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일 눈팅만 하다가 한번 글도 적어봤다가
오늘 또 적게 되네요
몇일 전 12월 4일에 있었던 일을 적어볼 까 합니다
소설아니고 실화이니 소설이니 뭐니 이런 악플 정말 사양합니다.
전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쪽에 살고 있는 학생이자 바텐더입니다
일요일 일이 너무 늦게 끝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 4시쯤 잠들어
7시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집에서 나왔습니다
잠도 별 못자고, 아침도 못먹고 나와서 그런지 너무 춥더군요
평소 신도림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신설동으로 가는데
그 날은 사람이 너무 많아 제가 서 있는 곳에서 신도림에서 내리기가 뭣하더군요
(신도림에서 또 워낙 많은 사람들이 타서)
그래서 그냥 시청에서 갈아타리라 마음먹고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끼어서 끼어서
푹푹찌고 치이는 사람들 속에서 서 있었죠
근데 이놈의 지하철이 신도림을 지나고 꾸물꾸물 대며 섰다가 갔다가 섰다가 갔다가
하더라구요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터라 차장이 하는 말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머 앞차와의 거리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기려는데
해도해도 너무 심하다 할 정도로 지하철이 느리게 가는 겁니다
고립이었죠 완전, 역하고 역까지 가는데 5분정도 걸렸다 하면 어느정도인지 아실껍니다
그러더니 아예 영등포 구청에서는 멈춰버리더군요
이어폰을 빼고 들어보니 승강장문이 고장나서 영등포구청역에서 다 내리라고 그러더군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허허
여튼 죄다 내려서 다음 차에 타는데.. 정말 사람들 무섭더군요
서로 밀고 밟고 치이고 치이고, 욕하는 사람도 보였고 어떤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싸우시더군요
(아마도 지하철에 들어가려고 과격하게 했나봅니다)
다시 음악들으며 겨우 시청까지 와서 갈아탔는데 어찌나 기쁘던지...날아갈 것 같더군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난생처음 사람에 치여서, 끼어서, 압사라는게 어떤건지 알 듯 했습니다)
1호선으로 갈아타고 신설동으로 가는중 중간에 자리가 나서 앉았습니다
근데 전 날 잠도 별 못자고, 지하철이 너무 따뜻했는지 잠이들고 말았죠
눈을 뜨니 신설동을 지나치더군요 그래서 결국 한 정거장 지나쳐 제기동에서 내리게 됬습니다.
그 때 반대편에서 지하철 오는 딩딩딩 소리가 들리더군요
정말 빛의 속도로 뛰어 올라가 맞은 편으로 내려 갔죠, 지하철이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근데.. 왠걸.. 하..
남자분 한 분이 뛰어드시는 겁니다..
정말 뉴스에서나 보고 인터넷에서나 보던 일이 제 눈앞에서 일어났습니다..
남자분이셨는데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멍잡고 있다가.. 역장, 기장, 머 사람들 몰리고
공익들도 오고, 곧이어 경찰과 구급대원들도 오고 난리더군요..
봤습니다.. 그 분 치이는 순간 즉사 하셨다고 다리도 절단되어 하반신이 아예 상반신과
분리가 되었더군요......
그 분은 이 세상에 더 미련이 없으셨나 봅니다..
그래도 가시려거든 조용히 가시지..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분 주검을 수습하는 구조대원들을 보며, 공익들을 보며, 기장과 역장들 표정을 보니
참,,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이런 일.. 누가 자살했다, 누가 구조했다, 뉴스 나올 때 마다
나같아도 보는 순간 내려가서 구하겠다, 저런건 아무나 하지 , 내 앞에서 일어만 나봐라
이런 생각 가지고 있었는데 참..
허무하더이다.. 한순간에 정말..사람 목숨이라는게
에고.. 여튼 그 일로 제기동역에서 1호선이 거진 40분정도 지연된 것 같습니다
결국 그 날 학교도 늦어버리고, 왠걸 사람들, 교수님들도 이 이야기 믿지 않고
(그 날 저녁, 다음 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보신 분들이 올린 글이 있더군요
뉴스는 보도되지 않은 듯 합니다)
그 날 하루 정말 안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더군요, 정말 이 날 제 인생 최악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휴 다 쓰려니 괜스레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쯤에서 줄입니다
아직도 생각나네요
지하철 역에서 봤던 그 분, 사람들, 그 걸 또 폰카로 찍고 계신분들, 주검 수습하시던 관계자분들
이제서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__)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주저리 주저리 머피의 법칙이면 머피의 법칙, 안좋았던 날 있었던 이야기 적어봤네요
다들 추운데 감기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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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들을 하나 하나 다 읽어 봤는데 주검 수습하시던 공익분이 달아주신 리플이 있었어요
혹시나 해서 쪽지 보내봤는데, 정말 맞더군요
그 분 말씀이.. 고인의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쑤셔넣은 듯한 종이쪽지가 한 장 나왔는데
그 종이 쪽이에 적힌 글이..
'자살 입니다.
무연고 입니다.
화장해 주세요.'
라는 군요..
하...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