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것 좀 해주세요!."
골목 안쪽 집에 신문을 막 넣고 돌아 나오던 나를 향해 누군가가 말했다.
넉넉한(?) 체구의 50대 중반 쯤 돼 보이는 여자였다. 울먹거리는 듯한 다소
지친 목소리다. 여자는 버거운 짐을 지탱하고 있기라도 한 듯, 왼팔로 자전
거를 부여 잡고 있었다. "체인이 빠졌는데 도무지 끼워지지가 않네요..."
다가가 살펴보니 기아가 많은 자전거 였다. 나도 몇 번 끼워 봤지만 쉽지
않았으니, 여자에게는 오죽 했으랴... 내가 선뜻 체인을 만지자 여자는 이내
안심한 듯, 이런저런 얘기들을 늘어 놓았다. 운동하려도 큰 맘 먹고 산 자전
거라느니, 갑자기 체인이 빠져 20분 정도를 끌고 왔다느니, 아직 집에 도착
하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해서 걱정했는데 아저씨를 만나 정말 다행이라느니
등등, 쉴새 없이 떠들어 댔다.
뒷 체인이 빠진 채 톱니 안쪽에 단단히 박혀 있어서 좀처럼 빠지질 않았다.
얼마간 끙끙거리다 겨우 빼낸 후, 먼저 앞 체인을 벗기고 뒷 체인을 끼운 후
에, 다시 앞 톱니 위쪽에 체인을 일부 얹어 끼운 후, 뒷 바퀴를 살짝 들어 올
려 패달을 서서히 돌렸다. 그러나 쉽사리 체인은 끼워지지 않고 계속 빠져
나왔다. 옆에서 지켜보던 여자가 연신 "어떻해... 왜 안되지?... 아저씨, 너무
죄송해요. 일하셔야 하는데..." 하면서 안절부절이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
다가 기진맥진 해 질 무렵, 체인이 가까스로 끼워졌다. 어느새 장갑이 온통
기름 투성이다. 여자는 너무 기뻐하며 고맙다고 머리를 반복해서 끄덕였다.
장갑을 털며 일어서 여자와 마주한 순간 훅~ 하며 짙은 술 냄새가 풍겨왔다.
돌아서는 나를 붙잡으며 여자는 근처 불이 켜진 김밥집을 가리켰다. "아저씨,
너무 고마운데 식사 좀 하고 가세요!" 라고 말하며 나의 팔을 잡아 끌길래,
"아니예요! 바빠서 그만 가봐야겠는데요. 괜찮으니까 어서 가보세요!" 하며
웃고는 내 바이크로 향했다. 여자는 "그래도 저 때문에 고생하셔서 너무 미안
한데..." 하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자전거를 타고 갔다.
새벽녘에 여자들이 타고 가다가 빠진 자전거의 체인을 몇 번인가 끼워줘 본
적이 있는터라, 그리 대단스러운 일도, 보답을 받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조금 수고스러웠던 것은, 단지 그런 상황을 무심히 지나치지 못
하는 내 성격 탓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저멀리 넉넉한 체구를 자전거에 모두 의지한 채, 오르막 길을 위태롭게 올라
가는 여자의 뒷 모습이 보였다. 순간 아차! 싶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아줌마! 위험해요!! 음주 운전이예요! 음주 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