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사와 같은 마음을 잃는다면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 따위는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2010년 11월 09일 전화선
<반성합니다>
대학은 비판적인 지성의 장이라고 믿었던 그 순진함을 반성합니다.
대학 내에 고질적인 병인
연구비 횡령, 논문대필, 교수채용비리를 고발해
학자적 양심에 호소했던 그 무모함을 반성합니다.
지난 십년간 여덟명의 강사들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목을 매 죽었음에도
언젠가는 반드시 1억 연봉을 받는 교수가 될 거란 환상에 빠져
그들의 죽음을 외면했던 나의 철저한 이기심을 반성합니다.
여러분들을 가르치고 학점을 주고 있음에도 나는
시간강사는, 교원이 아닙니다.
이 부당한 현실에 맞장뜨지 못하고, 한 번도
교원지위를 회복시켜 달라고 부르짖지 못한 나를 반성합니다.
교수 연구실에 휴지까지 사다 바치며 온 갖 따까리를 하다 못해
억대도 아니고 단 돈 오천만원으로 교수자리를 사려했던
나의 우매함을 당신들 앞에 고개숙여 반성합니다.
취업준비학원이 되어버린 대학에서
비싼 등록금에 허덕이는 여러분들의 고통을 무시한 채
정의니, 진리니, 저항이니,
입으로만 떠들었던 나의 미숙한 선생질을 깊이 반성합니다.
나는 어줍잖게 실패하고 말았지만
여러분들은 이 세상에 속지 말고
이 세상에 기대하지 말고
바르게
꿋꿋하게
살아주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