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갔다온지 일주일도 지났지만 계속 ktx에서 불쾌했던 기억이 쉬
가시지 않아서 글을 남깁니다.
돌지난 아기를 포함한 아이 넷을 데리고 8월 6일 금요일 2시 50분에
구포에서 서울가는 차를 탔습니다.
동반석에 앉았는데 옆쪽 동반석에도 2살짜리 아기를 데린 여자분이 계시더군요.
자리에 앉자마자 남자 승무원이 다가와서 아이를 조용히 시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무척 황당해서 '네'라고 대답하고 말았지만 아이들이 떠드는 시점도 아니고
부산스럽게 자리잡고 난 다음에 그런 지적조의 요청을 받아 불쾌했습니다.
그러나 이 승무원님이 친절한 태도로 말했기에 그냥 넘어갔죠.
그런데 기차 분위기가 좀 평소랑 달랐습니다.
너무 조용했죠.
대중 교통을 이용해 여행할라치면 저녁시간 이후가 아닌이상
도란도란 얘기 소리도 나고 그러는데 말 한마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이 창밖 풍경에 대해 얘기하고 간식 먹으며 생기는 소리들이
거슬렸던지 뒤에 어떤 청년이 "아이, 씨이"하고 불쾌한 소리를 연이어 냈습니다.
아이들과 저는 ktx의 동반석을 그 전에도 이용해왔고
그다지 남들에게 불편끼친 적은 없습니다.
아이가 큰 소리를 낼라치면 주의를 주고 혼내는 편입니다.
그 전에 탔던 경험으로는 주변에 앉은 분들이 아이가 많다고 신기해하고
아이가 예쁘다고 안아보기도 하고
싸온 음식도 나눠먹고 소소한 얘기도 하고 그래왔죠.
그 정도의 소음(?)은 허용되는 분위기였다고 할까요?
옆 동반석에 앉은 엄마랑 아이를 승무원이 지나가다가
왜 네 사람자리에 둘만 있냐고 물어보니까 남편분이 일이 있어서 중간에
내렸다고 하시더군요. 그 이후 이 어린 아이가 -기저귀도 차고 있고 아직 말이 안통하는-
별로 크지 않은 소리로 소리를 몇 번 질렀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몇 데시벨인지 객관적인 수치를 제공하고 싶군요.
그랬더니 뒤에서 씩씩 대던 이와 동일인물인지 웬 덩치 큰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그 애기 엄마에게 애기 조용히 시키라고 말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결과 그 애기 엄마는 말투도 친절하고 말도 안통하는 아기지만
아이가 소란을 피울라치면 열심히 달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애기를 보며 조용히 시키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순간
그 엄마도 저도 서로 얼빠진 얼굴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쪽 애기는 거의 조용히 있었고 잠시 크지 않은 소리로 소리낸 것 뿐인데
여자친구랑 다정하게 앉아 발을 통로로 내밀고 있던-후에 관찰한 겁니다-
그 청년이 그런 지적을 했을 때 마냥 어이없었습니다.
왜냐구요?
아이가 너무 어려서 말이 안통하는 아이였습니다.
그저 얼르고 얼러야 되는 아이.
더구나 비교적 얌전히 있는 아이에게 대고 그런 말을 하다니요.
참으로 몰인정하고 무식하게 느껴졌습니다.
직후에 여승무원 다가와서 옆에 있으니까 이 아이 엄마는 많이 속상했던지
그럼 어떡해야 하는 거냐고 하소연을 하고 급기야는 짐가방을 들고 아이를 안고
아이 신발도 놔둔 채로 다른 칸으로 옮겨갔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화가 났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대화할 자유까지 침해하며 과하게 조용히 하기를 종용해도
어린 아기가 잠시 꺅꺅 대는 소리까지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 노력도 필요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엄마 표정이 심각하니까 아이들도 조용하더군요.
왜 그 엄마가 자리를 옮겨야 합니까?
왜 그 엄마가-물론 승무원이 도와주긴 했지만- 힘들게
아이를 안고 짐가방을 가지고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기게 했습니까?
전 그게 너무 불쾌합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는 그 엄마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물리적으로도 약자입니다.
차라리 과하게 지랄맞은 그 청년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얘기하는 게 어땠을까요?
전 네 아이들 데리고 비행기도 타봤고 서울 가서는 버스를 한참 타고 이동도 했지만
이렇게 아이 데리고 앉아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분위기 안에 있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비행기에서 맨 막내가 보채면 승무원이 아이의 흥미를 끌만한 뭔가를 쥐어주면서
적극적으로 달래는 걸 도와줬고 버스에서는 그냥 승객들끼리 얘기도 하고 잠도 자고
그 분위기에 튀지 않게 우리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아이 데리고 ktx타지 마라"고 따가운 시선으로 쏘아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옆자리 엄마가 자리를 옮기고 난 후 제가 쓰레기 버리러 통로를 지나며
남자 승무원에게 저 쪽으로 나가면 쓰레기통 있냐고 물어보니까
있다고 말하고 말더군요. 그렇게 시끄러운 거 싫어하는 사람들 배려하는
승무원이 아이 넷이 기다리는 줄 뻔히 알면서 자기도 그 쪽 방향으로 가면서
자기가 가는 길에 대신 버려주겠다는 말은 없더군요.
그래 같은 길로 지나가는데 문을 지나니까 저에게
아기가 소리 지르면 바로 조용히 시키라고 사람들이 뭐라한다고 또 한마디
합니다. 그 때쯤에 한마디 했어야 했는데 전 또 소심하게 '네' 대답하고
지나갔습니다.
저에게 지적을 할 때면 꽤 친절한 말투이긴 했지만 친절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그 내용이 친절한 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무례하게 무례한 얘기를 한다면 뭐라고
쏘아줄 텐데 그렇게 못해 답답했네요.
왜 네 자리의 표를 끊은 옆 자리 엄마와
제가 이렇게 배려없는 응대를 받아야 합니까?
ktx에서 배려하는 것은 오직 기차에서 자고 싶어하는 사람들 뿐입니까?
그러면 아주 외부 소리 차단이 잘되는 귀마개를 제공하는 건 어떨까요?
저희도 승객입니다.
저희도 배려해주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승객으로서 저와 아이들은 배려할 승객의 방해물이지
배려할 대상으로 대접받은 기억이 없네요.
지금까지도 불쾌합니다.
아이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출산 장려 정책이라고 이것저것 펼치는데
아이가 많지 않아선지 아닌게 아니라 사람들의 아이에 대한 배려심이 아예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어떤 대상인지 자기가 어릴 때 어떠했는지
이해못합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아주 편리한 교통수단인 ktx 에서는 아이데리고 타면
안되는 분위기를 만듵네요.
아이들 대상의 영화가 아닌 이상 아이 데리고 극장에는 안갑니다.
하지만 기차도 타면 안됩니까?
아이는 미성숙한 인간입니다.
아이는 당연히 소음을 낼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사실에 대해서 환기 시켜줄 수는 없습니까?
그 다음주 수요일 10시 50분에 서울에서 구포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는데
분위기는 갈 때랑 아주 틀렸습니다.
아이들의 얘기 정도는 허용하는 분위기였고 작은 아이가 운다 싶으면
조금만 조용히 해주라고 미안하다는 말을 붙였습니다.
동반석 옆칸에 외국인부부가 타다가 내리고 남자분 네 분이 탔는데
얘기를 하시다가 역시 승무원의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는 지적을 받고
목소리를 낮추셨고 아이가 아예 잠투정으로 울음을 터뜨리니까 승무원은
어쩔 줄 몰라하고 옆 승객분들은 아이가 원래 그렇죠 하며 웃으셨습니다.
사실 갈 때보다 돌아올 때 아이들이 더 소란스러웠건만 돌아올 때 마음이 더
편했습니다. 부산과 서울이라는 어느 정도 지방색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왔다갔다 하시는 승무원이 방송을 하시던데
마지막 멘트로 아이를 데리고 탄 분들은 아이가 다치거나 떠들지 않게
보살피라고 했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다른승객분들은 아이가 시끄럽게 해도 조금은 이해해달라는
멘트를 추가로 넣으면 좋겠네요.
아이는 역시 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