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진주사는 24살 남자이구. 지금은
작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전 제 첫 연인이었던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직접 만나서 뺨을
맞았습니다. 12개월치의 믿음에 대한 배신이랄까. 참 아프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캠퍼스의 가을바람은 참으로 차더군요.
그녀가 찬게 아닙니다.
제가 지쳐서 떠나갔을뿐
아니... 제가 좀 비겁했군요.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집안을 일으키고, 돈을 벌어야하는 꿈이 있습니다.
저는 원래 시인이 되는게 꿈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책에 빠져사는 나날이었죠.
하지만 전 항상 불행했습니다.
어릴적에는 밥을 먹을 쌀이 없었고 항상 그 놈의 돈 떄문에 10대가 너무 불행했습니다.
친척집에서 옷을 항상 빌려입었고 꿰메입었고 심지어는 국초딩시절땐 흔한 장난감도 없어서 애들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위해 쳐맞고 심부름하면서 그렇게 만져봤습니다. 늘 무언가에 꿀리는 인생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못먹어 키도 안크고 생활이 비루하니 일진들에게 늘 쳐맞기 일쑤였습니다. 개거지새끼라고.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집안이 파탄이 나고 저와 저희 가족은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자수성가했습니다. 어떻게 햇냐고요?
남들 다 가는 나이트? 안갔습니다.
심지어는 술담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오락두요. 당연히 연애도 못해보았지요.
클럽도 안갔습니다. 솔직히, 제 인생에서 희노애락은 거의 탈색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막장에 막장을 거듭했던 인생고를 겪어봤기에 저는 아직도 강박증처럼 내가 이렇게 방탕
하게 살아도 될까 의심할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참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제 자신을 비웃고 사회를 비웃고 삼류 인생을 거듭하던
이 빌어먹을 인생 끝까지 가서 반드시 꿈을 이루어서 부자가 되어서 누구도 깔보지 못하게
누구도 우리 가족과 나를 탓하지 못하게 하기위해서 부던히도 노력했습니다.
그 꿈을 위해 저는 제 전공을 버렸고, 청춘을 버렸고 그리고 이렇게 사랑을 버리네요.
그녀는 22살.
대학에서 참 인기가 많은 여자였습니다. 남자들에게 항상 둘러싸여있는. 그런 여자였습니
다.
그런 그녀가 제게 온 것은 순전히 제 악바리 근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녀에게 더 미안합니다.
그녀와 사귀면서 들어간 돈, 항상 솔로였던 저와 항상 애인이 있었던 그녀와의 갈등들.
그것을 거듭한 끝에 저는 더이상 이대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애에 소모되는 돈은 한달에 약 100만원 정도. 좀 지나치게 많죠?
제 연봉이 8000내외이지만 저는 한달에 채 20만원도 안씁니다. 나머지는 전부 통장에 넣습니다. 헬스장 비용외에는 외부적으로 거의 들지가 않거든요. 차도 없고 트라이애슬론을 하기 때문에 자전거와 맨 다리로 뛰어다녀서 돈도 안듭니다. 평소에 나가지도 않구요. 그래서 그녀를 포함해서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절 200만원도 못받는 봉급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튼 100만원이나 들어가고 자꾸 무언가를 더 사달라고 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건지 아니면 개념이 없는건지 자꾸만 졸라대는 그녀의 부탁에 앞으로는 점점 더 심해지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녀와 새벽내내 싸우면 제가 속한 직종의 특성상 이른 아침, 그리고 이른 저녁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연애하는내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소모적인 갈등과 소비되는 돈은 제가 유연하게 꿈을 향해 넘어갈 수 있는 한계점을 넘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사랑은... 솔직히 사치스러운 감정입니다.
사람이 진짜 힘들때, 아무도 안도와줍니다. 친척들도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겨준 사업장을 맨몸으로 이끌때 바닥을 쳤을때도 정말 도와달라 손내밀때 누구하나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혼자서 갖은 연구와 노력끝에 사업을 일으킨 저는 이제 안정권을 찾았는데 무엇보다 타인의 손에 제가 일구어놓은 행복들이, 제 원래의 재능과 꿈과 희망을 모조리 버리고 간신히 일구어놓은 저의 터전이 더럽혀지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그녀와 사귀면서 성격차이, 그리고 취향차이로 너무나 많이 싸웠고 그 와중에서 참 점점 일이 흐트러지고 위기 상황에 까지 이르렀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이렇게 보였습니다. 팜므파탈.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파멸로 이끄는 그런 존재인 것만 같아. 저는 더이상 그녀를 품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한 달 동안 고민 끝에 그녀를 떨쳐내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 빚좋은 물주이고 돈만 많은 등신같은 놈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전 일주일 전에 그녀에게 이별통보를 했습니다. 만나서.
너 감당 못하겠다. 헤어지자.
싸대기를 때리더군요. 그리고 매달리더군요. 미안하다. 앞으로는 귀찮게 하지 않겠다. 돈 절대 그렇게 많이 쓰게하지 않겠다. 매달리고 사정하는 그녀를 매몰차게 거절했습니다. 경상대 후문에서 그렇게 헤어지고 난 뒤에 몇 일이 지났습니다. 휴대폰 번호도 다 바꾸고 그녀와 알고 지내던 모든 채널들을 봉인, 패쇄하고 연락에 담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혹시나 그녀가 저에게 무슨 해꼬지라도 할까. 극히 두려움에 떨면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삼일째 되던날 아는 놈의 아는 놈. 제가 미처 봉쇄하지 못한 경로를 통해서 작은 분홍 편지집을 건네받았습니다. 그녀가 썼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이 두려워 그녀가 앙심을 품고 무슨 짓을 저지를까봐. 네, 저 한없이 약한놈입니다. 제가 쌓아왔던 것은 절대로 남에 손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신은 아버지와 행복을 가져갔고, 남들은 저에게 구타와 비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저는 절대 그 무엇도 빼앗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치졸하게 그녀를 의심하고 걱정하며 만일을 대비하여 변호사 사무실과 연락까지 취했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서성이던 밤. 그때까지 두려워 열지도 못했던 그녀가 주었던 수많은 편지들을 뜯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의심했던 제가 너무나도 미안해졌습니다. 그 안에는
그녀가 저를 만나면서 써왔던 편지들이 한가득 있었던 것입니다.
...
총 176통의 편지를 읽고,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남자가 많고 남들에게 선물만 받지 편지 한장 안쓰던 도도하던 그녀는 저를 만나면서 꾸준히 편지를 써왔었고 기쁘건 슬프건 그 펜을 놓지 않았었던 것입니다. 어떤 편지에는 스티커와 하트가 가득했고 어떤 편지에는 눈물자국이 방울방울 져있는.
스무명이 넘는 남자를 만나왔지만,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
그걸 읽고 견딜 수 없이 슬퍼져 저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과연...
제가 옳은 선택을 한걸까요. 아니면 틀린 선택을.
솔직히 지금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랑은 사치라고. 원하는 만큼 일하고 운동하고, 그 뒤에 양껏 밥을 먹고 양껏 보고 싶은 시집과 인문학 서적과 음악,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소박한 꿈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와 정 반대였고, 저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덮어둘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면. 그녀와 같은 행동을 하고 그녀가 저희집 사정을 안다면 그렇게 사치하던 그녀는 당연히 더 사치를 하겠죠.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저는 그런 것이라면 천생연분이고 천년지애라도 사양입니다. 하지만 정말 찢어지게 가슴이 아픕니다. 헤어졌다는 것이 드디어 실감이 나더군요. 이 모든 편지가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 과거의 '추억'에 불과하다는 것에 몸서리쳤고 허무함에 이가 갈렸습니다. 이 모든게 내 탓임에도.
어쩌면 전 이별을 아직 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지금에서야 이별을 하게 된 것입니다. 너무나도 뒤늦게 그녀의 사랑을 알아차리고. 그리고 이제서야 이별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것이겠지요.
그녀의 슬픈 사랑이 미안했고 이럴 수 밖에 없는 제 사정이 안타까웠고 너무나도 늦게 알아차린 그녀의 참사랑에 눈물 흘렸습니다.
...그녀가 준 편지를 모두 읽고나서 이것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결국 모두 불태웠습니다. 그녀가 사준 촛불에 불을 붙여 편지지를 하나씩. 불태웠습니다.
...미안하다고. 하지만 당신은 안된다고.
전 이렇게 제 꿈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도 버렸습니다. 앞으로, 무엇이든 버릴 수 있습니다. 전 고졸밖에 못했지만 고등학생인 동생은 유학을 보낼 것이고, 어머님은 평생 호강시키면서 살 겁니다. 그리고 빌어먹을 돈. 그 돈을 긁어모아서 절대로 다시, 제 후대들에게 이런 엿같은 비극을 경험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솔직히 많이 두렵고 힘듭니다. 이게 제 마지막 사랑일수도, 더이상의 큰 사랑을 받지 못할수도. 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이 생에서 제가 할 일은 가정, 가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 뿐이니까요.
사랑도 저버렸는데, 더이상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전 반드시...
성공할겁니다. 어차피 제 인생에 행복이란건 없었으니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는 제 꿈을 이룰겁니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