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에 거주중인 20살 대학생입니다.
처음으로 판을 써보는데, 평소에도 한번 써보고싶기도 했고, 이야기 하는것을 워낙 좋아하는지라(다만 할만한 에피소드가 많이 없어서 못하고다니는 ㅜㅜ) 이렇게 한번 글 올려봅니당.
저는 주말마다 저희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가족마트(?)' 라는 편의점 주말 오후 근무자입니다. 시급은 3800원........ 읰......
하여튼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3개월째 알바를 하고있거든요. 근데 편의점을 하다보면 좀 여러종류의 손님을 만납니다. 그중 개인적으로 좀 선호하지않는(짜증나는) 손님들을 골라보자면,
1. 봉투값 받아야되는데 그냥 달라고 떼쓰는 아저씨들
2. 라면 먹고 치우지도 않고 그냥 가는 손님들. 게다가 면까지 바닥에(테이블위면 다행) 흘려놓고 가면 크리티컬.
3. 계산대 위에서 아이스커피 뜯어서 아이스컵에 넣는 손님들
4. 쥐뿔도 없는 작은 편의점에서 몇십분동안 쇼핑하는 손님들
5. 아저씨라고 하는 손님들(아놔 제가 늙어보인다는 소리는 별로 들어보지도 않았고, 또 아무리 늙어보인다고 쳐도 20살한테 아저씨가 뭡니까?ㅜㅜㅜㅜ 으악 진짜 이게 별게 아닌것같아도 스트레스 쩔어요. 보통 아줌마들이 그러시는데 전 그럴때마다 할머니라고 불러드리고싶었어요)
6. 손님 매우 많은데 새치기해서 계산하려는 손님들
7. 난 어서오세요 안녕히가세요 하는데 무시하고 그냥 가는 손님들
8. 계산 다 끝나고 카드를 긁거나 계산페이지로 넘어갔는데 물건 추가하는 손님들 혹은 취소하는 손님들
9. 쓰레기 계산대에 그냥 놓고 가는 사람들
10. 영수증까지 같이 주는데 말없이 물건만 애매하게 쏙 빼가져가서 결국 영수증을 놓치고 난 민망하게 떨어진 영수증을 주섬주섬...하게 하는 손님들
11. 계속계속 오는 손님들(자주오는게 아니라 몇시간동안에 여러번)
12. 봉투값 왜받냐고 나한테 짜증내는 손님들
13. 물건 찾아보지도 않고 어딨어요 하고 물어보는 손님들(편의점 알바생들도 모르는거 많습니다 그런거잘. 전 그런거 배우지도 않았어요. 3개월째 하고있으니 웬만한건 다 알지만 한달도 안됐을때 물어보면 곤란하죠)
14. 13번에 이어서 왜이렇게 모르냐고 짜증내는 손님들
15. 담배 시재점검하는 종이표가 있는데 유성매직이라 지워지는데 자꾸 거기 위에다 물건 올려놓는 손님들. 아니, 다른공간도 많은데 왜 자꾸 하필 거기만 올려놓으시냐구요............ 딱 봐도 뭔가 중요해보이는데 굳이 거기에 물건을(특히 음료같이 겉이 젖어있는) 올려놓으십니까...
등등. 진짜 쓰고보니 짱많네요. 이 이상에도 아마 많을거에요.
근데 오늘은 진짜 이런 여러종류의 손님을 거의 다 겪었어요.
계산대 위에서 아이스커피 2개를 타시고 아이스커피 봉투는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체 휭하니 가버리시고, 커피의 잔해물(?)들은 카운터에 여기저기 흩뿌려져있고.......
한 꼬마는 진짜 엄마라는 분이 애 군것질을 자제할생각이 없는지 며칠째 애가 삼십분 간격으로 소세지랑 음료를 사가는게 가격이 하루에 쓰는게 진짜 만원을 넘어갈것 같습니다. 편의점에서 소세지만으로도 그정도이고 엄마라는 분이 그걸 말리지도 않고 사달라는대로 다 사주시더라구요. 그걸보고 그 아이가 커서 얼마나 떼쟁이가 될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돈을 저렇게 막쓰니까 대책없어보이기도 하고, 애 교육을 좀 잘못시키는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구요.
게다가 이 아줌마가 저보고 '이거 얼마에요 아~저~씨~'하면서 아저씨를 이상하게 좀 느리게 말하는겁니다. 전 진짜 제가 아저씨 소리듣는다고 불쾌할지 몰랐는데 알바하면서 들어보니까 상상이상으로 불쾌하더라구요. 하여튼 그래서 전 그냥 대답해줬죠.
그리고 그 아줌마가 저보고 또 '아저씨 (계산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러는거에요. 헐 어이가 없어서. 그냥 바코드에 찍고(숙련되서 이젠 과장 좀 보태서 빛의 속도로 찍습니다) 받은돈 입력하면 기계가 다해주고 전 그냥 나오는대로 거슬러만 주면 되는데 그걸 또 느리다고 하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네?' 이랬더니 '농담이에요~'하면서 웃으시는거에요.
제가 좀 성격이 감성적인 면이 많아요. 그래서 감정이 얼굴에 거의 다 나타나거든요. 그래도 자그마한 이성으로 선이 넘지않게 컨트롤을 하지만 정말 화나면 웃지 않아요. 제가 웃기지 않을때도 웃을순 있지요. 하지만 그건 입꼬리만 억지로 올리는 썩소랍니다. 웬만하면 진상손님들이 이상한 농담 부려도 이런식으로 썩소라도 지어드리거든요.
근데 아저씨아저씨 그러시고 기분나쁜 말투로 농담을 하셔서 저는 기분이 팍 상해서 그 썩소도 지어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감정이 상해서(이상하게 큰거보단 사소한거에 감정이 잘상해요) 아이고 옆에 있는 그 '손.주.가 참 귀엽게 생겼네요 할.머.니.' 라고 말하고싶던걸 꾹꾹 눌러참았답니당....
또 부모와 자식이 같이 오는 경우도 많은데(꼬마애들. 유치원도 안간 애들 정도요) 몇몇 부모님들은 꼭 인사를 시킵니다. 안녕하세요 시키고 감사합니다 시키고 안녕히계세요 시켜요.
근데 오늘은 유난히 제가 인사를 해도 자식 앞에서 그냥 무시하고 가시더라구요. 저야 물론 인사 안받아주시면 좀 민망하기도 하지만 슬슬 적응이 되었습니다. 근데 자식 앞에서 저렇게 인사도 안하고 그냥 가면 자식이 뭘보고 배울까 걱정되기도 하더군요.
....이런건 좀 건방진 생각일까요? 그냥 제 생각일뿐이니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 야간알바도 아닌, 오후알바에서는 드물게 술취해서 반진상 부리는 손님도 있었고, 매너가 없는 손님들도 많아서 오늘은 그동한 했던 편의점 알바중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었어요.
근데 그만큼 좋은 손님들도 있으셨어요.
택시기사 한분이 담배를 사시고 거스름돈을 놓고가신거에요. 제가 계산대에서 계속 불렀는데도 안돌아오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달려가서 거스름돈을 드렸죠. 그랬더니 참 착하다면서 칭찬해주셨는데, 솔직히 착한게 아니라 당연한거라 칭찬받을 생각도 없이 그냥 한건데 칭찬받으니까 정말 기분이 좋드라구요.
또 올때 갈때 인사도 꼬박꼬박해주시고 그러는 손님들도 많았구요.
[걍 여담으로 야간에는 손님들이 팁도 많아준다고 하는데 저는 오후라그런지 아니면제가 맘에 안들게생겨서그런지(-.-;;;) 아님 남자라그런지.... 팁이라곤 한번도 받아보지 않았답니다. 인터넷에서 팁받고 음료 선물받고 그러는 알바들 보면서 정말 부러웠어요.....]
그리고 오늘 최대의 사건이 터졌죠. 11시가 다되어가고 야간 알바생과 교대를 해야하는데 손님이 몰려오는거에요.
편의점 알바를 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편의점에는 손님이 몰려옵니다. 그니깐, 안올땐 진짜 한가할정도로 안왔다가 올땐 여러명씩 몰려와요.
그러는 와중에 한분이 아이스커피 2잔과 담배 1갑을 계산하셨어요. 그런데 담배 계산용 기기는 인수인계중이라 계산이 불가해 다른 여분의 기기로 아이스커피를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드리는데 이때 담배 1갑까지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마침 인수인계가 끝나서 일단 천원짜리는 다 손님한테 드리고 5천원짜리로 담배 계산용 기기에서 따로 계산을 했어요.
그리고 다음 손님을 받고있는데 아까 그 손님이 돈을 못받았다면서 막 따지시는 겁니다. 천원이 모자라다고. 저는 제가 천원짜리를 안꺼내고 오천원짜리만 꺼내서 계산한건가 했는데, 옆 알바생 분도 제가 천원짜리 건네는걸 봤대요.
그래서 제가 무슨소리냐고 거스름돈 다 드렸다고.... 그랬더니 그분이 짜증내면서 막 주머니 뒤져라 어쩌라 하시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일단 잔고 확인을 위해 인수인계창들어가서 돈을 맞춰보니까 다 맞는것 같더군요. 그래서 일단 천원을 드리고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손님이 계산을 하시고 전 다시 돈을 맞춰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까는 다 맞았던게 천원이 비는겁니다!!!!
그래서 저는 화가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해서 한숨을 쉬면서 아... 젠장... 이랬거든요. 그랬더니 이번 손님께서
'왜요? 당했어요?'
이러시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네.....'
했더니
'얼마나요?'
해서 제가 좀 민망하게
'천원이요'
이랬어요. 천원 빈거갖고 제가 좀 짜증을 낸게 민망해서 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였죠. 그러더니 그분이 그거 그냥 제가 낼게요 하면서 주시는겁니다!!!!
헐!!!! 이럴수가!!!!!!
저는 좋아라 덥쭉 받았.... 지 않았죠 물론.
무슨소리냐고, 제실수라고 그냥 가져가시라고. 근데 끝끝내 거절하시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한번 마지막으로 잔고를 맞춰봤죠.
그리고 그 손님에게 다시 돈을 돌려드리려고 했어요. 근데 그분은 계산이 끝나자, 괜찮아요 하면서 그냥 돌아 나가시는 겁니다.
전 계속 불렀죠.
손님!!!!!! 손님!!!!!!!!! 아놔 손님!!!!!!!!!! 괜찮아요!!! 돈 가져가세요!!!! 괜찮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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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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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돈 안빈단 말입니다운우미ㅏㄴ위ㅏㄴ우ㅜㅜㅜㅜㅜㅜ 제가 아까 당황해서 계산 잘못한거에요ㅜㅜㅜㅜㅜㅜ'
하지만 이미 손님은 빠른 거름으로 시크하게 나가셨습니다. 가게안은 손님이 꽉차서 택시기사 아저씨 경우처럼 쫒아나갈수가 없었어요. 계산대를 위로 열고 나가는 방식이라....
근데 다른 손님들은 그 사정을 모르니까 거스름돈을 안받고가는줄알고 20대 중반정도로 되어보이는 남자손님들이 와 돈많나보다. 저럴거면 나주지 하고 빈정거리는겁니다.
그 소리에 기분이 팍 상한 저는
무슨소립니까! 저런 천사같은 분에게!
하고 쏘아붙....히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사정을 대충 설명해드렸죠.
하여튼 한바탕 소란이 휩쓸리고 전 이 남은 천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계속 돈을 셌습니다. 차라리 천원이 비기를 바라며.
하지만 역시 제 계산 착오였고, 돈은 멀쩡했습니다. 으아...... ㅜㅜㅜㅜ
그래서 이돈을 어찌하나... 가져가야하나... 그럼 내가 좀 나쁜놈되는데...
그렇다고 모른척하고 돈을 너놓자니 나중에 인수인계할때 천원이 남을테고 그럼 이 알바생은 '이 병ㅋ신ㅋ' 하고 속으로 비웃을거아닙니까 ㅜㅜㅜㅜㅜ
그래서 전 그냥 그 알바생에게
'제실수니까 제 돈으로 천원 매꿀테니 이 천원으로 맛난거 사먹으세요'
이럴까했습니다. 정말 반짝이는 아이디어였죠. 하지만 자꾸 양심에 찔리는겁니다;;; 그래서 그냥 솔직히 말했어요.
내가 실수했다. 손님이 짜증내시고 다른 손님들도 많으셔서 내가 당황해갖고 실수했다. 그러니 이 돈은 내가 가질순 없고 다시 손님에게 돌려드릴수도 없으니 그냥 당신이 식대비로 써라.
그랬더니 예의상거절(?) 하시다가 받으시더라구요. 솔직히 민망하기는 했지만 괜히 마음 불편한거보단 나았을테니 제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확실히 알바하면서 여러사람을 상대해보니까 별의별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뻔뻔한 사람들. 착하신 사람들. 예쁜 여자와 별로인 남자 커플. 그 반대인 커플. 남자가 돈낸다 그래도 내가 이정도는 낼수있다고 화내면서 돈을 내는 여자분 손님들. 이런걸 보면서 정말 아직 세상은 따뜻한 사람도 많구나. 살만하구나... 하는걸 느꼈어요.
하여튼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편의점 알바생들도 어리벙벙한애들 많고요 모르는것도 많아요. 그리고 작은 인사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된답니다.
들어오실때, 그리고 가실때 안녕하세요/안녕히계세요 혹은 수고하세요 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주시면 분명 알바생들에게는 큰 힘이 될거에요. 정말 생각 이상으로 큰 힘이 되요.
전국에 있는 모든 편의점 알바생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