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타운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스파키가 엎드려 있었다.
에디의 경보음에 잠이 깬 그가 가까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중이다.
사람의 노력인지 자연의 혜택인지 작은 숲이 보이길레 그곳에서 버닝타임을 보내며 나무그늘의 시원함을 즐겨보기 위해 바이크를 멈춘 그는 바닥에 눕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갑자기 느껴지는 나무그늘의 시원함이 오히려 춥게 느껴질 정도로 온 몸의 열기를 순식간에 식혀주고 있었다.
그는 잠이 들기 전에 잊지 않고 에디를 불렀다.
"에디."
"예스, 마스터."
"탐색모드. 최소한의 범위 적용."
"실행중."
그는 팔베게를 하고 풀냄새를 흡 들여마시며 눈을 감았다.
졸음이 밀려오자 그는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두시간 후에 깨워라."
"입력 완료."
얼마 남지 않은 에디의 연료를 이런식으로 낭비하기엔 아깝지만 이런 싱그러움을 또 찾으려면 얼마나 가야 하는지 모른다.
"삐~ 경보, 경보, 50미터 북쪽에 인간 접근중."
그렇게 잠이 깬 그는 바로 몸을 뒤집어 에디가 가르킨 방향을 보며 엎드려 있는 것이다.
긴장을 한 탓인지 졸리던 눈이 바로 맑아졌다.
그의 바로 50미터 정도 앞에 무언가가 많은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돌연변이로 보이는 것들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두 손을 묶인 사람들이 이쪽으로 도망치듯 달려오고 있었고 그 뒤를 괴물들이 쫒으며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달리던 사람들은 등과 팔을 찢기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가 있는 곳까지 오기도 전에 전부 죽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괴물들 뒤로 얼굴에 두건을 쓴 자들이 괴물을 공격하고 있었다.
두건 하나가 괴물의 등을 향해 칼을 휘둘렀지만 괴물이 뒤돌아서며 팔을 휘두르자 목이 날아갔다.
그 틈에 손이 묶인 남자 하나가 이쪽으로 뛰었지만 다른 괴물이 점프를 하며 그를 덮쳤고 바로 팔과 다리가 사방으로 날았다.
스파키는 처음 보는 괴물이었다.
커다란 덩치에 온 몸을 털로 감싸고 있었는데 그 털들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돌연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부드러운 공격을 하고 있다.
그냥 단순히 팔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팔이나 다리의 관절을 정확하게 절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팔다리가 잘린 사람이 지르는 비명이 처절하게 하늘을 울렸다.
곧 괴물이 그의 비명을 멈추게 할 줄 알았는데 그러질 않았다.
그냥 내버려두고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거세게 반항하는 사람은 바로 죽였지만 가능한한 팔다리만 공격하는 듯 했다.
스파키는 얼른 몸을 일으키며 그쪽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벌써 손을 묶인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
낮잠을 자는 바람에 전력을 일으키는 것이 아주 편했다.
그는 칼을 뽑아 역으로 쥐며 앞에 보이는 괴물의 옆으로 날았다.
그의 칼이 괴물의 목을 파고들며 강한 스파크를 일으켰고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괴물은 피를 뿌리며 뒤로 쓰러졌다.
갑자기 나타난 먹이감이 동족을 헤친 것이 믿기지 않는지 잠시 지들끼리 이상한 소리를 주고 받더니 스파키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건을 쓴 자들은 돌아서는 괴물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갑자기 협공을 받게 된 그들은 당황하기 시작하더니 스파키가 다시 한 놈을 팔을 잡고 전기구이를 만들자 얼른 옆으로 몸을 날렸다.
두건들과 스파키의 사이에 있던 것들이 옆으로 비키자 삼각형의 대치상태가 되었다.
스파키가 그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머리를 쓰는 것을 보니 인간의 돌연변이구나. 피곤하겠군."
지능이 낮은 짐승이 되어버린 것이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놈들이라면 한 번이라도 칼과 전력을 더 사용해야 한다.
두건을 쓴 자들은 괴물들과 대치하면서 스파키를 힐끔거리며 보았다.
어쨌든 공동의 적을 쓰러뜨리면 누군지 알겠지 라는 생각에 스파키가 먼저 칼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달려들었다.
"하압!"
짧은 기합소리와 함께 세 놈중 한 놈의 팔이 공중을 날았다.
절단된 팔을 휘두르며 피를 뿌리는 놈이 도망가려 하자 두건들이 달려들며 마구 공격했다.
"뭐야? 이거...... 약았잖아."
그 말을 들었는지 두건 중 하나가 그를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남은 괴물 두 놈이 동시에 덤벼드는 바람에 그저 방어만 하며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보였다.
스파키가 뒤로 조금 물러서자 그 기세를 몰아 괴물들이 끝장을 내려는 듯 공격해 들어왔다.
한 놈은 위로 점프하며 그의 머리를 향해 팔을 뻗었고 다른 한 놈은 자세를 낮추며 그의 다리를 노렸다.
스파키는 그들의 공격에 당황하며 빠른 속도로 왼손에 전력을 모았다.
그리곤 아래서부터 위로 치켜올리며 힘을 쏟았다.
그러자 파지직~ 하는 소리가 나며 전력이 아래서부터 위로 휘듯이 쏟아졌다.
순간적으로 사방이 환해지며 그에게 달려들던 놈들의 몸이 전력에 휩싸였다.
놈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풀썩 쓰러지며 연기를 피웠다.
가까이 있던 나무들에 불이 붙자 두건들이 달려들어 얼른 불을 껐다.
"이런, 놀라는 바람에 힘을 너무....."
"처음부터 보고 계셨군요."
두건 중 하나가 말을 건네며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여자였다.
"참으로 멋진 작전이오."
"왜 첨부터 도와주지 않았죠?"
"돌연변이보다 더 나쁜 인간들도 있으니까. 확인해서 나쁠것도 없잖소."
"휴, 어쨌든 당신이 아니었으면 전부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고마워요."
"지금 전부 죽을지도 모르지."
스파키가 살기를 띤 눈으로 보자 그녀는 흠칫 하며 뒤로 물러섰다.
"저희를 공격하실 건가요?"
"멍청이. 주위를 봐라."
주위엔 이미 많은 눈들이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포위를 당하는 동안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스파키는 자신을 향해 자책을 했다.
'이 힘에 너무 의존했군. 이런 실수를 하다니.'
버닝타임이 지나자 숲 안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주위의 돌연변이들은 30마리 이상으로 보인다.
서둘러서 헤치우지 않으면 위험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있으니 증폭기를 이용한 전력폭발은 일으킬 수 없다.
스파키가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는 두건들에게 소리쳤다.
"이봐! 겁쟁이들! 최대한 나한테서 멀어져라. 놈들을 전부 날려버리겠다."
그 말과 동시에 괴물들이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때 스파키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괴물들이 전부 한꺼번에 덤비는 것이 아니라 세 놈만 자신에게 달려오고 나머지는 전부 뛰어가고 있는 두건들을 향해 몰려갔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두건들은 순식간에 팔다리를 사방에 뿌리며 몸뚱아리만으로 비명을 질렀다.
처절한 울부짖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끔찍한 소리가 멈추기도 전에 놈들이 전부 스파키쪽으로 몰려들었다.
세 놈이 자신의 주위를 끄는 동안 우선 약한 놈들부터 처리한 그것들은 마치 지들끼리 의사를 소통하듯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그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가만히 있었다.
바짝 긴장한 그는 우선 천천히 움직여 허리춤의 증폭기를 꺼내 칼에 부착했다.
그걸 본 한 놈이 갑자기 날아왔다.
스파키는 우선 상체를 숙이며 칼을 세워 녀석의 흉부를 노렸다.
그의 뒤에 내려선 놈은 앞쪽으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상처가 그리 깊진 않았겠지만 몸 속으로 파고든 스파크가 이미 심장을 멈추게 한 것이다.
한 놈이 쓰러지자 반대편에서 또 한 놈이 달려들었다.
이번엔 바싹 엎드려서 네 발로 빠르게 달려왔다.
스파키는 점프를 하며 놈의 몸 위를 뛰어넘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소리 없이 다가온 놈이 공중에 뜬 그의 등을 공격했다.
"큭!"
등가죽이 찢기며 뜨거운 통증이 덮쳐왔지만 다행이 깊진 않은지 바로 피가 멈추었다.
방금 자신을 공격한 놈을 보려던 그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엎드렸다.
그 사이 또 다른 놈이 그의 뒤통수를 노렸기 때문이다.
착지한 놈이 아쉬운지 계속 그를 노려보았다.
사파키는 얼른 놈의 눈을 보았다.
놈은 자신을 보고 있는 듯 했지만 실은 다른 동료를 향해 눈짓을 하고 있었다.
어느쪽에서 달려들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연속공격을 당해 팔과 다리에도 상처가 생겼다.
스파키는 실소를 터트렸다.
"하하. 이럴수가. 하지만 곧 전부 죽여주마."
그 사이 다른 놈이 또 다시 달려들었고 그는 살짝 피하며 칼을 땅에 박았다.
놈들은 스파키의 전력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너무 가까이 공격하지 않고 작은 상처로 그의 체력을 떨어뜨리려는 것이었다.
늦기 전에 깨달은 그는 바로 행동을 취했다.
"끼야압!"
기합과 함께 그의 몸에서 붉은 빛이 도는 듯 하더니 순식간에 하얀 빛을 띠며 사방으로 엄청난 전력을 뿜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서도 허연 불꽃이 튀기며 그의 몸을 중심으로 사방이 꿈틀거리는 전력의 소용돌이로 채워졌다.
놈들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단 한 놈도 피하진 못했다.
놈들의 몸을 휘감은 전력의 밧줄은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놈들의 몸을 내장부터 붕괴시켰고 털까지 태우며 흉한 몰골로 만들어버렸다.
주변의 나무들도 껍질이 타버렸으니 더 이상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불이 붙은 나무들 사이로 놈들의 흉한 얼굴이 입을 쩌억 벌린채 놀라던 표정 그대로 죽어버렸다.
"휴우....."
한숨을 쉬며 일어선 스파키는 무릎에 묻은 흙을 털며 두건들이 흩어져버린 쪽을 쳐다보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소지품이라도 보면 어떤 놈들인지 알 수 있겠지.
하지만 그는 그 어느 누구의 주머니도 뒤지고 싶지 않았다.
시체들은 저참했다.
두명은 몸통이 분리되었고 셋은 팔다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자신에게 처음 얼굴을 드러낸 여자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
두 팔과 다리 하나가 없어졌지만 그래도 몸통엔 상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놈들은 처음 보았다.
먹기 위한 것은 아닌 듯 하고 지능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들은 먼저 죽어버린 손이 묶인 자들을 구하려는 듯 보였다.
역부족인 줄 알면서 왜 그런 무모한 공격을 한 것일까.
그때 그가 보고있던 시체의 가슴이 움직였다.
아직 살아있다.
"어, 이봐. 살아있나?"
"컥! 커억! 끄으....."
"말하지마."
여자는 몸이 분리되는 순간 그 충격으로 기절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하필 바로 깨어나고 말았다.
말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이미 심장은 멈췄다.
이제 몇 초 지나면 폐속의 공기가 빠져나가며 다시 들이마시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고통이 잦아드는지 편해지는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 말을 내뱉았다.
"겨우 만났군........"
그 말을 하며 눈도 감지 않은 채 그녀는 모든 것을 멈추었다.
"쯔읍~"
스파키는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간단히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두 손을 묶인 자들의 시체와 두건들의 시체를 전부 한군데 쌓았다.
그리곤 그 위에 불이 붙은 나뭇가지들을 잘라서 던지기 시작했다.
잘 탈만한 나무들을 더 잘라서 위에 얹었다.
"미안하다."
이렇게 말한 그는 바이크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 여자의 마지막 말이 맴돌았다.
겨우 만났다니......
어쩌면 죽음의 문턱에서 헛것을 본 것일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은 편할 듯 했다.
바이크에 오르기 위해 자신이 낮잠을 잤던 곳으로 돌아온 그는 입을 쩌억 벌렸다.
에디의 몸에서 스파크가 조금씩 튀기고 있었다.
얼른 다가간 그는 에디의 머리가 튀어나오는 부분을 살짝 눌렀다.
곧 그의 지문을 인식한 에디가 머리를 내밀었다.
공격을 받아 깨진 렌즈가 너덜너덜하다.
"에디."
"칙, 치이익~"
"이런 젠장. 멍청하게......."
그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적들만 있을 때 전력폭발을 일으킨다.
하지만 오늘은 큰 실수를 했다.
그는 다시 단추를 눌러 에디의 머리 윗부분이 젖혀지도록 했다.
그리곤 작고 빨간 단추를 꾹 누른 채로 가만히 있다가 손을 떼자 에디의 머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깨진 렌즈조각을 떨어뜨렸다.
에디의 몸체에서 탄 냄새도 난다.
이 이상 에디를 움직이게 한다면 망가져 버린 자폭장치가 잘못될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게라도 된다면 이 일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이제 에디의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쉬워졌다.
녀석은 그에게 로봇이 아닌 동료였다.
그래서 우주로 나갈때도 겨우 자신의 것만 데려간 것이었는데.
아직 어떻게 된 것인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지구에서 기능을 정지시켰다.
고치려고 왔다가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다.
그 시간에 키에르는 엔젤타운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글세, 카얀이 나한테 전부 맡기고 갔다니깐.... 금방 돌아올테니까 그때 물어보면 알거 아냐?"
"아, 안된다니까요. 농장은 카얀님과 허락된 사람들 외에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카얀이 허락했다니까!"
"아니요! 저흰 못들었습니다!"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내지른 소리 때문에 상황이 더욱 안좋아졌다.
"아? 키에르? 스파키 찾아줘~ 얼른~"
아리아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다행히 바이크는 영향을 덜 받아서 스파키는 다음날 버닝타임이 끝나는 시간에 테크타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테크타운은 정말 거대한 마을이었다.
아니, 그냥 멀리서 본 모습만으로도 마을이라고 하기엔 너무 컸다.
처음 그곳이 눈에 들어오고 나서 문으로 보이는 곳 앞에 오기까지만 해도 엄청난 거리를 달렸다.
테크타운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담은 상당히 높았다.
마치 거대한 성처럼 주변을 높을 담으로 둘러친 것으로 보아 외부의 침입을 철저하게 막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입구에 다다랐을 때 그는 생각을 조금 바꾸었다.
커다란 입구가 문도 없이 그냥 개방되어 있었다.
누구라도 들어가고자 한다면 그냥 걸어들어가면 될 듯이 보였다.
스파키는 바이크의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갑자기 입구 위쪽에서 푸른 빛이 그의 몸을 덮쳤다.
그가 흠칫 놀라긴 했지만 이내 그것이 무엇인지 알수 있었다.
"길트스캔. 이상 없음. 어서오십시오. 테크타운입니다."
"........"
메탈타운으로 처음 들어설 때 문지기가 자신의 몸에 뿌렸던 빛과 같은 것이었다.
그때는 한참동안 쐰 후에 결과가 나왔는데 역시 이곳은 테크타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순식간에 자동으로 길트를 검색한 것이다.
다시 바이크를 움직이며 들어가려 하는데 이번엔 사람이 나오며 그에게 한쪽 팔을 겨냥했다.
"멈추십시오. 당신의 짐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
"뭐야?"
말하는 사람은 마치 군인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얼굴 전체를 덮는 검은 유리같은 것이 달린 헬멧 한쪽에는 안테나가 달려있고 그의 한쪽팔은 손대신 총으로 보이는 것이 이쪽으로 향해져 있었다.
허리 위로는 사람처럼 보였고 아래는 기계부분을 조금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사람같은 로봇이었다.
"총기는 이 곳에 보관하신 후 보관증을 받아가시면 됩니다."
"싫다면?"
에디 몸에 부착된 무기 또한 스캔당한 것이다.
에디를 고쳐야 하는데......
"당장 이곳에서 나가주십시오. 안그러면 발포하겠습니다."
녀석의 총에서 철컥하는 소리가 나며 총구가 앞으로 더 튀어나왔다.
"5초 후에 발포하겠습니다."
"이런..... 손님접대가 영 아니군."
"4! 3!"
"자, 바이크 채로 보관해라."
스파키가 바이크의 시동을 끄며 받침대를 고정시키고는 허리에 찬 칼가지 바이크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로봇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은 스파키의 옆을 지나쳐 그가 방금 끌러놓은 칼을 집어서 건네주며 말했다.
"기본적인 방어를 위한 무기는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소매치기를 주의하십시오. 즐거운 여행이 되시기 바랍니다."
녀석이 몸을 돌려 다시 처음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갈 때 스파키가 말했다.
"아주 예의바르군."
그러자 녀석이 그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주 잘생겼군. 근데 다리 한쪽이 좀 짧은 것 같은데."
"아, 그렇게 보입니까?"
"아니야. 그럼 수고해라."
인공지능도 상당한 수준이다.
보통의 경우 그렇게 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기 마련이다.
절대 그렇지 않으니까.
그가 도시 안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바로 눈 앞에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동안 보았던 집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정확한 공사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이 확실했다.
그저 이것저것 주워다가 튼튼하게만 만들어 놓은 메탈타운의 집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은 달랐지만 전부 제대로 된 설계도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이 확실했다.
그리고 저 멀리엔 상당히 높은 빌딩들도 많이 보였다.
그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의 기억속에 담겨진 빌딩숲이 다시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천천히 걷는 그의 시야에 많은 것들이 들어왔다.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보이고 열린 창문으로는 가족끼리 둘러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는 광경도 보였다.
낮은 건물의 옥상 위에선 빨래를 널기 위해 두 팔을 올리고 팔짝팔짝 뛰는 꼬마애도 보인다.
바닥도 그냥 맨바닥이 아닌 엔젤타운의 광장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재질로 되어 있었다.
넘어진다고 해도 작은 돌조각들이 피부를 헤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는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도시 안쪽으로 발걸음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꽤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같은 아시안도 보였고 검은 피부의 두춤한 입술도 보였다.
조금 야한 옷을 입은 여자도 있었는데 무엇이 그리 좋은지 소리까지 질러가며 그를 앞질러갔다.
엉덩이 사이만 겨우 가린 팬티를 흔들고 사라지는 여자.....
그는 또 오래된 영상이 스쳤다.
저거 사갔다가 되지게 혼났는데...... 이젠 그럴 일도 없군......
사람들의 건강상태도 상당히 좋아 보인다.
마치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가끔 보았던 공상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다.
키에르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테크타운은 발달한 기술력을 이용해 많은 물건들을 만들고 다른 마을과 교환함으로서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마을이라고 했다.
그건 입구에서 보았던 문지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저금 더 걸어가자 넓은 광장이 나왔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광장이라기 보다는 넓은 길이었다.
그리고 그 길은 그가 서 있는 곳의 양쪽으로 길게 나 있었다.
마치 높은 빌딩숲이 이 도시의 중심이고 그 도시로 들어가기 전에 거치는 경계처럼 보였다.
길 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조금 다른 것은 집들이 있는 대신 많은 사람들이 가판대 같은 것을 늘어놓고 여러 가지 다양한 물건들을 그 위에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장같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옆을 지나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몰려나온 사람들은 등에 멘 보따리를 풀어서 바닥에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자그마한 자동차를 끌고 오더니 그 자동차의 짐칸을 사방으로 열며 가판대를 펼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주변에서 물건들을 구경하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버닝타임이 지나고 햇볕이 사그라들기 시작하자 몰려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들고 나와 흥정을 하며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스파키는 너무 인간다운 모습들에 가슴까지 징 해질 정도로 감격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도 일부러 멀리 가야만 볼 수 있을만큼 멋지고 귀한 전경이다.
가끔 아내를 데리고 이런 재래식 시작을 찾아가던 기억이 떠오르자 그는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기까지 했다.
불시착 이후 3년 동안 여행을 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가 눈에 뭉친 물기가 흐르기 전에 닦을 때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야! 비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뒤돌아 보자 시커먼 사람 하나가 손수레를 끌고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 병신아, 비키라니까"
대짜고짜 욕을 한 것은 분명 실수다.
그는 옆으로 슬쩍 비키며 수레가 지나가게 한 뒤 수레를 끄는 사내의 발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