기서는 할 수 없어!'
'..............................'
'조용히 나랑 같이 놀자!'
'......................................'
저는 순간 그 사내아이의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살포시 끄덕여 보이며 이내
그 사내아이를 쫒아 가고자 주변에 벗어 놓은 옷가지를 주섬주섬 찾고 있던중 또한번
드르륵~ 마루문이 열리는 소리에 다시 금 소리가 났던 마루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
곳을 바라봤습니다.
외할머님이었습니다. 외할머님은 옷을 주섬주섬 입고있던 저를 보며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가려고 옷을 그렇게 입고 있냐'며 물어보십니다.
'친구가 있어서 같이 놀려고 옷 입어, 친구가 기다리니 빨리 가야돼'
난 할머님께 단답형으로 답을 하고 서둘러 옷을 입고 나가 놀고자 하였습니다. 다시 금
할머니께서 저에게 물어보십니다.
'OOO아 니 친구 어딨는데?, 누가 왔었니?'
'.......................................'
'어디 가서 놀려고?'
잠시 망설이며 거듭되는 할머니의 질문에 전 짧게 답을 드립니다.
'할머니 오기 전에 요 앞에 있었잖아! 그 친구 따라 가서 놀려고'
'여기 누가 있었는데?, 아까 누가 왔었니?'
할머니는 어린손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처음엔 이해를 못해 하시다 재차 저를 보며 말씀을
하십니다.
저는 답답함에 좀 전까지 마루문 앞에 서 있던 사내아이에 대해서 얘기를 드리고 지금 그
친구를 따라 나가서 놀려고 한다고 찬찬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외할머니는 뭔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저를 보며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이내 저를 보며
지금은 늦었으니 할아버지께 허락을 받아야 놀 수 있다며 할머니가 할아버지께 나가서
놀아도 되는지 여쭤보고 알려 주시겠다 하여 할머니 손에 이끌려 방안으로 들어가야 했
고 제가 방안에 들어와 다시 옷을 벗고 누워 있는것을 보신후 할머님은 다시 금 밖으로
나가셨다 바로 다시 방안으로 들어온 이후로 제가 잠들때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
던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할머니께 친구가 계속 기다린다고 빨리 나가봐야 한다고 칭얼 거리던 나에게 그날따
라 할머니께서는 크게 화를 내시면서 늦은 시간에 어딜 가냐며 그 친구에게도 크게 꾸지람
을 하셨다며 일찍 잠을 청하라는 할머니의 훈계에 그대로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동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뜬 잠에 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 나누는
담소를 우연하게 듣게 되었습니다.
초 저녁쯤 운구행렬이 왔을때 제가 헛 것을 보았고, 젋은부부 두 내외 외 재 또래의 어린
애가 없었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대화내용...........
난 할아버지, 할머니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라 굳게 믿고 다시 잠을 청하게 됩니다. 익일
오전에 일어나 할아버지를 따라 인근 마을에 우유를 얻으러 다녀온 이후, 할아버지는 언제
나 늘 하셨던것처럼 자신이 근무하는 화장터에 가셔서 어제 못 다 정리한 일에 대해서
마저 정리를 하시러 가셨고, 아침 식사때가 되어 전 할아버지께 진지드시로 오시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할아버지께서 일하시는 화장터 건물안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는 화덕(정확한 용어를 모르겠네요..)뒤에서 해치를 열고 시체
가 누워있을듯한 철판으로 된 침대에 남아있는 재를 쓸어내고 한쪽에 고이 모시는듯한
일에 매진하고 있으셨습니다.
할아버지께 할머니께서 식사하시로 오시라 하셨어요 라고 말씀드리고 할아버지는 금방
일 맞추고 가자며 다시 금 하던일을 몰두하셔서 전 화장터 안 건물 내부를 이리저리 살피
던중, 어느 한 물건에 시선이 머믈게 되더군요.
그것은 체크무늬의 남방을 입은 어제 봤던 그 사내아이의 영정사진 이었습니다.
PS: 지인분의 얘기를 약간의 픽션으로 재구성하여 글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