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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벼슬???

연말이라 결혼식이 많다보니 재작년에 절교한 친구와의 일이 생각나서요...

 

초중고를 같이 나오고 아파트 같은 동에 살아서 함께 과외도 많이 했던 친구였습니다.

학교때는 자주 얼굴 부딪히고 해서 친하게 지냈는데

졸업하고 나니까 연락을 잘 안하게 되더라구요

성격이 좀 격한 데다 까칠한 친구라서(화나면 물불안가리는...)

학교때도 사실 제가 좀 어려워했었더랬습니다. (생각해보니...)

암튼 각기 대학을 달리 간 이후

1년에 한두번씩 연락하는 정도로 그냥 그럭저럭 지냈는데

재작년 이맘때쯤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 받자마자 다짜고짜 하는 말... "나 결혼해.."합니다.

일년에 한두번씩 만나도 허구헌날 남자이야기, 시집갈 이야기만 해대던 친구였지만

남자친구 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는 친구라서

십년 넘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참.. 대답해줄말도 딱히 없고

만나도 재미도 별로 없고

제가 남자친구라도 좀 만나고 그러면 막 너무 우울해하고 자학을 해대서

어쩔땐 껄끄럽기까지해서 잘 안만났던건데

(사실 친구가 외모가 좀...별루입니다. 거기다 쌍꺼풀 수술을 실패 해놔서.. 친구인 제가봐도...비호감인데다 성격도 좀 까칠하고...암튼 남자친구뿐 아니라 여자친구도 별로 없는 아이입니다..)

왠지 제가 감격스러워서  너무 축하하는 마음에 업됐습니다..

(서른 한살이나 먹은 노처녀 주제에 친구 결혼한다니까 마냥 즐거워한 제 자신이 미워집니다)

"축하해 축하해...어떤 남자야? 완전 잘됐다..."

하면서 물어봤더니 아무 대답을 안하데요...

그런데도 나이값못하는 주책바가지인 저 "청첩장은 언제줄꺼야 한번 만나야지.."

혼자 신나서 히히덕 난리를 쳐댔습니다.

그랬더니 대답 없던 친구 완전 뜨악하게

"그냥 결혼식장에서 보면 되지.. "이럽니다..

속없는 저 3차 시도...합니다.

"어우야~~남친 소개는 안시켜줘도 그래도 우리 사이에 청첩장은 만나서 줘야지~~ 너무 궁금하다~~"

"나 너무 바빠서 너까지 만날 시간 없어... 그럼 그냥 청첩장이라도 보내주까?"

이럽니다.

그럼 청첩장도 안보내주고 그냥 전화한통 해주는 것도 고맙다 할려고 했나봅니다

그때 또 맘이 딱 상하더라구요

사실 이아이 친구 별로 없는건 제가 더 잘아는데

저녁때 잠깐 만나는게 뭐 그리 힘들다고..

사실 집도 무지 가깝거든요

그때 딱 생각나는게 제가 몇번 친구네 동네 놀러 간적은 있어도

이 친구가 저희 동네 놀러온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땐 어차피 30분도 안걸리는 거린데

대수롭잖게 여겼는데...-.-;

분명 친구가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해놓고

친구가 동네에 놀러오라고 한거였는데 -.-;

사실 친구가 일이 바쁘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직업도 그냥 학교에서 일하는 일용직...(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선생님 말고도 서무직원 비슷한 일용직이 있다고 합니다. ) 초등학교니까 아무리 늦게 끝나도 4시반입니다. 또 그땐 방학때라서 학교도 안나가는 때였는데..아니 하루 24시간을 한달도 넘게 남은 결혼식 준비에 다 써야하는건지..

 

갑자기 울컥해서 저도 좀 까칠하게 굴었어요..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일로 알게된 사이도 아니고

청첩장도 안 보내주고 그냥 결혼식이나 오라고 하는건 너무하는거 아니니?"

했더니 완전 어이없다는 듯이..

"그래 그럼... 애휴 바빠죽겠는데 너 왜그러냐?"하면서 짜증을 내더라구요...

"너 내가 먼저 시집가니까 기분 나쁘니? 아니 축하는 해주지 못할망정 너무한다.."

-.-; 그럼 그 전에 축하한다 열댓번 말했던건.. 축하아니고 뭔건지

무슨 팡파레라도 울려줘야 하는건지..애휴

아니... 결혼하기전에 만나자고 한게 그렇게 실례가 되는 일인건지..

결혼하기전에 친구들한테 인사하고 청첩장 돌리는거 당연한거 아닌가요?

그냥 전화한통으로 결혼한다고 통보하면 무조건 가서 축하해주는게

친구의 의무인가요??

 

그 얘기 들으니까 갑자기 피치 올라가던 성질이 쑥 내려가면서

"알았어. 결혼 축하해. 결혼식날 보자.."

그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끊고나서..참.... 갈등이 되데요..

만약 결혼식을 안가면...

내가 진짜 그 아이가 먼저 결혼해서 마음상해 안가는것처럼 생각할테고

결혼식은 사실 진짜 가기 싫었고...

참 지금생각하면 별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결국 결혼식엔 가지 않았습니다...

친구도 청첩장 안보내주데요...

사실 한다리만 건너도 다 아는 처지라서

어떤 남자랑 결혼했는지 다 알고

(이럼 안되지만.. 변변찮아서 나름 위로가 되었음...ㅋㅋ)

그 아이의 학창시절을 거의 다 알고 있으니

결혼식날 얼마나 썰렁했을지도 다 알고 있지만

(제가 친한 친구들은 아무도 결혼식에 가지 않아서..결혼식 현장은 잘 모르겠습니다)

무의식중에 쌓인게 많았는지 청첩장도 못받은 결혼식에 가서

속없이 축하하게 되지가 않더라구요...

(그 아이를 아는 다른 동창들도 가지말라고 한것도 큰 힘이 되었음...ㅋㅋ)

 

암튼... 요즘 주말내내 결혼식에 치여 살면서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나 적습니다.

친구야... 학교에서 할일 없어서 이거 보고 있다면

일단 네 뒷담화 공개적으로 해서 미안한데...

너 결혼하는거 하나두 안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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