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말에 집에서 혼자 놀이 하고 있는 스물 여덟의 처자 입니다...
가슴에 돌덩이가 간만에 얹어진것 같아서 이렇게 글써요.
몇년전부터 알고 지내고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성당에서 인사정도만 하는 사이였던 아이가 있는데요.
제가 주말에 일하는 날이 많아서 매주 가는 성가대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해서 그닥.
누군가와 친해지고 마음을 나눌만한 사람을 사귀지는 못하고
항상 성가 연습하고 가벼운 대화하고 미사드리고 나오는게 전부인 성당생활을
3년 넘게 하다가 얼마전 갑자기. 예상치 못한 휴가가 생겨서.
그 성가대 사람들과 같이 근교로 MT 를 가게 되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아이는 그냥 제게 평범한 성당 후배였었죠.
평범한 성당 후배였을지라도.
이전에도.
가끔 성가 연습할땐 기억에 남는 행동이나 말을 몇가지 했었긴 했었어요,
이를 테면,
-누나 샴푸 뭐써요?향이 너무 좋아요. 라든가.
-누나 가방샀네요,잘 어울린다. 라든가.
-누나 오늘 입은 스커트 진짜 예뻐요,소개팅 하고 왔어요? 라든가.
어휴,
아무감정 없어도 저렇게 은근 한마디씩 하는 날이면.
그때 당시에는 뭐.. 고마워. 내지는 이거 어디꺼야. 정도로 대답해주곤 했지만.
이아이가 나한테 관심을 가져주는게 고마워 어느새 저도 이아이에게 관심이 조금씩 가게 되었어요.
그렇게 홀연하게 떠난 MT.
그렇게 그곳에 도착한 날 우르르 몰려 팬션을 둘러보다가.
여러개의 방중에 침대가 있는 방 하나를 보곤 그아이가 여러사람 섞여있는
그 무리중에 저에게만 살짝,또 장난스레 근데 완전 빈말은 아닌것 처럼,
-누나,여기 딱 우리 방인데.
이런식으로 몇번씩 장난치고 그래서.
도대체 얘 뭐야-_-;; 이말을 어떻게 받아 쳐내야해 복잡해졌었죠;;
그후,
그곳에서도 다들 어울려서 기도하고 재미나게 놀고,
고기를 굽고 와인과 소주와 맥주도 마시면서;;
한쪽에선 월드컵을 보고,
한쪽방에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깊어지던 새벽.
그아이가 한쪽 침대방에서 선잠자며 뒤척이는 절 불러 깨워서.
커피가 마시고 싶다며 시골길을 같이 걸어서 편의점 까지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둘이서 이런저런 사적인 대활 첨으로 나누게 되었죠.
인생 얘기,뭐 그런 거였죠. 별거아니였지만 시골길의 밤공기와 어우러져 참 좋았어요.
그리고 다시 일상.
그전엔 개인적으로 연락해본적 없던 이아이와.
조금씩 연락을 하게 되고, 영화를 보게 되고,밥을 먹게 되고,
밤새 술도 먹게 되고
(제가 술을 거의 못해서,소주같은건 아니고 중국술;;이아이만 먹었어요)
그렇게 같이 새벽길을 산책하며 집으로 걸어오면서도 참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손을 잡는다거나 그런 스킨쉽은 전혀 없었죠,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그렇게 각자의 집으로 헤어지려고 하는데.
이아이 눈빛이,가지마. 라고 절 잡더라구요.
그걸 뿌리치고 집에 돌아와서,
자야하는데 걸려온 녀석의 전화.몇시간의 통화.
가끔 반말과 존댓말이 뒤섞인 능글거리는 말투에 내가 어쩔줄을 몰라 나무래면
바로 또 깍뜻하게 누나..라고 부르고,.;;
그리고 일주일 뒤. 저희 부모님이 여행가시던 날.
비가 쏟아지던 어느날.
이아이와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고 집에 들어와 있는데.
집에 들여보내줄때 부터 이아이는.
집에 들어가셔 샤워하고 자기집으로 오라며.
와인마시면서 같이 영화 보자고 애교도 부렸다 떼도 썼다 또 장난반 진심반
저렇게 저를 유혹 하는겁니다,.
세시가 되고,네시가 되고,
저도 이아이와 함께 같이 영화보고 싶고 와인마시고 싶은데,
아무일 없을거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남잔데 어쩌지.
선뜻 가기가 망설여 져서 실갱이만 하다가 결국.
가기로 결정하고 자다 일어난 편한 옷차림으로 갔습니다;;
세팅되어있는 거실엔 간식과,영화가 다운 받아져있는 노트북과,
쌩얼 보여줄게 부담스러워 집에 가는 조건으로 부탁한 간접조명과.
그아이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저도 조금 설레긴 했지만.
그렇게 영화를 보고 잠깐 기대 잠든 그아이의 안경을 벗기고
조금 재우다가 날이 밝아져 생얼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이제 가야겠다며 아무일도 없이 집에
가려고 하는데 아침먹구 가라고 투정 부리는 이아이의
졸려서 다 뜨지도 못하는 눈과 흩어진 머리칼이너무 귀여워서.
가지마요,라는 그 말할때의 눈빛이 너무 가슴에 착.와닿아서.
그냥 꼬옥 안아주고 왔어요.
(원래는 벼랑위의 포뇨;;를 보려고 했었는데 그분위기에 안어울려서.
모건 프리먼 주연의 어떤 영화를 봤는데.
베드신이 다섯개는 족히 나왔지만 전혀 야하거나 흥분되지도 않았고;;
장난스레 너 이런 영환줄 알고 이걸 추천했냐 웃으며 얘기할 정도로.
편안하게 영화가 끝나고도 음악듣고 게임하고 왔었네요;;)
근데 그담부터 이젠 이아이가 생각나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네요,
마치 스무살로 돌아간것처럼 풋풋한 느낌인데.
정말 오래간만에 찾아온 사랑인것 같은데.
이아이는 어쩔땐 마치 내가 자기 여자친구인양 마음 설레게 저래놓고,
또 다음 하루는 연락도 거의 하지않고 자기 할일 해서 마음 다 타게 하고.
그담날엔 또 밤새 통화하면서 음악 들려주고 얘기하고...
이렇게 반복되는 하루에 지쳐버립니다....
이아이도 저도,
조금있으면 한국을 떠나 각자 완전 다른 나라로,
공부하러 가야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섣불리 시작하기 겁나고 무리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렇게 지내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자꾸 욕심이 나네요..
몇일전엔 할말이 있다고.
만나서 해야할것 같다고 하는데.
약속조차 잡아 놓질 않고 전화도 안받고(딱 한번 했지만;;)
마음 타서 죽겠어요,...
이아이의 진짜 마음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