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웅….
왠지 밤새 들리던 엔진소리가 조용해지니
뭔가 이질감이 생기면서 자동으로 눈이 떠집니다.
어제 확인했던 일기예보와 똑같이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지 창문엔 물방울이 맺혀있습니다.
아아….
여행 첫날부터 샤워하면서 달릴 생각을 하니
왠지 냄새는 안 날 것 같은 기쁨과
비 맞으면서 자야 한다는 생각에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같은 방을 사용하던 20대처럼 보이던 젊은 친구는
출국수속이 시작되려면 2시간 이상이나 남았는데
이미 방에서 짐을 다 정리해서 떠났더군요.
어디에 갔는지는 미스터리입니다.
물방울 맺힌 후쿠오카의 모습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왠지 아이폰4에 채택된 배경화면 사진 같군요?
역시 저의 사진실력은 스티븐잡스도 감동시켰나 봅니다.
아무튼 침대에 누워서 잡생각을 하다가
어여 정리를 하고 입국카드를 씁니다.
숙박 주소란을 꼭 쓰라고 신신당부 하는 안내멘트가 선내에 퍼집니다….
나는 텐트에서 잘 껀데….
잠시 고뇌에 빠졌다가
노숙을 영어로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Train station is my hotel
이라고 쓰면
여행 시작하자마자 끝날 것 같아서
관광안내도에 있는 후쿠오카 유스호스텔을
대충 적습니다.
묵지도 않을 거지만 왠지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어젯밤에
모기 물린 곳이 미칠 듯이 가려워서
빡빡 긁었는데
터졌는지
이불에 코딱지만큼 피가 묻어있더군요.
전화 와서 물어내라고 할까 봐 똥줄이 탑니다.
대충 뒤집어 놓고 후딱 나오기로 합니다.
입국수속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꽉 차있군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금방 빠져나가는군요
왠지 일본을 1분 더 빨리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들떴습니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목격한 하카타항 건물….
아아….
저 삼각뿔 모양만 보면 울화가 치솟습니다.
미적 시험 때
삼각뿔을 적분하라고 했는데
결국 패배하여 풀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일본
첫인상에서 -20점 입니다.
그리고 긴 계단을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엇!!
저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졌는지
자전거 여행객이 보입니다..!!
근데
남녀 커플인 것으로 보아
남자인 제가 말을 걸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말을 걸지 않도록 합니다.
(무엇보다도 남자팔뚝의 문신이 중요)
근데 한가지 이상한 것은
저 사람들은 모두 자전거가 있는데
저는 자전거가 없습니다?
없어지면 어떻하지 어떻하지 하면서
디스코댄스를 추고 있는데
마침 버스가 도착합니다.
자전거를 찾으려고 버스 안타면서 개기고 있는데
출국장 가면 있다고 직원이 윽박지릅니다.
어쩔 수 없이 버스에 탑승합니다.
허걱
근데 버스운전사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후덜덜
저 구렛나루좀 보세요.
오하이요고자이마스라고 인사 했다가
"나니요 오마에와!"
(뭐야 이 자식!)
하면서 한대 쳐 맞을 인상입니다.
일본엔 저분이 있다면
중국엔 이에 필적하는 분이 계십니다.
두 개중 하나의 버스를 선택하라면
두말할 것 없이 일본버스를 택하겠습니다.
어쨌거나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입국 심사장이군요.
예전에 홍콩갔을 때
아버지께서 절대 아프리카인 뒤에 서지 말라고 하시던게 생각납니다.
왜냐하면
입국시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어진다고 하시더군요.
집은 어디냐, 돈은 얼마나 갖구왔냐, 엄마 이름은 뭐냐
온갖가지 쓸떼 없는 것을 물어보면서 시간을 끈다고 합니다.
왠지 이번엔 저도 같은 처지가 된 것 같아
똥구멍이 계속 조여옵니다.
앞의 아줌마 관광객이 지나가시니
드디어 숨죽이던 입국심사.
젊어 보이고 약간은 뚱뚱한 여자분이 앉아계십니다.
헤헤 웃으면서
굿~ 뭐ㄹ닝~
TV에서 본 청담동 스타일로 인사를 건네니
고개를 1mm 흔들어 화답을 하십니다.
여권과 입국카드를 내밀고 기다립니다.
여권을 스캔하더니
막 일본어로 뭐라뭐라 물어봅니다??
전 한국인인데 일본어로 물어봅니다.
아….
뭐라 해야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윅스큐즈미?
했더니
체류기간이
20일이 맞냐고 합니다.
하이!
라고 대답했습니다.
근데
조또 이상한 얼굴로
입국카드를 가리킵니다.
뒷면에 가진 돈을 600$기재 했더니
20일동안
쓸 돈이 이거밖에 없냐고
물어봅니다.
위기감을 느낀 저는
캐쉬카드~ 캐쉬카드~ 돈워리~
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다른 걸로 태클을 걸려 하는지
일본 내 전화번호가
누구 꺼냐고 물어봅니다.
말도 안되는 영어로
내 고딩친구다~
일본에 유학왔다~
문제 있으면 내 폰으로 연락 줄꺼다~
이렇게 설명했더니
친구 이름을 적으라고 합니다.
일본 이름을 몰라서
O beck sang
이라 적으니
"..오 베크 사앙?"
.
.
.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같더니
"니혼진 나이데스까??"
(일본인이 아닙니까?)
이럽니다.
근데 제 뇌속에서 뭔가 계속
꿈틀대는 기분입니다.
난 나쁜사람이 아닌데
계속 나쁜사람 취급하니까
순간 빡 돌아서
"아 유학생이라고 했잖아!!!"
라고 하려다가
친절하게 콩글리쉬로
어보드 스터딩
어보드 스터딩~
(유학 중 이에요~)
하니까 고개를 끄덕입니다.
드디어 끝났지 싶은데
아.. 또 뭘 물어봅니다..
20일동안 뭘 할꺼냐고 물어봅니다….
"지텐샤~ 지텐샤~ 도쿄에 이끼마스!"
자전거 타고 도쿄에 간다고 하니
다시 조또 이상한 얼굴로 쳐다보더니
잠시 뒤를 쳐다봅니다.
그러더니
헉
레드! 레드!
이럽니다
아… 안돼!!!
순간 입국이 안된다는 레드카드인줄 알았지만
자전거 색깔을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자전거는
입국심사장 바로 뒤에 옮겨져 있는 것 같더군요.
자전거가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레드색상이 맞다고
예스 예스를 연발하였습니다.
근데 자전거가 제 것 말고 다른 것도 있나본지
색상을 계속 물어봅니다.
왠지 다른 여행객이 있다는 기분에 들뜹니다.
다시 심사관은 뭘 체크하더니
"헤버 나이수 트리쁘"
(Have a nice trip)
라는 멘트를 날려주시고 통과시켜 줍니다.
역시 동남아시아쪽 사람이 한국에 입국하는게 힘든 것 처럼
한국사람이 일본에 입국하는 것은 아직 힘든가 봅니다.
입국 심사장 뒤에있는
자전거를 가지고 가려고 하는데
뚜둔..
제 자전거 말고 회색 자전거가 하나 더 있더군요.
순간 김의준은 고민에 빠집니다.
왠지 외국에 오면 다른 여행기에서 읽었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는데
동반자가 생기면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혼자 갈까 아니면
무서우니까 같이 갈까
고민하던 찰나에 저쪽에서
"엇!!"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분이 다가오십니다.
25살의 부산에 살고 계신 멋진 형이더군요.
반갑다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입국심사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대충 이렇게 생기셨습니다)
둘이서 경로나 숙박정보 등을
이야기 하는데
알고보니
여행 초기 3~4일정도는 같이 여행할 수 있는 경로더군요.
대충 이러한데….
히로시마-후쿠야마 중간지점까지는
같이 갈수 있다고 합니다.
왠지 동료가 생겨서 신납니다.
이렇게 오란도란 얘기하고 있는데
왠 프랑스인이 옵니다.
(맨 우측이 후랑스인)
그리고 만난 한국 유학생(맨 우측)
저 프랑스인은 후쿠오카지역을 걸어서 이동한다고
하더군요. 대단합니다.
각자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파이팅 하고 헤어집니다.
근데 계속 신호등에 걸려서 가다가
말았다가 하는데
이번엔 같은 건널목에
아까 그 프랑스인이랑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합니다.
굿바이 인사를 했는데
또 옆에 있으니
말 걸기도 뭐하고
인사하기도 뭐하고.
서로 보며 헤헤 웃다가
초록불이 되자마자
초光속 스피드로 그 자리를 떴습니다.
뭔가 인사를 했는데 계속 만나게 되면
진짜 짱 이상한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어쨌거나 일본땅을 밟았으니
일본의 느낌을 말해야겠죠?
대충….
뭔가 되게 느립니다.
진짜 느립니다.
빨간불도 되게 길구요.
(물론 초록불이 더 깁니다.)
자동차들도 지렁이 같이 달립니다.
후쿠오카 연비대회를 개최하나 봅니다.
근데, 이 형님은 되게 붙임성이 있습니다?
건널목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막
도로 공사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스고이~ 스고이!!!
를 연발합니다.
도로공사를 하는게 뭐가 스고이하다는 건지?
잠시 혼란에 빠졌다가
서로 들떠있음을 자각합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핸드폰에 지도를 받아왔지만
책으로 된 지도가 더 좋기에
지도를 구하려 시내로 갑니다.
시내가 어딘지 몰라서
여기저기 물어가면서
후쿠오카시내로 향합니다.
물론 저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형님이 다 물어보셔서
전 왠지 뒤만 따라가면 될 것 같은데
왠지 펫이 된 기분이군요.
가다가 여행사를 발견해서 들어갔습니다.
굉장히 지도가 많을 것처럼 생긴 사무실입니다.
지도가 일본어로 뭔지 몰라서
영어 map을
매쁘~ 나이데스까?
매쁘~ 맵뿌!!
이렇게 말하니
아~ 치즈!
라고 말하시면서
지도는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지도는 치즈라는 것을 기억합니다.
왠지 뇌속에서는 치즈는 먹는 것이라 저장이 되어 있어서
충돌이 날 것만 같군요.
또 어떻게 보면 지도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지도와 치즈의 상관관계에 대한
찝찝한 마음을 뒤로 미루고
페달을 밟습니다.
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엔 신이 진짜 많다고 하는데
그쪽에 관한 걸까요?
아무튼 이런건
저희에겐 아웃오브안중이니
빨리 시내나 찾기로 합니다.
한 10분 페달질 하니 나오는
후쿠오카의 시내…!
왠지 몇 년전에 가본 중국같군요?
어디서 중국삘이 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사진 들이밀고 중국이라고 하면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아….
문제는 책방엘 가야 하는데
책방이 10시에 연다고 합니다.
무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 지.
형님이랑 상의해서 자전거를 대충 묶어놓고
출근길 구경을 하기로 합니다.
일본의 출근길 광경은
뭔가 또 되게 느립니다.
버스들도 버스기사아저씨들이
"문이 닫힙니다"
"더 내리실 분 없습니까?"
"정지합니다"
이런 말을 쉴새없이 하고
(물론 일본어는 모릅니다)
그 말이 버스밖에 설치된 스피커로
쩌렁쩌렁하게 흘러나옵니다.
왠지 안전의 일본 같군요?
나중에 버스기사가 된다면
배워야 할 듯 합니다.
자전거를 어디 세울까 하다가
왠지 자전거가 많이 세워져 있는 곳이
안전할 것 같아 거기다 던져두고
하카타역으로 진입을 합니다.
뭔가 엄청 공사중인데
길을 물어볼 사람이 없어
경비아저씨께 물어보니
갑자기 하시던 일을 멈추시고
저희에게 다가오시더니
욜로가라 절로가라~
일본어로 쑐레쏠레 말하십니다.
참, 대단합니다.
자기일 보다 남의 일을 더 중시해주시니
참 배워야 할 듯 합니다.
책방이 있다는 건물로 들어가니
버스정류장인지
버스가 건물 2~3층에 막 올라옵니다.
신기하더군요.
그림의 떡인
일본식 도시락도 팔고….
각종 기념품도 팔고….
한가지 깨달은 건
일본에서 일본의 기념품을 사더라도
뒤에 보면 Made in china가 각인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일본에서 중국기념품을 사는 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오오!
철권6도 있군요!
게임의 제국 일본답게 어딜 가던지
오락실이 있는 듯 합니다?
어쨌거나 전 철권을 못하므로
5층에 있는 다이소로 올라갑니다.
일단 100엔짜리 전국지도가 있는지 보는데
저희가 헤메는 것을 보신
어떤 일본분이 다가와
지도없어요~ 지도 없어요~
이러시더니
전국지도가 없다고(품절) 합니다.
왠지 되게 감사하면서도
그 말을 믿지 못하고 계속 지도를 찾는 제 자신을 봅니다.
한국에서도
내가 어떤 정보를 가르쳐 줬을 때
그 사람이 그걸 믿지 못하고
다른 사람한테 가서 계속 묻거나
그 정보를 계속 알려고 하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전 사기꾼이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조금만 더 찾다가
그 일본분한테 감사합니다x3를 연발하고
다이소 밖으로 나옵니다.
윗층으로 올라가니 바로 책방이군요?
크기는 대충
강남 교보문고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쫌 큽니다.
지도가 어디있는지 몰라서
영어로 Map 또는 Cheese를 찾고 있는데
한자로
地.. 어쩌고 써있는게 보입니다.
(이정도 한자는 압니다?)
후딱 달려가서 확인해보니
책값이 후덜덜이군요.
무려 전국지도의 값은
999엔!
홈쇼핑에서 전국지도 판매하나요?
뭔가 되게 저렴하면서 저렴하지 않은 것 같은 가격입니다.
형님은 그 도시에 도착할 때 마다 지도를 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만 지도를 구입합니다.
왠지 그 형님이 더 근성이 있어 보여서
존경심이 상승됩니다.
일본에서의 첫 지출 999엔을 내고
이제 시모노쉐키로 출발하려고 밖으로 나섭니다.
어?
그런데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공무원들이 자전거 주위를 어슬렁 거립니다?
저번에 복덩이님의 자전거 여행기에서
무단주차된 자전거를 강제로 가져간다는 글을 읽은터라
이게 사실이라면
흠좀무
그래서 부리나케 공무원아저씨께로
달려갑니다.
자전거에 이런 딱지가 붙어있습니다
일본어를 읽을 순 없지만
여기다 주차하면
님 신변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 같습니다.
그리고 바로 앞을 보니
이런게 붙어있었군요?
여기에 있으면 장기를 털릴 것 같으니
어서 출발하기로 합니다.
일본에는 자전거를 위한 배려가 잘 되어있다고 극찬을 하길래
어떤가 해서 봤는데
횡단보도에 줄 그어져 있고
자전거 주차장..
뭐..
다른 것은 없는 듯 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좋아진 걸까요?
그냥 인도에 자전거통행하고
도심에서는 특별히 자전거를 위한 길은
나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하카타 안에서는…)
슬슬 페달질을 하면서
도심 밖으로 빠져 나옵니다.
뭔가 압구정동에서 본듯한 아파트 입니다.
그냥 편안한 기분 가운데
건널목을 기다리고 있는데
형님은 뭐가 그리 신나셨는지
막 옆에 계신 할머니한테
뭐라고 뭐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자전거 여행자다~"
"이넘은 도쿄까지 가고 난 전국일주를 한다~"
등등….
이렇게 얘기를 하니
일본의 99.9%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듯
"에에~? 스고이네!"
(와~ 대단하네!)
하시면서 대단하다는 풍의 말을 하십니다.
뭔가 되게 일본드라마에서 많이 본듯한 분위기에
낯선 느낌이 없어집니다.
신호등이 초록불이 되고…
할머니와 사요나라~ 하고 먼저 갑니다.
근데 얼마 안 가서 다시 다음 건널목에
신호대기가 걸렸습니다.
근데 뒤에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2천엔을 불쑥 주십니다.
(2만7천원 가량)
뭔가 저는 되게 사양하면서
받지 않으려는 티를 내면서
맨 마지막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받으려 했지만
우리 형님께서는
한번 사양하시고
바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시면서
2천엔을 불쑥 받으시더군요.
아아….
저와는 뭔가 다른
수용력에 뭔가 존경심이 상승됩니다.
2천엔을 받으신 형님의 표정
근데
2천엔을 받았다는 것은
저와 형
2명에게 천엔 씩 줬다는 것인데
2천엔이 모두 형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아….
왠지 저의 이 코딱지만한
마음밭 & 믿음밭이
적나라하게 제 마음속에 드러나는 것이
왠지 제가 부끄럽게 느껴지면서도
고작 천엔 때문에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는게
참… 이런게 김의준이구나 라는 것을
느낍니다.
뭔가 되게
보고싶지 않은 저의 내면을 발견한
찝찝한 기분과 함께 페달링을 하는데
목이 너무 마릅니다.
근처에 널려있는
자판기에서 100엔 넣고 뽑아먹으려 했지만
우리 형님께서는 절대 자판기 쳐다도 안보십니다.
물은 절대로 구걸해서 얻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왠지 일본의 가정집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일본사람들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막 심장이 쿵쿵댑니다.
그리고 앞에 나타난 교회
일본에서는 기독교인이 약 1%정도 된다고 하고
그 안에서도 이단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페달질 1시간만에 교회를 발견했다니
뭔가 콜롬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것보다
더 큰 것을 발견한 기분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아프리카 깔람비아교를 찾은 기분이랄까요?
(물론 깔람비아라는 종교는 없습니다)
아무튼 사설은 뒤로 미루고
첫번째 미션!
물을 얻으러 갈 시간입니다.
저도 해보고 싶었지만
형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신다고 먼저 나섭니다.
뭔가 호러틱하면서
가정집 같은 마당입니다.
아무리 불러봐도 없길래
2층으로 올라갑니다.
물을 얻기 전 파이팅을 합니다.
"똑똑"
"스미마셍~ 미즈 오네가이시마스"
(죄송함다 물좀주세요~)
이렇게 얘기하는데 아무도 안나옵니다.
그러고 약 1분후
오….
왠지 할머니가 나올 듯한 분위기의 건물이었지만
아리따운 20대 처녀분이 나오십니다.
(처녀인지 노처녀인지는 모릅니다)
막 서로 이야기 하다가
드디어 물병을 건네받고
들어가십니다.
물을 기다리면서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일본엔 참 신기한 차가 많이 보입니다.
그 중에서 발견한 이 자동차!
아니 이 버스는?
미쿡드라마 로스트에서 보던
버스가 아닙니까?
왠지 반가운 마음에
여기가 그 섬일 수도 있다는
이상한 섬뜩함에 잠시 잠깁니다.
근데 이 처녀분께서는
성난 동작으로 지팡이를 바위에 세게 두 번 치셔서
물을 받으시는지
5분이 넘도록 안 나오십니다.
계속 기다리는데
오 드디어 나오셨군요.
왠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초상권 어쩌고 할까봐
이렇게 소심하게 안 찍는 척 하면서
살짝 셔터를 눌렀더니
턱 아래만 찍혔군요.
참 놀라운 셔터기술입니다.
근데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저를 보셨는지
약간 이상한 표정으로 1초 보시더니
일본인 특유의 투 페이스인진 몰라도
갑자기
완전 어색미소가 작렬하더니
문을 닫습니다.
아 왠지 카메라셔터를 소심하게 누른게
잘한 것 같습니다.
초장부터 경찰서 끌려갈 뻔 했습니다.
참 이런 면에선 김의준은 대단합니다.
물병을 열어보니
친절하게 얼음까지 들어있습니다.
시간이 오래걸렸던 것은
쪼끄만 물병구멍에 얼음을 넣으려고
얼음을 하나씩 녹이면서
넣은 것이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추측을 해봅니다.
어쨌든 일본인께서 하사하신
시원한 물을 들이부어 마시고
출발합니다.
도심외곽으로 나오니
뭔가 트럭비율이 많아지는군요.
가다가 본 알 수 없는 광고
아아….
도대체 무엇을 광고하는 것일까요?
뭔가 가슴을 강조하려는 것 같긴 한데
알 수 없는 일본입니다.
하지만 일본인이 이걸 본다면
일본광고는 쨉도 안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역시 한국이 더 기발합니다?
개 주인께서는 창의력이 폭발하시는 듯 합니다.
어쨌든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그리고 가다가 발견한 야한분위기가 풍기는 건물
뭔가 24시간이고 대빵 큰 글씨가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형님께서
이때 아니면 언제 들어가보냐고
하시면서 막 들어가십니다.
뭔가 혼자 밖에 있기에는 그렇고
본능을 주체할 수 없어
호기심에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으허허헉!
아….
일본 책방엔 이런 책들이
거침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무료!
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보진 않았습니다?)
1분정도 돌아다니다가
흥분이 되어서
빨리 나왔습니다.
왠지 주인 입장에서는
왠 처음 보는 까만 외국인 애들이
자기네 서점 들어와서
지네들만 흥분하며 돌아다니다가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웃깁니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밖으로 나오니
왠지 꿈과 희망을 짓밟는 꽃이 보입니다.
아아….
뭔가 해탈스러워 보이는 꽃.
뭔가 이쁘게 펴보려 했는데
실낯처럼 흩뿌려진 꽃 같습니다.
아무튼 다시 페달을 밟습니다.
날씨는 그래도 비가 올랑말랑하는지
태양이 직접적으로 비추지는 않는군요?
매우 상쾌한 날씨에 룰루랄라
페달질을 하다가
발견한 곳!
두둥!
일본의 8대 자랑거리중 하나인
100엔샵입니다.
진짜 모두 100엔에 팔지 궁굼 시너지가 솟아오릅니다.
마침 제 물병도 사야하고 해서 들릅니다.
저에게 딱 맞는 100엔짜리 물병이 있을까요?
오호라….
굉장히 큰듯하면서 복잡합니다.
무엇보다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쥑이는군요.
나의 물병은 어딨나 하면서 찾는데
발견한 이것.
!?
아령인데….
끝에 물병처럼 뚜껑이 있어서
물을 넣으면
마실수도 있고 팔 근육도 키울 수 있고
재미까지 보장되는
무려 일석삼조의 아이템입니다
저에게 딱 맞는 물병이라
당장 구매하고 싶었지만
형님께서 제대로 된 거 사야 후회 안 한다면서
다른 것을 추천하십니다.
결국 구매한 101엔짜리 물병과
음료수.
음료수도 100엔이길래 궁굼해서 샀습니다.
근데 같은 소다 맛 음료수 인데도 불구하고
형님 것이 훨씬 더 맛있더군요.
왠지 패배한 느낌입니다.
아아… 음료수 고르기에서 패배하다니
왠지 형님에 대한 존경심이 상승됩니다.
다시 달리기 시작….
왠지 일본의 주택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던
짱구네 집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아 그게 아니라
일본 주택 집 모습이 짱구네 집인 것이죠.
저기 안에 들어가면 짱구 백만명은 있을 듯 합니다.
들어가서 같이 훌라춤을 추고 싶군요.
뻘 생각을 하면서 계속 페달질을 합니다.
제 물병에 물을 채우고 싶은마음에
왠지 간판만 봐도 물이 솟아 오를 것 같은
가게에 진입합니다.
역시 형님께서 먼저 들어가시더니
시모노쉐키에 어떻게 가는지
물 좀 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십니다.
근데 아저씨가 조또 이상한 표정으로 계시더니
형님이 저를 안쪽으로 부릅니다.
무슨일인가 했더니
아저씨께서 말씀하시기를
시즈오카가는 길은 모른다고 하십니다.
??
우리는 시즈오카에 가는게 아니라
시모노쉐키에 간다고 말씀드리니 1번국도로
즈읏~~또 맛스구~~
(쭈욱~ 직진~~)
하면 된다고 하십니다.
우리 형님도
일본의 컬쳐쑈크에
시즈오카와 시모노세키가 헷갈리셨나 봅니다.
(사실 앞에 '시'자 빼고는 연관성이 전혀 없어뵙니다)
그리고 주인께서 쿨하게 하사하신
2리터 짜리 물!
무척 시원하고 좋습니다.
(사실 일본에선 2리터짜리 물이 2리터 휘발유보다 비쌉니다)
물병에 채운 다음에 혹시나
샤워할 때 필요할 것 같아 챙겨두기로 합니다.
참…
도시의 외곽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전거도로가 잘 나있습니다.
포장도 잘 되어있구요.
무나카타시에 진입
하쿠나마타타도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슬슬 2시에 가까워 지고
배에선 밥을 달라고 합니다.
다른 분들 여행기에서 봤던
요시노야가 보이면 거기서 먹기로 하고
요시노야를 생각하면서 페달을 밟습니다.
바라면 이루어 진다더니
30분만에 나타나는군요
두둥….
일본의 요시노야는
정말 많습니다.
일본에서의 첫 식사라….
왠지 두근대는 마음에 하야꾸 들어갑니다.
오호….
꽤나 작고 아담한 크기이지만
뭔가….
되게 일본적이고 깨끗합니다.
사무적인 기분이 많이 납니다.
밥을 시키는데…
전 카레라이스!
형님은 규동을 시킵니다.
근데 여직원이 뭐라 말하는것같은데
뭐라하는지는 모르겠고
뭐라고 물어보는 것 같으면
무조건 하이 하이 그럽니다.
그러면 알아서
와카리마시다
(알겠습니다)
하면서 음식을 가지러 가더군요.
참으로 신기한 광경입니다.
2분이 지났을까…
벌써 나오네요.
카레라이스 입니다.
3분카레보다 토핑이 적어보이네요?
카레보다 더 저렴한
규동의 모습입니다.
아….
뭔가 주문에서 또 패배한 느낌입니다.
형님은 사진 찍자마자
밥그릇을 드시더니
후루루룰뤄누런ㅇ라ㅣㅓㄴㅇ루루루
진공청소기로 빙의하셔서
1분만에 모든 것을 빨아드셨습니다.
저는 3/1도 못 먹었는데 말이죠.
아….
왠지 멋있으면서 존경심이 상승됩니다.
설거지는 필요 없습니다.
근데 먹으면서 옆에 보니 뭔가
특이하게 생긴게 있어서
만져보았는데
식당안에
우뢰와 같은 띵동소리가 퍼집니다.
직원을 호출하는 버튼이었군요?
직원이 달려오길래
스미마셍x10연발하고
흥분을 가라 앉힙니다.
아 근데 이 요시노야의 좋은점 하나는
얼음물 안에 얼음이 들어가 있는데(?)
얼음이 대략 한국식당에서 주는 얼음보다
약 6/1크기로 작습니다.
대충 이렇지요.
그래서 얼음물을 마시면서
얼음을 부숴먹기가 아주 수월합니다.
그래서 30분동안 요시노야에서
형님과 같이
얼음을 쪼개 먹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계속 있다보니 주인장의 눈치가 날라와서
최대한 느리게 나갑니다.
돈은 냈는데 에어컨바람은 최대한 쐬어야죠.
돈은 아까 할머니께서 주신 돈으로
해결합니다.
아까의 쪼잔한 2천엔의 불안감이 해소되는군요.
이런걸로 안도감을 느끼는 제 자신을 보고
왠지 모를 분노가 생깁니다.
그리고 지루한 페달질을 시작하는데
상쾌한 내리막이 나옵니다.
그리고
뭔가 길가에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
3번국도는 저 파란 표지판이 보이는 곳인데.
일본정부의 친절한 자전거도로만 따라가다가
여행에서 패배할뻔 했습니다.
저의 경계심은 아직 죽지 않은 듯 합니다.
다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여기가 일본인지 아마존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뭔 도보에 풀이 이렇게 많이 자라있고
잎만 1미터가 넘는 기분 나쁜 식물들이
살갗을 스칩니다.
게다가 줄기는 빨간색이라 더 소름이 돋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첫번째 터널
3년전에 국내전국일주 하면서 느낀 것이
터널이 제일 무서운 구간이었는데
일본은 친절히 보행자 도로가 나 있어서
굉장히 감사한 기분입니다.
근데 역시 일본
알 수 없는 일본입니다.
친절히 나있는 자전거도로를 통해
밖으로 나오니
?!
자전거도로가 반대편 차로로 바뀌어 있습니다?
이런얘기 잘 안하는데
마치 겉으론 되게 친절하면서
속으로는
"건너다 함 뒤져봐라!"
하는 일본인의 투페이스가
내포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심한 곳은 200미터 간격으로
보행자도로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일본정부에게 농락당하는 기분이군요.
후덜덜한 무단 횡단을 마치고
계속 페달질을 하다가
일본의 한 병원에서 시술중인
획기적인 수술을 봅니다.
두둥!
무려 수술을 하면
와이파이가 가능하게 되는 수술인가 봅니다.
역시 일본은 대단합니다.
우리의 형님은 힘드신지
평속15km으로 달리시다가 주택 주차장에 퍼지셨습니다.
저도 누워있고 싶었으나
옆에 사람 걸어 다니고
주택 관리인이 와서 신고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하나도 안 힘들다고
구라를 치면서 계속 서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사진도 찍고
어쩌다 보니 제 첫 사진이네요?
지하철표 천원짜리 아줌마표 쿨토시는
일본에서도 위력을 발휘합니다.
30분쯤 뉘질러져 있다가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고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것으로 보아
곧 위기가 닥침을 인지하고
형님을 3번 흔들어 깨웁니다.
시모노쉐키 까지 약 40키로 남았군요
3~4시간이면 넉넉잡아 도착 할 듯 한데….
8시가 넘어서 도착한다는 무서운 소리가 됩니다.
어느 라이더든 야간라이딩은 피하고 싶은게
사실이자 진리입니다.
덥고 습한날씨에 낑낑대며 페달질을 하는데
뒤에서 뭔가를 발견하여 매우 신난듯한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아….
도대체 왜 이런 야하고 남성을 자극하는
전단지가 도로에 막 뿌려져 겁니까!! 으허헝
게다가 2분전에 귀여운 초딩애들을 봐서 그런지
애들이 이걸 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막 갑자기
일본이라는 나라가 너무 싫어집니다.
선진국 일본이라지만
이런건 한국이 안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형님은 좋다고 쥑인다고 이것좀보라고
하시면서 막 보십니다.
저도 관심없는 척 몇번 흝어봤는데
보면볼수록
일본은 여러 방면에서 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님은 이것이 활력제라면서
꼬깃꼬깃 접으시더니 가장 중요한
가방에 넣으십니다.
여권 = 야한전단지 로군요
사실 한 장 더 있었으면
나눠 가졌을 것입니다.
반장 짤라도 되구요.
이 뭐…
이 얘기는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20분쯤 더 가니 왠지 한가로워 보이는 도시입니다.
근데 앞에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보이는군요?
왠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본 것 같아 신기해서
소심하게 사진을 찍습니다.
근데 형님도 같은곳에 시선이 있었는지
카메라를 찍는 저를 보고
"변태넘아"
한마디 날리시더군요..
아….
한편으론 정확한 곳을 찔린 것 같아
왠지 저분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스킬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지면서도
겉으론 그냥
"도시가 너무 평화로워서요"
찍었다고 얼버무립니다.
참 솔직함 없는 김의준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이 되었습니다.
도시가 대빵 느그러워 보이고
건물도 대빵 작습니다.
이런 동네에서 살고 싶습니다.
와우
다른여행기에서도 봤던 롤러코스터가 등장하네요
시모노세키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라 너무 기쁩니다.
근데 길을 잘못 들어 왔는지
시모노쉐키로 가는 표지판이 사라집니다?
지도를 봐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고….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는 길 입니다.
와….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친절합니다.
길을 물어보았을 뿐인데
마치 네비게이션 안내양이 되는듯이
막 어디로 가라 저기로 가라
하면서
나도 한국 가본적 있다
일본은 참 좋다
등등
계속 얘기를 하십니다. ㅜㅜ
우리는 가야 하는데 말이죠.
대충 말하는 시간 봐서 중간에
끊으려고 하면
다시 말에 부스터를 바르셨는지
야마에와코타쿠노가라케오사이샤오카네케노다이마셍카라노카이사코로로로호호로호롤
알 수 없는 말을 뱉어내십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와~ 소오데스까"
"하이~하이~"
"에에~? 스고이데스네!"
를 계속 무한반복 합니다.
30분쯤 지났을까….
할아버지는 드디어 저희를 풀어주시며
굿럭!
해주십니다.
왠지 감사하면서도
과연 저런 친절함안에 감춰진 두 얼굴이 있을까 하는
의문감이 듭니다.
아무튼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 길로 출발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일본어로 설명하시다가 중간에
어쩌고저쩌고 씨~로도~ 어쩌고저쩌고
한게 기억이 납니다.
씨~로도~ 가 뭔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Sea Road(해안도로)였습니다.
이게 국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옆엔 바다가 쫙 펼쳐져 있고 산들이 우거져 있는 것이 아주 예술입니다.
다른 포즈로 다시 한번 서로의 카메라로 찍어줍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좀 사람답네요
하아~~
근데 이 멋있는 공원틱한 도로는 1km도 안가서 끝나버리고
어디 이상한 해안부두 같은 곳으로
내팽겨 쳐졌습니다.
왠지 짜증나는데
길까지 잃으니 짜증이 증폭됩니다.
앞에서 페달질 하고 계신 형님은
연신 노래를 부르고 계시는군요.
오호라….
힘들 때 노래라도 부르면 그래도 괜찮아 질 듯합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도저히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귀여운 꼬마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니
젊은 아줌마들이 스고이네 스고이네를 연발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십니다.
왠지 이런 보잘 것 없는 자전거 여행객들에게 친절을
배풀어주시다니 매우 감사한 기분입니다.
길은 계속 직진하면 시모노쉐키가 나온다고 합니다.
500미터 더 가면 훼미리마트가 있는데 거기서 물어보면
더 자세히 알려줄 거라고 합니다.
우리의 형님께서는
막 애들이랑 같이 셀카찍고 난리입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더럽다고
아줌마들께서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일본 아줌마들을 깔깔 웃으며 좋아하시더군요.
사진으로만 봐도 되게 즐거워 보입니다.
왠지 저런 친근감을 가진 형님이 존경스럽더군요.
드디어 7시를 넘기고….
어둠이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10
아….
계속 달리는데
100미터 간격으로 있는 자판기에
계속 눈이 갑니다.
맘같아선 그냥 확 내려서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데
형님이 계셔서 그렇게 하지는 못합니다.
고작 음료수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김의준은
참 쪼잔한 것 같습니다.
일본은 해가 참 빨리 지더군요.
시모노세키까지는 아직도 20키로 이상이 남았는데….
어둠이 몰려와 잠시 휴식을 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저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 졌는지
드디어 먹고 싶었던 자판기음료수를
아까 할머니께서 주신 돈으로 사먹습니다.
크아…
쥑입니다.
출발전에 친척형이 선물하신 쪼꼬바와
음료수와 함께 마시니 정말 대박입니다.
근데 둘이서 음료수하나를 마시니 부족합니다.
형님은 쿨하게 하나 더 뽑습니다.
왠지 적절할 때 하나 더 뽑는 쿨한 모습을 보고
형님에 대한 존경심이 상승됩니다.
으어……
벌컬벌컬마셨더니
에너지가 솟는 기분입니다.
오늘 바로 시모노쉐키까지 지르는 각오로
페달질을 시작합니다.
시모노세키는 아니지만 시내에 진입했군요?
일본은 고작 8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완전 한국 새벽 3시 삘이 납니다.
가게는 모두 닫고
차도 별로 안 다닙니다.
길에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길을 물을 사람도 없고….
저 멀리에 멋있는 칸몬대교만 보일 뿐 입니다.
형님은 많이 지치신지
오늘 시모노세키까지는 무리고 이 근처 공원에서 쉬기로 합니다.
전 시모노세키까지 가고 싶었지만
칸몬대교를 넘어간다 하더라도
공원을 찾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기 때문에
수긍하기로 합니다.
나름 장애인화장실도 있고 아주 좋은 공원입니다?
저는 텐트를 칠 자리를
어디 어두컴컴한 구석을 알아보고 있는데
우리 형님께서는 무려
으악!
버스정류장에 텐트를 치십니다!
그리고 막 정류장을 가로질러서 줄을 걸고
빨래한 두건과 나시티를 막 걸어 놓습니다.
으아아아
뿐만 아닙니다.
막 상의를 훌렁훌렁 벗어 던지십니다.
막 운동나온 사람들이 막 쳐다봅니다.
선진국 일본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내일 자고 일어나면 텐트 주위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것만 같고
버스의 문 열리는 소리
'취-'
하는 소리에 깰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형이 저녁을 라면을 끓여서 먹는다길래
어떻게 버스정류장에 빨래를 걸고
텐트를 치고
거기다가
불까지 지펴서 라면을 먹는다는 것이
저로써는 도저히 부끄러워서 할 수가 없습니다.
(근성이 부족한 것일까요)
그래서 오늘은 왠지 저녁이 먹기 싫다고 하고
초스피드로 텐트를 칩니다.
형이 오늘 저녁 안 먹으면 내일 아침에
먹기 되게 힘들 거라고 합니다.
그러시면서 계속
라면을 먹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게 뭔 상관입니까
선진국인 일본에서
그리고 어디 구석진 곳도 아닌
버스정류장에서
텐트를 치고
빨래를 말리고
밥을 먹는 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아….
형님은 포기하셨는지
"그러면 나 혼자 먹을게"
하시고
텐트로 들어가십니다.
으어어….
저도 장애인 화장실가서 최대한 깨끗이 씻고
텐트 앞에서 괜히 깨끗한 척
여유로운 척 하다가
(시민들에게 거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
텐트 속으로 들어갑니다.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로군요.
왠지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는 사람들이
막 쳐다볼 기분입니다..
아아아….
김의준은 불안함에 사로잡히다가
피곤했는지 잠에 빠져듭니다.
그날 밤 형은
라면… 혼자 끓여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하카타포트 to
노포쿠히로바역 알 수 없는 공원
오늘 달린 거리
88 km
총 누적거리
88 km
도쿄까지 남은 거리
약 1212km
미션!일본자전거질주2010
(후쿠오카-시모노세키)2편 – 버스정류장에 텐트치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