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2008 수능후기.

2008년의주... |2007.11.16 09:11
조회 663 |추천 0

 

2008, 수능후기.

 

 

 

집에서 밥을 간단히 먹고

TV에서 나오는 수능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일절 귓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생각보다 긴장되지 않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서

이런 기분이라면 오늘 잘 칠수 있을거라는,

넘치는 자신감과 빈틈없는 신중함만이 있었고

그리고 세상에 신이 있다면

간절한 한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전 세계, 전 우주를 아우르는 모든 분들이

내 옆에 계실거라고 믿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이라고 적힌

공고 입구에서 처음으로 느낀건

올것이 왔구나.

올것같지 않았던 11월 15일이

결국은 오는구나.

그리고..

오늘 인생의 첫 획을 긋는구나...

 

 

언수외탐이고 뭐고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치렀지만

평소 모의고사와는 달리..

선배님들의 말씀처럼

수학능력시험은 체력과 집중력의 싸움이다.

나는 3교시가 지나 4교시 과탐시간에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고

내 손은 대뇌의 명령을 듣지 않았으며

늘상 하던대로.. 늘 하던대로만

익숙하게..움직였다.

그땐 정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체력도 모자라고 집중력도 떨어지니

어쩔수가 없는 것이었나보다.

 

 

 

어쨌든..

모든 시험을 다 치르고 나서

고사장을 나오는 순간

12년간 이날만을 위해 달리고자 했던 내 목표가

20년 인생을 나 하나를 위해 노력하신 부모님의 목표가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여러분들의 목표가

한순간에 사그라드는것같아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머리속에 새 도화지를 하나 깔아놓은 기분이었다.

아무런 생각도..아무런 느낌도..

끝까지 해냈다는 기쁨도. 불안하다는 슬픔도 드는것 없이

단순히..허탈감.공허감.

 

 

이 글을 읽는 내 후배들과 동생들은.

꼭 기억해라.

수능날은 집중력과 체력의 싸움이다.

그날 책은 볼 필요 없다.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긴장하면 아는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망원경 배율과 집광력 구하는 문제,

그리고 멀리가면 떨어져있는 물체도 하나로 보이는 현상.

아직도 기억이 안난다만..

그 문제를 긴장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초콜릿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수능 중간중간 쉬는시간에는

그냥 쉬어라. 바깥공기 마시면서 뇌에 산소를 최대한 불어넣고

절대로 답은 맞춰보지 말고 물어보지도 말아라.

나는 수리영역 답 물어보고 좌절감을 맛봤다, 미친 짓이었다.

답을 발설하는 행위는 너도 죽고 타인도 죽이고

심지어는 그걸 얼떨결에 들은 사람까지도 죽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수능 시험이 끝나고

정말로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거든

집에 바로 가서 쉴 생각 하지말고

그날만은 해방감에 젖어 살아라.

어디든 좋다.

술집도 수능일이라면 봐주고 뚫어준다.

수험표 얼떨결에 보여주고 식겁했었는데

나는 봐주더라.

노래방도 가고, 술집도 가고

부모님도 흔쾌히 허락하실 것이다.

만약 당신이 평소 충실했다면.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충실히 해라!!

너의 전투가 끝나고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혼자서 집에 가서 쉬게 되면

허탈감 때문에 나는 펑펑 울었을것이라고 확신한다.

처음에는 수능이 끝났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도 실감이 안난다.

단지 하루 지났을 뿐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러니까 어쨌든

놀아라. 놀아라. 놀다보면 허탈함도 사라진다.

놀다보면 드디어 수능이 끝났구나 하고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올때 반드시 부모님께

큰절하고 나와라.

우리들보다도 더 고생하신건 당연히 부모님이다.

나는 눈물이 핑 돌더라.

 

 

 

이땅의 수험생들.

이번 2008 수능시험이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되고 기쁨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대를 이어갈 내 후배들은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고3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니까. 현재를 먼저 깨닫는 사람이 이긴다.

먼저 깨닫고..먼저 시작해라.

 

수능 전에 엿을 받고 찹쌀떡을 받고

그런걸 받다보면 나는 이런걸 받을 자격이 있는건가 하는

그런 생각이 먼저 들더라.

너네들은 그러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끝났다.

최선을 다했고.. 이제 레이스도 끝났다.

서로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각자 꿈꿔오던 것을 위해 12년을 참고 기다렸다.

이제, 그것들을 이룰 차례가 왔다.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새로운 달리기를 시작하자.

이제는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라는 이름으로...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