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물 여섯 살 먹은 남정네입니다.
저에게는 유치원 때부터 친하게 지내 온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랑 그 친구 아버지랑 사업 관계로 친하게 지내시기 때문에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끼리 무척이나 친하게 지냈습니다. 방학 때 그 친구 가족이랑 같이 놀러도 다니고 그랬어요.
거기다가 집도 골목 몇 개 건너 사이로 가깝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입니다.
하여간 20년 동안 거의 X랄 친구 이상으로 친하게 지낸 사이입니다. 워낙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그 친구는 이성 친구라기 보다는 친한 사촌 정도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이성으로 느껴 본 적도 없었구요.
그러면서 동시에 서로의 첫키스 상대이기도 합니다. 사귀면서 키스를 했던게 아니고요, 한참 이성에 대해 관심이 드높아 지던 시기인 중학교 1학년 때 호기심에 키스를 해보게 됐었어요.
여하간 그랬던 그 친구가 다음주 토요일에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왔다가 저녁 먹고 집에 갈 때 제가 바래다 줬는데요. 집 앞 놀이터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헤어질 때쯤 됐는데 그 친구가 저를 뒤에서 꽉 껴안는 겁니다. 그러더니 “난 너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나 정말 너 좋아했었어. 사랑해” 이러는 겁니다. 진짜 그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더라고요.
멍한 상태로 집에 돌아왔는데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자꾸만 그 친구랑 지냈던 시간들이 떠오르고 키스를 했던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그러는 겁니다. 그 친구가 이제 결혼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자꾸만 눈물이 나요. 그냥 순간적인 감정일거라고 제 스스로를 추슬러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지를 않아요. 미치겠어요.
이제 결혼하면 그 친구 보기 힘들어지는 거잖아요. 아무리 어렸을 때 친구라도 서로 만나는거 신랑이 좋아하지 않을 거 잖아요. 앞으로 못 본다는 생각하니까 그 친구를 빼앗긴다는 느낌이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가 저를 참 많이 챙겨주고 언뜻 언뜻 나한테 좋아한다는 감정을 살짝 표현했던 것 같은데 그땐 그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너무 후회가 되네요. 그냥 눈 질끈 감고 잊어버려야 되는건지…앞뒤 생각 말고 한 번 저질러 봐야 하는 건지…죽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