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불가능한 소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written by. 김성욱
[7천만 민족을 살릴 자유통일을 도식화하면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북한동포를 품는 것이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앞두고 나오는 중국대안론(論)은 자유통일이 아닌 영구분단이나 적화통일로 갈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중국대안론의 변태적 형태도 경계할 일이다. 소위 중국식 개혁·개방론이 그것이다. 북한과 자유통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중국식 개혁·개방을 거칠지 모른다. 그러나 김정일 이후 북한의 좌표를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삼는 것은 난센스이다. 목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는 보편적 체제가 돼야 한다. 굳이 말하자면 ‘중국식 개혁·개방’이 아닌 ‘한국식 개혁·개방’이 해답이다.]중국식 개혁·개방의 결정적 문제는 북한의 민주화(民主化)가 가능한가이다. 논자(論者)들은 중국식 개혁·개방의 본질이 북한의 민주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화되지 못한 중국식 모델을 따르는 북한의 민주화 가정 자체가 억지에 가깝다.
중국식 개혁·개방은 복수정당제(複數政黨制)를 부정하는 일당독재(一黨獨裁)이다. 만일 일당독재가 아닌 복수정당제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중국식 개혁·개방’이 아니라 ‘통상의 개혁·개방’이다. 韓國式 개혁·개방, 美國式 개혁·개방, 西洋式 개혁·개방, 自由民主的 개혁·개방, 資本主義的 개혁·개방이다. 굳이 ‘중국식 개혁·개방’이라 부르는 것은 중국 같은 일당독재가 유지되는 그러나 소위 당내(黨內)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시스템을 상정한 것이다.
흔히 중국식 개혁·개방은 이승만·박정희나 등소평처럼 국민의 편에 선 강력한 카리스마가 끌고 가는 일종의 ‘철인(哲人)정치’를 상정한다. 정치적 반대를 일정기간 억누르고 개발독재를 하면서 북한을 재건해간다는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여기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존재와 북한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모순(矛盾)을 간과한 것이다. 남한은 너무 잘나고 북한은 너무나 못나서 사실(事實), 진실(眞實), 진리(眞理)가 북한에 흘러가면 견디질 못한다. 북한에 이승만+박정희+등소평 같은 영웅이 나와도 중국식 개혁·개방은 성공이 어렵다. (*아마 그런 인물이 실제로 나오면 한국식 개혁·개방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등소평이 북한에 나온다 해도...>
중국식 개혁·개방은 불가능하다. 남한은 잘살고 북한은 못산다. 남한은 자유롭고 북한은 부자유스럽다. 이런 비대칭 구조가 유지된 유일한 이유는 정보의 흐름을 막는 ‘폐쇄(閉鎖)’였다. 문을 닫고 사실(事實), 진실(眞實), 진리(眞理)가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북한은 ‘폐쇄(閉鎖)’를 통해 거짓, 조작(操作), 위선(僞善)에 기초한 체제를 만들고 살인(殺人), 폭력(暴力), 공포(恐怖)의 도구를 써왔다.
북한의 ‘폐쇄’가 중국식이건 한국식이건 ‘개방’되면 정보가 흘러간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뻔하지 않은가? 북한을 지탱해 온 거짓, 조작, 위선도 무너져 내린다.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주체사상·선군정치의 기만성, 공산주의·사회주의의 허구성이 뿌리부터 흔들린다. 남한이 더 잘 살고, 더 자유롭다는 사실도 숨기기 어렵다.
당장 한국처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자는 세력이 나올 것이다. 필자 같은 사람도 북한에 달려가 그렇게 하자고 떠들 것이다. 정치범수용소, 탈북자 강제송환, 강제낙태·영아살해·자궁검사와 같은 패륜적 악행, 노예 보다 못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짐승 취급받던 북한인들은 최소한 중국인 정도라도 대해달라며 울부짖을 것이다.
남한의 투기꾼, 사기꾼의 북한유입은 막는다 치자. 하지만 선교의 열정에 불타는 1200만 남한의 기독교인은 막기 어렵다. 핍박받던 지하교인들과 함께 신앙의 자유를 외칠 것이다. 같은 말, 같은 역사,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은 끊임없이 북한체제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위협하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천안문 사태처럼 탱크로 밀어버릴 것인가?
이 모든 혼란의 이유는 북한은 너무 망했고 남한은 너무 흥한데 있다. 북한은 지옥, 남한은 천국. 중국식 개혁·개방은 이 진실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뿐이다. 이승만 + 박정희 + 등소평을 합친 위대한 리더십이 북한에 나와도 북한의 新권력층 선택은 두 가지 뿐이다. 중국의 힘을 빌려 예전의 폭압(暴壓)시스템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무너지든지.
중국식 개혁·개방은 그래서 대한민국과 같이 잘난 형을 두지 않은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중국식 개혁·개방론을 언급할 실익이 없다>
중국식 개혁·개방론을 언급할 실익이 없다. 어차피 가능하지 않다. 친중(親中)정권이 수립돼 예전의 폭압(暴壓)시스템이 복원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결국 정권붕괴로 이어진다. 김정일이 사라져도 달라질 건 없다. 쿠바보다, 미얀마보다 지독한 독재가 유지되거나 소련처럼, 동독처럼 한번은 망해야 한다.
중국식 개혁·개방은 ‘밑으로부터의 의식개혁’을 초래하는 조선로동당의 ‘정치적 자살’이다. 실제 북한의 엘리트들은 시장화 조치를 취했다가도 정보(情報)유입으로 인한 체제붕괴의 두려움 탓에 ‘공포’·‘테러’·‘쇄국’이라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배제하고서라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역사적 정통성(김일성의 항일신화)과 이념적 정체성(공산주의·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계승할 수밖에 없는 新권력층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후 몇 년은 20% 미만의 공장가동률이 조금은 정상화되고, 경제생활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주민의 각성(覺醒)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개혁·개방을 중단할 것인지 계속할 것인지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김정일 이후 소위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할 북한의 新권력층의 고뇌는 사실상 해법이 없다. 개혁·개방을 안 하면 경제적으로 무너지고, 개혁·개방을 해도 정치적 불안정으로 붕괴되는 ‘이길 수 없는 상황(no-win situation)’에 처한다. 이것은 필자만의 분석이 아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면 해외생활 특히 남한생활에 대한 정보에서 북한 주민을 격리시키는 방법이 없어지며, 북한 주민이 남한의 번영을 보게 되면 ‘같은 文化’·‘같은 民族’으로서 극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때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정권을 나라를 다스릴 정통성 있는 정부로 보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중국식 개혁·개방은 북한식 통제시스템과 양립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2000년을 전후해 외부세계에 대한 소식을 많이 배우기 시작했으며, 향후 남한의 번영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남한과의 통일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체제가 언제 무너지기 시작할지 알 수 없지만, 북한에서 개혁·개방이 진행되면 김정일 정권은 필연코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식 개혁·개방이라는 새로운 실험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대한민국의 존재 때문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이것은 북한의 미래에 정확히 맞는 말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성공한 조건은 이렇다>
흔히 중국의 개혁·개방을 쉽게 생각하여 어떤 폐쇄적(閉鎖的)인 국가든 중국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오해다.
70년대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 공산당 혹은 準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는 50~60개 정도 됐지만 그 중에서 공산당 주도의 개혁·개방에 성공한 나라는 중국과 베트남 2개국밖에 없다. 모두 개혁·개방을 추진하다가 붕괴(崩壞)되거나 개혁·개방을 거부하다가 붕괴(崩壞)된 경우 또는 개혁·개방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별 성과(成果)가 없는 경우뿐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성공한 조건은 이렇다.
첫째, 공산주의(共産主義)와 국제공산주의(共産主義)의 권위가 남아있는 조건.
둘째, 공산당(共産黨)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공산당의 결정을 따르는 분위기 즉 공산당의 권위(權威)를 인정하는 조건.
셋째, 개혁개방 지도자들의 도덕적 우위. 등소평, 호요방, 조자양 등 개혁개방을 주도했던 지도자들은 중국 현대정치사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문화대혁명에 아무런 책임(責任)이 없을 뿐 아니라 문화대혁명에서 핍박(逼迫)받았던 사람들이었다. 이런 강력한 도덕적 우위는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었던 큰 동력이 되었다.
넷째, 당시 중국에 유리했던 국제적 조건. 소련 고립을 목적으로 중국을 서방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일 때였고 대다수 서방국가들은 미국의 이런 정책에 동조했다.
<로동당 대체할 新권력층 나와도 달라질 건 없다>
베트남의 경우도 대체로 비슷했다. 오랜 기간 전쟁을 이끌고 승리함으로써 생긴 높은 권위와 권력을 바탕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했다. 북한은 현재 이와 전혀 다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존재하는 한 新권력층이 나와도 달라질 건 없다. 결정적 문제는 남한은 천국, 북한은 지옥이 됐다는 데 있다.
항일빨치산투쟁 등 김일성·김정일 신격화, 사회주의·공산주의와 인민민주주의, 주체사상, 선군정치, 정치범수용소, 탈북자 강제송환, 강제낙태·영아살해·자궁검사 등 자국민을 상대로 한 온갖 악행, 노예 보다 못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한다면 어느 부분까지 버릴 수 있는가? 현재로선 지켜야 할 가치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이미 실패했거나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 작정이라면 그것은 중국식 개혁·개방이 아니라 한국식 개혁·개방이다.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불가피(不可避)하게 인정했던 논리>
중국식 개혁·개방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불가피(不可避)하게 인정했던 논리이다. 북한인민이 김정일 밑에 사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김정일은 사라진다.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이 모순된 상황을 연장시키느냐 아니면 자유통일로 한민족 전체가 살아남느냐.
어느 공동체든 공개된 표현을 통해 집단의 생각을 통합한다. 북한정권은 김정일 이후 중국식 개혁·개방을 거친 뒤 무너지고 자유민주주의로 남북이 통합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의 목표가 중국식 개혁·개방이라고 말한다면 자유통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자유통일의 단호한 선언이 있어야 중국식 개혁·개방도 자유통일로 이끌고 갈 수 있다. “중국 때문에” 또는 “중국의 반대로” 중국식 개혁·개방을 한다는 논리도 옳지 않다. 세계최강의 동맹을 둔 한국이 중국의 반대를 극복할 수 없다는 건 과학이 아니다(이 부분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식 개혁·개방은 조선로동당 간부 출신 탈북자들의 허망한 기대일 뿐이다. 친중(親中)정권 수립 또는 체제의 붕괴로 이어진다. 친중정권 수립이 한국의 선택이 될 수 없다면 어차피 무너질 체제, 빨리 무너뜨리는 것이 경제적(經濟的)이고 인도적(人道的)이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더 이상 가능성 희박한 북한체제 장기존속론에 기대하지 말고 북한체제 전환론(Regime Change)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