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서른을 바라보는 여자 입니다.
올해 초까지 34살의 애인을 만났습니다.
지금은 생각하기 싫은 사람이지만
좋았을때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장점도 많은 사람이지만
연애를 할수록 점점 그 사람의 단점이 크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3~4차, 새벽까지 되는 술자리
거기에 잦은 횟수
데이트 횟수는 줄어들고, 술자리 끝나고 새벽에 불러내는 게 얼굴 보는 거였고
빚이 있음에도 분별없이 하는 소비들,
적은 나이 아닌데 3학기 째 미루는 졸업(대학원),
취직보다는 허황된 꿈을 바라보는 가치관.
거짓말들
저는 지쳐갔습니다.
외로웠고,,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오빠가 잔소리로만 느껴
저 혼자 놀기에 적응해갔습니다.
혼자 보고 싶은 영화를 봤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혼자 여행을 갔습니다.
제가 혼자 뭐한다고 할 때마다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다툼도 많았습니다.
3월 초에 다툰 후 오빠가 떨어져 있자고 문자가 왔습니다.
( 나... 참바보같은 놈이다...사랑하는 사람항상아프게만하고..미안해... 우리쫌만..잠시만쉬었다가자...나도넘힘들어... )
저는 '헤어지자는 말과 똑같다, 이 시간이 우리 사이를 더 안 좋게 만들 것 같다'고 했고
오빠는 '한달간 떨어져 있으면 우리 사이가 더 애틋해질 것이다' 고 했습니다.
3일도 안 지나 오빠에게서 술에 취해 연락이 왔습니다.
보고싶고, 자기 감기 걸려서 많이 아프다고.. 내가 준 약 먹었다고..
저는 아프다는 말에 이것 저것 사서 바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오빠는 자고 있었고 폰에 오빠가 확인하지 않은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저는 이날 처음으로 오빠 문자를 보게 됐습니다.
확인하지 않은 문자는 카드 결제 알림이었습니다.
그 페이지에서 '오빠' 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고 그 문자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오빠폰이 문자 하나를 클릭하니 그 사람과 주고 받은 문자가 같이 나오더군요.
심장이 뛰고 어지러워 일단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폰카메라에 문자를 남겼습니다.
그 여자와의 문자내용입니다.
오빠 기분안좋지 미안해 -> 아니야 자기때문에 넘즐거웠어-> 오빠 기분 안 좋은 것 같아서.. 아니라면 다행이궁-> 백숙먹으러 가야지 -> 응ㅋ 가야지 ㅋㅋ 오빠기분안조아도기분풀구행
'자기' 라는 말, 자기랑 즐거웠던 일, 끝내도 되는 문자에 굳이 백숙먹으러 가자는 말..
며칠 후 오빠에게 폰을 봤다고..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룸이 아닌 고급 술집인데 같이 간 선배가 워낙 VIP(많이 팔아주는 사람) 라 서빙하는 여자들이 오빠무리 옆에 앉았고, 명함을 주고 받았다고 했습니다.
자긴 떳떳하고 그 술집이 어딘지 알려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거 아니라고 그 문화를 모르니 '너도 호빠 가보라고 오빠가 보내준다'고도 했습니다.
그 전과 후로 문자를 본 적이 없기에 그 문자가 처음인지
그 전에도 그런 문자를 주고 받았는 지 알길이 없었습니다.
찝찝했지만 확인할 길이 없어 넘어갔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우리는 또 다퉜습니다.
그 사람이 한달간 시간을 가지자는 말을 또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 연락이 왔고 만났습니다.
오빠는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면 좋겠다' 고 했고
저는 장염으로 머리가 아프니 지금은 아무 생각도 못하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3주후 저는 오빠와 다시 만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연속 3일을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7~8시간 연락 두절이 됐습니다.
저는 오빠가 술집에서 서빙하는 여자랑 주고받은 문자를 본 후 '또 오빠가 그런 곳에 있지 않을까' 의심했습니다. 충분히 전화줄 수 있었을 텐데 항상 새벽2~3시돼서 집에 들어갈 때 '상황이 좀 그래서 전화를 못받았다. 미안하다..' 며 연락이 왔습니다.
또 다퉜고 5월초에 오빠가 헤어지자고 문자가 왔습니다.
지금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은 추억을 갖는다면서..
짧은 기간 내에 떨어져 있자는 말을 두번이나 들었고
저는 지쳐있었습니다.
'사이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헤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생각에서
'우리도 헤어질 수 있다' 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매번 문자로 시간을 갖자 헤어지자고 하는 오빠에게 실망도 했고
시간을 갖자. 헤어지자는 말..반복해 들으니 저도 헤어져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제 결심대로 되지 않았고
5월말에 제가 '보고싶다'는 문자를 보내 다시 만났습니다.
며칠 안 지나 역시나 오빠의 술자리에서 연락두절로 인해 다퉜습니다.
이 때 처음으로 오빠에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알콜중독' 같다고
내가 오빠였으면 안 먹는 척이라고 했을꺼라고..
그 전화를 끊고 오빠한테서 온 문자입니다.
(도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니.. 숨이 막힌다... 내가 그정도밖에 안되는 거니?)
며칠 후 정리하기 위해 만나자고 했지만 연락이 없어.. 저도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끝났어야 했습니다.
좋은 추억을 갖기 위해 이 쯤에서 헤어지자고 했던 사람이
도대체 뭘 바라고 이러는 걸까요..
이별 후, 잊을만하면 오는 그 사람의 연락으로 인해
마음을 다잡고 잘 살아가다가도 한 순간 무너졌습니다.
6/29
새벽 3시
XX야...
-> 왜...
->답없음
7/3
새벽 4시
XX야..
-> 저는 자고 있었습니다.
7/11
새벽5시
나또술마니마셨어...XX이 말 안듣고...돌이킬수없는데...니가넘보고싶어...미쳤나봐...
미안.... 다시는.이런 문자 안 보낼께....잘지내....
7/12
내일 저녁 시간 비어요 연락주세요
->미안.. 아직은 XX이 만날 준비가 안 됐어.. 웃으며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잘지내.. 안녕...
->오빠 뭐하는 거에요 술 취해서 그러는거면 제 번호 좀 지워주세요
->술마시지 않았는데... 이제 완전 지울께...미안해... 안녕...
8/18
새벽2시30분
자니?
->아니요
->미안...힘든데... 니가넘보고시퍼...
->전화 왔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넘보고시퍼...
->난 만나자고 했지만 오빠가 매번 거절했어요 정말 보고싶으면 낼 연락주세요
->낼보자
->넘보고시퍼...짐갈께
->지금은 오지마세요 낼 연락주세요
->그래
그 다음 날 아무연락이 없었고 역시나 그렇지..했습니다.
술김에 연락했겠거니.. 생각했고 이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8/23
밤 10시30분
수업중이니?
-> 문자 확인을 못했고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습니다.
오빠가 우리집 앞으로 왔고 저는 친구와 약속으로 집에 없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5분 후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 미안해...괜한맘에또연락했네...늘건강해...
목소리가 밝아서 맘이 편하네... 나혼자김치국마셨나봐..ㅎㅎ늘건강하고 이쁜웃음간직하길바래~~^^귀찮게해서 미안해... 마지막이야... 고마웠어...^^
저를 헷갈리게 했습니다.
도대체 뭔가? 새벽에는 보고싶다고 하고 정작 만나자고 하면 안 만난다고 해서
술김에 그러는 거니.. 했는데
나랑 다시 잘 되기를 바랬다는 건가..
새벽도 아니었고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집 앞까지 찾아왔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진심일꺼라 생각했습니다.
한잠도 못잤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습니다.
어제 답 없이 저 혼자 보낸 문자들입니다.
8/24
오늘 저녁에 봐요
전화했지만 안 받음
보는거에요 안보는거에요
전화했지만 안 받음
도대체 뭐하자는 건데
화가 났고.. 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사이가 아직 끝나지 않은건가..
이든 저든 만나서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8/25
6시 다빈치 X점에서 봐요 안오면 내가 찾아갈께요
->나중에... 나중에봐... 연구실 보름전부터 쉬고... 엊그제설올라왔어.. 오기전에 얼굴한번 보고 싶어서 전화한거고... 걍미친개가짖은걸루 생각해줘... 미안해
-> 문자보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는 안받고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 연락... 부담돼... 걱정도되고... 나중에...기회되믄 통화하자...미안
전화 10번 넘게 계속 돌렸습니다.
자꾸 찔러본 건 그사람인데 제가 스토커가 된 기분이였습니다.
전화기 껐다 얼마후에 다시 켜서 통화중이더군요
-> 니가 원한게 이런거지? 잘살아
이게 오늘 저녁 제가 보낸 마지막 문자입니다.
오빠가 연락오고 집앞에 찾아오는 것..
제 마음의 부담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찔러보더니 '연락 부담돼.. ' 이게 무슨 말일까요?
잊을만 하면 연락오고 정작 만나서 이야기 할려고 하면 안 만난다고 하고..
시간을 갖자는말도 헤어지자는 말도 문자만 보내던 사람입니다.
만나서 속 시원히 오빠가 정말 원하는 걸 말해보라고
헤어지고 싶어했고 수차례 헤어지자고 한 건 오빠면서
왜 나한테 이러냐고..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고 말하고 싶었고
그에 대한 답도 듣고 싶었습니다.
집에 그냥 들어오면 안 될 것 같아 친구를 만나고 왔는데
친구랑 헤어지자마자 다시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이렇게 글로 정리하고 나니 거짓말, 바람, 어장관리가 눈에 훤히 보이는데
이제껏 긴가 민가해던 제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아닌 사람인 거 알면서 컨트롤 못하는 내가 빙신같아서 화도 납니다.
연애가 경력 사항도 아니고,, 그 시간들이 죽은 시간이 되는 것이 안타깝고 아깝네요..
어른들의 결혼 재촉에 마음은 급한데.. 과연 누군가를 또 만나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두렵습니다
무슨말이든 듣고 싶어요
위로도 받고싶고.. 보석같은 충고도 듣고 싶습니다.
좋지 않은 말들은 좀 돌려서 말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