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 사는 20대 도도녀임. 저번편에 내동생 훈이 1편을 올린 적이 있는데 잔혹하게 묻힌관계로 3박4일을 울면서 지냈... (잠깐 코좀 풀고)
다고 말하기는 자존심이 상하므로 패스.
(못 보신 톡커님들을 위해 1편: http://pann.nate.com/b202268542)
오늘은 내동생 훈이와 나의 섬뜩한 체험을 기술해보도록 하겠음.
때는 바야흐로 1996년.
필자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진입할 때 즈음
훈이는 병아리옷을 입고 초딩시절을 처음으로 만끽하고 있었음.
1편에서 잠시 언급했다시피 훈이에게 누나라는 존재는 땅이 하늘을 바라보듯,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듯 (아.. 이건 아닌가) 암튼 그런 위대한 존재였음.
부모님이 모두 밖에 나가셔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종종 훈이와 나는 늦게까지 밖에서 동네 아이들을 이끌고 대장놀이를 하며 놀았음.
해가 뉘엿뉘엿지고 철수와 영희의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짖는 소리를 들을 때면
훈이와 나는 눈물을 삼키고 아이들을 들여보냈음.
그렇게 훈이와 나는 강하게 자랐음. 내다 키운 아이들임, 우리는...ㅋㅋ
우리는 싸울 때도 꼬집고 때리는 그런 남매가 아니었음.
신공 이단옆차기에 주먹을 빡!빡! 내리꽂는 기술을 연마하며
달인의 세계로 접어드는 유혹에 빠질뻔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음.
극단의 예를 하나 들자면 훈이와 침대에서 방방 뛰고 놀다가 무료해진 나는
침대의 스프링을 사용해 발구르기로 높이 뛰어올라 픽 하고 훈이 옆구리를
살짝.
아주 살짝.
건드렸음. 훈이 그대로 90도로 수직낙하해서 눈썹 찢어져 피가 철철 난적이 있었음.
(여러분 나 그런 여자 아님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때는 휴일 아침이었음.
훈이와 사이좋게 한 이불을 덮고 자던 시절인 그 때,
갑자기 눈이 띠용. 하고 떠졌던 것 같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훈이를 괴롭히는 맛에 인생을 배운 것 같기도 함.
어쨌던 옆에서 곤히 침을 사르르 흘리며 행복한 꿈을 꾸는듯한 훈이를 보며
갑자기 짜증이 났음 (그래요 나란여자 못난여자).
온 몸이 근질근질하던 찰나,
훈이가 "뉴냐뉴냐~ 나 좀 괴롭혀죠잉
이라고 말을 하는 거임. (분명히 그렇게 들렸음)
동생의 부탁을 모질게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살금살금 괴롭히기 시작했음.
간지럽히고 돼지코도 해봤음.
안 일어나는거임.
필살기 머리카락 하나하나씩 뜯어보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음.
환희와 기쁨에 젖어있던 나는 흰자로 보이는 찬란한 레이저를 포착했음.
그랬음. 꼬꼬마 훈이의 레이저 광선이 두 눈에서 무한대로 뿜어져나오고 있었음.
뭐가 그리 억울했는지 잠에서 깨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짜고짜 덤벼드는 거임.
하..
'이자식. 아직 위대하신 누나의 파워에 굶주리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 가면서 우리는 남매의 눈물겨운 레슬링을 시작했음.
하늘같은 스승 누나의 레슬링 스킬에 지쳐가던 훈이가 갑자기 항복함.
'짜식 요것밖에 안됨스~ ㅋㅋㅋ
라고 승리의 만족감에 젖어있던 나를 피해 훈이가 거실로 부리나케 달려갔음.
그리고 돌아온 훈이의 손에는...
ㅋ..
ㅋ.... ㅏ...
칼...
식칼...
식칼...
식칼이 들려있었음.
나를 향해 한 손에 식칼을 들고 폭풍질주하는 동생님을 보고 나.. 난... 할 말을 잃었음.
그 전에도 장난식으로 위협한 적은 있어도 이건.. 레벨이 틀렸음.
눈에 불을 뿜으며 한 순간에 달려드는 훈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애썼지만
눈물겨운 남매 레슬링에서 이미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버린 나는 그만..
손에 힘이 풀어지고 말았음.
그 식칼은 지금 내 눈과 눈 사이를 가로지르는 영광의 초록상처를 남겼음.
피가 솔솔 흐르던 그 때. 10초의 정적이 흘렀음.
갑자기 눈물이 빵 터졌음. 사실 아주 살짝 기스만 났지만 난 엄청 서럽게 울었음.
그 때 엄마 아빠가 다 나오시면서 나를 보시던 표정이란...
아빠는 훈이를 조용히 다른 방으로 끌고 들어가시며
1시간 넘게 그 방에서 고요속의 외침이 터져나왔음.
훈이는 신세계를 보았을 거임.
그 후로 몇 달 동안 훈이는 나의 몸종이 되었음.
엄마아빠도 내 편이었음.
사실 훈이한테 씨앗만큼 미안한 사건들이 몇가지 더 있음.
뽑기 프로젝트, 양파냄새 공격 등등...
이 것이 점점 커지면서 누나를 열세에 몰아넣긴 했지만
톡커님들이 원한다면 에피소드로 올리도록 하겠음.
우리 훈이 어렸을 땐 그래도 지금은 맘잡고 철들었음.
고등학교 때 사진 살짝 올리고 감.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