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안국역 사건 글을 올렸던 김수나입니다. 제가 그 글을 썼던 건 저번주 토요일
11월 17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습니다.
그 날 그 글을 쓸 때 너무 정황이 없었고, 제가 그 사건에 대해서 정확하기 파악하지 못한 점이 있는 것 같아 글을 다시 수정해서 올립니다.
저번에 답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까꿍님, 그 외의 비슷한 현장 상황과 사례를 말씀해주신 몇몇 분들도 감사드려요.
어제 11월 21일, 오전 8시에 건국대학교 장례식장 앞에서 마지막 제사를 지내드리고,
오전 10시에 경기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성남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가 되셨습니다.
범인을 잡는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실 일은 절대 없겠죠. 하지만 할아버지가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가 버리신다는 게 아직까지도 믿겨지지 않고, 한스럽기만 합니다. 3년전 할머니가 떠나가 버리셨지만 항상 외로우셨어도 저희 앞에서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시려 애쓰시던 할아버지. 항상 그 곳에서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정말 기원합니다.
사랑해요, 할아버지. 한 번도 직접 말씀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
안녕하세요. 전 19살의 고등학생인 김수나라고 합니다. 전 지금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여자 고등학교에 재학중입니다.
이렇게 큰 게시판에 글을 올려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을 올린 건 할아버지의 사고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13일 사고 후 오늘인 17일 오후 12시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정말 아직까지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네티즌 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 이 사람을 꼭 찾아야 합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87세의 노인분이셨습니다. 11월 13일 화요일날, 저희 할아버지는 선생님들모임 때문에 인사동에 나가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전에 교사이셨고, 그 때 친분이 있었던
분들의 모임이라고 알고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모임이었고, 할아버지는 친구분들과 점심 식사를 끝내신 후에 3호선 안국역 안에서 걷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나타나서 앞쪽에서 걷고 계시던 여자분의 뺨을 세게 때렸다고 합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 후 갑자기 할아버지에게 다가와서 할아버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고 합니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갑자기 가격을 당한 할아버지께서는 아무런 힘도 없이 뒤로 그냥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주먹으로 얼굴을 치는 순간 할아버지께서 쓰고 계셨던 안경은 박살이 났구요. 쓰러지시는 순간 할아버지께서는 뒤로 그냥 넘어지셔서 머리를 바닥에 그대로 세게 부딪히셨고, 그 남자는 그냥 그 자리에서 도망을 쳤다고 합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할아버지의 친구분들은 경황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친구분들께서 우왕좌왕 하시는 사이에, 그 주위에 있던 다른 젊은 분들께서 119에 신고해 주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근처에 있던 서울 백병원으로 이송되셨고, 머리를 크게 다시친 것 같고, 뇌출혈일 것으로 짐작된다는 의사분의 말을 듣고 긴급 뇌수술을 하게 되셨습니다. 막상 수술을 시작해보니, 출혈이 생각보다 너무 심했다고 합니다. 수술 성공 가능성은 10% 였구요. 장시간에 걸친 수술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고, 할아버지는 뇌출혈 및 뇌탈출로 인하여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 하다는 의사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망 진단서에 의하면 사망 원인은 중간선행사인은 뇌부종으로, 직접 사인은 뇌탈출로 판명되어져있습니다. 제가 그 때 정신이 없어서 뇌사판정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정정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전 11월 15일 목요일이 돼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수능을 보고서 끝나자마자 병원에 갔습니다. 중환자실에 계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얼굴을 얼마나 세게 맞으셨는지 멍투성이로 얼굴색이 부분부분 다르고, 온몸은 퉁퉁 부어 계셨습니다. 눈을 감으시고 아무런 미동도 못하신 채로 산소 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하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못하셨고, 심지어 눈도 한번 뜨지 못하셨습니다.
제가 할아버지를 부르고서 나중에 다시 중환자실에 들어가보니 할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더군요. 정말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너무 사고는 급작스러웠고, 할아버지께서 한순간에 이렇게 되어버리시니 정말 아무 말도 안나오더군요.
11월 16일에는 병원을 가지 못했습니다. 너무 괴로워서 할아버지를 볼 용기조차도 나지 않았습니다.
11월 17일, 오전에 학교에 갔다가 병원에 갔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보니 1시 10분정도 되었습니다. 가자마자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숨을 거두셨다고 하더군요. 이제 더 이상 심장이 뛰질 않아서 1시간 전이었던 12시 10분에 산소 호흡기와 다른 기계들을 빼시고, 시신 정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시 15분 경, 전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습니다. 온 가족들이 모여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표정은 평온하셨지만, 얼굴은 멍투성이 그대로였고, 눈에 눈물이 맺혀 계시더군요. 진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그렇게 계속 나더군요. 이렇게 할아버지는 너무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시고야 말았습니다.
저희 할아버지, 실은 암 환자이셨습니다. 간암이셨는데, 초기 단계에서 발견한지라 치료를 받으셔서 얼마만큼은 회복이 되셨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암이 있으셨다는 건 가족들만 알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항암 치료후 몸이 많이 안좋아지셨는데, 몇 달 경과 후 요즘 들어 많이 건강을 회복하신 상태이셨습니다. 사고 당일인 13일, 할아버지의 컨디션은 정말 좋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짜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제야 막 건강을 찾으신 할아버지가 이렇게 한순간의 사고로 돌아가시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시는 사고를 당하셔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정말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평소에 더 잘 해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잠도 못 자고, 아무런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 여지껏 사시면서 남에게 피해 끼치는 걸 가장 싫어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뭘 그렇게 잘못 하셨길래 왜 이렇게 세상을 떠나셔야 하시는 건가요. 할아버지가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셔서 마음의 준비는 약간이나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고는 너무도 급작스러웠고, 충격 그 자체입니다 아직까지도.
전 정말 할아버지를 그렇게 한순간에 떠나버리게 만든 그 사람을 꼭 찾고 싶습니다. 어쩌면 정상인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하철역 안에서 사람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치는 건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니까요.
그 남자는 40대 정도 되었고, 체격이 좋다고 하더군요. 때릴 사람이 없어서 여자와 노인을 그렇게 때리고 다니다니, 이해가 안됩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런 사람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구요. (인상착의를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지하철 CCTV에 범행 현장이 찍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종로 경찰서 담당 형사에게 물어보았지만, CCTV에는 자료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정말 난감했습니다. 처음부터 사건 직후에 탐문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주셨다면 무언가 조그만 단서라도 찾았을지도 모르는데 너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 부분은 절대 지금 수사중인 경찰분들의 행동에 대해 비판하고자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 가족들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할아버지의 병을 고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던 아빠는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십니다. 저희 아빠, 당뇨병 환자이신데 건강도 안좋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넋이 나간 상태이구요. 이렇게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들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생전에 제겐 너무도 과분한 분이셨습니다. 너무도 잘해주셨고, 10년도 넘게 저희와 같이 사셔서 정도 많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할아버지를 겨를 없이 떠나보내야만 한다는 게 아직까지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저번주 할아버지와 같이 했던 저녁식사가 마지막인 걸 알았다면 더 잘해드렸을걸 이런 생각밖에 안듭니다. 할아버지께 죄송한 마음뿐이고, 후회만 듭니다.
네티즌 여러분들, 여러분들에게 정말 염치불구하고 도움을 청합니다. 11월 13일날 낮에 안국역에 계셨던 분들 중 이 사건을 목격하신 분들이 있다면 연락을 꼭 해주세요. 정말 부탁드립니다.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지하철에서 그런 행동을 할 말한 사람이라면 다른 역에서도 그런 행동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안국역이 아닌 다른 역에서라도 비슷한 사건을 보신 분들은 제발 연락주세요,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메일주소는 cherish1222@hanmail.net(언니의 메일주소입니다.) 입니다. 11월 13일 화요일 오후 2시 30분경
3호선 안국역 2번,3번 출구 계단 및 대합실쪽에서 이 사건을 보신분은 연락주세요. 정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가격당하기 바로 전에 얼굴을 맞으셨다는 여자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여자분이 어쩌면 범인의 얼굴을 목격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분께서는 얼굴을 맞은 직후에 역무원에게 신고를 하셨다고 합니다. 역무원은 연락처를 남겨달라고 그 분께 몇 번이고 요구했지만 그 분께서는 거절하셨다고 합니다.(왜 그랬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여태까지도 범인의 얼굴을 봤다는 목격자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분의 말에 의하면 주위에 할아버지 동료 분 이외에 지나가던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누군가는 범인의 얼굴을 얼핏이나마 보신 분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단순히 범인을 잡고 싶다는 목적 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어이없는 사건에 제2의 희생자는 앞으로는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