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달도 넘은 얘기군요...그를 처음 만난 후로부터...
(얘기도 길고, 소설스럽게 써서 지겨우실 수도 있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났습니다.
나이는 좀 많았지만(저는 20대 후반, 그는 30대 초중반) 어차피 서로 결혼 전제 아니고,
감성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는 주선자의 꼬임에 넘어가 만나게됐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쪽이라고 해야하나? 그의 직업이나 날티;;나는 외모랑 다르게 굉장히 순박(?)하고, 진중한 사람이더군요. 말수도 적고, 숫기도 없어 1분 대화하고 2분 쉬는 그런 만남 이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저도 그 분이 맘에 들었지만, 그 또한 저한테 상당히 적극적으로 다가오셨죠. 이건 확실히 내 착각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만큼. 저에 대한 관심의 표현도 잘 하고 늘상 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주선자를 비롯한 내 친구들, 그의 친구들 모두 다 서로를 알게 되었음은 물론이구요. 아직 사귀기로 한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제 친구들 모임에까지 나와서 같이 놀고 술값도 내주고 했는데 같이 있던 친구들도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너를 마음에 두고 있는게 보이는구나 하며 축하해줬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진도가 너무 느린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도 있고, 하는 일도 워낙 강한 성격의 것들이어서 누군가를 쉽사리 만나고 사랑하는게 두려웠던 저는 오히려 그의 그런 진중한 태도가 마음에 들어서 조바심은 조금 났지만 천천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지나고...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너무 바빠서 잠도 못자가며 일하다 보니 연락하거나 만나는 횟수도 줄고...저만 애가 타더군요. 빨리 사귀자고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이상 나눌 이야기들이 줄어듦에 이런 식으로 만남이 타버리고 말겠구나...하는 마음에요.
저보다 주선자와 그의 주변 친구들이 더 답답해 했습니다. 주선자가 조심스레 나서서 물어봤답니다. ○○ 이한테 왜 사귀자고 적극적으로 나가지 않냐고...그랬더니 그가 그러더랍니다. 너무 조심스럽고 두렵다고, 누군가와 시작하는게...자기는 나이도 많고 하는 일도 너무 바쁜데 그러다가 그녀를 구속하게 될 것같다고. 주선자가 ○○이는 그런거 이해 못할 포용력 없는 여자 아니다...○○는 지쳐간다...라고 까지 말했답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누가 부추긴다고 하고, 말린다고 안 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아니잖습니까?
결국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 제가 교통정리를 하기로 하고 만났습니다.
그도 어느 정도 예견을 하고 나왔죠.
술을 한 두 잔 기울이다보니 이 사람 저보다 먼저 맛이 가버린것입니다-_-
원래 술고래라 그렇게 될 줄 모르고 술 좀 먹여서 진심을 봐야겠다 했는데, 완전 낚여가지고
술 뒤치닥꺼리나 하고...흑
하지만 좋았습니다. 제 손 가져가 뽀뽀하는 시늉도 하고...저는 자연스레 스킨쉽도 하고...그렇게 손도 잡고 저희 집앞까지 왔네요...그러고 보내려다가 보니...
아 이렇게 보내면 또 며칠 나 혼자 속 끓이겠구나 싶어서 술 취한 그를 붙잡고 얘기했습니다.
오빠가 무얼 두려워하는지, 걱정하는지 대강은 알고 또 이해한다. 나 또한 그렇지만 왜 닥치지도 않은 일들을 걱정하느냐? 여태 내 손 잡고 온 것 술김에 그런 것이라면 나는 너무 싫다고...그도 속내를 털어놓더라구요. 절대 술김에 내 손 잡은 것 아니라고...네가 그런 얘기 꺼낸다고 해서 도망가고 싶지도 않고...그저 대놓고 사귀자고 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너무 많다고...그러다가 키스까지 하게 됐네요. 너무 좋았죠...ㅜ_ㅜ
다음날...그에게서 전화가 오고, 전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통화하는데,
허걱-_- 기억을 못하는 것입니다. 얘기한 것은 기억하는데 무슨 얘길 했는지, 자기가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키스한 것은 기억하더이다.화가 나더군요. 나는 내 행동 하나하나에 힘주어 조심스럽게 나아갔는데...술도 어느 정도 깼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취한 그를 배려해서 많은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그래서 그 날 저녁 다시 보자해서 만났습니다.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전 날 제가 얘기했던 것들 리바이벌 쇼;;
난는 오빠로 인해 마음 흔들렸다. 오빠가의 태도들 이해하지만, 설득할 마음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 잘 안다. 오빠 앞의 문제들이 나보다 더 크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나를 이끌어준다면 따라가고 싶다...
그러나 그는 내 얘기에 귀기울여 끄덕거리면서도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더라구요...자기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면서...그냥 서로 호감있고...그러니 자기 이기적인 생각인거 알지만 좋은 관계로 지내면서 좀 더 두고 보면 안되겠냐고...
거기서 그냥 말 막고 일어나자 했습니다. 나는 그런 관계 자신 없다고...왜인지는 당신이 더 잘 알것이라며...
제 마음이 더 말라가는 걸 참을 수 없을 것 같더라구요.
문제는 될 수 있지만 이유는 될 수 없는 그의 변명들...너무나 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입장에서라면 그럴 수 있겠구나...이해도 되고...
그렇게 헤어진 날 새벽에 잠 못 이루다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내가 붙잡았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보고싶을 것 같다고...뭘 기대하고 보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답장 또한 없습니다 ^^;
끝까지 잡고 싶었던 그를 그렇게 보내고, 잠을 뒤척이고, 담배를 피우고, 스트레스 받고...
병까지 났네요. 상사병인지 원;
아직도 끊어버리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착한 남자 컴플렉스에 걸려 끝까지 좋은 모습만 보려주려던 그 왕소심남의 마지막 눈빛과 얼굴, 키스할 때 내 머리카락을 넘기던 그의 손, 미니홈피 일촌, 메신져...그 외에도 그와 연결된 많은 사람들...
노력한다면 어떤 가능성이라도 가져볼 수 있겠지요. 아직은 자신은 없지만...억지로 관계를 만들게 되면 내가 끌려다닐 것은 안봐도 비디오니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자꾸 생각이 나고...보고싶고...
이대로 마음 접고 제 일에 전념하는게 좋을까요?
제 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려보는게 좋을까요?
나이 많고 자기애가 강한 너무 바쁜 남자...가진건 똥고집뿐이라 절대 눈길 돌리지 않는다는 것 진짜인가요? 아직도 집 앞에 와서 전화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있는 저 입니다.
어떻게 제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막막합니다...
위로와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