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와 타이어를 연결하는 서스펜션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각 방식은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지만 세팅에 따라서는 매우 다른 성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서스펜션은 핸들링과 승차감을 모두 만족하는 것이지만 그 타협점을 맞추기는 정말 어렵죠. 서스펜션의 종류를 알아보겠습니다.
솔리드 액슬
솔리드 액슬은 이른바 일체식이죠. 70년대 말까지 대다수의 자동차들은 리어 서스펜션이 일체형이었습니다. 리어의 좌우 휠이 리지드 액슬로 연결되고 액슬에 달린 리프 스프링 또는 코일 스프링이 차체를 받드는 구조입니다. 요즘 신차의 대부분은 독립식을 채용하지만 전통적인 SUV 중에서는 아직도 많은 차종이 일체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솔리드 액슬이 구동을 하게 될 경우 라이브 액슬이라 부릅니다. 라이브 액슬은 디퍼렌셜과 드라이브 샤프트 등이 묶여 있기 때문에 무게도 많이 나가고 따라서 스프링 밑 하중도 높은 게 단점입니다. 따라서 충격에 대해 유연하지 못하고 승차감도 떨어집니다. 구동을 맡지 않는, 즉 앞바퀴굴림에 일체형 리어 서스펜션은 데드 액슬로 불리기도 합니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보디 롤의 흡수 능력이 떨어집니다. 스프링이 보디 롤을 주로 맡다보니 승차감은 물론 핸들링 성능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액슬과차체 사이에 팬하드 로드 같은 별도의 컨트롤 암을 집어넣습니다.
드디옹 액슬
드디옹 액슬은 비용이 낮지만 세팅에 따라서는 좋은 핸들링을 구현할 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드디옹 액슬은 아직까지도 몇몇 스포츠카 또는 소형차의 리어 액슬에 채용되고 있습니다. 드디옹 액슬은 독립식 보다 싸면서도 보디 롤이 휠 캠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현재 케이터햄과 스마트, 미쓰비시 i 같은 차종이 드디옹 액슬을 사용합니다.
스윙 액슬
한때 유행했던 방식의 서스펜션이 스윙 액슬입니다.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됐죠. 스윙 액슬은 폭스바겐 비틀과 포르쉐 356에 쓰였고 전설적인 메르세데스의 300SL에도 사용됐습니다. 역사가 깊지만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 때문에 전성기가 짧았습니다.
스윙 액슬은 캠버의 앵글이 바운싱 또는 차의 무게에 따라 쉽게 변했고 심각한 오버스티어가 단점으로 꼽혔습니다. 따라서 네거티브 캠버로 오버스티어를 줄이는 해법이 나왔지만 이럴 경우 직진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비틀처럼 출력이 높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고성능 지향의 모델에게는 큰 약점이었죠. 포르쉐의 경우 1963년 911을 런칭할 때 스윙 액슬을 버리고 트레일링 암을 채용했죠.
더블 위시본
더블 위시본은 스포츠카 서스펜션의 교과서라고도 불리죠. 더블 위시본은 서스펜션 설계에 있어서도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되는데, 가장 큰 이유는 휠 캠버를 완벽에 가깝게 세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까지도 더블 위시본은 스포츠카와 레이싱카 서스펜션의 첫 번째 선택이며 혼다 어코드 같은 패밀리 세단에도 즐겨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더블 위시본은 2개의 평행된 위시본 암이 겹쳐있는 디자인이며 그 모습이 새의 가슴뼈를 닮았다는데서 이름이 유래됐습니다. 근래에 나온 더블 위시본은 길이가 다른 두 개의 A 암으로 이뤄지고 어퍼 암의 조절에 따라 노즈 다이브 현상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보닛을 낮출 수 있어 날렵한 스타일링의 스포츠카에도 안성맞춤이죠. 더블 위시본은 기본적으로 노면에 상관없이 언제나 휠이 수직을 유지해 운동 성능에 유리합니다.
더블 위시본은 공간의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차체가 큰 미국차의 적용이 쉬웠지만 유럽은 얘기가 좀 다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의 소형차는 맥퍼슨 스트럿과 토션 빔이 각광을 받았습니다. 또 코스트가 높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맥퍼슨 스트럿
더블 위시본이 스포츠카의 교과서라면 소형차의 프런트 서스펜션에는 맥퍼슨 스트럿이 주류입니다. 맥퍼슨 스트럿의 역사는 19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처음 적용된 예는 1950년대의 유럽 포드였습니다. 이후 맥퍼슨 스트럿은 급속하게 서스펜션의 주류로 떠올랐고 결정적인 이유는 싸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서입니다.
다른 서스펜션과는 달리 맥퍼슨 스트럿은 텔레스코픽 쇽 업소버가 휠 포지션을 컨트롤하는 링크까지 관여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별도의 어퍼 암이 필요 없어지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습니다. 앞바퀴굴림의 경우 차폭이 넓어지는 문제도 줄어들죠. 맥퍼슨 스트럿이 소형차에 가장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대신 전고를 비롯해 후드와 펜더의 위치가 올라오는 문제가 발생해 스포츠카의 날렵한 스타일링에는 맞지 않습니다.
더블 위시본처럼 맥퍼슨 스트럿도 앞뒤 액슬 모두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80년대만 해도 많은 패밀리카들이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을 채용했죠. 피아트 티포, 란치아 테마, 사브 9000 등이 모두 맥퍼슨 스트럿이었습니다. 알파로메오의 GTV, 스파이더는 나중에 리어 액슬을 값비싼 멀티 링크로 대체했습니다.
트레일링 암
트레일링 암은 1990년대 멀티 링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리어 서스펜션의 주류였습니다. 대단히 많은 수의 세단이 트레일링 암을 채용했고 80년대의 BMW 3시리즈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560SEC, 포르쉐 911 같은 스포츠카에도 적용됐죠. 80년대까지는 리어 서스펜션의 절반 이상이 트레일링 암 방식이었다고 하는군요.
트레일링 암은 자동차가 코너에 진입해 롤이 발생할 경우 상대적으로 강성이 약한 편이어서 언더스티어가 쉽게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통적인 트레일링 암은 조기에 사라졌고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세미 트레일링 암입니다. 1970년 중반 포르쉐는 세미 트레일링 암을 개조한 바이삭 액슬을 928에 적용한 예도 있습니다. 바이삭 액슬은 오버스티어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리어 휠 스티어링이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했죠.
풀 트레일링 암과는 달리 세미 트레일링은 피봇의 회전축이 차체 중심 대비 50~70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사용되는 암의 반은 트레일링, 나머지 반은 가로 축으로 이루어져 세미 트레일링으로 불립니다. 가로축 암은 실질적으로 스윙 액슬의 형태로 언더스티어를 상쇄하는 역할을 합니다. 단점으로는 휠의 상하 운동에 따라 캠버 각이 변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멀티 링크 또는 더블 위시본이 대세죠.
토션 빔
토션 빔은 소형 앞바퀴굴림 차의 리어 서스펜션에 가장 많이 채용되는 방식입니다. 유럽 C 세그먼트 이하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모델이 토션 빔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구조와 가격입니다. 더블 위시본이나 멀티 링크와 비교 시 토션 빔은 구조가 간단해 차폭이 좁은 차에도 사용할 수 있고 이는 트렁크와 2열 공간과도 직결되죠. 가격이 싼 것은 물론입니다.
정확히 말해 토션 빔은 절반만 독립식입니다. 토션 빔은 리어 휠 양쪽에 모두 연결되어 있어 아무래도 세팅에 제약을 받습니다. 더블 위시본이나 멀티 링크와 비교 시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메이커의 세팅 능력에 따라서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멀티 링크
멀티 링크는 80년대 말부터 리어 서스펜션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해 지금은 다수의 고급차와 스포츠 쿠페에 쓰이고 있습니다. 멀티 링크를 가장 먼저 도입한 차종은 벤츠 S 클래스, BMW 3시리즈, 닛산 등이었습니다.
멀티 링크는 그 이름처럼 여러 개의 링크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다른 서스펜션처럼 구조를 정의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멀티 링크는 메이커에 따라 디자인이 사뭇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3개 또는 그 이상의 컨트롤 암을 사용할 경우 보통 멀티 링크로 불립니다. 많은 디자인을 갖고 있는 만큼 지오메트리나 성격도 천양지차로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BMW의 멀티 링크는 ‘Z-액슬’로 불립니다. BMW의 Z-액슬은 상대적으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만 빼어난 핸들링 실력을 자랑하고 혼다 어코드에 쓰인 멀티 링크는 더블 위시본에 별도의 암을 더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많은 고급 세단들은 공간과 핸들링 성능을 위해 더블 위시본 보다는 멀티 링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죠. 멀티 링크는 서스펜션이 상하 운동할 때 얼라이먼트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접지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구조가 복잡한 만큼 코스트가 높은 것은 단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