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이푸르 - 부현일/1999
# 짜파티를 먹는 사람들
인도란 나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설레임은 조용했던 내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그것을 자제하기란 내 자신으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숨을 고르게 쉬어가며 진정시켜 갈 때 쯤 몇시간째 끝없는 창공을 가르던 날개는 소리없이 인도 봄베이 공항에 내려 앉았다.
아! 이곳인가?
들뜬 눈을 떴을 때 내 시야에 들어차는건 쓰러져가는 건물들과 지저분한 거리. 걸인같은 행색의 사람들...... 그 뿐만 아니라 내 후각까지 괴롭히는 역겨운 냄새.
이런 것들은 내안에 의식하던 미지의 땅에 대한 모든 것들은 거부하게끔 하는 한계에 다다른다. 과연 이런 곳 어디 내가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든다. 하지만 시간은 점차 그들 사이에서 날 적응시켜 갔고 처음 들었던 내 속좁은 생각들이 인도인들의 미천한 발바닥에도 못미침을 스스로 실감한다.
비록 행색은 초라해도 성낼 줄 모르는 그들의 미소에는 이유 모를 여유가 있다.
어느날은 꼬마거지에게서 인도의 춤과 노래를 배우며 또 어느날은 내 손을 잡아 끌고 자기네 집까지 데려가 짜이(인도식 밀크티)를 손수 대접하는 포근한 인심을 느끼며 어쩌면 우리들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가진 듯한 느낌도 받는다. 비록 생활이 초라하고 가진 것은 없어도 이들과 우리가 다를게 없는 사람인 것처럼......
하루하루가 새롭다.
덜컹거리는 기차간에서 새우잠을 자고 비가 새는 플랫포옴에서 신문지를 깔고 잠들어도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이제까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의 고귀한 행위들처럼 날 일깨운다. 하루는 조그만 지프에 열서너명이 끼어 앉아 예닐곱 시간을 달리는 동안 아리랑은 그칠 줄 모르고 핸들을 잡고 고개 짓으로 박자를 맞추는 운전사 아저씨의 모습에 낯설음이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오기 전에 무수히 들었던 말들이 - 인도는 위험하다. 인도는 화장실도 없고 지저분하다. 인도 사람들을 조심하라는 따위의 - 나를 긴장시키기 위한 거짓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며칠 전엔 한 극장에서 인도 영화를 한편 봤다.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장면 하나하나에 나타나는 그 현란한 춤과 노래는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어느덧 나는 많은 인도인들 사이에 같이 웃고, 탄성을 지르는 인도인이 아닌 인도인이 되어 버린다.
어떤 날은 배낭을 메고 걷기도 하고 허름한 릭샤(인도 운송수단 중 하나)를 타거나 콩나물 시루처럼 꽉 들어찬 버스를 타고 땀을 수돗물처럼 흘릴때도 인도인들의 호기심 많은 시선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러다 어느 마을에 잠시 들르거나 정착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 마을 일대는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가는 곳마다 꼬마들은 내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너나 할 것없이 내 뱉는 질문들 - 어디서 왔냐? 이름은 무엇이냐? 한국이란 나라는 어떠냐? 하는 통상적인 질문들 - 짜증스러울 때도 있지만 내가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유명세(?)에 스스로 멋쩍어진다. 그러다가 악수라도 해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봄베이에서도 아우랑가바드에서도 아잔타나 산치, 보팔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하루는 아우랑가바드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가 불러대는 한국가요, 어떤 이는 젓가락 장단에 맞춰 몸을 흔들어보기도 한다. 주위에서 식사를 하던 인도인들은 모여들어 같이 흥을 나누기에 바쁘고 서로 웃으며 기분내기에 바쁘다. 기분에 비싼(?) 맥주도 한두잔씩 곁들이니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표정들이다.
이런날엔 기분에 취하고 노래에 취하고 술에 취해 길바닥에 드러누워 자는 소들 곁에 끼어 잠든다 해도 행복할 것만 같다.
< 글/사진 부현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