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자주보는 편은 아니지만 들어올 때마다 헤드라인에는 꼭 성희롱 관련된 글이 2~3개, 많으면 반을 채우는 것 같네요. 볼 때마다 남녀 구조로 싸우는 댓글이 많은데.. 계속 보다보니까 이 싸움이 언제 끝날까, 끝나기는 할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대부분 싸움이 나는 건 성폭행보다는 성희롱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피해자 혼자 착각한 거 아니냐, 피해자 잘못도 있다, 이제 이런 글 지겹다 등등. 그런데 인터넷 같은 곳에 호소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 명의 소시민이 대중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과 억울했던 마음,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쓴 글들이겠죠.
그리고 그 뒤에 오는 후폭풍, 댓글들이 몰아쳐서 서로 싸우고 싸우고 질타하고, 그러다보니 남녀가 서로를 오히려 더 경계하고 서로를 미워하는 안 좋은 감정들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분들은 늘어만 가겠죠. 언제까지 남자와 여자는 싸워야할까요? 소수의 (싸이코) 성범죄자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말과 행동과 눈빛으로 불쾌하게 하는 저질들로 인해서요!
솔직히 성희롱 관련 판이 올라오면 대부분이 '그러게 싸게보이지 않게, 야하지 않게 입고 다녀야지'라고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하고, 그에 대항하여 '성범죄자는 노출과 관련없이 여자이기만 하면 무조건 범죄를 저지른다'는 말을 합니다. 또한 노출도 개성이고 자기표현의 일부인데 어째서 옷차림에 대해 왈가왈부하냐, 예쁜 옷, 시원한 옷 입고 싶은데 왜 압박하냐는 의견을 내비추죠.
여기서 진전되지 않고 대체 몇달째 몇년째 똑같은 이야기로 서로의 생각만 주장하는걸까요. 진부한 표현이지만 닭이먼저냐 알이 먼저냐랑 다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여자가 옷을 야하게 입으면 싼 여자고, 거기에 명품백 들면 된장녀, 화장 떡칠하면 골빈데다가 남자 밝히는 년일까요? 청순한 외모에 수수하게 잘 입으면 전형적이고 일반적이고 괜찮은 여자인가요??? 그리고 몸이 뚱뚱하거나 꾸밀 줄 모르면 여자같지도 않은 년일까요?
남자 또한, 키가 작으면 루저이고 딱 붙는 스키니에 뾰족한 빽구두 신고 눈화장하면 게이이거나 눈살 찌푸리게 되는 사람이고, 군대 문제로 찡찡거리면 찌질이고 돈 없으면 궁상맞고 능력없는 남자일까요!
다 정답은 아닐진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정답인 양! '사람 유형' 같은 틀 속에 우리를 가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틀에 맞춰서 행동하지 않으면 낙오자나 정신이상자, 튀려고하는 사람 등으로 낙인이 찍힙니다. 그래놓고 2010년은 개성이 넘치고 창의가 넘치는 시대라고 하지요. 이래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자기 스스로의 정체성을 잊고 남들에게 맞추기 급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겉모습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거다라는 말을 하면 할 수록 사람들은 더욱 더 자신의 모습이나 행동에 신경을 쓰게 될 것입니다. 그게 도덕적이고 긍정적인 변화일까요? 겉모습에 대한 이유나 속마음도 전혀 모른 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게 우선일까요? 그래서 달라지면 또 무엇을 비판할 건가요? 언제까지 일반적인 것에 자신과 타인을 맞추려고 하나요?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릅니다. 그래서 성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나 설문조사, 생각, 대화의 주제들이 많이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해 평가와 비판만 하면 달라지는 것은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오히려 더 줄어들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이 글의 요지는 성희롱이 아니라 남녀의 대립구조이지만 성희롱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하고 싶습니다. 한국 남성들은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떻게든 성희롱범으로 몰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하철, 버스, 카페, 음식점, 길거리, 집 앞 슈퍼에서까지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성범죄자와 일부 몰지각한 변태들임이 분명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 저질들이 만들어낸 공포 때문에 여자들은 계속해서 남자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서로 가까워지기 두려워하고, 낯선 남자는 그저 공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혹시 저 남자가 내 다리를 보고 있나 내 가슴을 보고있나, 나를 상대로 이상한 상상을 하고있나 등.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원인을 없애는 것,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남성들이 모두 그런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응원하고 힘내라고 해주는 남자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두려운 여자도, 두려운 남자도 함께 마음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듣기 좋은 말을 하는 말에만 동의하지 말고, 오해할 소지가 있는 말에 욕만 하지 말고 그 오해를 천천히 풀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길고 지루하고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금방 지우게 되지 않을까 두렵네요
저는 20대 초반의 여자였습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