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후반의 여자입니다.
18년 전 저를 위기에서 구해준 학생들을 찾고 싶어 그때의 상황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잊어 본 적 없는 그때 그 사건, 그리고 너무나 고마운 학생들...
때는 1989년(인신매매 뉴스가 범람할 때였죠.) 성신여대 입구 동선동(돈암동)이었어요.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에서 연말연시 즈음, 온 세상은 흰 눈으로 뒤덮여
연말연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 그런 날이었죠.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헤어진 시간은 대중교통이 막 끊어진 시간이 되었고,
거리엔 택시를 타려고 쏟아져 나온 인파로 가득했습니다.
저도 택시를 잡으려고 **동 하고 외쳐 되고 있는데(합승은 기본이었던 시절)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이하 '그 남자'로 칭할게요.)가
제 옆으로 다가오더니 **동이면 자기랑 같은 방향이니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더군요.
전 괜찮다고 하면서 옆쪽으로 피해서 다시 택시를 잡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 남자가 또 다가오더니 그냥 같은 방향이라서 그런 것이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면서
제가 움직이는 쪽으로 계속 쫓아 오기를 반복...
전 그때부터 겁이 잔뜩나 그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40대 아저씨 네 분이 택시를 잡고 계시기에 도움을 청했지요.
대략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저 : "저 좀 도와주세요! 저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인데 자꾸 쫓아와요."
아저씨들 : "아니, 왜 그래요??"
그 남자 : "너 자꾸 오빠 말 안 듣고 집에 안 들어갈 거야!! 엉??"
저 : "아니에요. 저 이 사람 정말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 남자 :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 남자 제 발밑을 아주 세게 툭! 툭! 차면서 윽박지르더군요.
그때 기온이 많이 떨어져 내린 눈이 꽁꽁 얼어 붙어서
그대로 미끄러질 태세라 아저씨 한 분의 팔을 붙잡고 겨우 버티면서 애원했지만,
그 남자에게 '좋게 말로 달래라고'만 할 뿐이었죠.
전 그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구나... 이 아저씨들도 도움이 안 되는구나...
싶은 생각에 그 남자의 팔을 있는 힘껏 뿌리치고 번화가 안쪽 골목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 남자는 누군가를 향해 "야! 차 빨리 대!"라고 소리치더군요.
저는 그때 어깨엔 가방을 메고 한 손엔 쇼핑백, 다른 한 손엔 긴 우산을 들고 있어서
꽁꽁 얼어 있는 길을 뛰기가 쉽지 않아 넘어졌다 일어났다를 두 어번 하면서
결국 그 남자한테 붙잡혔죠.
그때부터 전 목청껏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사람 살려요~ 저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에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전 있는 힘껏 반항하면서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그 남자는 절 계속 끌고 가려고 하고...
하지만, 지나가는 그 수많은 사람은 그냥 쳐다보기만 하더군요.
그러던 중, 중학교 3년 또는 고1쯤으로 보이는 여학생 3명, 남학생 2명
(명수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네요.)이 그 상황을 보고,
"저 언니 이상해~ 정말 모르는 사람인가 봐..."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고,
그 중 여학생 2명이 저한테 오더니 "언니, 여기서 뭐해요?
언니네 엄마가 언니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가요~" 라고 하길래
저는 얼떨결에 "그래? 어디 계셔? 얼른 가자!" 하면서 그 두 명의 여학생 손을
잡고 도망치듯 뛰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남자를 더는 못 따라오게 막고 실갱이를 벌이는 듯 했어요.
여학생들이 저와 함께 뛰면서 묻더군요.
"언니, 정말 모르는 사람이에요?"
"응, 정말 모르는 사람이야!"
"어머~ 정말이에요? 정말 아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언니, 집이 어디에요. 차 타는 곳까지 바래다줄게요."
(전 택시를 타는 것도 겁이 나서 일단 선배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 선배 일하는 곳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아."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응!"
그렇게 무사히 선배가 일하는 곳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거의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
그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연락처도 받지 못하고 헤어졌지 뭐에요. ㅡㅜ
선배가 일하는 곳으로 들어가 시간이 좀 지나고 조금씩 안정이 되어가니
그때서야 뜨거운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군요.
그 학생들이 아니었더라면 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지요. 그 고마운 학생들 덕분에 18년이 지난 지금,
안정된 회사생활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진생활도 하면서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그토록 고마운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네요. ㅠㅠ
제 글을 그 학생들이 보고 기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꼭 만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ㅡㅜ
혹시, 이 글을 보고 있거나 또는 주변에 친구나 지인을 통해 위와 같은 상황 얘기를 전해들은
분이 계신다면 꼭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제 첫눈도 내리고 겨울이 되니 그때의 생각이 더 많이 나네요...
저한테는 평생 잊지 못할 은인들이니 꼭 연락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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