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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삼성 휴대폰 폭발 피해자를 만나다.

가그린 |2010.08.13 02:40
조회 906 |추천 0
[이너뷰] 삼성 핸드폰 폭발사건의 피해자를 만나다

2010. 08. 11. 수요일

물뚝심송

 

 


빠라밤~ 빠라바밤 빠~

 

본 우원의 핸펀 벨소리는 본 우원의 평소 인격과 품위에 걸맞게 장중한 클래식 음악이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가끔 마눌님 몰래 나쁜 짓 하다가 갑자기 벨이 울리면 가슴이 철렁하기는 하지만, 어디가서 자랑하기 좋은 벨소리라서 계속 쓰고 있다.

 

꾸벅꾸벅 졸다가 바흐의 토카타가 울려 퍼지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서 전화를 받아보니, 역쉬 딴지 수뇌부의 비밀 지령이다.

 

핸드폰이 한 개 스스로 불이 붙어 타 버린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의 피해자와 인터뷰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근데 왜 난데? 내가 뭐 인터뷰 전문도 아니고, 안그래도 용산은 불타고 있는가! 라는 불후의 명작에서 삼성을 까고 나선, 거니오빠한테서 연락이 올까봐 쫄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왠지 핸드폰 배터리에 대해서 잘 알거 같아서 그런 건데, 하기 싫으면 조용히 닌자를 보내 주겠다는 친절한 설명이 돌아온다. 이런 줽일..

 

하여간 그렇게 해서 핸드폰 발화사건의 피해자와의 인터뷰는 성사되었다. 그리고 미처 기사를 작성하기 전에 본 우원의 가정에 큰 사건이 발생했고, 시간은 흘러 흘러 기사 자체의 시의성 마저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딴지의 뽕빨 정신은 적절한 시점 따위 개의치 않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 길고도 지루한 글이 작성 된 것이다.

 

거기다가, 이 글의 주인공이 된 이진영씨는 현재, 삼성을 상대로 1인시위를 지속하고 있으며, 그 진행과정을 꾸준히 딴지의 정치불패 게시판에 올리고 있는 중이다.

 

 

 

<정치불패 게시판에서 '장투'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그가 쓴 글을 볼 수 있다.>



조낸 긴 글이 될 터이니, 일단 막걸리라도 한잔 따라놓고 자리잡고 앉아서 맘먹고 읽어 보시길 권한다.

 

자, 이제 시작이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한마디로 엄청 불공평한 관계가 된다. 말로야 만날 모든 기업이 소비자를 왕으로 생각한다는 둥,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둥 하지만 쌈나면 도대체 게임이 안되는 수준으로 그 권력의 편중이 심각한 상태이다.

 

솔직히 말해보시라. 당신이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의 행태로 인해 피해를 봤다. 당신에게는 피해를 입증할 증거가 있고, 그게 삼성의 책임이라는 논리적 연관관계를 입증할 무수한 자료들이 쌓여 있다. 당신은 돈도 많고 시간 여유도 많아서, 얼마든지 소송과정을 감당할 힘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라도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걸 자신이 있는가?

 


당신이 심지어 개인도 아니고 어지간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삼성과의 소송은 절대금물이라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다. 심지어 삼성 상대의 소송이라면 변호사 선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질게 뻔한데 뭐.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 이전에 힘과 권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삼성 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다국적 대기업들, 그들은 돈과 인력으로 상징되는 권력에 있어서는 절대강자들이다. 심지어 어지간한 국가의 정부들도 그 기업들을 상대로 싸워서 이기기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기업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다수의 소비자들은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권력이 불평등한 상황에서 공정한 상호 존중이 있을 리가 없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기업에서 어떤 물건을 샀는데, 그 물건에 결함이 있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기존의 법 체계하에서는 피해자도 일개 개인이고, 가해자도 일개 법인이다. 원칙적으로 동등한 상대에게 피해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선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하고, 그 피해가 가해자의 과실로 인해 벌어진 피해라는 것 까지 입증을 해야 했다. 즉, 해당 물건을 가해자인 법인이 생산하는 과정에서 막을 수 있었던 결함이 생기는 것을 방치했다는 것 까지 입증을 해야 했다.

 

근데 소비자가 기업 내부의 생산과정을 어떻게 알아? 어떻게 입증을 하냔 말이다.

 

거기다가 소비자가 돈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고, 시간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나. 변호사 선임 비용만 해도 일반적인 개인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인데, 기업에서 만든 라면 사먹는 소비자들의 대다수는 애시당초 소송 자체가 힘들다는 얘기가 된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수 밖에..

 

이런 상태는 사법적으로 옳지 않은 상태이다.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제조물 책임법 류의 각종 법체제들이다. 소위 말하는 PL(Product Liability)법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꽤 일찍부터 이런 움직임이 생겨났다. 자본주의하에서의 사회는 기업이 생산한 상품들로 유지된다는 것은 상식이며, 그 사회를 유지하려면 기업의 상품을 사람들이 믿고 쓸 수 있어야 된다는 것 역시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된다. 그러니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상품에 대한 신뢰를 쌓아 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상품으로 인해 피해를 봤을 때 정당한 보상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쉬운 논리이며 매우 자본주의적인 논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은 60년대부터 이런 체제를 만들기 시작한다. 소비자가 기업의 상품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 그 입증책임을 간소화 시켜주기 시작한다. 즉 소비자는 자신이 피해를 봤다는 정도만 입증하면 되고, 기업이 스스로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입증의 책임을 소비자에게서 기업으로 옮겨준다. 이것만 해도 꽤 큰 변화인데, 미국은 한걸음 더 나가아서 무과실책임제도까지 도입을 하게 된다. 즉, 기업이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별다른 과실이 없었다 해도, 그 상품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봤다면 책임을 지라는 얘기가 된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대기업은 그 규모나 영향력에 있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징벌적 배상제도 까지 도입이 된다. 이건 또 뭐냐하면, 보통 사소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경우 피해보상을 받아 봐야 소송비용에 비해 오히려 더 적은 경우가 많고, 그럴 경우 소송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점을 이용해서, 악덕 기업주가 지속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즉, 기업의 의도가 옳지 않고 죄질이 안 좋을 경우, 피해보상액의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큰 징벌적 배상을 부과시키는 제도가 된다. 심한 경우 피해보상금 규모의 수백배가 넘는 징벌적 배상이 부과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기업 대 소비자의 분쟁에 있어 새롭게 도입된 사법적 제도는 세가지가 된다.

 

첫째, 입증책임의 면제,

둘째, 무과실책임,

셋째, 징벌적 배상...

 

거기다가 소비자들은 언제나 다수라는 점을 고려해서 집단소송제도까지 구비되면 대략 모양이 완성된다. 이런 상태에서 벌어진 다양한 소송들은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해주는 소식들이 된다.

 

유명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동명의 여주인공의 실제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미인대회 우승자 출신이지만, 두 번의 이혼 끝에 어렵게 살고 있던 여주인공이 별다른 법적 지식도 없이 법률사무소에 들어가 PG&E라는 거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끝에 3억불 이상의 배상금을 받아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지역의 토양을 중크롬으로 오염시킨 회사의 잘못 때문에 그 지역 주민들 다수가 암에 걸려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다수의 주민을 모아 집단 소송을 실시하고, 징벌적 배상을 적용시킨 판결을 받아내 거액의 배상금을 따낸다는 스토리이다. 이거 실제 얘기다.

 

이 정도라면 기업과 소비자간의 불균형한 권력의 문제를 타파하고 소비자들을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완성된 걸까? 세상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사실 입증 책임의 분산이야 그렇다쳐도, 무과실 책임이나 징벌적 배상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악덕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생산자가 이제 겨우 시장에 진입한 중소기업이라면 어떨까? 소비자의 사소한 피해 한가지 만으로 회사가 망해 버리게 된다. 중소기업 뿐이 아니다. 대기업도 휘청거린다.

 

우리나라에도 알려져서 많은 여성들을 당황시켰던 사건도 있다.

 

다우코닝사의 실리콘 소재의 가슴 성형물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여성들의 유방확대술에 사용되는 실리콘 소재를 생산하던 다우코닝사는 그 생산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집단 소송으로 인해 파산해 버렸다. 피해 규모도 엄청났을 뿐더러 피해의 양상도 매우 심각했다. 부푼 꿈을 안고 부푼 가슴을 기대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돌이키기 힘든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게 되었으며 그 결과 12,000건 이상의 소송이 동시에 제기 되었고, 징벌적 피해배상액을 감당하지 못한 회사는 결국 파산신청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이런 문제들은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많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크롬 오염으로 인한 암 발병이나 성형수술의 부작용 역시 만만한 피해는 아니지만, 자동차는 즉각적이고도 참혹한 사건을 유발하는 상품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워낙에 상품 자체가 고가인 상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포드, GM, 등의 차회사들 역시 이런 소송에 휘말리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포드의 핀토의 경우가 그렇다. 핀토사건의 전모는 대략 이렇다. 78년, 포드가 일본차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줄어들 때, 이에 저항하기 위하여 급조한 소형차인 핀토를 출시하고 판매 호조를 보이던 중, 차량 자체에 연료 누출 방지 시스템에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연료가 누출되어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17세 청소년이 온몸에 화상을 입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이를 둘러싼 소송 과정에서 포드가 사전에 이러한 결함을 내부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고, 회사측과 불화가 생긴 포드의 부사장까지 원고측 증인으로 출석하여 포드가 사전에 이 사실을 알면서도 경제적인 고려 끝에 묵살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는 바람에 피해 보상금 350만불에, 징벌적 피해배상액 1억 2,500만불이라는 경이적인 액수의 배상금이 결정되게 되는 사건이었다.

 

그 밖에도 무수한 사건들이 있었으며, 하나같이 영화에나 나옴직한 스토리를 가지게 된다. 베트남 고엽제 관련한 에이전트 오렌지 사건이나, 담배회사들이 지속적으로 휘말리고 있는 각종 소송사건들 역시 모두다 이 PL법 관련 사건들이 된다.

 

또 한가지 꼭 얘기해야 할 내용이 있다. 바로 리콜 제도이다.

 

이 PL법 관련 체제가 피해가 이미 발생한 이후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후보호제도라면, 리콜제도는 사전에 피해의 발생을 막고자 하는 사전보호제도가 된다.

 

이미 판매된 상품들을 회수하여 안전을 위한 보완조치를 추가해주는 리콜제도는 거액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에 꽤 많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 리콜제도가 만약 PL법이라는 사후보호제도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나중에라도 문제가 되어 거액의 징벌적 배상을 하게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전에 리콜을 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PL법이 없었다면 리콜 따위도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적당할 것 같다.

 

그 밖에 유럽에서도 미국과는 좀 다르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사법적 제도들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모든 제도들은 자본의 힘에 맞서 개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대기업으로 상징되는 거대자본들에게 분명히 불리한 제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본다면, 실상은 더 큰 자본의 영속성을 보호하고 자본주의의 붕괴를 막기 위한 제도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런 제도가 없을 경우 보호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집단적인 불만을 어찌 처리할 것이며, 그러한 집단 불만이 발전해서 제도권 밖으로의 집단 이탈이라도 발생한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렇게 인터내셔널 하면서도 글로발 한 얘기를 늘어놓다가 갑작스럽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얘기로 돌아오려면 지나치게 급속한 허탈감이 몰려오면서 말을 이어갈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랴.. 참고 가야지.

 

이제부터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얘기로 넘어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들어서야 최초로 제조물 책임법이 공표된다. 그리고 2002년에 들어서 시행되기에 이른다.

 

미국의 60년대에 비하면 많이 늦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도 이 법을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82년부터 있어 왔으니 그리 늦은 것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다들 예상하시는 대로, 우리는 경제계에서 극심한 반대를 하는 바람에 도입 자체가 밀린 것이다.

 

바로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난 이런 부분이 참 아쉽다. 실제로 제조물 책임법은 고도로 발전된 자본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항상 자본주의의 첨병들인 기업들이 반대를 한다. 똑같다. 재산세를 많이 내는 것은 짧게 보면 부자들의 손해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보호하고, 부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며, 자본주의의 꽃인 많이 가진 자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미국의 부자들은 스스로 재산세 인상을 주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보유세 하나 도입하는 것에도 부자들의 맹렬한 반대가 따라온다.

 

성질이 급해서인지 인식의 지평이 좁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자본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데 자본주의의 대표자들이 나서서 반대를 하다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여간...

 

법조문만으로 보기에는 우리의 제조물 책임법도 나름대로 우수한 구석이 많다.

 

먼저 입증의 책임을 대폭 이전시켜 준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피해와 제품의 결함만 입증하면 된다. 거기다가 무과실 책임제도 도입했다. 기업이 특별히 의도적으로 제품의 결함을 만든 게 아니라 하더라도 피해가 있으면 보상하도록 했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히 우수한 진보적 사법제도가 된다.

 

그러나 핵심이 빠져 버렸다. 징벌적 배상제도는 도입되지 않았다. 그리고 집단소송제도도 정비되지 못했다. 결국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가 피해를 봤을 때, 혼자 싸워야 한다는 소리고, 보상을 받아 봐야 내가 피해를 본 범위 안에서만 보상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소송비용 수준보다 훨씬 큰 피해를 보기 전까지는, 소송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워 진 것이다.

 

그러니, 어지간히 큰 피해를 보기전에는 이 법을 적용한 소송을 걸기가 어려워졌고 그래서 그런지, 이 법이 도입된 지도 꽤 되었지만, 별다른 큰 사건이 없었다.

 

물론 그 밖에도 자동차 결함의 경우, 보다 광범위한 피해를 인정해주는 판례가 나오기도 하고 사법부의 인식도 점차적으로 진전하고 있는 흔적을 다수 발견할 수 있긴 했다. 그래도 뭔가 일 보고 안 닦고 나온 것처럼 찜찜한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내가 핸드폰 한 개 사서 쓰려고 그러는데 갑자기 지 혼자 펑~ 하고 터지면서 불이나 타 버리는 사건이 발생 했을 때, 내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지 제도적인 대책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핸드폰 한 개에 얼마나 한다고 그걸 가지고 소송을 거냐 말이다. 기껏해야 백만원짜리 핸드폰 가지고 내가 소송을 걸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적어도 이런 상황은 되어야 한다.

 

핸드폰에서 불이 나서, 옆에 있던 액면가 오천짜리 무기명 채권이 두어장 타버리고, 집안이 전소해서 소방기관 추산 이억여원 정도의 피해를 본 뒤에 불행하게도 내 아이가 다리에 화상을 입어 치료비로 오천 정도가 들어갔고, 학교를 장기간 빠지게 되어 우울증이 걸리는 정도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일반적으로는 불나서 놀란 마음, 통화를 못해서 본 손해, 빼앗긴 시간 등은 다 포기하고 AS 센타 가서 징징 거려서 동일기종 새 제품으로 달라고 하는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건 전적으로 내 권리를 찾는 행동이 아니라, 기업의 은총에 기대어 구걸하는 수준이 된다.

 

아직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를 보호해주는 제도는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다. 유일한 방법은 소비자 보호원에 연락해서 이걸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하고 상담을 하는 수 밖에..

 

그러나 이 와중에도 또 한가지의 유혹은 자리잡고 있다.

 

바로 블랙 컨슈머의 길이다.

 


 

 

 

 

 

대기업은 절대 강자다. 물론 당연한 얘기다. 권력이 정권에서 자본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는 이제 상식이 될 정도로 지겹게 들려온다.

 

그러나 한가지 약점이 있다. 대기업이 목을 매달고 있는 부분에서 그 약점이 파생되어 나온다. 대기업들은 시장점유율에 목을 매달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놓고 기업간에 벌어지는 마케팅 전쟁은 총칼들고 싸우는 전쟁보다 더 치열하며, 소숫점 이하의 점유율 변동에도 기업의 담당부서에서는 피바람이 몰아치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회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슈가 터져 나오는 상황은 대기업에서는 태풍, 지진등의 천재지변보다도 더 끔찍한 재앙으로 간주되기 마련이다.

 

이것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규모 매장에서 일을 하는 담당자들의 하소연의 일번타자는 언제나 이거다. 블랙 컨슈머들에 대한 불평. 속칭 진상 고객들에 대한 푸념들이다.

 

보름내 환불 가능 조건을 이용해서 한참 입어 더러워진 옷을 환불하러 오는 고객들, 반 잘라서 먹은 수박을 맛이 없다고 환불하는 고객들, 뭐 이런 사람들 말이다. 사실 이 정도면 아주 귀여운 수준이다. 온라인 쇼핑몰들 사이에서는 아예 진상 고객의 명단을 공유할 정도로 이들에 대한 관리가 중요 업무로 떠오를 정도이다. 가전 업계에서 역시 수시로 반품을 하고 반복적으로 클레임을 제기하는 고객들의 처리 방안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저들은 나름대로 소비자의 권리를 소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진상을 떨어봐야 매장 담당자는 자신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소극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는 중일 뿐이다. 비록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이익을 누리겠다는데, 어쩌겠는가?

 

문제는 진짜 블랙 컨슈머들이다. 이들은 언론의 속성을 잘 알고, 기업 고객지원팀의 업무 특성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사람들이다. 해당 기업의 상품을 이용해 사소한 문제를 일으켜 놓고서 이 건을 이용해 클레임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실수를 유발하려고 한다. 일단 이들의 의도가 성공하게 되면 기업은 이제 해당 상품의 결함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품질 자체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고객 담당자가 소비자에게 폭언을 했다, 시간 약속을 어겼다, 연락을 끊었다, 뭐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것들이 문제가 된다.

 

그런 문제들은 문제 자체로는 별로 문제가 안된다. 뭔 소리냐고? 이런 문제들은 법적인 소송 거리도 되기 힘들고, 어떤 큰 분쟁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진짜 중요한 스텝은 그 다음에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사소한 문제들, 그러나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문제들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파되는 순간 이런 문제들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재앙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이미 사소한 문제는 발생되었다. 그리고 이 블랙 컨슈머는 기업에게 조만간 이 사소한 문제가 재앙으로 돌변할 수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면 기업 담당자는 자신의 직권이 허용하는 한 온갖 특혜를 제공하면서 이 문제를 덮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결국 블랙 컨슈머는 자신이 원하던 꽤 큰 이익을 보고 돌아서게 된다. 그리고 다음 사냥물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이거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꽤나 심각한 사회현상중의 하나이다. 그저 웃기는 소리로, 라면 봉다리 안에서 뭔가 나오면, 해당 기업에서 이거저거 한박스 실어다 준다는 식의 루머는 널리 퍼져 있다. 실제로 본 우원의 지인중의 한명도, 외출 중에 집안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서의 확인 결과 모 회사의 가전 제품이 발화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화재로 인한 피해는 전부 보험회사에서 해결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가전회사에서 입을 다물어 주는 조건으로 가정용 전자제품 풀 세트를 제공하는 바람에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봤다는 얘길 자랑스레 해준 적도 있다.

 

이런 불로소득에 대한 신화는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파기 마련이다.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지기도 한다.

 

핸드폰 화재 사건에 대해 얘길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십중팔구 다 이렇게 나오기 마련이다.

 

"왜 내 핸펀은 불도 안나고 지랄이야~ 나도 한몫 잡아봤으면 좋겠구만.."

 

적어도 이건 아니다. 소비자에게 소비자의 권리가 있다면 기업에게는 기업의 권리가 있는 법이다.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서 이익을 보는 것은 그게 기업이거나 개인이거나 상관없이 부도덕한 행동이 된다. 비록 사회적으로 기업이 불합리할 정도로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 권력을 이용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 역시 부당한 수단으로 이익을 보는 일이 합리화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예상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기업은 자신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 확실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는 자신이 본 피해에 대해서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다. 그것도 구걸하는 느낌 없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자신의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문제에 임할 것이며,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최선을 다한 신속한 보상을 해 주면 될 일이다. 이런 정석적인 해결이 가장 최선의 해결이며, 그 또한 가장 신속한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마음고생을 안겨주는 2차 파생의 피해가 줄어들게 된다.

 

이게 잘 안되니까 자꾸 추가적인 피해자가 늘어나고 서로 솔직하게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자꾸 은폐하려 하니까 상호 분노가 지속되고, 결국 아무도 승자가 없는, 모두가 패자인 상황이 도래하는 것, 이런 상태를 일컬어 우리는 업계 전문용어로 "개판"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현실 세계에서는 이상적인 결과에 비해서는 항상, 절대적으로, 언제나, 늘 개판이 더 많이 발생한다.

 

 

 

 

사건 당사자와의 최초 만남은 종로 경찰서.. 는 아니고 그 근처에 있는 투썸플레이스라는 커피 가게에서 이루어졌다. 왜 거기냐면, 이 인터뷰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가 삼성 사람들을 만난 장소가 바로 여기였기 때문이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실내가 조낸 시끄러워서 도저히 녹취가 안 될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딴지 수뇌부에서 마련해준 근처의 안가로 옮겨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물론 사건의 현장인 관계로 사진은 몇장 찍었다.

 

 

 

<사건의 현장은 바로 여기다.>

 

안가(라고 쓰고 그냥 커피숍으로 읽는다.)를 사용한 비용은 죽지 않는 돌고래 기자가 직접 황금색(사실 색은 확인하지 못했다.) 딴지 법인카드로 긁어줬다. 그리고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그나마 제일 잘 나온 사진이다.

살 빼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먹을 거에 집착한다...>

 

 

최초 사건의 발생 과정은 이랬다.

 

피해자 : 5월 13일인가요. 목요일로 기억하는데, 아침에 운동을 다녀오니까, 불이 붙어 있더라구요. 핸드폰에.. 이거 무슨 야훼가 강림했냐, 왜 지혼자 타냐, 그래서 급한 마음에 불을 껐죠.

 

- 야훼가 강림했을 수도 있다. 과학적인 자세란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데에서 출발한다. ㅋㅋㅋ.. 야훼란다.. 야훼..

 

물 : 불이 다른 가구에 옮겨 붙었었나요?

 

피 : 그 때 제가 책하고 서류 같은 걸 쌓아 놓고 그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충전중이었는데, 책이 좀 타고 그랬습니다. 좀 늦었으면 다른 곳에도 옮겨 붙지 않았을까..

 

물 : 사람이 안 보는 사이에?

 

피 : 저 혼자 살고요. 등초본 떼어봐도 아시겠지만, 제가 집은 경기도 쪽인데 직장 관계로 혼자 살고 있는 거죠. 자취하는 겁니다. 삼청동 쪽에서요. 개가 불을 낼리는 없잖습니까? 개하고 둘이 사는데 불이 나서 황당하더라구요.

 

물 : 그 때 개는 어떻게..

 

이 : 묶어 놨죠. 발정기이기도 했고, 뭐 그냥 똥개니까 묶어 놨습니다.

 

- 개 얘기가 나오길래 순간 퍼뜩 떠오른 생각은 개가 물었을 경우였다. 개의 이빨이 리튬이온전지에 미치는 압력으로 인해 리튬의 불안정성이 자극되어 발화할 가능성이었다. 사실 리튬 폴리머에 비해 리튬이온전지는 불안정성이 좀 강하지만, 금속제 케이스에 들어가 있기에 강아지가 물어서 파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어져 나오는 얘기가 개는 묶여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똥개란다. 개가 물었을 가능성은 배제.

 

좀더 확인해 본 결과, 당시 핸드폰은 충전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면 충전계통의 문제, 충전기의 불량으로 인해 과전압이 걸리거나, 혹은 오래된 가옥의 전기배선 문제로 인한 과열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핸드폰 전지의 자연 발화는 굳이 야훼가 강림하지 않더라도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리튬이라는 원소는 불안정한 원소이기 때문이며 심심찮게 보고되는 발화현상에 대한 얘기가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보급된 휴대용 장비의 숫자에 비하면 그 빈도수는 매우 낮다. 즉, 내 핸펀에 들어 있는 리튬전지가 발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리고 피해자의 최초 대응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물 : 불이 타는 걸 발견하고서는?

 

이 : 컵에 물 받아다가 껐죠. 그리고 나서는 뭐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오전에 회사일도 바쁘고해서.. 그래서 생각하다가 소비자 연맹에 연락을 했습니다. 왜냐면 삼성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이 있지만, 개인으로써 막 하기에는 좀 불안하더라구요. 소비자연맹에 연락해서 뭘 요구한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본 거에요.

 

그 쪽 담당자가 들어보더니 일이 심상치 않잖아요. 딱 듣기에도..그러면 내가 삼성전자에 연락을 해 주겠다 그러더군요. 연락을 해 줄테니까 어떻게 하겠느냐..해서 그저 연락을 해 주세요.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수원에서 연락이 온거에요. 031번호였으니까.. 받으니까, 어떻게 된건지 물어보고나서는 본사에서 나오기는 좀 귀찮다.. 친절한건지 뭔지, 주소를 물어보더군요. 주소를 알려주니까, 중앙 서비스 센터 관할이니까, 거기로 넘기겠다 그러더군요. 관할도 있나?

 

그렇게 목요일이 지나가고, 토요일이 되었어요. 기다리다가 토요일 오후 1시 정도에 전화를 했어요. 오늘은 꼭 보자. 그리고 일을 처리하자. 좀 늦더라도 전화하겠다. 그러고 오케이했죠. 그리고 나서 오후 세시에 전화하니까, 퇴근했다는 거에요. 퇴근했는데 이거 어떻게 할거냐 그랬더니.

 

-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약속은 이렇게 깨지기 시작하는 거다. 토요일 근무를 안하는 직종도 많다. 그리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생각한다면, 토요일에는 사실 근무를 안하는 게 맞다. 하지만, 분명히 토요일 오후 1시에 서비스 센터의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고, 오후 늦게라도 연락해서 처리하겠다고 합의를 한 상황이다.

 

그리고 오후 3시에 전화를 걸었더니 퇴근을 해 버렸다. 이런 상황은 당연히 소비자의 분노를 유발하고, 그 분노는 향후 일처리를 어렵게 만들게 된다. 아니, 그런 문제 이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약속이 깨지는 것, 사회에서는 그런 행위는 일단 반칙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피 : 종로에 애니콜센터가 또 있어요. 그러면 종로1가에 애니콜 센터가 있으니 출동을 좀 해 달라 그랬더니 내근직 밖에 없다는거에요. 나갈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내근직 밖에 없다는 거에요. 공무원인가?

 


 

휴대폰을 어떻게 할거냐 했더니, 그러면 동대문 운동장 가서 아는 후배가 하는 대리점이 있으니까 휴대폰을 바꿔라 그러더군요. 직원은 어쨌든 못 나가니까 급하면 휴대폰부터 바꿔라..

 

물 : AS 센터에서 처리한 게 아니라 대리점을 소개시켜준거군요.

 

피 : 처음에는 임대폰을 주겠다, 방문을 하겠다 그러더니, 막상 토요일이 되니까 퇴근했다는 거에요.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대리점에 갔어요. 대리점 직원이 물어보더라구요. 갤럭시A를 하면 어떠냐.. 제가 미쳤어요? 저는 HTC로 하겠다..그랬더니 물어봐야 된다는거에요. 그래서 전화를 하더니.. 전화를 안 받는거에요.

 

- 이 부분은 약간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삼성의 제품을 사용하다가 자연발화가 생겼다. 그로 인해 삼성에 접촉하고, 그 쪽에서 정상적인 대응을 즉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단 핸드폰부터 새걸로 바꿔주겠다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것도 편법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한번 불이 난 브랜드의 제품군을 또 선택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임에 분명하다. 결국 회사측은, 그냥 대충 자사의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 주길 원한 것이고, 피해자는 그 제품의 문제로 인한 피해보상을 받고, 후속 제품은 다른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한 거다.

 

물 : 그것은 정규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친분으로 부탁해서 처리를 하려고 그랬던거군요.

 

이 : 그렇죠. 아 원래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 뭐 이러면서 처리를 하는거죠. 알고보니 거기 출신이라는 거에요. 저는 처음에 PL이 뭔지도 몰랐어요. 딱 갔더니 PL건으로 오셨죠? 하길래 알게 된거죠. 그래도 갤럭시A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다른 걸로 해달라니까 물어봐야 된다고 하더니 통화를 하는데, 난 분명히 거기 간다고 얘길 했는데 전화를 안 받는거에요. 예닐곱번 하는데 안 받아어요. 화가 나더라구요.

 

- 또 전화를 안 받는다. 요즘 세상에서 업무처리를 위한 전화통화가 안되는 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다. 특히, 고객의 불만을 처리해야 하는 직책에 근무하는 사람이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고객 관련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업무의 진행에 성의가 없다는 평을 받아도 할 말 없는 일이다.

 

피 : 그래서 어차피 이건 내 신용으로 할부로 하겠다, 나중에 돈이 들어올 때 들어오더라도 내가 그냥 하겠다. 말로는 원하는대로 해드리겠다고 해 놓고서는 자꾸 갤럭시A를 미니까.. 그 때 갤럭시S 가 나온다는 얘기도 있고, 제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삼성 걸 또 써요? 기분이 상해서, HTC걸로 했습니다.

 

- 결국 피해자는 삼성측으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냥 자기 돈으로 다른 제품을 구매한 것일 뿐이다.

 

물 : 그렇다면 토요일에도 의사소통에 실패한거군요.

 

피 : 그렇죠. 지금까지 그 사람은 얼굴도 못 봤어요. 그사람들은 자꾸 제가 피했다고 얘길 하는데, 전화도 안받고 해놓고서.. 대리점하고 서비스 센터하고 걸어서 오분거리도 안되는데, 아무리 주말이라 해도 그렇지, 진상규명도 되기 전인데 전화라도 받던가, 연락도 안되고.. 그 사람 아직도 안 짤리고 잘 다니는 모양이더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날 열받잖아요. 제보를 해야겠다, 휴대폰도 어차피 내 돈으로 샀는데.. 그래서 뉴시스에게 연락을 했어요.

 

물 : 뉴시스에 토요일날 연락을 하신거에요?

 


피 : 기사가 될거라는 보장도 없고.. 고민을 좀 했죠. 토요일날 밤에 연락을 한 거에요. 그 때도 보니까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까 질질 끌거 같고.. 보통은 생각하기에 이런 일이 생기면 본사에서 직원이 튀어나와서 얘기도 좀들어주고, 직원한테 화풀이도 좀 하고, 그러면 맘도 좀 풀리고 그러다 보면, 그 쪽에서 얘기하는대로 하자, 뭐 이렇게 풀리는 게 AS 과정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뻣뻣하게 나오니까.. 이건 완전 공무원 마인드에요.

 

물 : 뉴시스에서는 뭐라 하던가요?

 

피 : 얘길 듣더니 사태가 심상치 않으니까 사진을 달라 하더라구요. 그 때 당시에는 또 카메라가 마땅한 게 없어서 보이스펜에 달린 카메라로 쪼그맣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기사가 나가더라구요.

 

- 결국 피해자는 언론에 이 사건을 제보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우리는 피해자의 심경을 살짝 엿볼 수 있다. 피해자는 금전적인 피해보상 이전에 심리적인 보상을 받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성의있는 응대, 신속한 사실 확인과 문제 인정, 그리고 진심어린 사과. 이런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이 사람사는 사회이다. 그러나 삼성은 결국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이 문제는 언론에 보도되기에 이른 것이다. 핸드폰이 시커멓게 불에 타 버린 자극적인 사진과 함께 말이다. 이제 삼성은 이 사건을 주목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동시에, 삼성측도 피해를 보기 시작하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삼성측의 응대는 이렇게 전개된다.

 

피 : 월요일 아침에 전화가 왔었어요. 어떻게 된거냐고.. 토요일 일요일 그렇게 연락이 안되더니 전화가 왔어요. 그러더니 계좌를 불러달라 어쩌구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됐다고, 나 이거 기자들 불렀으니까 객관적으로 하자고.. 그렇게 얘길 했죠.

 

그제서야 바로 수원으로 연락이 간거 같아요. 그날 저녁에 중간에 또 연락이 왔어요. 제가 지금 양재동까지 왔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만나러 오겠다는 거죠.

 

기다려줬죠. 그 때 온 사람이 김**에요. 그 사람하고 또 천**하고, 명함도 안줘서 이름도 모르겠는 엔지니어하고.. 셋이 왔습니다.

 

그래서 투썸플레이스에서 본거에요. 우리집에서 10분거리니까..

 

사실 소비자 연맹측에서 먼저 얘기를 해 줬어요. 기계 넘겨주지 마라, 삼성측에서 분명히 딴소리 할 것이다. 그 쪽에 샘플이 건너가는 순간 힘들어질 것이다, 증거가 없으니까요. 그나마 사진이라도 없으면 피해상황을 입증할 길이 없는 것 아닙니까.

 

거기다가 CBS 기자가 카메라 들고 올테니 좀 보자고 했던 상황이에요. 기계 주지 말라고.

 

어쨌든 그 때 본 이유는 어쨌든 피해상황 발생 이후로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으니까, 그냥 뭐, 설명을 좀 해야 되겠고,

 

물 : 최초에 뭘 물어보던가요?

 

피 : 상황을 물어 보더라구요. 사건이 발생한 경위하고 피해상황. 피해상황을 물어 보더라구요.

 

물 : 이걸로 인해 어떤 피해를 봤는가?

 

피 : 예, 제가 그 때 말한게 피해상황이라는 게 별로 없는 거 같다, 책이라고 해 봐야 몇만원 안하고, 종이쪼가리 해 봐야, 금전적인 가치를 산정하기도 어렵고, 사실 난 그렇다,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현장 검증을 해달라. 왜냐면, 사실 삼청동에 있던 집이 매우 오래되었어요. 아파트 같이 스프링클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집이 노후되어서 합선, 누전 이런 생각도 좀 들고..

 

그러니까 저도 좀 사건 자체가 이해가 안되고 하니까 조사를 해 달라고 한 거에요. 그랬더니 이 사람들이 조사하러 간다 안간다 말도 안하고, 그러면 보시던 책들이 어떤 책이냐고 묻더니, 보던 전공서적들이다 하니까, 원서라면 좀 비쌀텐데, 정상적으로 처리하자면 손해사정을 해야 되겠지만, 그냥 오백만원 받으시죠, 하고 천**이 얘길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니 그게 아니고 돈이 문제가 아니고, 소비자 과실 여부가 판가름이 안난 상황에서 제가 돈을 받았다가 나중에 소비자 과실로 판정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솔직히 말해서 당신들이 나중에 딴소리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 라고 한 겁니다.

 

이상하잖아요. 이 사람들의 의도는 뻔한거죠. 기사를 막겠다는 의도는 뻔히 보이고 눈 앞에서 돈다발을 흔드는데..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든거에요.

 

금액도 그렇잖아요. 책몇권이라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요. 저도 사실은 휴대폰 할부원가가 구십몇만원 하니까, 피해라고 해 봐야 얼마 안되고, 기껏해야 백여만원, 많아야 이백만원 정도 보상해 주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조사가 끝나고 보상 받아야 그 정도가 상식 아닌가 했는데, 뜬금없이 오백만원을 제시하니까 황당하잖아요. 함정을 파는거 아닌가..

 

물 : 삼성스럽게 질렀네..

 

돌고래 : 나같으면 받는다. 그런 건 받아도 돼~(웃음)

 

물 : 일단 그 자리에서 오백을 받으신 건가요?

 


피 : 아니요. 전 그 자리에서 거절했어요. 말이 안된다. 소비자 과실이면 어쩌냐, 이런 거였죠. 그때 그 옆에 있던 엔지니어가 명언을 하더라구요. 이건희 스러운..

 

저희는 소비자 과실이어도 배우고, 소비자 과실이 아니어도 배웁니다, 우리도 밖에 나가면 소비자인데, 어떻게 감히 우리가 소비자에게 막 대하겠습니까..

 

물 : 그 소비자 과실이어도 배운다, 이 말은 소비자 과실이어도 자기들은 배우는 게 있으니까 보상금 오백이 아깝지 않다, 뭐 이런 얘긴가요?

 

피 :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 이런 겁니다.

 

돌고래 : 말은 졸라 잘해~

 

피 : 오백만원 제시했을 때, 제가 거절하니까 이게 뭐야~ 하고 당황하는 기색이더라구요. 덥썩 받을 줄 알았는데, 돈을 더달라고 그러는 건가, 뭐 그런 느낌으로 당황을 했습니다. 왜 현장검증을 하자고 그러는 건가~ 뭐 이런 기류였습니다.

 

물 : 이 상황이 현장검증이 된 상황인가요?

 

피 : 아니죠, 현장도 안 봤다니까요.. 무조건 들이대는 겁니다. 막 들이밀더라구요. 오히려 저는 이게 공갈로 엮으려는 함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단 거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타버린 기계를 삼성측에 줄 필요도 없었어요. CBS기자가 방송카메라 들고 보러 오겠다고 하고 있었고..

 

이러니까 상황이 안 좋아졌어요. 이거 잘못하면 일이 커지겠다,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돌 : 궁금한게 있는데, 왜 연합은 안하고 뉴시스에 먼저 연락을 하셨었나요?

 

피 : 연합은 조금 색깔이.. 그 땐 연합은 연락도 안했었어요. 그리고 나중에도 이 건으로 연락을 하긴 했는데, 그 쪽에서는 그냥 "걔들 원래 그래요" 하고선 끊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까, 엔지니어가 그 멋진 얘기를 하고 나서 김**이 그러더라구요. 이건은 더 시끄러워져봐야 좋을 게 없습니다, 하면서 그냥 합의하시죠, 라고 그러더군요.

 

사실, 그 때 제가 생각을 해봤더니 이거 현장검증 한다고 국과수 같은데서 나오고 하는거 사실 피곤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숙소인데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것도 그렇고, 조사도 장기화 될 수 있고, 그런게 무섭다는 게 아니고, 피곤하잖아요.

 

거기다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백만원을 제시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그렇게 좋은 게 어디있습니까. 그냥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열받아서, 이 사람들 몽땅 옷을 벗기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오백만원이라면 솔직히 큰 돈이지만, 그게 또 양심을 팔 정도로 큰 돈은 아니거든요. 오천도 아니고 오억도 아니고..

 



물 : 지를 바에야는 한 오천 지르지..

 

돌 : 제 생각에는 백에 구십 이상은 그거 받을 거 같은데요.

 

피 : 사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그냥 구십명에 들어 간거에요.

 

물 :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된거에요?

 

피 : 아 그러십니까~ 하면서 합의하자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가방에서 양식을 꺼내는데, 그게 보면 알잖아요. 갑자기 급하게 만들어 온 서류가 있고, 아주 오랫동안 검토되어서 잘 다듬어진 서류가 있고, 얼마나 터져 대는지 변호사가 검토한 티도 팍팍 나는 잘 만들어진 서류를 꺼내더군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삼성내부에서 출력을 하면 삼성 특유의 워터마크가 찍힌다더군요. 그걸 본 것 같습니다. 준비 해 왔구나.. 입을 틀어 막으려고..

 

그래서 일차합의서를 작성한 거죠. 그 때, 내가 원하는 단서조항을 다 수용해 준다면 합의하겠다, 뭐 이렇게 한 겁니다.

 

그래서 한 장에다가 단서조항을 다 쓴겁니다. 소비자 과실 여부는 따지지 않겠다. 뭐 이런거요. 그걸 다 쓰고 나서, 두장이니까 다른 한 장에도 쓰려고 했더니, 뒤로 쓱 빼더라고요.

 

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까지도 이해를 해 줬어요. 오백만원 받는 입장에서 그 쪽의 입장도 이해를 해 준거죠.

 

원래 초안에는 인터넷 글도 쓰지 말고 답글도 쓰지말고 올린 글은 지우고, 언론 접촉하지 말고, 휴대폰 소유권은 삼성에 넘어가는 걸로.. 그리고 소비자 과실여부는 따지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제가 쓰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쓰는 것은 책임질 수 없다, 그 시점 이전에 올라간 건 나는 면책된다 뭐 이런 것들을 쓴 겁니다.

 

그랬더니 저를 보는 눈치가, 이 사람 정체가 뭐야, 그냥 돈이나 받지, 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 이 사람은 어찌되었거나 돈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자기를 보호하고자 하고 있다. 돈을 받은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걸 거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 빠지면 그냥 돈 받고 마무리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서의 조항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단서조항을 달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아주 기본적인 자세일 뿐이다.

 

문제는 삼성의 태도이다. 제일 중요한 삼성의 실수가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거라고 보인다. 최초 사건 발생 직후 협상에서부터 이들은 현장검증,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어차피 따져봐야 기계 결함인게 확실하니까 따질 필요도 없다는 것인가? 즉, 문제 해결의 첫걸음인 사실관계 확인부터 도외시하고 처음부터 정치적 타결을 목표로 소비자의 입을 돈다발로 틀어막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되는 거다.

 

물론 주겠다는 돈을 실제로 받는 과정까지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후의 전개는 이렇다.

 

물 :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된 겁니까?

 

피 : 근데 그 이후로, 상호 비방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어요. 근데 기자들이 홍보실에 연락을 하면, 자꾸 저에 대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에요. 돈을 노리고 했다, 불을 질렀다, 뭐 이런 얘기요. 그리고 김**이 저한테, 뉴시스에 올라간 기사를 내리라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연락을 하는데, 알고 보니까 그쪽 홍보실에서 이미 손을 썼는지 기사가 내려갔더라구요. 그 과정에서 김**하고 통화를 하는데, 아니 상호간에 비방전 안하기로 해놓고서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하니까, 벌써 기계 넘어갔죠, 합의햇죠, 이러더라구요. "진실은 얘기할 수 있는거 아니냐.." 제가 녹취까지 다 해놨습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물 : 기계는 언제 주신거에요?

 

피 : 월요일날 줬어요.

 

물 : 바로 돈을 주던가요?


피 : 아니오. 돈은 이틀뒤에 주겠다, 수요일날 접촉하자.. 그랬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화요일 계속 별 이상한 얘기가 나오니까, 제가 김**한테 얘기를 또 했습니다. 내가 얘기하면 아무도 안 듣지만, 홍보실에서 얘기하면 다 받아 적는데, 어떻게 할거냐고 했죠. 그랬더니 김**가, 내 선에서 홍보실을 막을 수 있다, 내가 막아 주겠다 이런겁니다. 그런데도 자꾸 이상한 기사가 나와서, 제가 다 막아주겠다고 해 놓고서 이러시면 어쩌냐고 연락을 했더니, 그 "진실은 얘기할 수 있는거 아니냐" 뭐 이런 얘기가 나온 겁니다. 그런데 그 말투가, 이제는 뭐 어쩌라구~ 하는 말투였다는 거죠.

 

그런데 수요일까지 돈도 안들어오고, 이상한 기사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아주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유서까지 썼어요. 난 삼성하고 싸우다 죽겠다. 이렇게 썼어요. 그 유서를 기자들에게도 줬어요. 나 죽으면 쓰라고.

 

그리고 전화해서 돈 주지 말라고 얘길 했어요. 내가 언제 달라고 했느냐, 당신들이 급해서 와서 돈으로 막은거 아니냐, 그래 놓고선 이제와서 왜 딴소릴 하느냐, 이런거죠. 그랬더니 이 사람들이 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에요. 돈도 안받아 버리고 그러면 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합의를 본 상황에서 돈도 입금안하고, 딴 얘기만 자꾸 뒤로 흘리고 그러니까 열받은거죠.

 

그래서 천**에게 돈주지 말라고 연락 했더니, 수원에 연락을 해 보더니 김**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랬는데 또 결재가 났다 어쨌다 하면서 날짜를 또 미루더라고요. 그래서 합의 사항을 파기하겠다, 그랬어요. 그랬더니 수요일 저녁에 연락이 오더라구요.

 

- 이런 식이다. 뭔가 일이 막바지에 몰리지 않으면 자꾸 미룬다. 스스로 제안한 합의금을 스스로 정한 날짜에 주지를 않는다. 그리고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또 그 순간 바로 행동을 한다. 이것은 거짓말 보다 더 나쁜 행동이다.

 

극단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그야말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열하고 추한 행동의 전형이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사회라면 언제나 목소리 큰넘이 이익을 보게 된다. 아, 실제로 현실의 우리 사회는 그런거구나.. 또 한번 좌절이다.

 

피 : 천**가 연락을 하더니 보자고 해서 광화문에서 만났습니다. 만나더니, 어딜 가자고 그러더라구요. 커피 마시러 가자고. 그래서 무서웠습니다. 때릴까봐. (웃음)

 


 

돌고래 : 삼성은 가능해~

 

물 :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웃음)

 

- 웃고 있지만 속은 쓰리다. 이런 과정에서 물리적인 테러를 걱정하는게 백퍼센트 농담만은 아니라는 사실..

 

피 : 월요일날 녹취를 못한건 아쉬운데, 이 때 부터는 녹취를 했어요.

 

물 : 그래서 어디로 가셨습니까?

 

피 : 커피를 마시려고 그랬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는데 커피숍이 없어서 맥주집을 갔어요. 그거 참.. 제가 천**에게 맥주를 네병이나 사줬다니까요, 오백만원 받는 기념으로.

 

물 : 맥주를 사셨어요?

 

돌 : 돈 안내요? (분노의 함성)

 

- 이런거다. 사람들은 원래 이런 작은 걸로 분노하고 작은 걸로 행복해 하기 마련이다.

 

피 : 사달래요~ 그것도 좋은 맥주만 먹더라니까요. 이십분만에 만팔천원 나왔어요. 다행히 카드결제 했죠.

 

그 때 받은 돈이 수표였어요. 십만원권 오십장, 우리은행 쌍림동 지점 발행 수표더라구요. 그게 어디냐면 서비스센터가 쌍림동에 있어요. 온라인으로 주지 이게 뭔 짓이냐 했더니, 일일 계좌이체 한도를 다 썼대요. 말도 안되죠.

 

그러더니 돈을 주면서 가방으로 쓱 가리고, 남들 안 보이게 내밀더라구요. 이거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에요. 그래서 이거 왜 돈을 이런 식으로 주나, 이거 진짜 프로구나.. 그랬어요.

 

물 : 그러면 이게 공식적인 절차로 지불되는 돈이 아니라, 센터나 뭐 이쪽을 통해서 비공식적으로 지급한 돈인건가요?

 

피 : 그건 잘 모르겠어요. 센터에서 준건 맞는거 같아요.

 

물 : 하여간 그렇게 해서 오백만원 받으셨고, 맥주도 사셨고, 안주는 뭐 드셨어요?

 

피 : 다행히 안주는 안 먹더라구요. 또 급하고 버스타고 빨리 가야 된다고 해서 산 겁니다.

 

물 : 그 이후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피 : 그냥 잠잠히..그 이후로 기사는 내려가고, 블로그 쪽에서는 음모론이 나오기 시작하고, 저는 그냥 모른척 하고.. 그러고 있다가 다른 건이 터진 겁니다.

 

그러면서 이게 블랙컨슈머 스토리로 연결이 된 겁니다.

 

- 여기서 사건은 일단락 되는 것으로 보였다.

 

삼성은 사건의 실체와 관련없이 돈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기계는 회수했고, 돈은 전달이 되었다. 양측의 합의는 작성되었고, 문제는 물밑으로 숨었어야 되는 상황이다. 물론 이렇게 해결하는 방식이 결코 옳은 것은 아니다. 자사의 제품에 결함이 있었다면, 그게 고의적인 과실도 아니고, 몇백만대에 한 대 꼴로 나오는 불가항력적인 결함이라 하더라도 제조사는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고 차후 문제 재발 방지의 노력을 하기로 약속하며, 그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당사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다 빠졌다. 삼성은 보상을 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들이 받게될 피해만 회피하고자 돈주고 안전을 산 것 뿐이다. 이런식으로 해결이 된다면 앞으로 이런 일은 당연히 반복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원하는 대로 사건이 흘러가지는 않았다.

 

 

피 : 제가 그 때, 제가 휴대폰을 두 개 쓰고 있었거든요. 그 중의 하나가 엘지꺼였는데, 공기계가 있어서 살려 써야 겠다 싶어 봤더니 이게 이상이 있어요. 그래서 엘지 서비스 센터에 갔는데, 저는 수리를 해달라, 그 쪽에서는 이상이 없다, 이러는 거에요.

 

물 : 이상이 어떤 거였죠?

 

피 : 전원이 꺼지는 거죠. 연도인식 업데이트를 한 이후로 파워가 꺼지는 거에요. 배터리에 이상이 있는 건가 해서 고쳐달라, 교환,환불 이런 얘기 절대 안하고 그냥 수리를 해달라고 한 겁니다. 근데 엘지는 삼성에 비해서 자재같은거에 훨씬 더 민감해요. 벌벌 떨죠. 그러더니 소프트웨어를 초기화 해주겠다는 겁니다. 그걸 누가 할줄 모르냐고.. 더군다나 중요 데이터가 있었다는 겁니다. 휴대폰 안에..

 

- 사실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에러를 잡기가 무척 힘든 것도 사실이다. 불특정한 시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전원이 꺼진다. 서비스 담당 기술자가 그 상황을 재현하는 것 조차 힘들다. 몇시간동안 그 기계만 지켜보고 있을 시간적 여유도 없다. 사용자는 불편을 호소하지만, 엔지니어는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럴 땐 그저 친절, 즉 감성적 보상으로라도 승부를 해야 되는데..대부분의 경우 소비자의 분노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피 : 그래서 삼성 건도 있고 해서 그냥 해봐라, 하고 맡기고 오는데, 이삼일 동안 지켜본다고 하는 겁니다. 이 사람들이 지켜본다고 그러는 것은 뭔가 테스트를 해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써본다는 겁니다. 그래가지고 증상이 나타나면 조치해 주겠습니까?

 

 

그래서 게시판에 엘지 성기같다고 쓴 겁니다. 사실 삼성하고 엘지를 다 까고 싶은데, 삼성하고는 악마의 계약을 한거잖아요. 그래서 엘지만 쓴 겁니다.

 

- 악마와의 계약도 계약이니까 지키려고 하는 피해자의 행동이 눈물겹다.

 

물 : 그 시점이 언제쯤인가요?

 

피 : 유월 초순 정도 될 겁니다. 그래가지고 연락이 오기를, 게시판에 글을 삭제해 준다면, 메인보드를 교체해 주겠다..

 

물 : 역시 엘지는 통이 작아.. 한 삼백 들고 와야지..

 

돌 : 아니 이게 뭐야~~ (웃음)

 

피 : 그래서, 아저씨, 그냥 쓰세요~ 그러면서 기증을 했어요. 내용증명 보내서 너네 가져라~ 하면서 줘 버린 겁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엘지에서는 연락이 없었어요. 없었는데, 그 이후로 KBS에서 씨크릿 폰 문제가 보도되었고, 저는 게시판에다가 엘지좀 쪽팔려 보라고, 내용증명 보낸 얘기까지 다 썼어요. 그랬더니 본사에서 일주일뒤에 연락이 오더라구요.

 

AS팀이라면서 연락이 왔어요. 근데 알고보니 AS팀에는 여직원이 없는데, 사칭을 한거야.. 나중에 문제가 되어서 AS팀에서 여직원한테 연락이 왔다고 그러니까 자기들도 헷갈려 하더라구요. 홍보팀이었겠죠.

 

연락이 온 내용이, 아무리 글을 써봐야 회사에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원하시는 게 뭔가요? 그러더라구요. 전 원하는게 없었는데.

 

물 : 돈을 요구하는 거나,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한 모양이군요.

 

피 : 그런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 사람이 뭘 원하는가하고 착각을 한 거 같아요. 저는 그냥 기증을 한 거에요. 기증 한거니까 당신들 가지고, 난 화가 나니까 글을 쓰는 거다 그랬어요.

 

그래서 통화 하다가 하도 열받아서,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엘지 AS 나쁘다고 화를 내고 1인시위 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해보시라고 그러더라구요. 해보라는 데 못하면 그것도 또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1인시위를 하기로 한거죠.

 

솔직히 삼성하고야 계약을 했으니 못하지만 엘지는 아니잖아요. 삼성한테야 제가 영혼을 팔았으니까, 삼성 소유인거지 뭐..

 

물 : 하지만 엘지는 돈을 안 냈잖아.. (웃음)

 

피 : 그래서 일인시위를 예고하고 준비를 했어요. 민노당에도 지원을 요구했더니, 불법시위의 공범이 될 우려가 있다, 뭐 이러면서 안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도움을 요청하고, 그랬어요. 한군데에서 피켓을 만들어 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한마디로 미안하다고만 하라고 요구를 한거에요.

 

그런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뭐 이런데서 엘지에다가 소비자 문제들을 전달하면, 엘지에서는 저에 대한 문제만 쏙 빼놓고 답장을 한다는 거에요. 더 열받잖아요. 그러다가 씨크릿 폰 건이 터지고, 그쪽 카페에서 엘지에 대해 항의를 하겠다고 그러는 과정에서 카페 매니저가 같이 하자는 제의를 해왔죠. 그렇게 해서 일이 진행된거에요.

 

- 이 대목에서 엘지측 역시 이 피해자가 바로 삼성측에서 비상식적인 보상금을 받아낸 바로 그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사실 AS 같다가 열받아서, 씨바, 그럼 니들이 이거 가져라, 잘쳐먹고 잘 살아라~ 퉤! 하고 제품 집어 던지고 나온 경험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엘지는 이 당사자의 문제에만은 예외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 업계 내부의 블랙리스트 공유에 대한 증거라고나 할까..

 

피 : 그렇게 일인시위를 했는데, 엘지의 입장은 "당신은 우리 고객이 아니다" 이거에요.

 

그 이후로 그렇게 엘지하고 투쟁을 해 온거에요. 솔직히 말해서 바라는 게 뭐 있겠어요. 사실 이거 하게 되면, 그쪽 매니저 밥도 사줘야 되고, 돈도 더 들었어요. 그래도 그냥 개인적인 화풀이, 뭐 이런 거였어요. 근데 하다 보니까 엘지한테 열받은 사람이 무척 많더라는 것을 알게 된거죠.

 

그 때 사람들하고 모여서 같이 하고, 그게 발전해서 카페도 만들어지고 된거죠. 그 이후로 엘지에서 그룹장이 한번 나왔어요. 그래서 당신들이 원하는 게 뭐냐.. 이런 대화가 있었던 거죠.

 

제가 진짜 블랙 컨슈머라면, 옵티머스 큐 주세요~ 했겠죠. 진짜 우리 회원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요. 다른 폰 쓰다가 기분 나빠서 항의하니까 옵티머스 줬데요. 우린 일인시위도 하는데, 옵티머스 큐 정도가 문제겠어요. 솔직히 강북지역 그룹장 정도가 나왔는데..

 

그렇게 대화를 했는데, 첫 마디가 그거더라구요. 원하는게 뭐냐.

 

그래서 우리가 답을 한겁니다. 원하는 거 없다. 황당했겠죠. 원하는 게 없대...

 

그 쪽에서는 두가지 계획이 있었겠죠. 적당히 원하는 게 있으면 들어주거나, 아니면 공갈 같은걸로 엮거나..그런데 우리는 순수하게 공익이었거든요. 공익을 위해서.

 

그 쪽에서는 좀 뜻밖이었던거죠. 원하는게 없다고 하는 거니까. 엘지하고는 그렇게 흘러 갔어요.

 

- 이 부분에서는 피해자의 행동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을 알 수있다. 엘지 측에다가는 별다른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고 있다. 니네가 후진 제품을 만들어서 날 골탕먹였으니 보상 따위 필요없이 너희도 골탕을 좀 먹어라~ 하는 투쟁의 양상을 띄게 된다. 과연 이런 소비자를 블랙 컨슈머라고 볼 수 있을까? 나아가 이 피해자는 자신의 투쟁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내가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 보다는 기업측에게 경각심을 고취시켜 서비스 품질을 상승시키고자 하는 측면에서 하는 얘기일 것이다.

 

만약 이 문제가 법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보상보다는 상대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형태로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 상태라면 문제는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다. 또한 기업측에서도 서로 상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동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 역시 보여진다.

 

그럼에도 이 피해자가 엘지를 상대로 벌인 행동은 스스로를 요주의인물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많은 언론의 보도에서 이 경우를 예로 들면서 피해자를 전문 블랙컨슈머로 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건들도 있다. 인터뷰에서는 순서가 훨씬 뒤에 나온 것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분류를 재정리하는 차원에서 여기에서 먼저 언급한다.

 

물 : 엘지건하고 관련해서 삼성이 더 긴장한 것도 있었겠네요.

 

피 : 그렇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환불남 얘기가 떠 버리니까, 네이버 검색에 우리 카페가 뜨기도 하고, 영광스럽게도 삼성측에서 돈 써가면서 홍보를 해 주니까 고마울 따름이죠.

 

물 : 본인을 블랙컨슈머로 몰거나 하는 사람들에 대해 자기 변호를 해 보신다면?

 

피 : 아니 그러면, 시크릿 폰 보도가 나가면 KBS 그 피디는 블랙 컨슈머입니까? 그리고 제가 또 알고 있는데, 삼성전자 휴대폰에서 전기가 누전된 경우도 있었어요.

 

물 : 그건 어떤 경우죠?

 


피 : 핸드폰에서 누전이 돼서 가져갔더니 센터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 그런데 누전은 된다. 그러면 니가 거짓말 하는거다 뭐 이런 경우였어요. 그래서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이메일을 보내니까, 기술진 의견을 받아서 답장을 주겠다고 연락이 오고 답장이 왔는데, 누전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충전기를 바꿔봐라, 이런 답장이 온거에요.

 

처음에는 센터에서 그런 일이 없다고 그러다가, 본사에서 온 이메일을 보여주니까 급 당황하면서, 핸드폰에 절연 테이프를 붙여 주겠다 그러는 거죠. 그래서 정색을 하고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 보니까 그제서야 환불을 해 주겠다.. 뭐 이런 식인거죠.

 

결국 너무 미안해서 그 담당자에게 밥 사주고..

 

물 : 그 밖에도 여러건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피 : 그건 또 이거에요. 제가 출판쪽 일을 하거든요. 이리저리 일을 하면서 친구들하고 일을 하게 되니까, 제가 자금을 좀 대고 회사를 만드는데 법인 까지는 아니고, 개인회사가 된거죠. 그러면서 노트북도 많이 쓰고 그렇게 되니까. 노트북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후처리를 받는 과정에서 결국 환불하게 된거에요. 그런데 그 환불 계좌가 개인회사니까 제 이름으로 되어 있던 거에요. 그건 제 케이스가 아니고 우리 회사의 경우인데 삼성측에서 보기엔 계좌가 제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까, 제가 한걸로 간주한거죠.

 

물 : 참고로 노트북 문제때 내용은 뭐였어요?

 

피 : 발열, 소음, 불량화소 그런거죠. 그 때도, 삼성측에서 얘기하는 게 한번 와서 딱 환불 받았다, 뭐 이렇게 주장하는 거죠. 그러면 거꾸로, 아무나 한번 가면 환불해 주나요?

 

물 : 그 과정에서 여러번 왔다갔다 하셨을텐데..

 

피 : 그렇죠. 그런데 기록이 안되어 있는거에요. 카페 회원중에서도 AS를 일곱 번 받았는데, 실제 기록은 한두번 밖에 안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전산조작을 하는거죠. 그걸 놓고도 외부에는 기록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한번 와서 환불받았다 하면, 저는 거짓말 하는게 되는거에요.

 

- 삼성측에서는 이 피해자를 전문 블랙컨슈머로 몰아야 싸움에 승산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으로 케이스 스터디에 들어갔을 것이다. 결국 이 피해자가 전에 사업관련해서 회사 차원에서 노트북 AS를 받다가 환불 받은 케이스조차도 연관을 시키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 피해자는 일반인들에 비해 좀더 까칠한 경우라고 할 수있다. 보통은 AS 하러 갔다가 몇마디 해보고 안해주면 포기하는 데에 반해, 이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주장을 지속한다. 그리고 일이 확대되는 것을 걱정하는 기업측은 이런 피해자에게 아무래도 평균 이상의 조치를 취해주기 마련이다.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었다면, 사회 일반의 상식으로는 이 사람이 상습적인 불평전문 고객이라고 볼 수는 있다.

 

그런데 그랬던 일들이 이제 와서는 이 피해자를 블랙 컨슈머로 모는데에 증거로 활용된다. 누구나 뒤져보면 대기업 제품 AS 기록은 몇 번씩은 나온다. 그 때 좀더 강경한 태도로 보상을 받아냈다 해서 그 사람이 상습적인 블랙컨슈머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는 것은 결코 적절한 대응은 아닌 것이다. 거기다가, 실제 상황과는 다른 기록을 들이대면서 까지 모함을 하게 된다. 심각한 상태다.

 

결국 아직 우리사회의 기업들이 소비자 권리 문제에 대해 아주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된다는 얘기이다.

  

일단은 사건의 진행을 더 쫓아 가보기로 하자.

 

피 : 그렇게 흘러가는데, 유월초에 전화가 온겁니다. 삼성에서..아마도 카페 만든거 때문에 연락이 온 거 같아요.

 

물 : 카페는 언제 만들었는데요?

 

- 피해자는 이미 이 건과 관련해서 피해 경험자들을 회원으로 하는 카페를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 종류의 카페는 기업측에서는 관리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거기다가 이런 카페를 운영한다는 자체가 기업측에서 보기에는 전문 블랙컨슈머의 증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와 블랙컨슈머의 구분은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피 : 6월 9일이요. 그리고 나서 카페 회원이 한 백명 정도를 넘어서는 시점에서 연락이 딱 온겁니다. 삼성측 김**에게서 말에요. 아마도 그 카페 관련해서 연락이 온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추측에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물 : 아니 계약 다 된거고 그랬는데 왜 또 만나자고 그러죠?

 

피 : 그러게 말이에요.

 

물 : 전화 내용은 뭔데요?

 

피 : 사적으로 보자는 겁니다. 황당했지요. 사건 다 끝나고 정리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연락이 오는건, 뭔가 틀어졌다는 거잖아요.

 

물 : 맥주가 좀 부족했나? (웃음)

 

피 : 사적으로, 그냥 형님 동생 하면 좋지 않겠냐, 뭐 이런 식이었어요. 자꾸 보자 그래서 만났어요. 자꾸 피하는 것도 이상해서요. 처음에 삼십분 정도는 온갖 잡담을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상한 얘길 하더라구요. 저보고 뒷조사 같은 걸 해 줄 수 있냐는 거에요.

 

물 : 아니 무슨 뒷조사요? 다른 소비자들 상대로?

 


피 : 그런 거겠죠. 제가 뭐 머리도 좀 짧고, 무슨 흥신소 같은데서 일한 경력이 있는 걸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그런 일은 삼성에도 카드사가 있으니 카드사 끼고 하면 되는거 아니냐, 왜 나한테 그런 일을 얘기하냐, 그런거에요. 이게 농담이 아닌게,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진담이더라구요. 제가 카드사 얘길 하니까, 그 쪽은 리스크가 크다, 언론에 노출되면 회사 문닫아야 된다, 뭐 이런소리까지 하더라니까요.

 

형님동생 하자고 그러는 게 그런 얘기더라구요. 손잡고 그런 일을 같이 해보자. 이런 거였어요. 이 사람이 핸드폰만이 아니라, 냉장고, 티비 이런 거를 모두 담당을 해요. 해외에도 갔다 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블랙컨슈머들 뒷 조사를 해달라는 거에요.

 

제가 정색을 하고 그런 사람 아니라고 했어요.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 이 부분이 바로 삼성측이 자신들의 이익에 위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얘기가 된다. 물론 기업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일을 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되는 순간 언제나 실무 담당자의 의욕과잉이 빚은 잘못된 일이라고 발뺌을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무자의 의욕과잉이 항상 모든 기업에서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외국기업이라고 해도 자유롭지 못하다. 도입부에서 언급한 사건들이 이를 입증해 준다. 잘못은 항상 밑에 것들이 한 것이다. 그걸 위에서 시킨건 아니라고? 글쎄...

 

피 : 그리고 나서, 조사 결과를 제가 물어본거죠. 어떻게 된거냐. 그랬더니 어떤 사람은 고의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연발화라고도 하고, 그러면서 가방에서 보고서를 꺼내 보여주더라고. 가방에서 뭘 꺼내는 걸 그렇게 좋아해..

 

그게 문제의 그 보고서였던거죠. 알고보니 보고서도 아니었고.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결과적으로 외부 발화로 나온거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보고서를 좀 보자고 그랬더니 잠깐 보여줘요. 그냥 전부를 읽게 해 주는 것도 아니고, 달라고 그랬더니, 이걸 왜 줘요~ 그러면서..

 

표지를 보여주더니, 갑자기 중간부분을 보여주고, 그냥 결론만 보여줘요. 외부발화.

 

이거는 우리가 한 것도 아니고, 정부기관에서 한거니까, 전문가 박사들이 조사한 거니까, 이 결론을 믿어야 되지 않겠냐 그러는 거에요.

 

물 : 그 단체 이름이 뭐죠?

 

피 :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요.

 

그러더니, 5월달에 문제가 되자마자 정부에서 강제로 기계를 가져갔다, 우리가 손을 쓰기도 전에 반강제로 기계를 인수해서 조사를 한 거다, 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 기관에 시험을 의뢰한 발주처가 삼성전자야.

 

- 공공기관에게 조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받아 보는 것이 보통 우리사회에서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번 케이스라고 특별히 더 다르지도 않다.

 

피 : 저도 그 보고서를 입수하려고 노력을 했는데요. 그런 식으로 거짓말을 해요. 그러면서 그 결과에 동의를 하라는 거에요.

 

이번건만 동의를 해 주면, 앞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싸게 사게 해 주겠다 그러더라구요. 공짜로 준다는 것도 아니고..

 

돌 : 아니, 찌질한 새끼들..

 

물 : 통이 많이 줄었네..(웃음)

 

피 : 얼마나 싸게요? 하고 물었더니 30% 정도 디스카운트 해 주겠다.. 이러더라구요.

 

물 : 그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그 보고서의 결과에 더해, 소비자의 동의가 필요했던 모양이죠?

 

피 : 보고서 결론은 나와 있었구요, 보고서 자체가 불법 반출되었던 거에요. 그리고 이건이 정보공개청구와도 관계가 있고, 그런 거겠죠.

 

이 부분이 바로 또 삼성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보고서를 사진을 찍겠다 했더니, 표지만 찍어라 그러더군요. 표지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더니 사인만 하면, 보고서를 주겠다, 그러더라구요. 그러면서 동의서를 미리 써온거에요. 그런데 동의한다는 거 자체가 찝찝한거죠. 내용을 보니까, 조사결과에 동의한다, 그리고 언론에 내보내지 않는다, 이런 거에요. 어차피 삼성에 영혼을 팔았으니 다른 건 다 좋은데, 내용을 모르는데 어떻게 동의를 해요. 외부발화라는데..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제조부문 사장이 화가 났다는 둥, 뭐 이런 소릴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소주 마시러 가자고.

 

돌 : 확실히 통이 줄었어, 맥주도 아니고 소주를..

 

물 : 평소에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그런 건가 보네요.

 

피 : 그래서 제가 그 동의서에 서명을 안하니까, 답답했던지 담배를 피러 가더라구요.

 

물 : 혹시 담배는 사달라고 안 그러던가요?

 

피 : 아 그게, 저보고 담배 피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제가 핀다고 그랬으면 얻어 필려고 그런거 같애.. (웃음)

 

그래가지고, 그 때 하는 얘기가 자기가 내부에서 몰렸다는 거에요. 조사도 안하고 합의금부터 덜컥 나가고..

 

그래서 제가 내가 언제 조사하지 말라고 그랬냐고, 조사부터 하자고 그런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일단 합의부터 해 주면 안되냐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내용도 모르면서 어떻게 동의를 해요.

 

그랬더니, A4지를 꺼내더니 나보고 원하는 내용으로 동의서를 써 달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문구 하나로 몇분씩 싸우면서 2차 합의서를 썼어요.

 

그 때 법무팀 얘길 하더라구요. 법무팀에서 이건을 얘기를 하더라 이거에요. 고의성 입증도 힘들고, 돈도 우리가 먼저 제시를 했기 때문에 걸기 힘들다, 이런 얘길 하더라구요.

 

물 : 그러니까 넌 안전하다?

 

피 : 예, 그런거죠. 안전하니까 무조건 합의해주고 끝내라, 이런거죠.

 

그래서 그 사람들이 가져온 동의서는 싸인 안하고, 제가 원하는 대로 썼고, 녹음기를 꺼내서 원인도 모르겠다고 그러고, 손으로 쓴 동의서에 사인하고 팩스기 빌려서 복사하고..

 

그렇게 끝낸거죠. 그 쪽에서 보기엔 얼마나 착합니까.. 하라는 대로 합의도 해주고..

 

물 : 술도 사주고..(웃음)

 


피 : 그런데 끝난게 아닌 거 같아요. 이렇게 끝날 리가 있나.. 그래서 형님동생 하자고 그랬으니까, 제가 문자를 한번 보내봤어요. 이번에 수원 한번 가는데, 술한잔 사겠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연락이 오더라구요. 끝난 게 아니라는 거죠.

 

-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단 피해자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해주고 입을 막았는데, 이 피해자가 자꾸 엘지하고도 싸우고 무슨 카페도 만들고 그러는 불안한(기업측에서 보기에) 행동을 하니까, 이번엔 사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보고서를 들이밀고, 그 보고서의 결과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받아 둬야 겠다는 "안전조치"를 하러 나온 것이다.

 

물론 그 보고서는 삼성측의 입맛에 맞춰 만들어진 배터리 성능 테스트에 관한 성적표이면서도 결과는 외부발화로 되어 있는 보고서이다.

 

결국 소비자는 자신이 합의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삼성의 제품은 아무 문제도 없고 내가 부주의해서 기계를 망가트렸다는, 내가 죽일놈이라는 문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받게 된다는 얘기다. 피해를 본 사람은 난데, 겨우 그깟 돈 몇푼 때문에 스스로의 권리를 모두 포기한다는 서류에 서명을 하라니.. 이것은 폭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결국 대기업의 위력에 굴복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팔아먹게 되기 마련이다. 그 권리, 보호하려면 엄청난 댓가가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피 : 7월 2일날 전화가 왔어요. 보자고. 그 때부터는 슬슬 협박조로 얘기를 하더라구요. 법무팀도 본격적으로 검토를 다시 하고 있다, 동의서에 서명하라는 거죠. 그런 식으로. 그래서 좀 겁이 났어요. 몰리더라구요.

 

그래서 시민단체 자동차 소비자연맹을 만났어요. 그 분들이 현대차같은 악명 높은 회사하고 싸우는 분들이니까, 한번 만났더니 의외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직접 접촉을 해서, 같이 만나자고 그러는 거에요. 그렇게 약속을 잡아서 오겠다고 그랬다고 저한테 연락이 왔어요. 같이 만나자는 거죠.

 

그런데 오겠다고 두 번씩이나 그러던 사람들이 한시간전에 전화가 오는 거에요. 내가 거길 왜 가냐, 삼자는 빠지라고 그래라 그랬다는 거에요. 제가 도착해서 전화를 했더니, 제가 그 때 프레시안 기자를 또 만나고 그랬거든요. 막 화를 내더라구요. 니가 지금 프레시안 기자나 만날 처지냐, 주제파악 안되냐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힘들어서 동의서 팩스로 보내라, 서명해 주마, 했더니 못 보내겠다는 거에요.

 

물 : 기자한테 줄까봐?

 

피 : 모르겠어요. 하여간 그렇게 그냥 못 만나고 올라오면서 지하철안에서 전화를 했어요. 지금봅시다. 주말인데, 쉬고 싶기도 하고 지겹고.. 그냥 속아주자, 사인해주자 그러고 전화를 했더니, 지금은 안된다. 변호사랑 같이 가야 되니까 월요일날 보자 이러더군요.

 

그래서 주말동안 생각을 해 보고, 도움 받을 데를 찾아서, 민노당 시의원하고 연결이 된거에요. 민생국장 이런 분들하고 연결이 되고.

 

그래서 월요일이 되니까 전화가 왔어요. 오늘은 봅시다 그러더군요. 그래서 바쁜데요~ 그랬더니 오분이나 십분이면 되니까 보자고 그래요. 웃기잖아요. 그게 오분이나 십분에 끝날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민노당 행사에 가야 된다, 뭐 이런 얘길 하니까, 그렇게 급하다고 그러더니, 민노당이 나오고 참여연대가 나오고 그러니까 바로 또 약속을 미뤄요. 처음에는 신도림으로 온다고 그러더니, 또 내일 보자고 그래요.

 

민생국장하고 상담을 했더니, 그러면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조언을 해주더라구요. 그렇게 하려고 했더니 또 안오는 거에요. 그러면서 전화를 했더니, 상황 파악이 안되냐고, 머리도 좋으신 분이.. 이런 얘길 해요.

 

그래서 그 얘기를 바로 사람들하고 얘기를 하고 나서,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약속은 다 깨지고, 그 때부터 프레시안도 취재를 하고, 경향신문에도 나가고 본격적으로 일이 커지기 시작한 거에요.

 

물 : 돈은 어떻게 하셨어요?

 

피 : 그래서 제가 돌려준다고 그런거에요. 공탁을 걸겠다고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일이 커진다, 머리 아파진다, 그러면서 돈을 돌려준다고 하니까 안받겠다고 그러고,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그러고..

 

그러면서 환불남 얘기도 언론에 나오기 시작하고, 뭐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 보고서 얘기도 나오고, 처음에는 정부에서 강제로 조사를 했다 그러더니 알고보니까 삼성에서 의뢰한 조사였고, 시험 주제도 화재 감식 관련된 게 아니라, 배터리에 관한 성능 테스트 뭐 이렇게 되어 있고.

 

연구소에 알아보니까, 우리 연구소는 기계결함이나 그런걸 할 수 있는 연구소가 아니고, 제품 출시 전에 규격이나 성능 테스트 하는 곳이다, 이 배터리에 대한 보고서도 발주자는 삼성전자고, 뭐 그런 거다. 이런 얘기가 나온거죠. 딱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었어요. 직접적인 관련이 없죠.

 

그러면서 그 여직원이 하는 얘기가, 놀라면서 그 보고서를 보셨어요? 하는 거에요. 봤다고 그랬더니, 그 보고서가 지금 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 어떻게 나갔지? 그러더라구요. 왜 그러냐 그랬더니, 아직 입금이 안 되었다고..

 

물 : 뭐야, 돈도 안주고 보고서부터 가져온 거야? 술 얻어 먹듯이?

 

피 : 그러면서 이건 보고서가 아니고 성적표입니다. 시험 성적표.. 그러더라구요. 황당했죠. 내가 당할 뻔 했구나..

 

- 어쩌면 문제가 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경로로 일을 처리해 왔던 담당자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측은 언제나 해당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1차 합의로 부족해서, 조사 보고서를 곁들인 2차 합의서를 받는 과정에서도 삼성측의 실무자는 철저하게 피해자를 개인의 상태로 몰고자 노력을 한다. 소비자의 권리를 생각하는 제반 단체의 참여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인다. 이것은 피해자가 사회적인 힘을 가지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 한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이라면 쉽게 요리하겠지만, 전문가들이 포함된 단체가 나서면 일이 커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이미 벌어진 사건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처를 취하는 것은 상대가 개인이건 단체이건 변함이 없어야 하는 룰이다. 그러나 개인을 선호하고 단체를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자신들이 부당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까지 한다는 증거가 된다.

 

피해자에게 맥주를 사라느니, 술한잔 하자느니, 형동생 하자느니 하는 것 자체가 이 실무자는 항상 일은 이렇게 개인적인 관계로 좁혀서 해결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관계로 만났거나 인간 대 인간이 만나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그게 우선이 되고 그게 필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결국 그런 이면에 숨어서 해당 실무자는 끊임없이 피해자를 속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 :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피 : 저를 죽이려고 하겠죠. 어제 민중의 소리 기자랑 접촉을 해 봤는데, 제가 그런 얘길 했어요. 난 삼성하고 싸울 의도가 없다. 내가 협박을 당하고 그래도, 본사에 항의할 사안도 아니고, 나름대로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거죠. 삼성측에서 그냥 여기서 종결하자, 돈문제 떠나서 김**가 오바한거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러면 끝내려고 그런거에요.

 

삼성측은 뭐냐면, 녹취록을 입수하려고 한거에요. 모 신문사 기자가 전화를 했더라구요. 삼성측에서 녹취록을 달라고 그러는데 줘도 되겠냐고요. 그러더니 다시 전화가 와서, 녹취록 안받겠다, 괜히 받았다가 이용한다는 소리나 듣는다, 안받겠다 그랬다는 겁니다.

 

그런데 또 민중의 소리 기자는 홍보실 차장하고 통화하는 과정에서 녹취록에는 이런이런 내용이 있는데, 어떻게 된거냐, 했더니 급당황하면서 녹취록이 있었어? 하고 놀라더라는 거에요.

 

물 : 한 쪽에서는 녹취록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요?

 

피 : 내부에서 손발이 안 맞았던 거죠. 김** 말만 믿고 하다가, 녹취록도 없이 들이대는 걸로 알고 있다가 녹취록이 있다는 거 알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 이런 문제를 처리하면서 기업내에서도 정보공유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사실 그 자체는 매우 쉽지 않다. 관련 부서가 여럿 생기고, 그 부서들이 제각각 자신들의 업무에 관련된 피해를 막고 자신들의 책임을 줄이려고 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있는 혼선이다.

 

한편으로는 실무자 김**는 자신이 피해자와 접촉하면서 얻게 된 정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 역시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 가면서 선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고, 그 결과 사건 전체는 자꾸 부정적인 방향으로 확대되어 가는 것이다.

 

물 : 하여간.. 그 동안 무지 짜증 나셨겠네요.

 

피 : 저야 뭐.. 스트레스 엄청 받죠. 그냥 평화롭게 엘지하고만 싸우고 싶었는데 삼성이 자꾸 끼어들고..

 

물 : 최종적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끝났으면 좋으시겠어요?

 

피 : 모 언론사 기자하고 얘기한 게 있어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을 봐라, 언론에 한두번 이슈화 시키고 삼성측에 협조를 했으면 완쾌는 아니더라도 완쾌에 준하게 해결이 되었을텐데, 너무 언론에 나대고 그러니까 일이 어려워 진거 아니냐, 내가 삼성 출입기자인데, 김**는 나쁜거 맞다. 내가 그건 나쁘게 써 줄테니까, 대신에 더 고위직을 만나볼 생각은 없느냐, 뭐 이런 얘기를 하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속으로 그랬어요. 니가 기자냐, 브로커냐.. 결국 그래놓고는 기사는 제일 악질적으로 써 놨어요.

 

-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우리 사회의 언론이라는 집단의 실상을 보여준다. 결국 삼성과 피해자 사이에서 진실보도와 대안 제시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따위는 집어 치우고, 직접 중재에 나서고 그를 통해 무형의 이득(어쩌면 유형의 이득일 수도 있다)을 취하고자 하는 브로커 근성이 발휘되는 현장이다.

 

또 하나는, 비슷하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문제들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방식이다. 조용히 기업에 해를 안 끼치고 얌전하게 처분을 기다리면 특혜를 준다, 시끄럽게 굴고 항의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힘으로 누른다, 바로 그런 것이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루는 반올림의 경우, 지극히 정당한 문제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회, 여기서 계속 살고 싶은가?

 

물 : 결국 바라시는 것은 삼성측의 사과, 실무자의 사과 이런거겠네요.

 

피 : 이젠 뭐 김** 얼굴 보고 싶지도 않고요. 돈도 필요없고, 자꾸 돈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거 아니냐 그러는데, 생각 없어요. 요구한 적도 없고.

 

돈도 처음에 자기들이 먼저 제시한거고, 저도 뭐 악마와의 계약을 하긴 한거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었고, 그 이후 과정에서도 그 실무자가 오바한 건 사실이잖아요. 그냥 삼성에서 공식적인 게 어렵다면 개인적으로라도 실무 책임자의 인정과 사과만 있으면 되요.

 

김** 그 사람 또 냉장고 불난 피해자 만나서도 만나자 마자 언론플레이 하지말라고 그러고.

 

그 냉장고 피해자를 만나 봤어요. 거기는 세입자하고 집주인인데, 그 사람들도 삼성을 두려워 하고 있어요. 불이나서 집이 타버리는 바람에 집에서 자지도 못하고 남의 집에서 잔답니다. 그러면서도 삼성을 무서워 한다니까요. 저만 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제가 오바하는 건데, 그 사람들도 그렇게 진술을 하고 있어요.

 

물 : 삼성 제품에 대한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삼성을 두렵게 보고 있다?

 

피 : 보상 이전에, 삼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삼성측은 그걸 이용한다 이거죠. 좀 그렇죠.

 

- 삼성에 대한 공포.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런 글을 쓰는 내 자신부터도 매 순간순간 쭈볏거리게 만드는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공포라는 얘기다.

 

어떤 개인도 스스로 삼성의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게 틀림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대놓고 공론화시키지를 못한다. 그저 잘 얘기해서 적절한 보상만 받고 손을 빼고 싶어한다. 진짜 힘겨루기 싸움이 벌어질 경우, 그나마 알량한 내 재산마저 날릴 수도 있고, 사회생활의 기회마저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 공권력이 개입해서 제도화 시키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게 바로 공권력의 존재 이유 아닌가? 하기사 애시당초 공권력 자체가 삼성과 결탁하고 있는게 현실인 마당에서 꿈같은 소리일 뿐이다.

 

피 : 제가 보기에는 삼성은 사과 안할 거 같고, 반올림 이런 분들하고 연대투쟁 해야 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물 : 삼성측에서는 법적 조치를 한다는 얘길 흘리고 있는데..

 

피 : 그건 거꾸로 그 쪽이 급하다는 얘기죠. 저는 오히려 해 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몇 달 살다 나오고 우리 카페는 유명해지고.

 

- 이제 피해자는 아예 자신이 법정에서 패소해서 형을 살게 될 것 까지 각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측이 바라는 결말은 나올리가 없다.

 

물 : 삼성측에서 어떤 조항으로 걸고 나올지는 모르시는 거죠?

 

피 : 민노당에서는 언론에 나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안 지킨거 아니냔 걸로 걸고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그 쪽에서 먼저 합의를 파기한거에요. 민중의 소리 기자분은 1차 합의서에서 성적표 공개를 안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어요. 근데 성적표 이전에, 그 합의서좀 달라는 거죠. 제가 그랬어요, 인감주고 위임장 줄 테니까 그 합의서점 받아다 달라고. 제가 작성한 합의서를 왜 안주는데?

 

이거 이미 1차 합의를 파기한거고, 1,2차 합의가 다 파기되었다는 거죠. 기존 계약이 다 무효화 된거 아닌가?

 

물 : 이거 참 복잡하군요.

 

피 : 하여간 저는, 김** 윗대가리가, 공식적으로도 말고 인간적으로 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다 미안하다, 뭐 이러면 좋겠어요. 사과까지도 아니에요. 사회생활 하면서 조직이 그렇게 맘대로 움직이나, 하다보니까 그런거지..뭐 이러면 좋겠어요.

 

물 : 끝으로 소감이라면..

 

피 : 힘들어요.. 아주 힘들어요.

 

솔직히 이해가 안가는 거에요. 처음에는 피해자 과실 안 따지겠다고 그래놓고, 이제와선 또 달라지고.. 정말 힘들어요.

 

- 이렇게 인터뷰는 마무리 되었다.

 

피해자는 이 긴 과정을 거치면서 제품으로 인한 1차적 피해와는 비교도 안되는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비록 오백만원이라는 작지 않은 합의금을 받긴 했지만, 그거 하나도 안쓰고 언제든지 돌려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이미 이 피해자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혼자서 일인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그 무서운 삼성을 상대로 말이다.

 

요구조건은 단순하다.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삼성측 실무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있는 선의 진솔한 사과. 이걸로 끝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런 소박한 결과 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

 

과연 이 사람은 기업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는 블랙컨슈머일까? 아니면 삼성측에서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피해자, 그것도 자사의 제품을 사용하던 소비자를 역으로 블랙컨슈머로 몰고 있는 것일까?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또 떠오르던 한가지 얘기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끝까지 따지고 드는거, 과연 문제가 무엇이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세밀하게 따지고 드는 것 자체를 경원시하는 이상한 풍조가 있다. 그냥 대충 서로 좋게 마무리 하면 될 것을 왜 그리 빡빡하게 구냐는 식이다. 이런 풍조는 조직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존재인 내부고발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뿐이랴,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한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 일이 터지면 언제나 약자만이 죽어 자빠진다.

 

농경사회로부터 물려 내려온 집단주의의 잔재일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근대사가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총체적인 모순이 개인간에 발현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옳은게 이기는 게 아니라 강한게 이기는 거.

 

이거, 무엇보다도 먼저 타파해야 할 악습이라고 얘기한다면 내가 틀린 건가?

 

저 피해자가 바로 내일의 당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당신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이 이런 사건을 모른체 해 버린다면, 바로 내일에는 당신이 당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나서야 된다는 거다. 결국 우리가 뇌까릴 수 있는 말은 이거 한마디 뿐이다.

 

 

 

권리 위에서 잠자고 있는 자들은 결코 보호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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