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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꼭 있어야 하나요?

도널드 덕 |2007.11.02 16:01
조회 1,883 |추천 0

제법 쌀쌀하네요.  이제 11월이라 이거죠? 곧 내복에 의존할 시기가 오겠군요..

저랑 뚱땡이 신랑이랑 결혼한 지 2년 되어갑니다. 저 34살, 뚱땡이 35살에 결혼했지요.

저희 뚱땡이 먹는 걸로 좀 스트레스 주긴 하지만, 몸처럼 성격도 둥글 둥글해서 까칠한 마누라

성질 안 부리게 잘 합니다. 저희 둘만 두고 볼 때는 그런대로 평화롭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입니다.

 

근데, 이제 결혼 2년째가 되고, 또 제가 나이가 많다 보니

저희 엄마 , 저희 언니 애기 얼른 가지라고 한 소리씩 합니다.

저희 시어머님은 저보고는 별 말씀을 안하시는데 아들에게는 전화해서 소식없냐고 물어보시는가 봅니다...

어찌해야 좋을 지 요새 고민입니다.

자식을 꼭 낳아야 하는 건 지, 낳아서 또 어찌 키워야 할 지...

 

저희 친정 엄마는 제가 아기 낳으면 키워주시겠다고 벼르고 계십니다.

주변에서도 키워줄 엄마가 계신데 왜 고민하냐고 저보고 배부르다고 합니다.

근데도 애를 낳아서 기르기가 참 싫습니다.

 

며칠 전, 친구들이랑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친구가 저보고 이기적이라더군요.

제가 제 생각만한다는 거지요. 남편이나 시댁의 바램은 모른 척 한다는 거랍니다.

 

맞습니다. 뚱땡이 신랑은 제가 하도 아기를 싫어하니까 일단은 제 마음 가는대로 두고 보고 있는

입장이고, 저희 시어머님은 그냥 저희 부부가 나름 계획이 있어서 미루나 보다 이렇게 짐작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날, 제가 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부모님께 사랑받고 자랐다는데 대한  믿음이 있냐고요?

친구 왈, 물론이라네요.

아마도 거기서부터 제 문제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우리 부모님께 나는 과연 어떤 딸이었을까? 하는 것 말입니다.

저희 4형제 입니다. 2남 2녀. 다른 사람들은 환상의 조합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셋째입니다.

그러나 저희 엄마 제가 남자애였다면 더 이상 동생까지도 안 낳았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인지, 4형제 중 저만 어릴 적에 친척 집에 자주 보내시더군요.

몇 달 씩 엄마 얼굴도 못 보고 고모나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었지요.

다들 일하시느라  바쁘셔서 여섯 살 정도 (사실 몇 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되던 저는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다지요.

사실 저희 형제 중 저만 이상하리만큼 어릴 적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뿌옇습니다. 희미하다고나 할까요?

 

저희 엄마 저 아홉 살 때 부터 설겆이며 청소시키시더군요. 어쩌다 한 두번이 아니라

식구들 밥 먹고 나면 으레 제가 하는 거더군요. 중학교 때부턴 당연히 제 도시락 뿐만 아니라

연년생인 오빠와 남동생 도시락까지 새벽에 일어나 제가 했지요. 물론 반찬도 제가 만들었지요.

그냥 그런 줄 알았습니다. 대학 땐 처음 입학금 내어 주셨고 그 다음 부턴 제가 돈벌어서, 장학금

받아가며 그 와중에도 오빠 등록금에 동생꺼까지 벌어가며 다녔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돈을 벌었냐구요? 참 희한하게 저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얼마가 필요하다

싶으면 그 돈을 벌 기회가 (딱 그 금액 정도만) 생깁니다. 공장에서 아르바이트 새벽 두 세시까지 해 봤지요. 야근 수당 주잖아요?  어디 아르바이트를 가도 거기 사장들이 저보고 억척같다라고 했더랬지요.

IMF 직전에 저희 엄마가 횟집을 사셨지요. 식구들 중 저만 엄청 말렸습니다.

투자금 대부분이 남의 돈을 빌려서 한 것이었기에 제 눈엔 그건 무모해 보이더라구요.

결국 IMF 터져서 그대로 망했습니다. 친척들께 빌린 건 어떻게 읍소해서 미루어 본다지만

은행은 그렇지를 않잖습니까? 저 그 돈 갚는 데 제 이십대를 다 바쳤습니다...

저희 오빠는 뭐했냐고요? 연년생이다 보니 그 때까지도 학생이었지요. 남동생도 마찬가지고요.

 

저 서른 넘어가고 제 손에 겨우 오백만원 모았더이다.

오빠 직장생활 한 지 이년 만에 장가간다고 

저희 아버지, 엄마 모아놓은 돈 있으면 저보고 달라하시더군요.

저 그 때 제 부모님들의 밑바닥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돈 못드린다고 했더니 저보고 이기적이라고 하시더군요. 돈 요구하실 때마다 단 한 번도 거역한 적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 돈이 제 마지막 남은 보루고 희망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시집가야 되지 않겠냐구요?...

저 그 날 밤 한 시 까지 처절하게 싸우고 울다, 작은 가방에 옷가지 몇 개 챙겨 엄마 아빠께 절하고

집 나왔습니다.

저희 언니( 시집가서 형편이 어려웠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저희 엄마에게 엄청나게 퍼 붓고

그제서야 저희 엄마 저에게 잘못했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시더군요.

 

시집갈 때도 저  저희 부모님께 숟가락하나 안 받고 시집왔지요. 장롱이랑 침대 사 준신다고

감사했는데 저희 신랑 될 사람보고 키워준 공은 있어야 안 되겠나며 돈 받으셨지요. 그 돈으로 장이랑 침대 사주신 거지요. 그래도 저는 형편 생각해서 잔칫날 손님 접대하시라고 또 돈드렸습니다.

제가 스무살 때부터 지금까지 저희 친정에 드린 돈이 한 8천 됩니다. 돈 필요할 때마다 저에게

연락하셨지요.

몇 달 전 제가 집을 사서 대출금 들어갈 돈이 많아진 이후로 이제야 그 전화에서 벗어났습니다.

 

제 친구말로는 이게 제 트라우마랍니다. 정신적인 외상으로 남은 거지요.

제가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컸다고 마음으로부터 느낀다면 이렇게 자식 낳는 걸 두려워 할까 싶습니다.

왜 이렇게 억울한 심정일까요? 자식을 낳으면 전적으로 사랑을 쏟을텐데 그게 화가 나는 겁니다.

나는 못 받았는데 내가 또 베풀어야 하나 싶어서...

제가 유치하고 생각이 어린가 싶기도 합니다. 아직도 부모님 사랑이 어쩌고 하면서 징징거리다니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모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없는 형편에 4명을 다 공부

시킬려다 보니 한 자식은 희생해야 했겠지요.. 나이가 드니까 그런 게 이해가 되네요.

 

저희 엄마 그래서 저보고 애 낳으라는 겁니다. 언니에게 그랬다네요.

제 자식이라도 키워줘야 당신의 미안한 마음을 푸는 거라고요...

어찌해야 할 지... 자식을 낳아서 키워보면 제 부모님을 더 이해하게 될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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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님은|2007.11.02 16:18
그동안 충분히 베풀었으니, 자식에게도 잘 하실거예요. 아이가 반드시 필요한건 아니고, 두 분 부부의 선택이겠지요. 근데 이왕 낳으실거라면 빨리 결정하는게 몸이 덜 힘들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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