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대로 하십시요,***
해마다
겪어야 하는 장마이건만
더 찌뿌둥하고,
더 불쾌하고,
더 지루한 까닭은
우리의 탁월한 건망증의
결과입니다.
지구가 머금은 물기로 하여
자력(自力)도 힘을 잃어
우주의 미아가 되는 것도 잠시,
장마중에도 날씨따라 호들갑을 떨어야하고
열가지 병에 다 먹으면 절대 안된다는 술을
먹고서도
우리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기도의 끝도 본인만의 애쓴 노력의 평화이듯,
추락의 끝도 본인만의 귀향입니다.
이 비 끝에 폭염 온다고
이상하다 할 사람은 없습니다.
이 지루함 끝에 이루어질 열매가 아닐지라도
이 불쾌함 끝의 카타르시스가 아닐지라도
불면의 밤이 끝이 나면
취중 넋두리는 헌실의 오물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성현의 말씀도 누가 듣느냐에 따라
진리일 수 있고
꼴값떠는 잔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네 마음대로 하십시요,
마음속에 은장도는 아무나 갖지 않습니다.
마음속에 연등은 아무나 켜지 않습니다.
신념을 위한 개똥철학이라면
네 마음대로 하십시오,
밑 없는 독에 평생을 물을 부어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독에 물이 차지는 않을지언정
독이 앉은 토지는 더욱 단단하겠지오,
한 발 앞서 돌아봐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면,
일년 앞서 생각해도 그 길밖에 길이 없다면
네 마음대로 하십시요,
단,
운명은 누구에게나 주어졌지만
운명은 아무나 개척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글/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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